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자친구의 조카를 사랑했다.: Chapter 71 - Chapter 79

79 Chapters

72화 : 이규현.

도색이 끝난 피규어의 표면 위로 아직 마르지 않은 도료의 광택이 번들거렸다.벌써 해는 떴고, 난 여전히 채영을 기다리고 있었다.매듭은 내가 지어야만 했으니까.불현듯 채영을 처음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강남의 클럽.나와는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던 모습의 여자.“채영 씨는 내게 고마운 사람이었어.”그녀를 처음 만났던 날과 함께 번들거리는 피규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처음 무언가를 만들었던 어린 날이 떠올랐다.고무찰흙으로 빚었던 작은 얼굴.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21년 전 여름 장마철이었다.좁은 골목길 위로 빗물이 흘러내렸고,오래된 담벼락 여기저기에는 세월이 얼룩처럼 번져 있었다.나는 어머니 손에 이끌린 채 골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아버지는 말없이 뒤따라오고 있었다.어머니의 걸음이 멈추고, 고개를 들자 낡은 집이 보였다.회색 시멘트벽은 군데군데 갈라져 있었고,창문에는 누렇게 바랜 신문지가 반쯤 붙어 있었다.지금 생각하면 집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곳이었다.아니, 솔직해지자. 판잣집에 가까웠다.어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잠시 뒤, 안쪽에서 질질 끄는 발소리가 들렸다.끼익.문이 열리자, 냄새가 먼저 훅 끼쳤다.젖은 걸레를 오래 방치한 것 같은 냄새가.나는 본능적으로 숨을 조금 멈췄다.집 안은 어두웠다.낮인데도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여기저기 갈라진 싱크대에는 까맣게 눌어붙은 냄비들이 쌓여 있었고, 벽지는 축축하게 들떠 있었다.그때였다.천장 위에서 우다다닥 소리가 났다.나는 고개를 들었다.천장 안쪽에서 뭔가 뛰어다니고 있었다.할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들어와라.”나는 뒤를 돌아보았다.어머니는 이미 내 가방을 문 옆에 내려놓고 있었다.아버지는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할머니 손에 쥐여줬다.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나는 가만히 서서 부모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둘은 내 쪽을 보지 않았다.어머니는 머리카락만 귀 뒤로 넘겼고,아버지는 땅만 내려다보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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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 이규현(2)

채영의 몸이 문에서 천천히 무너지듯 기울었다.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쓰러지기 직전 그녀를 부축했다.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평소 반듯하던 머리칼도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처음 보는 모습이었다.늘 나보다 먼저 일어나 머리카락 한 올까지 정돈하던 사람이었다.채영은 술을 마셔도 늘 적당한 선에서 멈췄다.와인 반병. 혹은 위스키 두세 잔 정도.술에 취한 나를 데리고 돌아온 건 언제나 채영이었다.도색을 이어가며 마지막 말을 몇 번이나 되새겼다.고마웠다고, 사랑했다고.이제는 내 힘으로 살아가 보겠다고.그런데 채영을 마주하자, 말이 나오지 않았다.손에 감긴 붕대가 보였다.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작업하고 있었구나.”딸꾹질이 이어졌다.나는 눈을 깜빡였다.채영의 입에서 딸꾹질 소리를 듣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그 순간, 유진의 말이 떠올랐다.ㅡ꼴 보기 싫으니까 둘 다 꺼지래요.그래. 지금 눈앞의 모습이 유진이 했던 말의 방증인가.채영의 시선이 천천히 피규어로 향했다.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그리고 그녀가 작게 웃었다.“역시…”채영의 시선이 피규어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내가 아니었네.”그렇게 연습했던 말이 나오지 않았다.“…손은 왜 그래.”채영이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아, 이거?”피식 웃었다.“좀 다쳤어.”또 딸꾹질.“마음에 기스가 심하게 나서.”채영은 비틀거리며 제 어깨를 붙잡은 내 손을 떨쳐냈다.“유진이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거든.”“뭐?”“당신 건드렸다고 하더라.”“….”“얼마나 황당해야지.”채영이 웃었다.나는 그녀의 손을 다시 바라봤다.감긴 붕대가 엉성했다.병원에서 치료받은 거 같지 않았다.내가 조각칼에 손 베었을 때 정갈하게 치료해 줬던 사람이었는데.괜찮냐고 물어야 했는데 내 입술은 전혀 다른 말을 뱉어냈다.“…그래서 손이 그렇게 된 거야? 벽이라도 쳤어?”채영이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괜찮냐고 묻는 게 순서 아닐까?”“….”“아니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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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 이겼다고 믿었다.

지갑을 꺼내 들었다.곧장 블랙카드를 꺼내 망설임 없이 바닥에 던졌다.툭.“가져가.”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그래, 이제 끝이다.나는 뒤돌아 작업대 위 피규어를 상자에 조심스럽게 담았다.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았다.손끝에 끈적한 감각이 묻어났지만 그대로 상자 안에 밀어 넣었다.머릿속에서 누군가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이겼다.이겼다.이겼다.뒤에서 채영의 목소리가 들렸다.“…그건 왜 가져가.”손이 잠깐 멈췄다.그러나 곧 다시 움직였다.나는 상자를 닫으며 말했다.“내 손으로 만든 거야.”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난 멈추지 않았다.“당신 돈으로 산 재료여도 만든 건 나야. 왜, 퍼티값이라도 이체해 줘?”정적이 흘렀다.아주 짧은 침묵 끝에, 채영이 작게 웃었다.“…그래. 가져가.”나는 그대로 채영의 옆을 지나쳐 작업실 밖으로 걸어갔다.그리고 현관을 향해 걸어가던 순간이었다.“아, 규현 씨.”발걸음이 멈췄다.천천히 뒤를 돌아봤다.“…왜. 난 당신이랑 더 할 말 없ㅡ”나도 모르게 말이 끊겼다.그리고 순간, 뭔가 등골이 서늘해졌다.이상했다.조금 전까지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붙잡던 여자가 없다.채영은 평소처럼 서 있었다.아주 익숙한 얼굴로.딸꾹질도 멎어 있었다.“지갑이 닫히는 순간.”목소리가 뭔가 오싹했다.“그 고결한 예술은 허기가 되고.”채영의 시선이 상자를 향했다.“사랑은 비참한 구걸로 전락해.”“…뭐?”채영은 상자에서 시선을 올려 나를 바라봤다.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잊을 수 없었던, 사람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던 그 눈으로.“절대 잊을 수 없을 거야.”***나는 애써 채영의 마지막 말을 머릿속에서 밀어냈다.엘리베이터 버튼을 연달아 눌렀다.심장은 아직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정말 끝났다.나는 결국 저 집에서 나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나는 거의 뛰듯 공동현관 밖으로 걸어 나갔다.아침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휴대폰을 꺼냈다.유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ㅡ세상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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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 이긴 적이 없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나는 급하게 휴대폰을 꺼내 다시 전화를 걸었다.받지 않았다.입술이 천천히 굳었다.그 순간이었다.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난 황급히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난 거의 미친 사람처럼 주차된 차량의 앞 유리 너머 연락처를 확인했다.한 대, 두 대를 지나고 준중형 승용차 앞 유리 너머에 유진의 연락처가 있었다.그녀의 차였다.“…뭐야.”차는 있는데, 사람이 없다.그 순간, 머릿속에 어떤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채영.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곧장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이어졌다.“응.”너무 차분한 목소리에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내 목소리만 거칠게 울렸다.“유진 씨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고!”잠시 침묵이 이어졌다.그리고 수화기 너머에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등골이 천천히 서늘해졌다.“어처구니가 없네. 유진이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해. 멀쩡히 회사 출근한 애를.”“…뭐?”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멍하니 유진 차를 바라봤다.머릿속이 점점 엉키기 시작했다.무슨 소리야.도대체 유진 씨가 왜 출근을 해.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그때였다.“네 여자를 왜 나한테 찾는 거야?”“정말 당신이 뭔가 한 게 아니라고?”채영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차분했다.“그러니까, 내가 왜 그러냐고. 이규현 씨, 당신은 정말 날 몰랐군요?”그 순간이었다.나는 깨달았다.방금 전까지 작업실에서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붙잡던 여자와, 지금 전화기 너머의 여자가 전혀 다르다는 걸.아니.이쪽이 원래 얼굴이었다.“그리고 감히 나한테 소리를 질러?”가슴이 서늘해졌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달칵.전화가 끊겼다.나는 한동안 휴대폰을 귀에 댄 채 그대로 서 있었다.***밤을 또 새웠다.속이 울렁거렸다.그런데 차는 멈추지 않았다.운전대를 잡은 엄마는 계속 신난 목소리로 떠들어댔다.“이모가 진짜 너 많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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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 정원 밖으로. 정원 안으로

76화 : 정원 밖으로. 정원 안으로유진에게서는 끝내 연락이 오지 않았다.나는 모텔 침대 끝에 걸터앉은 채 휴대폰 화면만 내려다보고 있었다.아무 메시지도 없었다.전화도 없었다.시간만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좁은 모텔방 안은 싸구려 방향제 냄새로 가득했다.분홍빛 형광등은 이질적이었다.그래, 채영의 집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난 스스로를 계속 납득시키고 있었다.괜찮다.잠깐 꼬인 것뿐이다.유진 씨도 지금 정신이 없을 거다.곧 연락이 올 거다.나는 그렇게 계속 스스로를 설득했다.침대 옆에 내려뒀던 피규어 상자를 천천히 끌어왔다.불안했다.상자를 열었다.아직 덜 마른 도료 냄새가 희미하게 올라왔다.나는 조심스럽게 피규어를 꺼내 모텔 방 안 작은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도색이 번져 있었다.정말 조금. 하지만 분명히 번져 있었다.“…하.”상자 안에서 흔들리며 묻어난 거였다.나는 급하게 수정 도구를 찾으려다 멈췄다.없다.지금 이곳은 작업실이 아니다.조명도 도구도 없다.수정할 수 없었다.나는 한동안 피규어만 멍하니 바라봤다.“…유진 씨.”입술 사이로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그 순간이었다.후회가 스쳤다.ㅡ가서 완성해요.“그냥 그때 바로 떠날걸.”채영을 향해, 그녀를 향해 외치기 전에,유진 씨 손을 잡고 바로 나왔어야 했다.입술을 천천히 깨물었다.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래도 의미는 있었잖아.”한 번은 이겼다.적어도 마지막 순간 채영을 내려다봤다.그 기억 하나만으로도 이 답답함 속에서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었다.나는 다시 휴대폰 화면을 켰다.여전히 연락은 없었다.“회사에 출근했다고… 왜…”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유진 씨가 왜 다시 회사에 갔지.”왜.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하게 엉키기 시작했다.나는 얼굴을 쓸어내리다가 문득 주머니 안쪽에 손을 넣었다.딱딱한 종이 감촉이 손끝에 걸렸다.사채업자 명함이었다.나는 멍하니 그걸 내려다봤다.그리고 불현듯 어떤 생각 하나가 머릿속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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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 정원 밖으로. 정원 안으로(2)

ㅡ규현 씨는 아무 잘못 없어요.나는 말없이 의자에 몸을 기댔다.그리고 천천히 손끝으로 책상을 두드렸다.톡톡톡.스스로 지웠던 기억이 떠오르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그때 그 일’ 이후로 난 유진이를 내 시야 밖에 일부러 뒀다.그리고 적당한 보상을 유진이의 엄마에게 쥐여줬다.그 증거로 유진이는 알바 하나 하지 않고 서울에서 대학 다니고 공시생으로 굴러먹을 수 있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용돈이라며 유진이에게 매달 돈을 보내주기도 했지만.그리고 유진이는 특출난 모습을 보이는 아이가 아니었다.음, 그래.유진이 엄마에게 들은 것으로는 그냥 멍청한 조카에 가까웠다.다른 남자 조카들처럼.소리 지르면 주눅 들고, 조금만 잘해줘도 금방 손을 벌리려고 하고.공짜는 세상에 없다는 걸 모르는 애들.그 정도로 생각해서 종종 화를 냈다.그저, 남자 조카들에게 했던 것처럼.누가 위에 있고 누가 아래 있는지.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하니까.뭐, 뭔가를 알려주기에도 멍청한 머리가 따라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내 배 아파 낳은 것도 아닌데, 유진이는 나를 닮아 있었다.”나는 고개를 천천히 뒤로 기댔다.“처음엔 그냥 흥미롭고 궁금했어.”뭐가 그렇게 흥미로웠을까.뭐가 그렇게 궁금해졌을까.그래, 내 머릿속에 그 이유가 스쳤다.‘혹시, 나만 그런 게 아닌 건가.’그 생각이 들던 순간부터였다.유진도 나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나로 끝날 수 있는 이 위태로운 시스템이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손끝이 다시 책상을 두드렸다.톡톡 - 톡.규현 씨 얼굴이 떠올랐다.작업실에서 날 내려다보던 눈.처음이었다.그 사람이 날 내려다봤던 건.그리고 아무 감정도 없었다.전부 연기였으니까.“유진아, 규현 씨는 망가질 거야.”담담하게 중얼거렸다.여전히 내겐 화도, 원망도 없었다.이미 전개와 결말을 알고 있는 설계자의 태도 정도.“정원 밖의 야생에게.”규현 씨는 아직 모른다.자유가 얼마나 비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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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 놓을 수 없다.

“씻고 나올게요. 바로 출발해요.”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곧 욕실 문이 닫히고 희미하게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쏴아아.나는 침대 끝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리고 문득 고개를 돌렸다.테이블 위에 놓인 피규어가 보였다.도색이 살짝 번져 있었다.규현 씨가 얼마나 급하게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가슴이 먹먹해졌다.“나만 입 다물면 돼.”나는 천천히 무릎 위에 손을 올렸다.그런데 문득, 아주 이상한 생각 하나가 머릿속을 스쳤다.아이.심장이 뛰었다.나는 스스로도 놀란 얼굴로 숨을 멈췄다.‘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그런데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만약, 정말 만약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면 -그러면 이모도 함부로 못 하지 않을까.정말 가족이 되어버리면.아이라는 결속으로 정말 끊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리면.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나는 급하게 얼굴을 감쌌다.무서웠다.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그런데도. 그 생각이 계속 자라나고 있었다.ㅡ욕실 문이 열렸다.희미한 김이 함께 흘러나왔다.젖은 머리칼 사이로 물방울이 천천히 턱선을 타고 떨어졌다.나는 침대 끝에 앉은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심장이 이상할 정도로 빨리 뛰고 있었다.규현 씨는 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털며 작게 웃었다.“기다렸죠? 가요.”나는 대답하지 못했다.규현 씨가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왔다.그리고 그 순간,나는 황급히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유진 씨?”규현 씨 눈동자가 흔들렸다.나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그래, 무서웠다.조금만 늦었어도 여기 오지 못했을 것 같아서.조금만 더 현실에 붙잡혀 있었으면,정말 다시는 이 사람에게 닿지 못했을 것 같아서.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나는 천천히 규현 씨를 끌어당겼다.규현 씨 몸이 침대 위로 무너지듯 눕혀졌다.놀란 얼굴이었다.그러나 밀어내지 않았다.늘 그랬듯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나는 그 위에 엎드리며 그의 얼굴을 손끝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따뜻했다.그래, 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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