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오전 9시 18분.은서율은 작업실에서 낭독회 진행표를 확인하다가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최태혁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오늘 오후 5시에 외부 미팅 끝나. 저녁은 집에서 먹자.서율은 잠시 생각하다 답장을 보냈다.주인님, 오늘은 제가 데리러 갈게요.곧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서율아, 갑자기?”“왜요? 제가 데리러 가면 안 돼요?”“그런 뜻이 아니라, 미팅 장소가 네가 있는 곳에서 좀 멀어.”“알아요. 그래서 제가 가려고요.”태혁은 웃었다.“무슨 일 있어?”“아니요. 그냥 주인님 퇴근하는 모습 보고 싶어서요.”“내가 무슨 신입사원도 아니고.”“그럼 전업 작가 아내가 남편 마중 나가는 건 안 되나요?”“되지.”“그럼 주소 보내주세요.”태혁은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알겠어. 대신 운전 조심하고.”“네, 주인님.”전화를 끊은 서율은 의자에 기대 웃었다.결혼 전에는 태혁이 자신을 기다리는 날이 많았다.원고 마감에 쫓기던 자신을 데리러 오거나, 늦은 약속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곤 했다.오늘은 그 반대였다.오후 4시 46분.서율은 약속 장소 근처의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미팅이 진행되는 건물은 유리 외벽으로 된 사무실 건물이었다.그녀는 차에서 내려 1층 로비로 향했다.태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주인님, 저 도착했어요. 천천히 나오세요.잠시 뒤 답장이 왔다.생각보다 일찍 왔네. 1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서율은 로비의 의자에 앉았다.사람들이 하나둘 건물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서류 가방을 든 사람, 통화하며 빠르게 걷는 사람,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서율은 문득 예전의 태혁을 떠올렸다.정장을 입고 회의실을 오가던 남편의 모습이었다.지금은 전략 자문 일을 필요한 만큼만 맡고 있었지만, 일할 때의 태도는 여전했다.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태혁이 다른 참석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 나왔다.짙은 회색 코트 안으로 흰 셔츠와 검은 슬랙스가 보였다.서율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역시 잘
Last Updated : 2026-11-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