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전.은서율은 침실에서 옷을 고르다가 최태혁을 돌아봤다.“주인님, 오늘 어디 가는지 정말 안 알려주실 거예요?”태혁은 시계를 착용하며 웃었다.“응. 도착하면 알아.”“그럼 옷은 어떻게 입어요?”“예쁘게 입으면 돼. 많이 걷지는 않을 거야.”서율은 잠시 고민하다 연분홍색 니트 원피스를 꺼냈다. 허리선을 살려주는 디자인에 짙은 갈색 롱부츠를 신고, 크림색 코트를 걸쳤다.태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잘 어울린다.”“장소도 모르고 꾸민 건데요?”“어디를 가든 예쁠 거야.”서율은 웃으며 그의 팔짱을 꼈다.“그럼 출발할까요, 주인님?”오전 11시 32분.차가 도착한 곳은 서울의 한 복합문화공간이었다.건물 입구에는 작은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나만의 향을 만드는 시간 — 프라이빗 조향 클래스》서율은 눈을 크게 떴다.“어머, 향수 만들러 온 거예요?”“응.”“제가 좋아하는 게 있는 곳이라고 하셨잖아요.”“향수 좋아하잖아.”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하죠. 그런데 직접 만들어보는 건 처음이에요.”태혁은 예약 확인을 마치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향을 직접 골라봐.”오전 11시 48분.작업실에는 작은 유리병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조향사는 두 사람에게 향의 계열을 설명했다.시트러스, 플로럴, 우디, 머스크.서율은 시향지에 향을 묻혀 하나씩 확인했다.“이건 너무 달아요.”태혁이 물었다.“어떤 향인데?”“바닐라요. 조금만 들어가면 좋겠는데 많이 넣으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다음으로 맡은 것은 화이트 티 향이었다.서율의 표정이 밝아졌다.“이건 좋아요.”“왜?”“깨끗하고 차분한 느낌이에요.”태혁은 그녀가 고른 시향지를 받아 들었다.“너한테 잘 어울리네.”서율은 장난스럽게 웃었다.“주인님은 어떤 향 좋아하세요?”“나는 우디 계열.”“역시요.”“역시?”“주인님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오후 12시 26분.두 사람은 각자 향을 조합하기 시작했다.서율은 화
Last Updated : 2026-10-3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