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Chapter 781 - Chapter 790

817 Chapters

《780화. 주인님, 오늘은 제 편을 들어주세요》

목요일 오전 9시 36분.은서율은 작업실에서 한 통의 메일을 읽고 있었다.《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초청 낭독회를 준비하는 제작팀에서 보낸 것이었다.메일에는 공연 홍보용 소개 문구와 함께 새로운 제안이 담겨 있었다.낭독회 종료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하려 합니다. 작가님께서 직접 작품의 결말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서율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관객과의 대화 자체는 괜찮았다.문제는 결말을 설명해달라는 부분이었다.차보배가 왜 20년 전 편지에 답하지 않았는지, 서이강과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될 것인지까지 명확하게 밝혀달라는 요청이었다.서율은 한참 메일을 바라보다 답장을 작성했다.관객과의 대화에는 참여하겠습니다. 다만 결말 이후의 관계를 하나의 정답으로 설명하는 방식은 피하고 싶습니다.메일을 보내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그때 작업실 문이 열렸다.“서율아.”최태혁이었다.“주인님.”“점심 전에 잠깐 나갈 건데 필요한 거 있어?”서율은 남편을 바라봤다.“주인님, 저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응.”“제가 쓴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결말을 정확히 알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태혁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어떤 결말인데?”서율은 제작팀에서 보내온 메일을 보여줬다.태혁은 내용을 읽고 잠시 생각했다.“네가 설명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는 거네.”“네. 보배가 이강한테 차를 마시자고 제안하는 데서 끝나는 게 좋거든요.”“그럼 그렇게 말하면 되지.”“그런데 관객들이 답답해하면요?”태혁은 그녀를 바라봤다.“그것도 관객의 반응이지. 네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필요는 없잖아.”서율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주인님은 제 편이시네요.”“무조건 네 편을 들겠다는 건 아니야.”“어머.”태혁은 웃었다.“대신 네가 왜 그렇게 썼는지 들었으니까 그 선택을 존중하는 거지.”서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오후 1시 18분.서율은 제작팀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연출 담당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작가님, 결말을 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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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화. 오늘 밤은 우리 둘만의 이야기》

금요일 오전 9시 12분.은서율은 작업실 책상 앞에 앉아 달력을 확인했다.다음 주에는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초청 낭독회 준비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수정 대본은 이미 전달했고, 남은 것은 최종 리허설 일정과 관객과의 대화 진행 방식을 확인하는 일이었다.서율은 해야 할 일을 메모하다가 펜을 멈췄다.어젯밤 최태혁과 한 약속이 떠올랐다.오늘 저녁에는 일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서율은 달력의 금요일 칸에 작은 하트를 그렸다.오후 6시 이후, 원고 이야기 금지.잠시 뒤 휴대전화가 울렸다.태혁이었다.“네, 주인님.”“서율아. 오늘 저녁 약속 기억하지?”“당연하죠.”“일은 몇 시까지 할 거야?”“5시 30분까지요.”“좋아. 나도 그때까지 마무리할게.”서율은 장난스럽게 물었다.“주인님, 혹시 제가 약속 어기면 벌칙 있어요?”“있지.”“뭔데요?”“오늘 저녁 메뉴 결정권 박탈.”서율은 웃음을 터뜨렸다.“그건 너무 가혹한데요?”“그러니까 약속 지켜.”“알겠어요, 주인님.”오후 5시 47분.서율은 노트북을 닫고 작업실 불을 껐다.계단을 내려가자 거실에서 태혁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편안한 검은색 니트와 회색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은서율.”“네, 주인님.”“6시 전에 내려왔네.”“저 약속 잘 지키거든요.”태혁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그럼 오늘 저녁은 네가 골라.”서율은 그의 손을 잡았다.“밖에서 먹어요?”“원하면.”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오늘은 집에서 먹고 싶어요.”“뭐 먹을까?”“주인님이 좋아하는 스테이크요. 대신 샐러드는 제가 만들게요.”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두 사람은 나란히 주방으로 향했다.오후 7시 16분.저녁 식사를 마친 서율은 접시를 식기세척기에 넣고 있었다.태혁은 와인잔 두 개를 꺼냈다.“서율아.”“네?”“오늘은 거실 말고 다른 데서 마실까?”“어디요?”“작은 도서관.”서율은 눈을 가늘게 떴다.“주인님, 거기 가면 저 또 책 이야기할지도 몰라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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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2화. 주인님, 오늘은 계획을 바꿔요》

토요일 오전 9시 26분.은서율은 침실 커튼을 걷다가 창밖을 내려다봤다.전날 밤부터 내리던 비가 그쳤다. 젖은 도로 위로 햇빛이 비치고 있었지만, 하늘에는 아직 먹구름이 남아 있었다.“주인님, 비 그쳤어요.”침대에 앉아 책을 읽던 최태혁이 고개를 들었다.“그러네.”“오늘 어디 나가실래요?”“오후에 공연 하나 보려고 했는데.”서율이 돌아섰다.“공연이요?”“응.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소극장 공연.”“예약하셨어요?”“아직. 네가 괜찮으면 현장에 가서 표를 알아보려고.”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좋아요. 그런데 공연 보기 전에 다른 데 먼저 가요.”“어디?”“오래된 시장이요.”태혁이 책을 덮었다.“갑자기 시장은 왜?”“어제 주인님이 오래된 도시 골목 걷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멀리 여행 가기 전에 가까운 데부터 가보려고요.”태혁은 미소 지었다.“좋은 생각이네.”서율은 옷장으로 향했다.“그럼 오늘은 제가 길 안내할게요.”“길은 알아?”“지금부터 알아보면 되죠.”태혁은 웃음을 터뜨렸다.“은서율. 벌써 불안한데.”오전 11시 18분.두 사람은 오래된 재래시장 입구에 도착했다.좁은 골목 양쪽으로 반찬 가게와 과일 가게, 오래된 철물점이 늘어서 있었다.서율은 베이지색 숏코트에 검은색 플리츠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태혁은 짙은 회색 코트 차림이었다.“주인님, 여기 생각보다 크네요.”“그러게.”서율은 시장 안내도를 살폈다.“안쪽에 오래된 시계 수리점도 있대요.”태혁이 그녀를 바라봤다.“시계 수리점?”“네. 한번 구경해보고 싶어요.”“네 소설 때문에?”서율은 웃었다.“오늘은 일 이야기 금지 아니잖아요.”“어제 약속은 어제까지였지.”“그렇죠.”두 사람은 골목 안쪽으로 걸어갔다.그런데 시계 수리점 앞에 도착했을 때 서율은 걸음을 멈췄다.가게 유리문에는 작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휴업합니다.“어머.”서율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오늘은 문을 안 여네요.”태혁은 안내문을 확인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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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3화. 주인님, 오늘은 제가 모르는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일요일 오전 9시 38분.은서율은 침실에서 머리를 말리다가 최태혁이 여행 가방을 꺼내는 모습을 발견했다.“주인님?”“응?”“어디 가세요?”태혁은 작은 검은색 가방에 옷을 넣고 있었다.“나가려고.”“출장이요?”“아니.”서율은 드라이어를 끄고 남편에게 다가갔다.“그럼 여행 가세요?”“응.”“누구랑요?”태혁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내 아내랑.”서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저요?”“어제 네가 부탁했잖아. 네가 모르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어머, 그걸 진짜 준비하셨어요?”“오늘 하루 일정 비워뒀어. 너도 괜찮으면 같이 가자.”서율은 잠시 남편을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렸다.“주인님, 이런 건 미리 말씀해주셔야죠!”“그러면 네가 아는 곳이 되잖아.”“그건 그렇지만요.”태혁은 가방을 닫았다.“가기 싫어?”서율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20분만 주세요.”“천천히 준비해.”서율은 드레스룸으로 향하다 돌아섰다.“그런데 주인님.”“응?”“정말 아무것도 안 알려주실 거예요?”태혁이 웃었다.“오늘은 내 안내를 받아.”오전 11시 16분.차는 서울을 벗어나 한적한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서율은 조수석에서 창밖을 바라봤다.낮은 산과 겨울 들판이 이어졌다.“주인님, 우리 어디까지 가요?”“조금만 더.”“그 말씀 아까도 하셨어요.”“아직 도착 안 했으니까.”서율은 팔짱을 꼈다.“최태혁 씨, 비밀 유지 능력이 상당하시네요.”태혁은 웃으며 방향지시등을 켰다.“칭찬으로 들을게.”잠시 뒤 차는 강가에 자리한 작은 마을로 들어섰다.낮은 돌담과 오래된 기와집이 이어졌고, 마을 끝에는 강을 따라 나무 데크길이 놓여 있었다.서율은 창밖으로 몸을 기울였다.“여기 어디예요?”“충북 쪽에 있는 작은 강변 마을이야.”“주인님은 어떻게 아셨어요?”“예전에 일 때문에 근처를 지나간 적이 있어. 그때 다시 와보고 싶었거든.”태혁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오늘은 여기서 천천히 걸어보자.”서율은 안전벨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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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4화. 주인님, 그건 제가 가르쳐드릴게요》

월요일 오전 9시 24분.은서율은 작업실에서 낭독회 대본을 확인하다가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어제 최태혁과 약속한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남편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함께 해보기로 했다.서율은 검색창에 몇 가지 체험을 입력했다. 도자기 만들기, 향수 제작, 목공, 요리 수업까지 살펴봤지만 대부분 이미 함께 경험한 것들이었다.그러다 화면에 나타난 한 가지 수업을 발견했다.‘성인 취미 발레 원데이 클래스.’서율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이건 안 해보셨겠지?”그녀는 곧바로 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주인님.”“응, 서율아.”“이번 주에 저랑 새로운 거 하나 해보실래요?”“뭔데?”“비밀이에요.”수화기 너머로 짧은 웃음이 들렸다.“어제 내가 했던 거 그대로 돌려주는 거야?”“네. 아주 공평하죠?”“위험한 건 아니지?”“주인님, 저를 못 믿으세요?”“네가 그렇게 말할 때가 제일 의심스러워.”서율은 웃음을 터뜨렸다.“운동복만 준비하세요.”“운동복?”“네. 그리고 마음의 준비도요.”오후 2시 16분.태혁은 서율이 보내준 주소를 확인하고 건물 앞에 차를 세웠다.간판을 올려다본 그의 표정이 묘해졌다.‘성인 발레 스튜디오.’“은서율.”“네, 주인님.”“설마 발레야?”서율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내가?”“저랑 같이요.”태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서율이 그의 팔을 잡았다.“주인님, 못하시겠어요?”“못할 건 없는데.”“그럼 들어가요.”“너는 해봤어?”“대학교 때 교양 수업으로 조금요.”태혁이 그녀를 내려다봤다.“그러니까 너한테 유리한 걸 골랐네.”서율은 뻔뻔하게 웃었다.“오늘은 제가 선생님이에요.”오후 2시 38분.스튜디오 안에는 커다란 거울과 긴 바가 설치돼 있었다.강사는 두 사람에게 기본 자세부터 설명했다.“발끝을 억지로 바깥쪽으로 돌리지 마시고, 편하게 설 수 있는 범위에서 시작하겠습니다.”서율은 양손을 허리에 올리고 자세를 잡았다.태혁도 옆에서 따라 했다.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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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5화. 최태혁 씨, 오늘은 제가 이겼어요 》

화요일 오전 8시 42분.은서율은 침대에서 일어나려다 다시 주저앉았다.“아야…….”어제 발레 수업을 받은 여파였다.종아리와 허벅지가 뻐근했다. 평소 걷기 운동은 꾸준히 했지만, 발레에서 사용하는 근육은 확실히 달랐다.서율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다리를 천천히 움직였다.그때 욕실에서 나온 최태혁이 그녀를 발견했다.“왜 그래?”“주인님, 저 근육통 왔어요.”태혁은 그녀의 앞에 섰다.“많이 아파?”“계단 내려가는 게 걱정될 정도요.”태혁이 웃음을 참았다.“어제 그렇게 신나게 하더니.”서율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주인님은 안 아프세요?”“아프지.”“그런데 왜 멀쩡하게 걸으세요?”“아프다고 계속 앉아 있을 순 없잖아.”서율은 남편을 빤히 바라봤다.“주인님, 솔직히 말씀해보세요.”“뭘?”“지금 참고 계시죠?”태혁은 대답 대신 침대 옆에 놓인 슬리퍼를 그녀 앞으로 밀어줬다.“천천히 내려와. 아침 준비해둘게.”서율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분명 아프신데.”오전 10시 18분.서율은 작업실에서 낭독회 최종 진행표를 확인하고 있었다.차보배와 서이강의 대사를 읽을 배우들이 참석하는 리허설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었다.제작팀에서는 객석 뒤편에서도 책갈피 모양이 구분되도록 소품을 수정했다는 사진을 보내왔다.서율은 사진을 확인하고 승인 답장을 보냈다.그런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허벅지가 당겼다.“으으…….”그녀는 책상을 짚고 천천히 일어났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태혁이었다.계단 조심해서 내려와. 점심 같이 먹자.서율은 웃으며 답장했다.주인님, 저 생각보다 심각해요.얼마나?오늘은 공주님 대접받아야 할 정도요.잠시 뒤 답장이 왔다.공주님도 계단은 직접 내려오셔야 합니다.서율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최태혁 씨, 너무하시네.”오후 1시 27분.점심을 먹은 뒤 서율은 거실에서 노트북을 펼쳤다.태혁은 맞은편에서 컨설팅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조용히 일하던 중, 서율이 갑자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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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6화. 주인님, 이번에는 제가 도전받는 거예요?》

수요일 오전 8시 47분.은서율은 식탁에 앉아 토스트를 먹다가 최태혁이 건네는 봉투를 받았다.“이게 뭐예요?”“어제 약속한 거.”“무슨 약속이요?”“다음 대결은 내가 종목 정하기로 했잖아.”서율은 토스트를 내려놓았다.“벌써 준비하셨어요?”“응. 열어봐.”봉투 안에는 작은 카드가 들어 있었다.제2회 부부 대결.종목: 상대방의 취향 맞히기.제한 시간: 오후 8시까지.서율은 카드를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주인님, 이건 제가 유리한데요?”“그렇게 생각해?”“당연하죠. 제가 주인님을 얼마나 잘 아는데요.”태혁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그럼 오늘 확인해보자.”“상품은요?”“이긴 사람이 주말 데이트 장소를 정하기.”서율은 미소 지었다.“좋아요. 대신 서로 모르는 질문을 내기 없어요.”“당연하지.”태혁은 그녀의 접시에 딸기 한 조각을 올려놓았다.“자신 있지?”“주인님, 후회하지 마세요.”오후 1시 32분.서율은 작업실에서 낭독회 관련 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최종 리허설 시간이 확정됐고, 관객과의 대화 진행 순서도 정리돼 있었다.그런데 원고를 검토하는 내내 아침에 받은 카드가 신경 쓰였다.태혁은 분명 자신이 유리한 대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결혼한 지 10년이었다.서율은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부터 싫어하는 향, 잠들기 전 습관까지 대부분 알고 있었다.“이번에도 제가 이기겠는데요?”그녀는 혼잣말을 하며 웃었다.그때 태혁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오늘 저녁 8시. 거실에서.서율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도전장을 정식으로 접수합니다, 최태혁 씨.잠시 뒤 짧은 답장이 왔다.기대할게, 은서율.오후 7시 58분.거실 테이블 위에는 흰색 카드 10장이 놓여 있었다.태혁은 카드 5장을 서율에게 건넸다.“서로 상대방에 관한 질문을 5개씩 적는 거야.”“정답은요?”“질문 낸 사람이 따로 적어두고.”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두 사람은 각자 카드를 작성했다.첫 번째 질문은 태혁이 냈다.“내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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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7화. 주인님, 제 이름이 빠졌어요》

목요일 오전 10시 17분.은서율은 작업실에서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초청 낭독회 홍보 시안을 확인하고 있었다.공연 제목 아래에는 출연 배우와 연출자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극본을 쓴 자신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서율은 화면을 확대했다.포스터 하단의 작은 글씨까지 살폈지만 결과는 같았다.“어머, 이게 뭐야?”그녀는 제작팀에 곧바로 연락했다.“안녕하세요. 보내주신 홍보 시안 확인했는데요. 극본을 쓴 제 이름이 빠져 있어서요.”담당자는 잠시 당황한 듯했다.“아, 작가님. 디자인 과정에서 누락된 것 같습니다.”“수정 가능하겠죠?”“네. 그런데 현재 시안은 거의 확정된 상태라 이름을 넣으려면 전체 배치를 조금 조정해야 합니다.”서율은 눈썹을 찌푸렸다.“그건 필요한 수정 아닌가요?”“물론입니다.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통화를 마친 서율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단순한 실수일 수 있었다.하지만 작품을 쓴 사람의 이름이 빠진 홍보물이라니.그녀로서는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오전 11시 42분.최태혁은 서류를 가지러 작업실에 들렀다가 서율의 표정을 살폈다.“무슨 일 있어?”“주인님, 이것 좀 보세요.”서율은 홍보 시안을 보여줬다.태혁은 화면을 읽다가 물었다.“극본 표기가 없네?”“네. 제 이름이 통째로 빠졌어요.”“제작팀에서는 뭐래?”“디자인 과정에서 누락됐대요. 수정하려면 배치를 바꿔야 한다고 하고요.”태혁은 잠시 화면을 살폈다.“이미 외부에 공개됐어?”“아직이요. 내부 검토용이에요.”“그럼 지금 바로잡으면 되겠네.”서율은 팔짱을 꼈다.“그런데 제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처럼 보일까 봐요.”태혁은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서율아. 이건 감정 문제가 아니라 제작 정보의 정확성 문제야.”“그렇죠?”“응. 이름을 넣는 게 특별 대우는 아니잖아.”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태혁은 모니터를 가리켰다.“다만 수정 요청은 기록으로 남겨. 나중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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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화. 주인님, 오늘은 관객석에 앉아 계세요》

금요일 오전 9시 18분.은서율은 드레스룸 거울 앞에서 검은색 슬랙스와 아이보리색 블라우스를 맞춰보고 있었다.오늘은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초청 낭독회를 앞둔 최종 리허설이 있는 날이었다.최태혁은 침실 문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봤다.“오늘은 일찍 나가네.”“네. 무대 동선까지 확인해야 해서요.”“몇 시에 끝나?”“오후 4시쯤이요.”서율은 귀걸이를 착용하다 남편을 돌아봤다.“주인님,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오후에는 비어 있는데.”“그럼 저랑 같이 가실래요?”태혁이 눈썹을 올렸다.“리허설에?”“네. 객석에서 한번 봐주셨으면 좋겠어요.”“내가 연극 전문가는 아니잖아.”“그래서 부탁드리는 거예요.”서율은 가방을 챙기며 덧붙였다.“처음 보는 관객 입장에서 어떤 장면이 잘 보이는지 궁금하거든요.”태혁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대신 제작팀에 외부 참관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해.”“이미 허락받았어요.”태혁이 웃었다.“준비가 철저하네.”“오늘은 제가 주인님 모시는 날이니까요.”오후 1시 42분.소극장에 도착한 서율은 무대 앞에서 연출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눴다.무대에는 테이블 1개와 의자 1개만 놓여 있었다.서율이 처음부터 고집했던 구성이었다.차보배와 서이강의 대화가 중심인 작품이기에 다른 소품으로 시선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았다.“작가님, 책갈피도 수정했습니다.”담당자가 나뭇잎과 별 모양 책갈피를 보여줬다.서율은 손끝으로 가장자리를 확인했다.“좋네요. 모서리도 부드러워졌고요.”“뒤쪽 객석에서도 형태가 구분되는지 확인하겠습니다.”그때 태혁이 객석으로 들어왔다.서율은 그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주인님, 여기요.”태혁은 객석 중앙에 앉았다.“나는 여기서 보면 돼?”“네. 오늘은 끝날 때까지 관객이세요.”“질문도 하면 안 돼?”서율은 웃었다.“끝나고 하세요.”오후 2시 16분.리허설이 시작됐다.배우들은 대본을 들고 무대에 섰다.차보배 역의 배우는 편집자로서 오랜 세월 책을 다뤄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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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화. 주인님, 오늘은 저를 데리러 오지 마세요》

토요일 오전 9시 18분.은서율은 드레스룸에서 짙은 남색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허리선이 단정하게 잡힌 디자인에 진주 귀걸이를 더하자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완성됐다.최태혁은 침실 문에 기대어 아내를 바라봤다.“오늘 어디 가?”“약속 있어요.”“누구랑?”“비밀이에요.”태혁이 눈썹을 올렸다.“은서율. 요즘 비밀이 많네.”서율은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발랐다.“주인님도 저 몰래 여행 준비하셨잖아요.”“그거랑 같은 거야?”“비슷하죠.”태혁은 그녀에게 다가와 목걸이 잠금장치를 채워줬다.“몇 시쯤 돌아와?”“저녁 7시 전에는요.”“데리러 갈까?”서율은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제가 혼자 돌아올게요.”“알겠어. 늦어지면 연락하고.”서율은 돌아서서 남편의 넥타이를 매만지는 시늉을 했다.“주인님, 오늘은 저 기다리지 말고 하고 싶으신 거 하세요.”“정말?”“네. 저 없는 시간도 즐기셔야죠.”태혁은 웃었다.“그럼 마음껏 즐겨볼까?”“너무 즐기시면 안 되고요.”“은서율.”“농담이에요.”오전 11시 06분.서율이 도착한 곳은 도심의 작은 사진관이었다.며칠 전 예약한 개인 프로필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새로운 작가 소개 사진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소설가 은서율이 아니라 평범한 30대 여성으로서의 모습이었다.사진사는 준비된 배경을 보여줬다.“작가님, 오늘은 어떤 분위기로 찍을까요?”“너무 정형화된 프로필 말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요.”“웃는 사진도 괜찮으세요?”“네. 그런데 일부러 웃으라고 하지는 말아주세요.”사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촬영이 시작됐다.서율은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봤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표정이 조금씩 풀렸다.“좋습니다. 이번에는 창가 쪽을 바라봐주세요.”서율은 고개를 돌렸다.창밖에는 겨울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셔터 소리가 이어졌다.오후 1시 24분.촬영을 마친 서율은 사진을 확인했다.단정하게 웃는 모습도 있었고, 생각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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