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모.” 목소리가 며칠 전과는 달랐다. ㅡ여보세요? 이모! 그때는 내가 놀라는 게 즐겁기라도 한 것처럼 밝았는데, 지금은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내 고개가 저절로 기울여졌다. “유진아.” “네.” “너 며칠 전에 이모 집에서 잤다며.” “……네.” “안방에서 잔 거 맞니?” “네.” 나는 의자 등받이에 천천히 몸을 기댔다. “왜?” “삼촌이 그래도 된다고 하셔서…….” 삼촌이라, 규현 씨가. 거슬렸다. “그래?” “네.” “유진아. 너는 안방이 뭔지 잘 모르니?” “…….” “옷도 마찬가지고.” “삼촌이 그래도 된다고 하셔ㅡ” “삼촌?” 휴대폰 너머가 조용해졌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삼촌이라고 하니?” “…아, 죄송해요.” 죄송해요. 나는 천천히 몸을 바로 세웠다. “김유진.” “네.” “묻잖아, 규현 씨가 삼촌이라고?” “아뇨.” “그런데 왜 그렇게 말해?” “네, 이모부…죠.” 테이블 위에 풀어놓은 내 머리카락을 바라봤다. “유진아.” “네.” “유진아?” “네….” “철이 없는 거니, 생각이 없는 거니?” “…….” “이모부가 친구들이랑 노는데 같이 어울린 거,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근데 자고 가라고 했다고 자고 가?” “……” “개념 좀 챙길래? 김.유.진.” “아뇨, 그때는… 죄송해요.” 왜 꼭 한 번씩 밟아줘야 정신들이 드는 건지. “됐다, 끊으렴.” “이모ㅡ” 난 유진이의 대꾸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곧장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대체 딸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뭐? 이러면서 형부 화물차?!” “채영아, 유진이가 철이 없어서 그래. 미안해.” 이번에도 전화를 거칠게 끊었다. “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진작 길바닥에 나앉았을 것들이.” 그래, 우리 식구 그 누구도 날 거스를 수 없다. 그래야만 한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9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