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여자친구의 조카를 사랑했다.: Capítulo 61 - Capítulo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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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 찾을 수 없는 조각.

사건 당일 낮.“혼자 볼게요.”규현 씨를 붙여주겠다는 말이 떨어진 순간, 유진이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었다.“그래도 젊은 눈이 하나 더 있는 게 낫지 않겠어?”“그럼 그냥 민 대리님 반차 주세요. 민 대리님하고 보고 올게요.”생각했던 반응이었다.유진이는 규현 씨와 함께 가지 않을 것이다.전화를 피하고, 만나지 않을 핑계를 만들겠지.그러면서도 규현 씨의 이름에 숨기지 못할 만큼 눈동자가 흔들렸다.“유진아, 월급을 받는 직원을 네 사사로운 일에 쓰는 게 맞을까, 집에 처박혀서 뭘 만드는지도 모르는 규현 씨가 도와주는 게 맞을까?”유진이의 손이 살짝 말려 들어갔다.아주 짧은 순간이었다.규현 씨를 무시하는 말에는 또 기분이 나쁜 모양이었다.“그럼 혼자ㅡ”“그만 토 달고.”말을 잘랐다.“규현 씨 부를 테니까 방 둘러보고 내일까지 알려줘.”유진이는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다물었다.“나가봐.”대표실 문이 닫혔다.나는 닫힌 대표실 문을 한참이나 바라봤다.“이상하네.”책상 위에는 윤슬기의 일기장이 놓여 있었다.나는 다시 일기장을 펼쳤다.수없이 읽었던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ㅡ선배가 먼저 내 손을 잡았다.ㅡ내가 용기를 내려고 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어졌다.ㅡ포기하려고 하면 다시 웃어줬다.뒤로 몇 장을 넘겼다.비슷한 내용이 날짜만 바뀐 채 반복되고 있었다.유진이는 먼저 다가갔다.상대가 다가오면 물러났고, 포기하려 하면 다시 손을 내밀었다.충분한 기대를 심어준 뒤에야 가질 수 없는 이유를 알려줬다.윤슬기에게 왜 그랬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ㅡ선배는 재밌었을 거예요.“그래, 재미있었겠지.”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까지 따라오는지, 말 한마디와 눈빛 하나에 얼마나 흔들리는지, 그걸 지켜보는 일이 즐거웠을 것이다.유진이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나는 일기장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그래서 더 이해되지 않았다.윤슬기는 그렇다 쳐도, 왜 하필 규현 씨를 건드렸을까.돈일 리 없다. 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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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 다른 의도.

“유진아 이리 와서 앉아.”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몸이 움찔 떨렸다.나는 젖은 머리카락 끝을 손으로 움켜쥔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이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옆에 앉았다.그리고 자연스럽게 수건을 들어, 내 젖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닦았다.“많이 놀랐지? 아까 이모가 때린 건 정말 미안해.”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왼쪽 어깨가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드라이기 바람이 천천히 머리칼 사이를 스쳤다.웅ㅡ따뜻한 바람. 향수 냄새.“….”이모가 내 머리칼을 말려주는 손길을 거부할 수 없었다.ㅡ유진아, 엄마 힘들어.ㅡ채영이한테 가서 부탁해 봐.8년 전의 엄마 목소리에 손이 저절로 말아쥐어졌다.이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말려주고 있었다.마치 정말 상처 입은 조카를 달래는 사람처럼.숨마저 막힐 거 같은 질식감 속에서이번에는 규현 씨가 떠올랐다.날 가렸던 그 커다란 등.터진 입술과 눈탱이밤탱이.경찰서에서 이모를 막아섰던 손.떨리는데도 끝까지 이모 손목을 놓지 않던 눈.ㅡ왜 피해자를 때려.심장이 뛰었다.“유진아.”나는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네…?”“괜찮니?”너무 다정한 목소리여서 정말 미칠 거 같았다.더러운 목소리가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ㅡ가만히 있어, 가만히.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이, 이모. 제가 할게요.”“앉아.”이모의 눈은 친절하기 짝이 없던 그자의 눈과 똑같았다.본능적으로 느꼈다.일부러 이러는 거라는 걸.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웅ㅡ.다시 드라이기 바람이 이어졌다.나는 멍한 눈으로 문을 바라보았다.살짝 열린 방문 너머에서 퍼티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들어오는 거 같았다.‘규현 씨.’그때였다.“규현 씨.”이모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이름을 꺼냈다.“계속 네 걱정하더라.”“….”“자기가 다친 와중에도 너 혼자 두면 안 된다고 그러고.”드라이기 소리가 웅웅 귓속을 울렸다.“그랬으면서 곧장 작업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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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 고마워.

“왜 그랬어?”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다.화려한 조명 아래에서도 채영은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아름다웠고, 스타일도 좋았다.하지만 그때 나를 더 끌어당긴 건 채영이 몸에 두른 명품과 테이블 위에 놓인 비싼 술이었다.그래, 모든 것이 내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처럼 보였다.그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당신이 너무 예뻐서 먼저 말 걸었어.”“그래?”채영이 나지막이 웃었다.“지금도 같아?”“응. 당신은 누구보다 아름다워.”그녀는 한동안 내 얼굴을 바라봤다.“정말?”손이 내 뺨 위로 올라왔다.부드러운 손끝이 피부를 천천히 쓸었다.“유진이랑 비교해도?”“…뭐?”“내 조카지만 유진이 엄청 예쁘잖아. 몸매도 좋고.”채영의 손가락이 턱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내가 키웠으면 연예인이라도 시켜봤을 텐데.”“지난번에는 야하게 생겼다면서.”“퇴폐적으로 생긴 건 맞잖아? 그렇다고 싸 보인다는 뜻은 아니었어.”“그럼 그때는 왜 그렇게 말했는데?”“내 남자가 다른 여자 편을 드니까 조금 화가 났던 것뿐이야.”“…….”“그래서.”채영이 몸을 조금 더 가까이 기울였다.“나랑 유진이 중에는 누가 더 예뻐?”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눈앞에 있는 건 채영이었다.그런데 질문을 듣는 순간 떠오른 얼굴은 채영이 아니었다.“당연히 당신이지.”“거짓말, 얼굴에 다 티 나거든?”“거, 거짓말 아냐.”“그래도 기분은 좋은데?”채영의 손가락이 내 뺨을 살짝 꼬집었다.“거짓말이라도 그렇게 말해줘서.”나도 모르게 손을 그녀의 허리로 가져갔다.닿기 직전, 멈췄다.난 이 집을 나간다.채영이 얼마나 많은 걸 알고 있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떠날 놈이 무슨.’그런데 채영은 피하지 않았다.오히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익숙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그나저나 유진이.”채영이 와인잔을 들며 말을 이었다.“마냥 예쁘기만 한 애는 아니더라.”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 조카지만 꽤 영특해. 사람 마음을 어떻게 움직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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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 김유진.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거리에는 음악 소리와 사람들 웃음소리가 섞였다.나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신호음이 짧게 울리고, 곧 태연 목소리가 들렸다.“찌니!”방울 굴러가는 것만 같은 밝은 목소리에 나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가 말했다.“태연아, 오늘 나 좀 재워줄래.”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제발.’그리고 곧, 태연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얼마든지. 계속 있어도 돼!”숨이 아주 조금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응. 어디로 가면 돼?”“나 오늘 한강에서 공연하는데 거기로 올래?”“…톡 남겨줘.”“웅!”ㅡ태연이가 일행들과 무대 위에 서 있었다.정확히는, 한강공원 한쪽에 대충 깔린 작은 매트 위.앰프와 마이크 그리고 기타.그뿐이었는데도 사람들 시선이 자연스럽게 태연에게로 모였다.기타 줄을 튕기는 손.리듬에 맞춰 흔들리는 머리카락.웃으며 노래를 이어가는 목소리.태연이는 정말 기타를 잘 쳤고 노래도 잘했다.마치 태생부터 그걸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래, 넌 원래 그렇게 빛났었지.’태연이는 예전부터 그랬다.사람들 사이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애.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사람을 웃게 만드는 애.나와는 정반대의.“너라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 망설임이 없을 거 같아.”나는 한동안 태연이의 노래를 들었다.강바람이 불었다.멀리서 자전거 지나가는 소리, 웃음소리,캔 따는 소리들이 천천히 흩어졌다.그리고 어젯밤부터 목을 조르는 것 같던 무언가가 잠시 멀어지는 것 같았다.***작은 공연이 끝나고, 일행을 보낸 태연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돗자리 중앙에는 잘 포장된 치킨과 맥주캔이 놓였다.태연이는 운동화를 벗으며 다리를 쭉 뻗고 앉았다.“진짜 오랜만이다!”태연이 맥주캔을 따며 말했다.칙.탄산 터지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나는 멍하니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태연이 내 쪽으로 캔 하나를 내밀었다.“자.”“…응.”차가운 캔이 손바닥에 닿았다.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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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 그때, 그날, 그리고

밤을 꼴딱 새웠는데도 몸이 가벼웠다.출근길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어느 때보다 멀쩡했다.아니, 오히려 조금 밝아 보이기까지 했다.“좋은 일 있어요?”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민 대리가 웃으며 물었다.나는 순간 멈칫했다가 작게 웃었다.“그렇게 보여요?”“네, 오늘 되게 활기차 보여요.”활기차다.그래. 지금 내 마음은 그 어떤 때보다 가벼웠다.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메일을 정리하고, 일정을 확인하고, 민 대리를 도와 회의 자료를 만들었다.회의 중에도 그랬다.“이 부분 이렇게 이끌면 더 좋을 거 같은데 어떠세요?”“아, 그럴 수도 있겠어요.”“유진 씨 벌써 그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어?”“역시, 대표님 조카야.”사람들이 웃었다.나도 따라 웃었다.그리고 웃을 때마다 자꾸 생각났다.ㅡ왜 피해자를 때려.규현 씨 목소리.터진 입가.눈탱이밤탱이.떨리는데도 끝까지 놓지 않던 손.자꾸 웃음이 나오려 했다.업무가 끝난 뒤였다.사람들이 하나둘 퇴근하기 시작했다.“유진 씨 퇴근 안 해요?”나는 웃으며 인사했다.“네, 저 조금 있다가 들어가려고요!”“그래요, 열정적인 거 좋네요. 너무 무리하진 말고 내일 봐요.”민 대리도 퇴근하고, 마지막 사람까지 사무실 문을 닫고 나갔다.조용해졌다.대표실 문은 닫혀 있었다.이모는 늘 가장 늦게 퇴근했다.나는 한동안 그 문만 바라보았다.도망칠 수 있었다.아무 일 없는 척 평소처럼 웃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그게 원래 내가 잘하던 방식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안 될 거 같았다.정확히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나는 천천히 대표실 앞으로 걸어갔다.똑똑.“들어오세요.”낮고 차분한 목소리.문을 열자 익숙한 향이 먼저 코에 닿았다.이모는 오른손에 커피를 들고 두꺼운 검은 노트를 바라보고 있었다.“왜? 할 말 있어?”부드러운 목소리에 순간 무서웠지만, 마음을 가다듬었다.“…이모.”“응? 왜? 나 지금 좀 바쁜데, 급한 거 아니면 나중에 얘기할래?”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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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 그때, 그날, 그리고(2)

기억나지 않는다.유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8년 전.그 사람.서류 봉투 안에 들어있던 빈 A4용지.문밖.아무것도 이어지지 않았다.존재하지 않는 일처럼 머릿속이 텅 비어 있었다.그런데, 오른손이 떨렸다.왼손으로 붙잡아도 멈추지 않았다.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ㅡ이모가 들어올 줄 알았어요.아니야.ㅡ제가 그렇게 소리를 질렀으니까.‘난 그런 적 없어.’나는 모른다.그러니까 내가 한 일이 아니다.ㅡ그런데 이모는 끝까지 안 들어왔잖아요.순간 기억이 스쳤다.계단이었다.차갑고 딱딱한 대리석 계단.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손바닥 너머로 비명이 들렸다.나를 부르는 목소리.문을 열어야 했다.일어나야 했다.그게 맞는 일이었다.그런데 나는 귀만 더 세게 막았다.“아니야…….”내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무릎 꿇은 유진이가 보였다.울고 있는 지금의 유진이와 그날의 유진이가 겹쳤다.이건 아니다.아니어야만 했다.닫혀 있던 서랍이 안쪽에서부터 열리고 있었다.내가 나를 지키고자 버린 기억들이 -썩은 냄새를 풍기며 하나씩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12년 전.“채영아… 이번만, 정말 이번만 도와줄 수 없을까.”휴대폰 너머 둘째 언니의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귓가에 과거 둘째 언니의 목소리가 스쳤다.ㅡ뭐? 등록금? 그 정도는 네가 알아서 해야지.나는 말없이 탁자를 내려다봤다.위에는 고지서들이 널려 있었다.둘째 언니네는 무너졌다.형부는 연락이 두절 됐고, 나쁜 상황이 한꺼번에 터졌다.그리고 결국, 손은 내 쪽까지 뻗어왔다.둘째 언니네뿐만 아니었다.큰오빠 사업도 망했다.ㅡ대출만 조금 받아주면 안 될까…?이번만 막으면 진짜 괜찮아질 거야.몇 년 전, 큰오빠의 말이었다.ㅡ배로 갚아줄게.오빠는 그 말을 지키지 못했다.마을 분들이 줬던 내 등록금까지도 가져갔으면서.나라고 형편이 좋은 건 아니었다.서울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시골에서는 똑똑하단 소리 들으며 살았다.동네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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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 깨진 피규어. 망가진 오른손.

난 유진이를 향해 손을 뻗어 머리채를 잡았다.그리고 곧장 유진이의 머리를 중앙에 있는 테이블에 처박았다.쿵!“악!”유진이는 짧은 신음을 뱉었다.난 멈추지 않았다.아니, 멈추지 못했다.그대로 ‘유진이’를 든 오른손을 들어 테이블에 있는 힘껏 찍었다.유진의 코앞에다가.쾅!다시 찍었다.쾅!또다시쾅!내 오른손에 든 ‘유진이’는 점점 부서졌다.손에서 통증이 느껴졌다.팔이 떨어져 나가고, 다리가 부서지고,이것이 입은 내 원피스의 형상도 같이 부서졌다.아마도, 파편이 내 손바닥을 난도질하고 있었을 것이다.그런데도 멈출 수 없었다.콰앙!거친 호흡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하아! 하아!”유진이는 떨고 있었다.무서워서 떨고 있는 건 아니었다.난 유진이의 머리채를 잡은 손을 놓았다.그러자, 유진이가 말했다.“그거ㅡ”그래.“서, 설마!”짧은 비명 같은 게 들렸다.아주 잠시 정적이 흘렀다.숨이 넘어갈 거 같은 유진이의 경악과 거친 내 호흡만 있었다.유진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어떻게, 어떻게 사람이 그런 짓을 해요!!!”“…….”유진이는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쾅!내 집무실 문이 크게 닫혔다.난 아무도 남지 않은 공간에서 가만히 있었다.내 손에서 피가 떨어졌다.정말 철철 흐르고 있었다.오른손이 떨렸다.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부서진 ‘유진이’를 봤다.ㅡ어떻게 사람이 그런 짓을 해요!!!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냐고?“그날 이후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봤다.“네가 날 사람으로 본 적은 있었니.”***나는 비틀거리며 복도를 걸었다.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시야가 흔들렸다.아니, 시야가 아니라 다리가 자꾸만 풀렸다.내 눈앞에 있던 광경이 떠올랐다.쾅.테이블 위로 내리꽂히던 -팔이 떨어져 나가고, 다리가 부서지고,원피스의 형상까지 산산조각 나던 피규어.그리고 피.이모의 손바닥에서 흘러내리던 붉은 피와 함께 이모는 울고 있었다.머릿속에 단 하나의 생각만 떠올랐다.규현 씨.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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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 입맞춤.

바늘을 멈췄다.조형이 끝났다.“하- 이제 도색만 남았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몰랐다.정신을 차렸을 땐 손이 욱신거리고 있었다.뒤늦게 기지개를 켜자, 한쪽에 둔 휴대폰이 눈에 들어왔다.액정을 켠 순간, 아찔했다.부재중 전화.-유진 씨.일곱 통이나 와 있었다.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시간을 확인했다.꽤 오래전이었다.순간 머릿속에 윤슬기 얼굴이 스쳤다.“설마 또 그 새끼가!”나는 곧장 통화 버튼을 눌렀다.신호음.받지 않았다.다시 걸었다.이번에도.“아…”심장이 점점 조여드는 거 같았다.나는 의자까지 밀쳐가며 벌떡 일어났다.현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문손잡이를 잡는 손에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철컥.문이 열렸다.그리고 그대로 멈췄다.복도 벽에 유진 씨가 기대어 쪼그려 앉아 있었다.얼굴은 팔 사이에 깊게 파묻혀 있었다.“…유, 유진 씨?”내 목소리에 유진 씨의 어깨가 아주 조금 움찔했다.천천히, 정말 천천히 고개가 들렸다.처음 보는 얼굴이었다.혼이 반쯤 빠져나간 사람 같은 눈.붉게 달아오른 뺨.“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그런데 유진 씨 눈이 내 얼굴을 보는 순간, 오히려 더 흐트러졌다.나는 손을 뻗으려다 멈칫했다.그 순간, 유진 씨가 말없이 두 손으로 내 뺨을 감쌌다.이상했다.늘 차가운 손이었다.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따뜻했다.그리고 그녀는 그대로 나를 끌어당겼다.입술이 닿았다.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줄 알았다.“…!”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물렸다.“유, 유진 씨…”그런데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오히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다시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이번엔 더 깊었다.서로의 숨이 얽혔다.나는 입술이 떨어진 순간에야 겨우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요?”내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유진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천천히 이마를 내 가슴에 기댔다.그리고 아주 작게, 거의 울음 같은 숨을 삼켰다.“미안해요… 미안해요오….”나는 멍하니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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