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12시 40분.한서윤은 현관 거울 앞에서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연한 라벤더색 블라우스에 짙은 회색 슬랙스를 입고, 작은 은색 귀걸이로 마무리한 차림이었다.차도현은 검은색 셔츠에 재킷을 걸친 채 현관에 서 있었다.“아내, 준비 끝나셨습니까?”“응. 오늘은 일찍 나가자.”“약속보다 20분 빠릅니다.”“주변도 구경하고 싶어서.”도현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좋습니다. 출발하시죠.”서윤이 그의 팔짱을 끼었다.“오늘은 내가 마음에 드는 곳이면 계약할 수도 있어.”도현은 현관문을 열다 말고 그녀를 내려다봤다.“계약서를 확인하기 전에는 서명하지 마십시오.”“알았어. 벌써부터 잔소리야?”“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서윤은 웃었다.“네, 차도현 씨.”오후 1시 30분.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오래된 주택과 작은 상점들이 이어진 골목이었다.건물은 붉은 벽돌 외벽에 짙은 녹색 출입문을 달고 있었다. 1층의 커다란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고, 안쪽에는 오래된 나무 바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서윤은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다.“사진보다 훨씬 예쁘다.”도현은 건물 외관을 살폈다.“외벽 상태는 나쁘지 않군요.”“당신은 첫마디가 꼭 그런 거야?”“확인하러 왔으니까요.”서윤은 웃으며 문을 열었다.안에는 예약 담당자가 기다리고 있었다.“한서윤 님 맞으시죠? 연락드렸던 담당자입니다.”“네. 안녕하세요.”담당자는 두 사람을 안쪽으로 안내했다.“1층은 전시와 소규모 판매가 가능한 공간이고, 2층은 작업실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서윤은 천천히 내부를 둘러봤다.창가에는 작은 테이블을 놓을 만한 자리가 있었고, 벽면에는 책장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여기 정말 마음에 든다.”도현은 곧바로 담당자에게 물었다.“대관 기간 중 가구 배치는 어느 범위까지 변경할 수 있습니까?”“이동식 가구는 자유롭게 배치하실 수 있습니다. 벽에 고정하는 설치물은 사전 협의가 필요합니다.”“원상복구 기준은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습니까?”
Dernière mise à jour : 2026-11-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