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휴대폰을 들어 유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짧은 신호음 끝에 목소리가 들렸다.“네, 이모. 안녕하세요.”“응, 유진아. 월요일부터 출근하는 거 알지?”5초 정도, 수화기 너머에서 지독한 침묵이 흘렀다.당혹감과 절망이 뒤섞여 있을까,아니면 다른 뭔가를 계획 중일까.“왜 대답이 없니?”“……이모, 저 그냥 이번 시험까지만 어떻게 안 될까요.”유진아, 어딜 빠져나가려고.이모는 네게 궁금한 게 많아.“유진아, 내가 언니한테 전화를 걸면 언니가 우리 유진이를 또 얼마나 괴롭게 하겠니. 엄마 생각도 해야지.”“이모…… 왜 이러시는 거예요. 다 아시면서.”유진이의 후배와 했던 통화가 떠올랐다.ㅡ네, 정신을 차렸을 때쯤 전 이미 제가 아니었습니다.ㅡ선배는… 다 연기였어요.유진아, 네 후배의 말대로 연기를 하는 거니.나는 짐짓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뭘 안다는 거야?”“…….”“월요일에 나와. 그래야 회사 근처 방도 알아보고 직원들하고 인사도 하지.”나는 전화를 끊고 커피를 한 모금 머금었다.작업실 안에서는 규현 씨가 가짜 유진이를 빚고, 월요일에는 유진이가 내 발치로 걸어 들어온다.“유진아, 이유는 들어줄게.”웃음이 나왔다.“그렇다고 화가 풀린다는 뜻은 아니고.”입술을 깨물었다.***모니터 속 유진을 바라보며 얼굴을 만들었다.퍼티가 굳으면 깎고, 깎아낸 자리에 다시 손톱만 한 퍼티를 붙였다.“며칠만.”며칠만 있으면 완성할 수 있다. 그러면 피규어를 들고 나가면 된다.채영의 카드로 산 퍼티. 두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난 비겁한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어쨌든 만들어 낸 건 나라는 생각이었다.그러던 그때였다.쿵벽을 타고 울리는 소리.채영이 왔다.나가서 뭐라고 해야 할까.ㅡ그냥 잠시 집 나간 강아지가 돌아온 것 정도로 여길 거예요.유진의 말대로 채영은 날 아무렇지 않게 대할까.손이 떨렸다.가슴이 불규칙하게 뛰었다.채영은 한 걸음, 한 걸음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순간, 머리에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