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8시 30분.한서윤은 작업실 책상 위에 작은 상자 2개를 올려놓았다.하나는 연한 분홍색, 다른 하나는 짙은 남색이었다.차도현은 문 앞에 서서 상자를 바라봤다.“아내, 상자를 2개 준비하셨습니까?”“응. 하나는 내 거, 하나는 당신 거.”“함께 보관하는 것 아닙니까?”“마지막에는 큰 상자에 같이 넣을 거야. 그런데 편지는 서로 몰래 써야 하잖아.”도현은 미소 지었다.“그렇군요.”서윤은 남색 상자를 남편에게 건넸다.“자. 당신 거.”“감사합니다.”“그리고 규칙이 있어.”도현은 의자에 앉았다.“말씀하십시오.”“편지는 2036년 11월 7일에 열기. 그전에는 절대 읽지 않기.”“알겠습니다.”“중간에 궁금하다고 몰래 열어보기도 금지.”도현은 웃었다.“아내께서 제 편지를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서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차도현 씨, 나 그렇게 참을성 없는 사람 아니거든?”“그렇습니까?”“응. 적어도 오늘은.”도현은 웃음을 터뜨렸다.오후 9시.두 사람은 각자 다른 방에서 편지를 쓰기로 했다.서윤은 작업실에 남았고, 도현은 서재로 향했다.서윤은 편지지 맨 위에 날짜를 적었다.‘2026년 11월 7일.’그 아래에 제목을 썼다.‘10년 뒤의 한서윤에게.’막상 펜을 들자 무슨 말을 써야 할지 고민됐다.“10년 뒤면 45살이네.”서윤은 혼잣말을 하다가 웃었다.그녀는 첫 문장을 적었다.‘안녕, 45살의 나야.지금 나는 35살이고, 도현 씨와 아주 잘 지내고 있어.’잠시 생각한 뒤 다음 문장을 이어 썼다.‘10년 뒤에도 우리는 서로 장난치면서 살고 있겠지?도현 씨는 여전히 나한테 존댓말을 쓰고 있을까?아마 그럴 것 같아.’서윤은 문장을 읽고 피식 웃었다.그리고 조금 더 진지하게 적었다.‘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하고 싶은 일을 너무 많이 미루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예쁜 옷도 입고, 새로운 곳에도 가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했으면 해.’서윤은 펜을 잠시 내려놓았다.
Dernière mise à jour : 2026-11-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