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은서율은 작은 도서관에 놓인 접이식 의자 두 개를 바라봤다.어제까지만 해도 하나는 무대 소품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태혁의 관객석이었다.그런데 오늘은 그 두 번째 의자가 뜻밖의 용도를 갖게 되었다.“주인님, 저 오늘 외출 좀 할게요.”태혁이 고개를 들었다.“어디 가?”“연극 소품 대여 업체요.”“갑자기?”“어제 의자 움직여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무대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보기만 예뻐서는 안 된다는 거.”서율은 수첩을 펼쳤다.“배우가 앉을 때 소리가 나는지, 옮기기 편한지, 조명 아래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도 확인하려고요.”태혁은 웃었다.“그럼 나도 같이 가자.”“주인님 오늘 회의 없으세요?”“오후에 온라인으로 하나. 그전에는 시간 있어.”서율은 그의 팔을 잡았다.“좋아요. 대신 오늘은 제가 고를 거예요.”“알겠습니다, 작가님.”오전 11시 24분.두 사람은 공연 소품을 대여하는 창고형 매장에 도착했다.높은 선반마다 의자와 탁자, 오래된 전화기, 액자, 조명기구가 정리되어 있었다.서율은 낡은 나무 의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이거 괜찮다.”태혁이 의자를 살펴봤다.“생각보다 무거워 보이는데?”“한번 앉아볼게요.”서율이 의자에 앉자 작은 삐걱거림이 들렸다.그녀는 눈썹을 찌푸렸다.“이건 안 되겠어요.”“왜? 오래된 도서관 분위기랑 잘 어울리는데.”“배우가 앉을 때마다 소리가 나면 대사가 묻힐 수도 있잖아요.”서율은 다른 의자를 살펴봤다.이번에는 등받이가 낮고 다리가 단단한 제품이었다.앉아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이쪽이 낫네요.”태혁이 물었다.“그럼 이걸 빌릴 거야?”“아직요. 오늘은 후보만 정하려고요.”서율은 제품 번호와 대여료를 적었다.오후 12시 17분.창고 안쪽에는 오래된 도서관 반납함도 있었다.서율은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짙은 갈색 나무 상자.앞면에는 작은 투입구가 있었다.“주인님, 이것 좀 보세요.”태혁이 다가왔다.“반납함?”“네. 실제로 열어볼 수 있나 봐요.”
Last Updated : 2026-10-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