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Chapter 791 - Chapter 800

817 Chapters

《790화. 주인님, 오늘은 조금 질투하셔도 돼요》

일요일 오전 10시 23분.은서율은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로 사진을 확인하고 있었다.어제 촬영한 프로필 사진의 1차 보정본이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남색 원피스를 입고 정면을 바라보는 사진, 창가에 앉아 옆모습을 드러낸 사진, 자연스럽게 웃는 사진까지 총 6장이었다.서율은 그중 2장을 골라 최태혁에게 보여줬다.“주인님, 어느 쪽이 더 예뻐요?”태혁은 사진을 번갈아 살폈다.“왼쪽.”“왜요?”“표정이 자연스러워.”“오른쪽은요?”“조금 긴장한 것 같아.”서율은 눈을 가늘게 떴다.“주인님, 저 사진에서는 꽤 도도하게 나왔는데요?”“도도한 척하는 거지.”“어머.”태혁은 웃으며 휴대전화를 돌려줬다.“왼쪽이 더 너다워.”서율은 사진을 다시 살폈다.“그럼 이걸로 작가 프로필 바꿔야겠어요.”그때 휴대전화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서율은 내용을 읽다가 피식 웃었다.태혁이 물었다.“무슨 일이야?”“사진사님이요. 어제 촬영하면서 제가 표정이 좋았다고 하시네요.”“그래?”“다음에 개인 화보도 찍어보라고 추천하셨어요.”태혁은 커피잔을 들었다.“마음에 들면 해봐.”서율은 남편을 빤히 바라봤다.“주인님.”“응?”“질투 안 하세요?”태혁이 고개를 들었다.“뭘?”“다른 남자가 저 예쁘다고 했잖아요.”태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웃었다.“사진사가 사진 잘 나왔다고 한 거잖아.”“그래도요.”“은서율. 지금 나 질투시키려고 하는 거지?”서율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들켰다.오후 12시 41분.두 사람은 집 근처의 작은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서율은 크림색 블라우스에 짙은 회색 미디스커트를 입고, 머리를 느슨하게 묶었다.식사를 마칠 무렵 태혁이 물었다.“아까 사진사한테 답장했어?”“네. 사진 마음에 든다고요.”“잘했네.”서율은 포크를 내려놓았다.“주인님,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세요?”태혁은 그녀를 바라봤다.“뭐가 그렇게 신경 쓰여?”“아니, 보통 남편들은 아내가 다른 남자한테 칭찬받으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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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화. 주인님, 사진 속에 제가 없어요》

월요일 오전 10시 24분.은서율은 외출 준비를 마친 뒤 현관에서 최태혁을 기다렸다.“주인님, 필름 챙기셨어요?”“응. 가방에 넣었어.”“혹시 열어보신 건 아니죠?”태혁은 신발을 신다가 고개를 들었다.“필름을 왜 열어?”“궁금해서요.”“열면 사진 못 살릴 수도 있어.”서율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알아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지난주 충북의 강변 마을에서 찍었던 필름이었다.서율은 그날 태혁이 카메라를 들고 자신을 따라다니던 모습을 떠올렸다.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게 했던 남편이었다.“주인님, 제 사진 이상하게 찍으셨으면 책임지세요.”“어떻게 책임지면 되는데?”“다시 여행 가셔야죠.”태혁이 웃었다.“그건 사진 잘 나와도 갈 건데.”오전 11시 36분.두 사람은 필름 현상소에 도착했다.직원은 필름을 확인한 뒤 접수증을 건넸다.“스캔본은 내일 오후쯤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화까지 하시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요.”서율이 물었다.“혹시 사진이 잘못 나온 것도 확인할 수 있나요?”“현상해봐야 알 수 있어요. 오래된 카메라는 노출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고요.”태혁은 스캔과 인화를 함께 신청했다.현상소를 나온 서율이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오늘 바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하루 기다리면 되잖아.”“주인님은 안 궁금하세요?”“궁금하지.”“그런데 왜 이렇게 태연하세요?”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궁금해한다고 사진이 빨리 나오진 않으니까.”서율은 고개를 저었다.“정말 현실적인 남편이세요.”오후 1시 18분.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 서율은 작업실에서 메일을 확인했다.《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 제작팀이 보내온 낭독회 진행표였다.작품 낭독은 65분.이후 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돼 있었다.서율은 질문 예시를 읽다가 한 문장에 표시했다.차보배와 서이강은 결국 연인이 되는 건가요?이미 제작팀과 이야기했던 부분이었다.결말을 하나로 확정하지 않기로 했는데, 질문은 여전히 두 사람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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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화. 사진 속에서 주인님이 보고 있던 사람》

화요일 오전 10시 36분.은서율은 작업실에서 원고를 수정하다가 휴대전화 알림을 확인했다.필름 현상소에서 보낸 메시지였다.고객님, 맡기신 필름의 현상 및 스캔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서율은 곧바로 첨부된 링크를 열었다.“어머, 벌써 나왔네!”지난주 충북의 강변 마을에서 찍었던 사진들이 차례로 나타났다.강가에 늘어선 나무들, 작은 돌다리, 오래된 담장과 좁은 골목길.그날 걸었던 장소들이 화면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서율은 사진을 넘기다가 손을 멈췄다.자신이 찍힌 사진이었다.강가의 난간에 기대어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모습이었다.그런데 얼굴이 선명하지 않았다.“이게 뭐야?”빛이 강하게 들어온 탓인지 얼굴 한쪽이 하얗게 날아가 있었다.서율은 다음 사진을 열었다.이번에는 눈을 감고 있었다.그다음 사진에서는 웃다가 고개를 숙인 모습이었다.“주인님…….”서율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남편이 대체 어떤 순간을 찍은 건지 궁금해졌다.오전 11시 12분.최태혁이 작업실에 들어왔을 때 서율은 모니터에 사진들을 띄워놓고 있었다.“주인님, 잠깐 이리 와보세요.”“사진 나왔어?”“네. 그런데 할 말이 있어요.”태혁은 그녀의 옆에 섰다.서율은 첫 번째 사진을 가리켰다.“이거 보세요. 제 얼굴이 잘 안 보여요.”“빛이 너무 강했네.”“그리고 이건 눈 감았고요.”“그러네.”“이건 머리카락만 잔뜩 날리고 있잖아요.”태혁은 화면을 살피다가 웃었다.“난 이 사진 좋은데.”서율이 고개를 돌렸다.“어디가요?”“그때 네가 웃고 있었잖아.”“그런데 얼굴이 안 보이잖아요.”“표정은 보여.”서율은 못마땅한 얼굴로 다음 사진을 열었다.이번에는 태혁이 찍혀 있었다.그는 강가에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셔츠 소매를 걷은 모습도 자연스러웠고, 표정도 차분했다.서율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주인님 사진은 이렇게 잘 나왔는데.”“네가 찍었으니까.”“그렇죠. 제가 좀 잘 찍어요.”태혁은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감쌌다.“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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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화. 주인님, 이번에는 제가 먼저 말할게요》

수요일 오전 9시 26분.은서율은 침실 협탁 위에 놓인 사진 2장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결혼 전 자신을 기다리던 최태혁의 독사진과 지난주 강변 마을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두 사진을 나란히 놓으니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주인님.”욕실에서 나오던 태혁이 대답했다.“응?”“우리 사진은 많은데 제가 주인님한테 먼저 고백했던 날 사진은 없네요.”태혁은 수건으로 머리를 닦다가 웃었다.“그날 사진 찍을 정신이 있었겠어?”“그렇긴 하죠.”서율은 침대에 걸터앉았다.“그런데 주인님, 그날 제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세요?”“기억하지.”“그럼 말씀해보세요.”태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좋아한다고 했잖아.”“그건 너무 간단한데요?”“그럼 네가 기억하는 대로 말해봐.”서율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사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았다.그날 자신이 얼마나 떨었는지만 선명했다.태혁은 그런 그녀를 보고 웃었다.“기억 안 나지?”“아니거든요.”“은서율.”“조금 흐릿할 뿐이에요.”“그럼 오늘 다시 해봐.”서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뭘요?”“고백.”“주인님!”태혁은 시계를 차며 태연하게 말했다.“이번에는 내가 제대로 기억해둘게.”오전 11시 48분.서율은 작업실에서 원고를 수정하다가 자꾸만 아침 대화를 떠올렸다.처음 고백했던 날.그때 태혁은 지금보다 훨씬 말수가 적었다.서율은 그의 표정만으로는 마음을 읽을 수 없어 혼자 속을 태우곤 했다.그런 남자에게 먼저 좋아한다고 말했으니 얼마나 용감했던가.서율은 노트 한쪽에 문장을 적었다.좋아하는 마음을 먼저 말하는 사람이 반드시 더 용감한 것은 아니다.그녀는 잠시 펜을 멈췄다.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덧붙였다.하지만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조금 더 용감해야 한다.“이건 마음에 드네.”서율은 문장을 바라보다가 웃었다.오늘 저녁에는 태혁에게 제대로 고백해볼 생각이었다.11년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오후 2시 17분.서율은 작은 도서관에서 오래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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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4화. 주인님, 고백에도 예약이 필요한가요?》

목요일 오전 8시 35분.은서율은 식탁에 앉아 최태혁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태혁은 평소처럼 커피를 마시며 태블릿으로 일정을 확인했다.“주인님.”“응?”“오늘 무슨 약속 있으세요?”“오후에 미팅 하나.”“그거 말고요.”태혁이 고개를 들었다.“또 뭐가 있는데?”서율은 눈을 가늘게 떴다.“어제 제 고백에 답례하시겠다고 하셨잖아요.”“그랬지.”“그런데 아무 준비도 안 하시는 것 같아서요.”태혁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준비하는 걸 네가 다 알면 재미없잖아.”“어머. 정말 준비하고 계세요?”“비밀.”서율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주인님, 제가 어제 한 말 벌써 후회돼요.”“왜?”“기다리는 사람이 이렇게 궁금할 줄 몰랐거든요.”태혁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조금 더 궁금해해.”“최태혁 씨!”그는 대답 대신 서율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정리해주고 주방을 나갔다.서율은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아주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시네.”오전 11시 16분.서율은 작업실에서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최종 대본을 확인하고 있었다.제작팀에서 배우들의 마지막 수정 의견을 보내왔다.차보배가 서이강에게 20년 전 편지를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배우는 보배가 편지를 보내지 않은 이유를 조금 더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의견을 남겼다.서율은 해당 장면을 다시 읽었다.보배는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 자신의 삶을 먼저 선택한 사람이었다.그 선택을 후회하거나 변명하는 인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서율은 대사를 한 줄 수정했다.“그때는 당신에게 대답하는 것보다 제가 어떤 사람이 될지 알아가는 일이 더 중요했어요.”그녀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좋아.”대사를 정리하고 제작팀에 전달한 뒤 의자에 등을 기댔다.그러다 문득 웃음이 나왔다.작품 속 보배는 20년 동안 대답하지 않은 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은 남편의 고백을 하루도 기다리기 어려워하고 있었다.“은서율, 정말 못 말린다.”오후 2시 42분.태혁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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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화. 주인님, 그 고백은 반칙이에요》

금요일 오전 8시 42분.은서율은 식탁에 앉아 토스트에 딸기잼을 바르고 있었다.맞은편의 최태혁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주인님.”“응?”“오늘은 미팅 없으세요?”“오전에 자료 하나 보내면 끝이야.”“그럼 오후에는요?”“별다른 일정 없어.”서율은 기다렸다는 듯 미소 지었다.“잘됐네요. 저랑 데이트해요.”태혁이 고개를 들었다.“어디 가고 싶은데?”“그건 주인님이 정하세요.”“갑자기?”“네. 오늘은 주인님이 하고 싶은 걸 따라가 볼래요.”태혁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정말 아무 데나?”“네. 대신 너무 멀리는 안 돼요.”“조건이 있네.”“당연하죠. 무조건 복종은 아니거든요.”태혁이 웃었다.“알겠어. 오후 2시에 나가자.”서율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문득 물었다.“혹시 고백 준비하시는 건 아니죠?”“데이트하자며.”“그렇긴 한데요.”“그럼 데이트에 집중해.”서율은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었다.“주인님, 요즘 정말 수상하세요.”오후 2시 18분.태혁이 차를 세운 곳은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작은 향수 공방이었다.서율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남편을 돌아봤다.“주인님, 여기 뭐 하는 곳이에요?”“향수 만드는 곳.”“우리 집에도 향수 많잖아요.”“오늘은 조금 다른 걸 만들어보려고.”태혁은 예약 확인 문자를 보여줬다.서율은 안내문을 읽다가 눈을 크게 떴다.“서로에게 어울리는 향을 만들어주는 수업?”“응.”“주인님이 이런 걸 예약하셨어요?”“왜? 나랑 안 어울려?”“아니요. 의외라서요.”서율은 그의 팔짱을 꼈다.“좋아요. 오늘은 제가 주인님 향수를 만들어드릴게요.”“나도 네 걸 만들고.”“대신 마음에 안 들어도 솔직하게 말씀하셔야 해요.”“알겠어.”오후 2시 46분.공방 안에는 여러 종류의 향료가 준비돼 있었다.직원은 두 사람에게 시향지를 건네며 설명했다.“먼저 상대방을 떠올리면서 어울리는 향을 골라보세요. 좋아하는 향과 어울린다고 느끼는 향은 다를 수 있습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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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6화. 주인님, 저한테 숨기는 게 있죠?》

토요일 오전 9시 24분.은서율은 침실 화장대 앞에서 전날 만든 향수를 손목에 뿌렸다.은은한 아이리스 향이 퍼졌다.그녀는 손목을 코끝에 가져갔다가 만족스럽게 웃었다.“주인님, 이거 정말 마음에 들어요.”최태혁은 침대에 앉아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었다.“잘 어울려.”“오늘도 주인님이 만들어주신 향수 뿌렸어요.”“알아. 들어올 때부터 향이 나더라.”서율은 남편에게 다가가 어깨 너머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그 순간 태혁이 화면을 껐다.서율의 눈이 가늘어졌다.“어?”“왜?”“방금 뭐 보셨어요?”“일정.”“그런데 왜 화면을 끄세요?”“다 봤으니까.”서율은 팔짱을 꼈다.“주인님, 수상하세요.”태혁은 웃으며 일어났다.“아침부터 취조야?”“아니요. 합리적인 의심이에요.”“무슨 의심?”“저한테 뭔가 숨기고 계시다는 의심이요.”태혁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숨기는 게 있긴 하지.”서율은 눈을 크게 떴다.“정말요?”“고백 준비하고 있잖아.”“아, 그거 말고요!”태혁은 대답 대신 침실을 나갔다.서율은 남편의 뒷모습을 향해 외쳤다.“주인님! 저 오늘 꼭 알아낼 거예요!”오전 11시 16분.서율은 작업실에서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낭독회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제작팀에서 관객과의 대화 진행안을 최종 확인해달라는 메일을 보내왔다.서율은 질문 목록을 살폈다.마지막 장면에 관한 질문은 이전에 요청한 대로 수정돼 있었다.차보배가 먼저 차를 제안한 행동에는 어떤 변화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서율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작품의 결말을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이 인물의 선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그녀는 확인 메일을 보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태혁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오후에 잠깐 외출할게.서율은 곧바로 답장했다.어디 가세요?볼일이 있어.무슨 볼일이요?잠시 뒤 답장이 왔다.은서율. 오늘 원고는 다 썼어?서율은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다 웃음을 터뜨렸다.“어머, 질문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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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7화. 주인님, 비밀은 공평해야죠》

일요일 오전 9시 16분.은서율은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옆자리를 더듬었다.비어 있었다.욕실에서도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가디건을 걸치고 침실 밖으로 나왔다.작은 도서관 앞을 지나는데 안쪽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최태혁은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크림색 표지의 작은 책자였다.서율이 문을 두드렸다.“주인님.”태혁은 책자를 덮었다.“일어났어?”“네. 뭐 보세요?”“읽을 게 있어서.”서율은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어제 그 택배에 들어 있던 거예요?”“응.”“그럼 저 나가 있을까요?”태혁은 의외라는 듯 웃었다.“안 궁금해?”“궁금하죠. 엄청요.”서율은 양손으로 눈을 가렸다.“그런데 약속했잖아요. 몰래 보기 없기.”태혁은 책자를 서랍에 넣었다.“잘 지키네.”“대신 주인님도 제 비밀 안 보셔야 해요.”“뭘 준비하는데?”서율은 손가락 사이로 남편을 바라봤다.“그건 비밀이에요.”오전 11시 32분.서율은 작업실 책상 앞에 앉아 빈 편지지를 바라봤다.태혁의 고백에 대한 답장을 미리 준비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사랑하는 주인님께.첫 문장을 적은 뒤 펜이 멈췄다.“너무 평범한데.”그녀는 종이를 뒤집었다.최태혁 씨에게.이번에는 웃음이 났다.“이건 무슨 업무 메일 같잖아.”세 번째 종이를 꺼냈다.11년째 연애 중인 남편에게.서율은 그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마음에 들었다.그런데 다음 문장이 나오지 않았다.아직 듣지 않은 고백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그녀는 펜을 내려놓았다.“미리 쓰겠다는 생각부터 잘못했나?”잠시 고민하던 서율은 편지지를 서랍에 넣었다.그리고 작은 카드를 꺼냈다.이번에는 긴 문장 대신 질문 하나만 적었다.당신이 나에게 처음 하지 못했던 말은 무엇이었나요?서율은 카드를 읽다가 고개를 갸웃했다.“어쩐지 이 질문도 나중에 해야 할 것 같은데.”결국 카드마저 서랍에 넣었다.오후 1시 47분.태혁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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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화. 고백보다 먼저 도착한 소식》

월요일 오전 8시 43분.은서율은 작업실로 들어가자마자 노트북을 켰다.주말 동안 미뤄두었던 메일을 확인하던 그녀의 손이 멈췄다.《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 제작팀에서 보낸 메일이었다.제목에는 '초청 낭독회 추가 안내'라고 적혀 있었다.서율은 첨부파일을 열었다.예정된 낭독회에 출판 관계자와 공연 기획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그중 한 곳에서 정식 공연 가능성을 검토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어머.”서율은 화면을 다시 읽었다.아직 제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낭독회 이후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정도였다.그런데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그녀는 곧바로 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주인님!”“응, 서율아.”“저 지금 좋은 소식 받았어요.”“무슨 소식?”“제 연극이요. 낭독회에 공연 기획자들도 오신대요. 정식 공연을 검토하고 싶다는 곳도 있고요.”수화기 너머로 태혁의 웃음소리가 들렸다.“잘됐네. 축하해.”“아직 확정된 건 아니에요.”“알아. 그래도 네 작품에 관심을 보인 거잖아.”서율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그렇죠?”“응. 오늘 저녁에 자세히 들려줘.”“네. 주인님, 오늘은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왜 네가 사?”“기분 좋으니까요.”태혁은 웃었다.“그럼 기대할게.”오전 11시 27분.서율은 제작팀과 통화를 마쳤다.기획자가 관심을 보인 부분은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었다.차보배가 편지를 건네지 않은 채 서이강에게 차 한 잔을 제안하는 결말.누군가에게 대답하지 않았던 과거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선택을 스스로 내리는 인물이라는 점이 좋았다는 의견이었다.다만 정식 공연으로 발전시킨다면 공연 시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서율은 메모장에 내용을 정리했다.65분짜리 작품을 더 길게 만든다면 새로운 장면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분량을 늘리기 위해 과거의 편지를 읽게 하거나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하게 확정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는 제작팀에 말했다.“정식 공연 논의는 낭독회 이후에 해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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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9화. 주인님, 오늘은 제가 먼저 데리러 갈게요》

화요일 오전 9시 18분.은서율은 작업실에서 낭독회 진행표를 확인하다가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최태혁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오늘 오후 5시에 외부 미팅 끝나. 저녁은 집에서 먹자.서율은 잠시 생각하다 답장을 보냈다.주인님, 오늘은 제가 데리러 갈게요.곧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서율아, 갑자기?”“왜요? 제가 데리러 가면 안 돼요?”“그런 뜻이 아니라, 미팅 장소가 네가 있는 곳에서 좀 멀어.”“알아요. 그래서 제가 가려고요.”태혁은 웃었다.“무슨 일 있어?”“아니요. 그냥 주인님 퇴근하는 모습 보고 싶어서요.”“내가 무슨 신입사원도 아니고.”“그럼 전업 작가 아내가 남편 마중 나가는 건 안 되나요?”“되지.”“그럼 주소 보내주세요.”태혁은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알겠어. 대신 운전 조심하고.”“네, 주인님.”전화를 끊은 서율은 의자에 기대 웃었다.결혼 전에는 태혁이 자신을 기다리는 날이 많았다.원고 마감에 쫓기던 자신을 데리러 오거나, 늦은 약속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곤 했다.오늘은 그 반대였다.오후 4시 46분.서율은 약속 장소 근처의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미팅이 진행되는 건물은 유리 외벽으로 된 사무실 건물이었다.그녀는 차에서 내려 1층 로비로 향했다.태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주인님, 저 도착했어요. 천천히 나오세요.잠시 뒤 답장이 왔다.생각보다 일찍 왔네. 1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서율은 로비의 의자에 앉았다.사람들이 하나둘 건물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서류 가방을 든 사람, 통화하며 빠르게 걷는 사람,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서율은 문득 예전의 태혁을 떠올렸다.정장을 입고 회의실을 오가던 남편의 모습이었다.지금은 전략 자문 일을 필요한 만큼만 맡고 있었지만, 일할 때의 태도는 여전했다.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태혁이 다른 참석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 나왔다.짙은 회색 코트 안으로 흰 셔츠와 검은 슬랙스가 보였다.서율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역시 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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