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Chapter 801 - Chapter 810

817 Chapters

《800화. 열한 번째 겨울에도 당신을 선택합니다》

수요일 오전 8시 37분.은서율은 침실에서 나오다가 식탁 위에 놓인 봉투를 발견했다.크림색 봉투였다.앞면에는 익숙한 필체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은서율에게.그녀는 걸음을 멈췄다.“주인님?”주방에서 커피를 내리던 최태혁이 고개를 돌렸다.“일어났어?”“이거 뭐예요?”태혁은 봉투를 바라봤다.“네 거야.”“설마…….”서율의 눈이 커졌다.“오늘이에요?”태혁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응.”“정말요?”“그렇게 기다렸으면서 왜 놀라?”서율은 봉투를 두 손으로 들었다.“아니, 저는 오늘도 평범한 수요일인 줄 알았죠.”“오늘도 평범한 수요일이야.”태혁은 그녀에게 다가왔다.“다만 네가 기다리던 걸 오늘 주려고.”서율은 봉투를 조심스럽게 만졌다.“지금 열어봐도 돼요?”“아니.”“네?”태혁은 웃었다.“저녁에.”서율은 입술을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주인님, 정말 끝까지 이러실 거예요?”“오늘은 기다리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잖아.”“그럼 봉투를 왜 벌써 보여주셨어요?”“오늘 저녁 일정 비워두라고.”서율은 봉투를 가슴에 끌어안았다.“알겠어요. 대신 저녁에는 절대 미루시면 안 돼요.”“약속했잖아.”오전 11시 24분.서율은 작업실에서 원고를 쓰고 있었다.그러나 평소보다 집중하기 어려웠다.책상 한쪽에 놓인 봉투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결국 그녀는 노트북을 덮었다.“아, 정말 못 참겠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 제작팀이었다.낭독회 리허설 일정과 관련해 확인할 사항이 있다는 연락이었다.서율은 곧바로 업무에 집중했다.배우들의 동선과 마지막 장면의 조명 전환을 확인하고, 낭독회 당일 관객과의 대화 순서도 점검했다.통화를 마쳤을 때는 정오가 훌쩍 지나 있었다.서율은 다시 봉투를 바라봤다.그러다 피식 웃었다.“그래도 할 일은 하게 되네.”그녀는 봉투를 서랍에 넣었다.오늘은 기다리는 대신 자신의 하루를 제대로 보내기로 했다.오후 5시 48분.태혁이 집에 돌아왔을 때 서율은 거실에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4
Read more

《801화. 다시 연애 2일 차, 남편의 새로운 제안》

목요일 오전 8시 24분.은서율은 침실에서 눈을 뜨자마자 협탁 위에 놓인 작은 책자를 바라봤다.《은서율에게 처음으로 하지 못했던 말》전날 최태혁에게 받은 고백이었다.서율은 마지막 장을 펼쳤다.은서율과 최태혁, 다시 연애 1일 차.그녀는 혼자 웃다가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태혁의 팔을 건드렸다.“주인님.”“응?”“오늘은 2일 차네요.”태혁은 책에서 시선을 떼었다.“뭐가?”“우리 다시 연애하는 거요.”“아, 그거.”“반응이 왜 이렇게 시큰둥하세요?”태혁이 웃었다.“그럼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데?”서율은 두 팔을 벌렸다.“새 여자친구한테 아침 인사부터 해주셔야죠.”태혁은 책을 내려놓고 그녀를 끌어안았다.“잘 잤어, 여자친구?”서율은 만족스럽게 웃었다.“네, 남자친구.”“오늘 일정은?”“오전에 대본 확인하고, 오후에는 별일 없어요.”“그럼 오후에 나랑 어디 좀 갈래?”서율이 고개를 들었다.“어디요?”“가보면 알아.”“주인님, 어제 고백 끝났는데 또 비밀이에요?”“이번에는 별거 아니야.”서율은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앉았다.“그럼 데이트 신청이네요?”“응.”“좋아요. 받아드릴게요.”태혁은 웃으며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오전 11시 36분.서율은 작업실에서 낭독회 대본을 검토하고 있었다.제작팀에서 마지막 리허설 일정을 확정해 보내왔다.서율은 일정표에 표시한 뒤 배우들에게 전달할 짧은 메모를 작성했다.마지막 장면에서는 서이강이 유일한 의자에 앉고, 차보배는 책갈피를 손에 쥔 채 서 있어야 했다.그 배치만큼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두 사람이 어떤 관계가 될지 확정하는 대신, 보배가 스스로 다음 대화를 선택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서율은 수정 사항을 정리해 메일을 보냈다.그때 태혁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오후 2시까지 준비해. 편한 신발 신고.서율은 곧바로 답장했다.많이 걸어요?조금.등산은 아니죠?아니야.서율은 웃음을 터뜨렸다.알겠어요. 남자친구.잠시 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Read more

《802화. 남자친구를 하루 빌리겠습니다》

금요일 오전 9시 12분.은서율은 식탁에 앉아 작은 종이 한 장을 최태혁 앞으로 밀었다.태혁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이게 뭐야?”“데이트 신청서요.”종이에는 제법 정성스럽게 작성한 문장이 있었다.데이트 신청서신청인: 은서율상대방: 최태혁희망 시간: 오후 1시부터 오후 7시까지준비물: 지갑, 휴대전화, 좋은 기분특이사항: 오늘만큼은 은서율의 남자친구로 참석할 것.태혁은 마지막 문장을 읽고 웃었다.“남편은 참석하면 안 돼?”“네. 오늘은 남자친구만 모집해요.”“그럼 지원 자격은?”“저를 좋아하는 40대 남자요.”“경쟁률 높겠는데.”서율은 눈을 가늘게 떴다.“주인님, 지원자가 또 있다고 생각하세요?”태혁은 펜을 집어 들었다.“아니. 내가 단독 지원할게.”그는 신청서 아래에 짧게 적었다.참석하겠습니다. 최태혁.서율은 종이를 받아 들고 만족스럽게 웃었다.“합격입니다.”오후 1시 08분.서율은 연한 회색 코트에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남색 스커트를 입었다. 머리카락은 반쯤 묶고 작은 진주 귀걸이를 착용했다.현관에서 기다리던 태혁이 그녀를 바라봤다.“오늘 예쁘네.”“어머, 남자친구가 칭찬도 잘하시네요.”“사실이니까.”서율은 그의 팔짱을 꼈다.“그럼 출발할까요?”“어디 가는데?”“오늘은 제가 정한다고 했잖아요.”“알겠어.”서율은 차 열쇠를 흔들었다.“그리고 운전도 제가 할게요.”태혁은 그녀를 바라보다 웃었다.“이틀 연속 기사님 신세네.”“오늘은 기사님 아니고 여자친구거든요.”오후 1시 46분.서율이 차를 세운 곳은 도심 외곽의 작은 실내 양궁장이었다.태혁은 간판을 올려다봤다.“양궁?”“네. 해보고 싶었어요.”“언제부터?”“예전에 영화 보다가요. 활 쏘는 장면이 멋있더라고요.”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재미있겠네.”서율은 남편을 돌아봤다.“그런데 주인님, 혹시 해보셨어요?”“아니. 처음이야.”서율은 눈을 반짝였다.“잘됐네요. 오늘은 공평하겠어요.”실내로 들어간 두 사람은 안전교육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Read more

《803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의 특별한 규칙》

토요일 오전 10시 17분.은서율은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길게 기지개를 켰다.옆자리에는 최태혁이 없었다.대신 협탁 위에 작은 메모가 놓여 있었다.오늘은 휴식일. 급한 일 아니면 깨우지 않기.서율은 메모를 읽고 웃었다.전날 양궁장에서 활을 쏘고, 음반 가게와 극장을 돌아다닌 탓인지 팔과 어깨가 조금 뻐근했다.그녀는 이불을 끌어올렸다.“역시 우리 주인님.”그런데 다시 잠들려던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 제작팀에서 보낸 메시지였다.서율은 내용을 확인했다.다음 리허설에 사용할 소품 책갈피의 색상을 최종 결정해달라는 요청이었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답장을 보냈다.기존에 정한 색상으로 진행해주세요. 월요일에 최종 확인하겠습니다.휴대전화를 내려놓은 서율은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오늘은 정말 쉬기로 했다.오전 11시 42분.서율이 거실로 내려오자 태혁은 창가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주인님.”“일어났어?”“네. 그런데 저 배고파요.”태혁은 책갈피를 끼웠다.“냉장고에 샌드위치 있어.”“주인님이 만드셨어요?”“응.”서율은 주방으로 향하다 말고 돌아봤다.“주인님, 오늘 쉬는 날인데 왜 아침부터 일하셨어요?”“샌드위치 만든 것도 일이야?”“그럼요. 재료 꺼내고, 씻고, 자르고, 설거지도 해야 하잖아요.”태혁은 웃었다.“그 정도는 괜찮아.”서율은 잠시 남편을 바라보다 말했다.“그럼 오후에는 주인님도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왜?”“저만 쉬면 불공평하잖아요.”“알겠어.”서율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덧붙였다.“대신 점심은 제가 차릴게요.”태혁이 눈썹을 올렸다.“방금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어머, 그러네요.”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오후 1시 08분.결국 점심은 배달 음식으로 해결했다.서율은 식탁에 앉아 태혁에게 선언했다.“주인님, 오늘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어요.”“무슨 규칙?”“서로에게 할 일을 시키지 않기.”“좋네.”“그리고 집안일은 급한 것만 하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Read more

《804화. 남편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요일 오전 9시 38분.은서율은 침실에서 나오다가 작은 도서관 앞에 멈춰 섰다.안쪽에서 최태혁의 목소리가 들렸다.“네. 그 일정이라면 참석할 수 있습니다.”태혁은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다만 장기 프로젝트로 참여하는 건 어렵습니다. 이번에는 자문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게 좋겠습니다.”서율은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남편의 업무 통화에 방해되고 싶지 않았다.주방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데 태혁이 내려왔다.“일어났어?”“네. 주인님, 일 생기셨어요?”“예전에 같이 일했던 쪽에서 연락이 왔어.”“무슨 일이요?”“신규 사업 검토 회의에 참석해달라고.”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일이네요.”“아직 결정한 건 아니야.”“왜요? 주인님이 잘하시는 일이잖아요.”태혁은 의자를 당겨 앉았다.“일정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어서.”서율은 맞은편에 앉았다.“주인님.”“응?”“제 일정 때문에 고민하시는 거예요?”태혁은 대답하기 전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그런 것도 있지.”서율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그럼 안 되는데.”오전 11시 14분.태혁은 거실에서 업무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서율은 맞은편 소파에 앉아 그를 지켜봤다.한동안 조용히 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주인님, 저 할 말 있어요.”태혁이 태블릿을 내려놓았다.“뭔데?”“주인님이 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갑자기 무슨 이야기야?”“아까 업무 제안이요.”태혁은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저도 작품 쓰고, 낭독회 준비하고, 새로운 일 생기면 도전하잖아요.”“그렇지.”“그런데 주인님은 제 일정부터 생각하시니까 조금 마음에 걸려요.”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은 알겠어.”“주인님도 주인님 일이 있잖아요.”“응.”서율은 조금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저는 주인님이 일하시는 모습도 좋아해요.”태혁이 웃었다.“그래?”“네. 특히 셔츠 입고 진지하게 말씀하실 때요.”“그건 일하는 모습보다 옷이 마음에 드는 거 아니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Read more

《 805화. 남편의 첫 출근을 배웅하는 방법 》

월요일 오전 7시 18분.은서율은 드레스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최태혁이 셔츠를 고르고 있었다.“주인님?”“깼어?”“벌써 준비하세요?”“오늘 첫 회의가 있어서.”서율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전날 태혁이 새로운 자문 업무를 맡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떠올랐다.“몇 시 회의인데요?”“9시 30분.”“그럼 아직 여유 있네요.”서율은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태혁은 흰색 셔츠에 짙은 회색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 손에는 남색 넥타이가 들려 있었다.서율은 문틀에 기대어 그를 바라봤다.“어머.”태혁이 고개를 돌렸다.“왜?”“우리 남자친구 출근하는 모습 오랜만에 보니까 좋네요.”“얼마 전에도 회의 다녀왔잖아.”“그때는 이렇게 정장 차림이 아니셨잖아요.”서율은 다가가 넥타이를 받아 들었다.“제가 해드릴게요.”“할 줄 알아?”“주인님, 우리 결혼 10년 차예요.”그녀는 자신 있게 넥타이를 목에 걸었다.하지만 매듭을 만들던 손이 중간에서 멈췄다.태혁이 웃었다.“왜?”“잠깐만요. 기억이 안 나요.”“아까 자신 있더니.”“오랜만이라 그래요.”태혁은 그녀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쳐 매듭을 완성했다.서율은 완성된 넥타이를 정리하며 웃었다.“다음에는 혼자 해드릴게요.”“기대할게.”오전 8시 06분.식탁에는 간단한 아침 식사가 준비돼 있었다.서율은 태혁의 맞은편에 앉았다.“주인님, 오늘 어떤 회의예요?”“신규 사업 방향을 검토하는 첫 회의야. 기존 자료를 보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주인님이 발표도 하세요?”“오늘은 주로 듣는 쪽이지.”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주인님이 회의하시는 모습 한 번 보고 싶어요.”태혁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왜?”“집에서는 제가 주인님한테 장난도 치고, 이것저것 부탁도 하잖아요.”“그렇지.”“그런데 밖에서는 얼마나 진지하실지 궁금해서요.”태혁이 웃었다.“별로 다르지 않아.”“에이, 그럴 리가요.”“회의할 때는 조금 덜 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Read more

《 806화. 아내의 초대장이 도착했습니다 》

화요일 오전 9시 16분.은서율은 작업실에서 낭독회 최종 진행표를 확인하고 있었다.《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초청 낭독회가 가까워지면서 제작팀과 주고받는 연락도 잦아졌다.그때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제목은 간단했다.초청 낭독회 좌석 배정 및 동반인 안내.서율은 메일을 열었다.관계자 초청 좌석과 일반 초청 좌석이 구분되어 있었고, 극작가에게는 동반인 1명의 좌석이 제공된다는 내용이었다.서율은 곧바로 최태혁을 떠올렸다.이미 손으로 직접 쓴 초대장을 건넸지만, 이번에는 공식적으로 이름을 등록할 수 있었다.그녀는 신청란에 천천히 이름을 입력했다.최태혁.관계 항목에서는 잠시 고민했다.배우자.그녀는 그 단어를 바라보다 혼자 웃었다.“남자친구라고 쓰고 싶은데.”결국 배우자를 선택했다.오전 11시 32분.태혁은 작은 도서관에서 업무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서율은 문을 두드린 뒤 안으로 들어갔다.“주인님.”“응?”“잠깐 시간 괜찮으세요?”태혁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무슨 일이야?”서율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저 오늘 공식적으로 주인님을 초대하려고요.”“어디에?”“제 연극 낭독회요.”태혁은 웃었다.“이미 초대장 받았잖아.”“그건 제가 개인적으로 드린 거고요. 이번에는 정식으로 동반인 등록을 했어요.”“그래?”“네. 좌석도 따로 배정된대요.”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좋네.”서율은 장난스럽게 물었다.“그런데 주인님, 혹시 일정 있으세요?”“없어.”“확인도 안 하시고요?”“그날은 진작 비워뒀어.”서율은 눈을 크게 떴다.“정말요?”“네가 처음 초대장 줬을 때부터.”그녀는 입술을 꾹 눌렀다가 웃었다.“역시 우리 주인님.”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날은 네 작품 보러 가는 날이잖아.”오후 1시 47분.서율은 제작팀에서 보내온 좌석 배치도를 살펴보고 있었다.낭독회 장소는 크지 않은 소극장이었다.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워 배우들의 표정과 작은 움직임까지 잘 보이는 구조였다.태혁의 자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Read more

《807화. 당신이 모르는 나의 첫 번째 관객》

수요일 오전 10시 23분.은서율은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낭독회 리허설을 위해 소극장에 도착했다.무대에는 작은 테이블 하나와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서율은 객석 중앙에 앉아 무대를 바라봤다.“작가님, 오늘은 마지막 장면까지 전체적으로 맞춰볼 예정입니다.”연출자의 말에 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배우분들 동선도 함께 확인하면 좋겠어요.”잠시 뒤 리허설이 시작됐다.차보배와 서이강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다.20년 전 주고받았던 익명의 편지.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던 시간.그리고 다시 마주한 두 사람.서율은 대본을 무릎에 올려놓은 채 배우들의 대사를 들었다.마지막 장면이 가까워질수록 객석은 조용해졌다.서이강이 의자에 앉았다.차보배는 책갈피를 손에 쥔 채 그를 바라봤다.“오늘은 편지 대신 차 한 잔 어떠세요?”대사가 끝났다.조명이 천천히 어두워졌다.서율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오전 11시 41분.리허설이 끝나자 연출자가 다가왔다.“작가님, 마지막 장면 어떠셨어요?”“좋았어요. 지난번보다 침묵이 자연스러워졌네요.”“배우분들도 그 부분을 많이 연습하셨어요.”서율은 대본을 펼쳤다.“다만 마지막 대사 직전에 보배가 책갈피를 내려다보는 시간이 조금 길어요.”“조금 줄일까요?”“네. 책갈피를 확인하는 느낌보다는 이미 마음을 정한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연출자는 메모했다.“알겠습니다.”서율은 무대를 다시 바라봤다.대본으로만 존재하던 인물들이 실제 목소리와 움직임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했다.그런데 동시에 묘한 아쉬움도 있었다.자신은 이 작품을 온전히 관객의 입장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대사가 나올 때마다 문장을 확인했고, 배우가 움직일 때마다 동선을 살폈다.좋은 장면에서도 다음 수정 사항을 먼저 생각했다.서율은 대본을 덮었다.오후 1시 18분.극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던 서율은 최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주인님.”“응. 리허설 끝났어?”“네. 방금 점심 먹었어요.”“어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Read more

《 808화. 작가의 남편에게도 마감이 생겼다 》

목요일 오전 8시 46분.은서율은 식탁에 앉아 최태혁이 전날 쓴 짧은 이야기를 다시 읽고 있었다.《마지막 열차를 놓친 남자》마지막 문장에 이르자 그녀는 또다시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여기서 끝내는 건 너무한데.”맞은편에서 커피를 마시던 태혁이 웃었다.“아직도 읽어?”“네. 벌써 4번째예요.”“그 정도로 재미있어?”“주인님, 재미있는 것도 있지만 궁금해서 못 견디겠어요.”서율은 종이를 들어 보였다.“마지막에 나타난 사람은 누구예요? 그리고 남자는 정말 일부러 열차를 안 탄 거예요?”태혁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그건 독자가 판단하는 거라며.”“그건 제 연극 이야기고요.”“내 이야기도 마찬가지인데.”서율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주인님, 작가 되시더니 벌써 독자한테 불친절하시네요.”태혁은 웃음을 터뜨렸다.“작가가 된 적은 없는데.”“그럼 오늘부터 되세요.”“뭐?”서율은 종이를 식탁에 내려놓았다.“제가 정식으로 연재를 요청하겠습니다.”오전 10시 12분.서율은 작업실에서 작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었다.물론 실제 계약서는 아니었다.제목부터 장난스러웠다.《마지막 열차를 놓친 남자》 집필 약정서작가: 최태혁독자: 은서율집필 분량: 자유마감일: 일요일 오후 6시특약: 독자는 작가에게 결말을 강요하지 않는다.서율은 마지막 조항을 읽다가 웃었다.“이 정도면 아주 합리적이지.”그녀는 계약서를 출력해 작은 도서관으로 가져갔다.태혁은 자료를 검토하다 고개를 들었다.“그건 또 뭐야?”“계약서요.”“무슨 계약?”“주인님 신작 집필 계약이요.”태혁은 종이를 받아 읽었다.그러다 마감일에서 멈췄다.“일요일 오후 6시?”“네.”“은서율, 나 이번 주에 검토할 업무 자료도 있어.”“그래서 분량은 자유롭게 해드렸잖아요.”태혁은 그녀를 바라보다 웃었다.“내가 안 쓰겠다고 하면?”서율은 잠시 생각했다.“그럼 계약은 성립하지 않겠죠.”“의외로 합리적인데?”“저도 계약 많이 해본 사람이거든요.”태혁은 펜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Read more

《 809화. 남편의 원고를 훔쳐보지 않는 법》

금요일 오전 9시 24분.은서율은 작은 도서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안에서는 최태혁이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서율은 조용히 고개를 내밀었다.“주인님.”“응?”“많이 쓰셨어요?”태혁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조금.”“몇 장이요?”“비밀.”“진도는요?”“비밀.”서율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주인님, 작가가 되시더니 너무 냉정해지셨어요.”태혁은 웃으며 노트북을 덮었다.“일요일까지 기다리기로 했잖아.”“알아요. 그런데 독자가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그럼 기다리는 것도 독자의 몫이지.”서율은 한숨을 내쉬었다.“제가 평소에 독자분들한테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지 알겠네요.”“이제 알았어?”“네. 아주 뼈저리게요.”태혁은 웃음을 터뜨렸다.오전 11시 18분.서율은 작업실에서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인터뷰 예상 질문을 정리하고 있었다.제작팀에서 보내온 질문지에는 작품의 탄생 배경과 등장인물의 선택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서율은 질문 하나에 표시했다.차보배는 왜 20년 전 편지에 답하지 않았나요?그녀는 답변을 작성했다.당시 보배에게는 자신의 삶을 먼저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선택을 후회했는지보다, 그 시간을 지나온 보배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문장을 다듬던 서율은 문득 태혁의 이야기를 떠올렸다.마지막 열차를 놓친 남자.그 역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서율은 펜을 내려놓았다.“설마 주인님도 일부러 결말을 안 정하신 건 아니겠지?”그녀는 혼자 웃었다.그러다 다시 대본에 집중했다.오후 2시 06분.태혁은 외부 회의 자료를 확인하느라 잠시 집을 비웠다.서율은 거실에서 책을 읽다가 작은 도서관으로 들어갔다.책장에서 자료를 꺼내려던 순간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북이 눈에 들어왔다.태혁의 노트북이었다.옆에는 손으로 적은 메모 몇 장이 놓여 있었다.서율은 무심코 첫 장을 바라봤다.남자가 열차를 타지 않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5
Read more
PREV
1
...
77787980818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