All Chapters of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Chapter 611 - Chapter 620

817 Chapters

610화: 의장님의 취미가 이렇게 수상할 줄이야

일요일 오전 9시 20분.“도현 씨, 일어나.”서윤이 이불을 살짝 걷자 도현이 눈을 떴다.“무슨 일입니까, 아내?”“어제 약속했잖아. 서로 새로운 취미 추천해 주기로.”도현은 시계를 확인했다.“아직 오전 9시인데요.”“벌써 9시지.”서윤은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당신이 뭘 준비했는지 궁금해서 잠이 안 왔단 말이야.”도현이 웃었다.“그렇게 궁금하셨습니까?”“응. 설마 나한테 등산시키려는 건 아니지?”“아닙니다.”“마라톤?”“그것도 아닙니다.”서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럼 뭐야?”도현은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오후 1시에 예약했습니다.”“어디를?”“가 보시면 압니다.”서윤은 베개를 집어 들었다.“차도현 씨, 자꾸 비밀 만들 거야?”도현은 웃으며 베개를 받아 들었다.“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오후 12시 50분.도현이 차를 세운 곳은 도심의 작은 상가 건물이었다.서윤은 간판을 올려다봤다.《소리를 만드는 작업실》“소리?”도현은 차 문을 열어 주었다.“오늘은 폴리 아티스트 체험입니다.”“폴리 아티스트?”“영화나 드라마에 들어가는 생활 소리를 직접 만드는 작업입니다.”서윤의 눈이 커졌다.“발소리나 문 닫히는 소리 같은 거?”“맞습니다.”서윤은 입을 벌렸다.“와, 이런 체험도 있어?”“아내가 인형극을 좋아하셨잖습니까. 무대 뒤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있으실 것 같았습니다.”서윤은 도현의 팔을 붙잡았다.“이거 진짜 재밌겠다!”오후 1시 10분.작업실 안에는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했다.자갈이 담긴 나무 상자, 낡은 구두, 금속판, 마른 나뭇잎, 여러 종류의 천까지.강사가 설명했다.“오늘은 30초짜리 무성 영상에 직접 효과음을 입혀 볼 거예요.”화면에는 한 여자가 비 오는 골목길을 걷다가 우산을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타났다.서윤은 신기한 듯 화면을 바라봤다.“진짜 소리가 하나도 없네.”“네. 발소리부터 빗소리까지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강사는 얇은 금속판을 흔들었다.우르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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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화: 익명 질문 87개의 주인

월요일 오전 9시 10분.“총괄님, 큰일 났습니다.”서윤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무슨 일인데요?”교육운영팀 직원이 태블릿을 내밀었다.“오늘 오후 공개 질의응답 행사에 접수된 질문이 87개인데요. 그중 일부 질문의 작성자 정보가 관리자 화면에 표시되고 있습니다.”서윤의 표정이 굳었다.“작성자 정보요?”“네. 원래는 익명으로 처리돼야 하는데, 시스템 업데이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서윤은 곧바로 화면을 확인했다.질문 내용 옆에 직원의 사번 일부와 부서명이 표시되어 있었다.“이 화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죠?”“운영 담당자 4명입니다.”“접근 기록부터 확인하세요. 그리고 작성자 정보가 표시된 화면은 더 이상 열람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주세요.”“행사는 어떻게 할까요?”서윤은 잠시 생각했다.“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대로 진행할 수 없어요.”오전 10시.정보보안팀과 시스템 담당자가 긴급회의에 참석했다.“외부로 유출된 흔적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보안팀장이 설명했다.“다만 내부 관리자 화면에서 일부 정보가 노출된 건 사실입니다.”서윤은 질문했다.“이미 화면을 열람한 담당자들은요?”“4명 모두 확인 중입니다.”“그분들에게도 질문 작성자를 추측하거나 정보를 공유하지 않도록 안내해 주세요. 열람 기록은 보존하고요.”시스템 담당자가 말했다.“익명 처리 기능은 2시간 안에 복구할 수 있습니다.”서윤은 고개를 저었다.“기능만 복구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에요.”“그럼 행사를 연기할까요?”“우선 질문 작성자들에게 상황을 알려야 합니다. 본인이 제출한 질문을 유지할지, 철회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요.”회의실이 조용해졌다.서윤은 말을 이었다.“익명이라고 약속하고 받은 질문이잖아요.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으면 먼저 설명해야죠.”오전 11시 30분.도현은 서윤에게 상황을 보고받았다.“오늘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렵겠군요.”“응. 복구가 끝나더라도 직원들에게 선택할 시간을 줘야 해.”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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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화: 책임질 사람을 찾는 회의

화요일 오전 8시 50분.서윤은 출근하자마자 정보보안팀에서 보낸 조사 보고서를 열었다.어제 발견된 익명 질문 시스템 오류에 관한 내용이었다.작성자 정보 노출 12건.해당 화면 열람자 2명.외부 전송 흔적 미확인.그리고 마지막 항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업데이트 전 오류 인지 사실 확인. 배포 승인 절차 누락.’서윤은 보고서를 내려놓았다.“이건 단순한 프로그램 오류가 아니네.”마침 교육운영팀 직원이 들어왔다.“총괄님, 오전 10시에 개발팀과 보안팀 회의 준비됐습니다.”“좋아요. 배포 기록과 테스트 결과도 전부 가져오라고 해 주세요.”오전 10시.회의실에는 시스템 개발 책임자와 보안팀장, 교육운영팀 담당자가 앉아 있었다.서윤은 화면에 금요일 테스트 기록을 띄웠다.“이 오류가 금요일 오후 4시 12분에 발견됐네요.”개발 책임자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테스트 담당자가 보고했습니다.”“그런데 월요일 오전까지 수정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요?”“운영 환경에서는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그 판단을 누가 했죠?”잠시 침묵이 흘렀다.개발 책임자가 대답했다.“제가 했습니다.”서윤은 다음 기록을 확인했다.“그럼 배포 승인도 책임자님이 하셨나요?”“정식 승인 없이 진행됐습니다. 일정이 촉박해서요.”“누가 일정을 앞당기라고 지시했나요?”“그건 아닙니다. 행사 전에 기능을 안정화하려고 했습니다.”서윤은 펜을 내려놓았다.“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검증 절차를 생략하면 안 됩니다.”개발 책임자는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사과는 들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에요.”오전 11시 20분.회의가 끝날 무렵 보안팀장이 새로운 사실을 보고했다.“총괄님, 관리자 화면을 열람한 직원 2명에게 확인했습니다.”“결과는요?”“1명은 질문 목록을 확인했고, 다른 1명은 오류를 발견해 즉시 화면을 닫았다고 합니다.”“작성자 정보를 별도로 저장하거나 전달한 흔적은요?”“현재 확인된 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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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화: 삭제된 질문이 다시 나타났다

수요일 오전 9시 15분.“총괄님, 시스템 재검증 결과 나왔습니다.”서윤은 정보보안팀 직원이 건넨 보고서를 펼쳤다.익명 질문 시스템의 작성자 정보 노출 오류는 수정됐다. 외부 보안 점검에서도 같은 문제가 재현되지 않았다.하지만 서윤의 시선은 마지막 항목에서 멈췄다.‘질문 삭제 요청 6건 중 1건, 삭제 처리 미완료.’“이게 무슨 뜻이죠?”“화면에서는 삭제됐는데 서버에 남아 있던 질문이 다시 목록에 표시됐습니다.”“작성자가 삭제를 요청한 질문이요?”“네.”서윤은 곧바로 노트북을 닫았다.“그 질문은 행사 목록에서 제외하세요. 그리고 삭제 완료 여부를 별도로 검증해 주세요.”“알겠습니다.”“작성자에게도 상황을 설명해야 합니다.”직원이 망설이며 물었다.“그런데 총괄님, 질문 내용이 조금 민감합니다.”서윤은 고개를 들었다.“어떤 내용인데요?”직원이 화면을 돌렸다.‘직원이 부당한 업무 지시를 신고했는데, 신고받은 관리자가 오히려 그 직원의 인사평가에 관여했다면 회사는 어떻게 처리합니까?’서윤의 표정이 굳었다.오전 10시 40분.서윤은 인사감사 담당자를 불렀다.“이 질문을 작성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려는 게 아닙니다.”그녀는 먼저 선을 그었다.“다만 질문에 나온 상황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인지 확인하고 싶어요.”담당자는 현재 신고 절차를 설명했다.“직원이 문제를 신고하면 인사팀에서 접수하고, 관련 부서의 의견을 받습니다.”“그 과정에서 신고 대상자가 신고자의 평가에 관여할 수도 있나요?”“현행 절차상 완전히 배제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서윤은 펜을 내려놓았다.“그럼 이해충돌 방지 절차부터 보완해야겠네요.”“구체적으로 어떻게 할까요?”“신고 대상자가 평가권자라면 조사 기간 동안 해당 사안과 관련된 평가·인사 결정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해 주세요. 무조건 평가권을 박탈하는 게 아니라, 독립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요.”담당자가 고개를 끄덕였다.“법무팀과도 협의하겠습니다.”“좋아요. 그리고 이 질문이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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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화: 의장님, 그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목요일 오전 9시 20분.서윤은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무대부터 확인했다.의자 3개, 무선 마이크 4개, 온라인 참석자를 위한 카메라 2대.객석 뒤편에는 질문을 실시간으로 접수하는 별도 창구도 마련돼 있었다.“총괄님, 온라인 연결 테스트 완료했습니다.”“익명 질문 화면은요?”“작성자 정보 없이 질문 내용만 표시됩니다. 보안팀에서도 확인했습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오늘은 질문을 임의로 제외하지 마세요. 다만 개인정보가 포함된 질문은 공개 전에 가리고, 그 사실을 안내해 주세요.”직원이 마지막으로 물었다.“의장님 답변 시간이 길어지면 어떻게 할까요?”서윤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제가 끊겠습니다.”“직접요?”“네. 오늘은 의장님도 예외 없어요.”오후 2시.행사장 객석이 거의 찼다.온라인 참석자들도 차례로 접속했다.도현은 무대에 올라 직원들을 바라봤다.“안녕하십니까. 차도현입니다.”짧은 인사가 끝나자 화면에 첫 번째 질문이 나타났다.‘익명 질문 시스템 오류에 대해 회사는 어떤 책임을 질 예정입니까?’도현은 마이크를 잡았다.“먼저 회사가 약속한 익명성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그는 고개를 숙였다.행사장이 조용해졌다.“이번 사고는 단순히 개발 담당자 한 사람의 실수로 정리할 문제가 아닙니다. 오류가 보고됐는데도 배포를 중단하지 않았고, 승인 절차 없이 운영 환경에 반영할 수 있었던 구조에 문제가 있었습니다.”도현은 준비한 자료를 넘겼다.“현재 확인된 노출 범위와 접근 기록은 개별 안내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조치는 다음 주 수요일까지 1차 공개하겠습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은 별도 일정을 명시하겠습니다.”서윤은 객석 뒤에서 시간을 확인했다.약속한 시간 안이었다.그러나 그때 직원 한 명이 손을 들었다.“추가 질문해도 됩니까?”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입니다.”“그런데 회사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과 실제 책임지는 건 다르지 않습니까?”객석의 시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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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화: 마지막 출근, 끝내 하지 못한 말

금요일 오전 8시 45분.정하린 대리는 평소보다 15분 일찍 출근했다.책상 위에는 작은 종이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개인 컵과 손거울,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볼펜 몇 자루가 전부였다.하린은 컴퓨터를 켜고 마지막 인수인계 파일을 열었다.파일명은 《인사운영 업무 인수인계_최종》.그녀는 문서 마지막에 적힌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업무 지시가 충돌할 경우 담당자가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지시권자 간 우선순위를 확인할 것.’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이런 기준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린은 조용히 파일을 저장했다.오전 10시 20분.“하린 씨,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서윤이 인사운영팀 사무실을 찾아왔다.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총괄님.”“인수인계는 어느 정도 끝났어요?”“거의 마무리됐습니다. 마지막 확인만 남았어요.”서윤은 책상 위 상자를 바라봤다.“정말 오늘이 마지막이네요.”하린이 작게 웃었다.“그러게요. 막상 마지막 날이 되니까 이상해요.”서윤은 그녀에게 얇은 서류철을 건넸다.“하린 씨가 제안했던 업무 지시 개선안 검토 결과예요.”하린의 눈이 커졌다.“벌써 나왔나요?”“전부 확정된 건 아니에요. 우선 지시 변경 이력 기록과 책임자 확인 절차부터 시범 운영하기로 했어요.”하린은 서류를 펼쳤다.자신이 제출했던 개선안 옆에 담당 부서와 검토 일정이 적혀 있었다.“제 의견이 실제로 반영됐네요.”“네. 다만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더 지켜봐야 해요.”하린은 서류를 천천히 덮었다.“감사합니다.”서윤은 고개를 저었다.“오히려 제가 고맙죠. 떠나는 입장에서 이런 자료까지 남겨 주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오후 12시 10분.하린의 마지막 점심은 같은 팀 동료 3명과 함께였다.평소처럼 구내식당에 앉았지만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대리님, 진짜 다음 주부터 안 오시는 거예요?”후배 직원이 물었다.“응. 이제 안 오지.”“이상할 것 같아요. 모르는 거 있으면 맨날 대리님한테 물어봤는데.”하린은 웃었다.“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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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화: 향기를 기억하는 남자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도현 씨, 오늘 향수 뿌리지 마.”서윤은 외출 준비를 하던 도현의 손목을 붙잡았다.도현은 향수병을 내려놓았다.“왜 그렇습니까?”“오늘 향기 블라인드 테이스팅 하잖아. 다른 향이 섞이면 헷갈릴 수도 있대.”“그렇군요.”서윤은 그의 셔츠 소매를 정리해 주었다.“그리고 오늘은 진짜 승부야.”“지난주부터 계속 말씀하고 계십니다.”“자신 있다며?”도현은 미소 지었다.“네. 아직은 그렇습니다.”서윤은 장난스럽게 눈을 가늘게 떴다.“좋아. 그 자신감이 얼마나 가는지 보자.”그때 호두가 현관에 놓인 서윤의 가방에 앞발을 넣었다.“호두야, 거긴 왜 들어가?”가방 안에서 립밤 하나가 굴러 나왔다.도현이 그것을 주워 건넸다.“오늘도 소지품 검사가 시작됐군요.”“우리 집 보안팀은 주말에도 일하네.”오후 1시.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작은 향기 연구 공방이었다.벽면에는 투명한 유리병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테이블마다 시향지와 기록지가 준비돼 있었다.강사가 설명했다.“오늘은 향을 만드는 수업이 아니라, 냄새를 구별하고 기억하는 감각 훈련입니다. 총 3단계로 진행할게요.”서윤은 기록지를 받아 들었다.“생각보다 본격적인데?”도현도 자리에 앉았다.“재미있겠습니다.”첫 번째 단계는 익숙한 향을 구별하는 시험이었다.강사는 번호가 붙은 시향지 5장을 건넸다.“정답을 바로 말씀하지 마시고 기록지에 적어 주세요.”서윤은 첫 번째 시향지를 코 가까이 가져갔다.상큼하고 약간 쌉싸름한 향이었다.‘레몬인가?’두 번째에서는 달콤한 꽃향기가 났다.세 번째는 나무 향이었다.서윤이 옆을 슬쩍 바라보자 도현은 벌써 답을 적고 있었다.“왜 이렇게 빨라?”“익숙한 향이 많아서요.”“나한테도 익숙한 향인데 이름이 생각 안 나.”도현은 웃었다.“천천히 맡아 보십시오.”오후 1시 35분.첫 번째 결과가 발표됐다.서윤은 5개 중 3개를 맞혔다.도현은 4개였다.“아!”서윤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베르가모트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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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화: 월요일 아침, 의장님에게 온 반려 통보

월요일 오전 8시 40분.차도현은 출근하자마자 결재함을 열었다.주말 사이 올라온 안건은 17건이었다. 그중 가장 위에 놓인 문서는 지난 목요일 공개 질의응답의 후속 조치 계획이었다.도현은 내용을 읽다가 눈썹을 찌푸렸다.‘직원 의견 수렴 절차 개선안. 최종 승인권자: 의장.’그는 곧바로 담당 임원에게 연락했다.“이 문서, 제가 최종 승인하도록 되어 있군요.”“네, 의장님. 중요 사안이라서요.”“그런데 직원들이 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 아닙니까?”“맞습니다.”“그 제도의 운영과 이의 처리까지 제가 최종 결정하면 독립성이 있겠습니까?”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도현은 문서를 반려했다.반려 사유: 독립적인 검토 및 이의 처리 구조 재설계 필요.오전 10시 15분.서윤은 교육운영팀 회의실에서 후속 질문 처리 현황을 확인하고 있었다.“총괄님, 공개 질의응답 이후 추가 질문이 24개 들어왔습니다.”“기존 미답변 29개와 합치면 53개네요.”“네. 그중 11개는 답변 담당 부서가 겹칩니다.”서윤은 화면을 확대했다.“그럼 같은 질문이라고 묶어 버리지 말고, 각각 어떤 부분을 묻는지 확인해 주세요.”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새로운 결재 알림이 떴다.‘직원 의견 수렴 절차 개선안 — 의장 반려.’서윤은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어머.”“무슨 일이세요?”“의장님이 개선안을 반려하셨네.”직원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혹시 행사 후속 조치가 중단되는 건가요?”서윤은 반려 사유를 읽고 웃었다.“아니요. 오히려 제대로 만들라는 뜻 같은데요.”오후 12시 30분.구내식당에서 마주 앉은 서윤이 도현에게 물었다.“오늘 아침에 결재 하나 반려했지?”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보셨습니까?”“응. 담당팀이 처음엔 깜짝 놀랐대.”“그럴 의도는 아니었습니다.”“그럼 직접 설명해 주는 게 좋겠어. 반려 사유만 보면 담당자가 어디까지 고쳐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잖아.”도현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맞는 말씀입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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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화: 회의실에서 사라진 17분

화요일 오전 9시 10분.“총괄님, 오늘 회의 참석자 명단입니다.”서윤은 교육운영팀 직원이 건넨 태블릿을 확인했다.오전 10시에는 직원 의견 수렴 절차 개선 회의, 오후 2시에는 현장 교육 프로그램 점검이 예정되어 있었다.그런데 첫 번째 회의 참석자 명단에 낯선 이름이 있었다.“윤재석 본부장님도 참석하세요?”“네. 어제 저녁에 추가됐습니다.”“어느 부서에서 요청했죠?”“경영지원실에서요.”서윤은 잠시 생각했다.윤재석은 여러 부서의 운영 실적을 관리하는 임원이었다. 직원들의 업무 지시 변경 기록을 남기는 제도에 반대했던 사람 중 하나이기도 했다.“알겠습니다. 회의 자료는 참석자 전원에게 같은 버전으로 전달해 주세요.”오전 10시.회의가 시작되자 윤재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직원 의견을 듣자는 취지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모든 지시 변경에 사유를 기록하면 업무 속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서윤은 준비한 자료를 띄웠다.“그래서 모든 대화를 기록하자는 게 아닙니다. 업무 담당자나 기한, 우선순위가 변경되는 경우에만 적용하려고 합니다.”“그 판단은 누가 합니까?”“변경을 지시한 관리자가요.”윤재석은 팔짱을 꼈다.“현장에서는 1분이 아쉬운 경우도 있습니다.”서윤은 다음 화면을 넘겼다.지난달 3개 부서에서 발생한 업무 재처리 사례였다.“지시 변경을 확인하지 못해서 같은 작업을 다시 수행한 시간이 총 26시간입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기록하는 데 1분이 걸리더라도 재작업을 줄이면 전체 업무시간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어요.”윤재석은 자료를 바라봤다.“그 수치는 검증됐습니까?”“네. 각 부서의 작업 기록과 담당자 확인을 거쳤습니다.”도현이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우선 시범 운영 결과를 보죠. 효과가 없다면 수정하면 됩니다.”오전 10시 45분.회의가 끝나기 직전, 윤재석이 새로운 의견을 냈다.“다만 직원 대표가 개선안 검토에 참여하는 건 신중해야 합니다. 내부 경영 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도 있으니까요.”서윤은 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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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화: 사라진 결재 버튼

수요일 오전 8시 55분.서윤은 출근하자마자 교육운영팀에서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총괄님, 업무 지시 변경 시스템에서 결재 버튼이 사라졌습니다.’“결재 버튼이 사라졌다고?”서윤은 곧바로 시험용 시스템에 접속했다.어제까지 표시되던 ‘변경 승인 요청’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화면 아래에는 새로운 문구가 나타나 있었다.‘관리자 권한으로 즉시 변경 가능합니다.’서윤의 표정이 굳었다.“누가 이렇게 바꿨지?”오전 9시 30분.시스템 담당자가 서윤의 사무실로 들어왔다.“총괄님, 어젯밤에 기능이 변경됐습니다.”“누구 요청이었나요?”“경영지원실에서 긴급 수정 요청이 들어왔습니다.”서윤은 변경 이력을 확인했다.요청자는 윤재석 본부장 산하의 운영기획팀이었다.“변경 사유는요?”“승인 절차 때문에 현장 업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그럼 변경 전에 왜 시범 운영 담당자들과 협의하지 않았죠?”담당자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저희도 정식 승인된 요청인 줄 알았습니다.”서윤은 화면을 가리켰다.“요청서에는 승인자가 없는데요.”“네. 확인해 보니 승인 절차가 누락됐습니다.”서윤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일단 시험 환경을 이전 버전으로 되돌리세요. 실제 운영에는 반영하지 말고요.”오전 11시.윤재석 본부장이 서윤의 사무실을 찾아왔다.“한 총괄, 시스템 변경을 중단시켰다고 들었습니다.”서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아직 승인되지 않은 변경이어서요.”“현장 업무 속도를 고려한 조치였습니다.”“취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제 회의에서 시범 운영 결과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잖아요.”윤재석은 의자에 앉았다.“모든 변경을 회의로 결정하면 일이 늦어집니다.”서윤은 준비한 자료를 내밀었다.“그래서 긴급 변경 절차를 따로 만들고 있습니다. 다만 긴급하다는 이유로 기록과 승인까지 생략할 수는 없어요.”윤재석이 자료를 훑었다.“그럼 실제 긴급 상황에서는 어떻게 합니까?”“우선 조치하고 사후 승인받는 예외 절차를 두되, 적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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