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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14일간의 계약 연애: Capítulo 151 - Capítulo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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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그 판단을 한 팀장에게 맡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처럼 상위 결재를 받으면 되지 않습니까?" "사업 순서는 제가 정해도 필요한 인력을 배치할 때마다 별도 결재를 기다려야 한다면, 실제 시작은 늦어질 수 있습니다. 승인된 범위 안에서는 두 가지를 함께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고 싶습니다." 소율은 파업 당시 대체 운송망을 운영한 기록을 넘겼다. 어느 노선에 어떤 인력이 투입됐고 결과가 어땠는지, 이미 검증을 마친 수치가 화면에 나타났다. 운송 파트너가 제출한 확인서와 현장 책임자의 면담 기록도 같은 성과를 뒷받침했다. 소율은 그 자료를 바탕으로 앞으로 맡을 사업에 필요한 인원과 배치 이유를 설명했다. "대신 승인된 예산과 인원 범위 안에서 결정하겠습니다. 그 범위를 넘는 사업은 별도 승인을 받고, 제가 정한 순서로 손실이 나면 그 판단부터 평가받겠습니다." 권한을 달라는 말 뒤에 책임을 피할 구멍을 붙이지 않았다. 다른 위원이 펜을 내려놓았다. "실적 자료는 확인했습니다. 다만 현장 관계자들이 그룹 후계자의 약혼자라는 점을 의식해 한 팀장에게 유리하게 진술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소율은 곧바로 아니라고 답하지 않았다. "제 말만으로 그 가능성이 없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제게 전달된 평가가 아니라, 위원회에서 직접 받은 기록을 기준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준법 담당자가 해당 자료를 펼쳤다. "주요 업무 기록은 약혼 전에 작성됐습니다. 추가 확인은 당사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받았고, 차 본부장은 증언할 관계자를 선정하지도, 평가위원에게 별도로 연락하지도 않았습니다. 회의 불참과 의결 회피 기록도 확인했습니다." 위원장은 확인 표시를 남겼다. 외부 위원 과반의 동의 없이는 승인할 수 없다는 기준 역시 이미 적용돼 있었다. 질문했던 위원이 다시 소율을 바라봤다. "그럼 계획 자체를 보겠습니다. 첫 사업의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인력은 어떻게 조정하시겠습니까?" 소율은 준비한 다음 자료를 열었다. 이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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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화

쥘리앙이 이번에는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그런데 이제 본부장님을 거치지 않고 바로 결정하실 수 있는 거죠?" "승인된 범위 안에서는요." "그럼 정말 못 말리시겠네요." "뭘요?" "한 팀장님이 일을 너무 많이 하시는 거요." "그건 제가 알아서 조절할게요." 쥘리앙은 잠시 소율을 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말씀, 저희 모두 들었습니다." 뜻밖에도 직원들이 가장 크게 박수 친 대목은 그 약속이었다. 기획팀에 공식 공지가 배포된 뒤 도현이 들어왔다. 그는 직원들의 축하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소율 앞에 섰다. 소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통보 받았습니다, 본부장님." "축하합니다, 한 팀장. 제안한 계획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도현이 손을 내밀었다. 공식적인 축하 인사에 어울리는 악수였다. 소율은 그의 손을 맞잡으며 평소처럼 대답하려 했으나,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 억누르기가 어려웠다. "감사합니다. 책임 있게 진행하겠습니다." 손바닥을 통해 익숙한 온기가 전해졌다. 도현은 손을 놓은 뒤에도 잠시 소율의 얼굴을 보더니, 직원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 소율은 자리에 앉아 메일을 다시 열었다. 문서의 내용은 조금 전과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방금보다 더 기뻤다. 곧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 [차도현: 퇴근하고 같이 저녁 먹자. 먹고 싶은 것 생각해둬.] 소율은 책상 아래에서 답장을 썼다. [한소율: 비싼 거 골라도 돼요?] [차도현: 그건 걱정하지 마.] [한소율: 그럼 도현 씨 시간 많이 쓰는 걸로요. 오늘 저녁 전부요.] 이번 답장은 조금 늦었다. [차도현: 그건 원래 당신 거야.] 소율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화면을 뒤집었다.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걸 가까스로 참았지만 쥘리앙이 서류를 건네다 눈치를 챘다. "팀장님, 승인 메일 다시 읽으십니까?" "아니요." "아, 그럼 못 본 걸로 하겠습니다." 소율은 아무 변명도 하지 못했다. 오후 6시 10분.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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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화

"그럼 자주 와." "퇴근하면 매일 같이 집에 가잖아요." "그전에도 보고 싶을 수 있지." "회사에서는 일하세요, 차 본부장님." 소율이 일부러 반듯하게 말하자 그가 작은 웃음을 흘렸다. 직원들 앞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소리라 소율은 괜히 또 웃고 싶어졌다. 도현이 물었다. "어제 면담 끝났을 때 많이 힘들었어?" "긴장이 풀리니까 다리가 좀 후들거리긴 했어요. 그래도 점심 먹으니까 괜찮아졌고요." "결과 기다리는 건?" "그건 좀 길었어요. 메일 알림만 오면 봤으니까." 잠시 그의 손가락을 만지던 소율이 말을 이었다. "통과 못 할까 봐 걱정도 했어요. 제가 직접 하겠다고 그렇게 큰소리쳤는데 안 되면, 많이 창피할 것 같아서요." "나한테도?" "조금은요." 그의 손이 멈췄다. 소율은 얼른 고개를 들었다. "도현 씨가 실망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그냥... 좋아하는 사람한테 멋있게 보이고 싶잖아요." 도현은 대답하기 전에 소율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기다림이 민망해진 소율이 눈을 피하려 하자, 그가 잡은 손을 조금 당겼다. "소율아." "네." "나한테 잘 보이려고 늘 잘할 필요 없어." 목소리는 낮고 또렷했다. "오늘 자랑스러운 건 당신이 원하던 걸 해냈기 때문이야. 통과해야만 당신이 멋있는 여자가 되는 건 아니고." 소율은 입술을 살짝 벌렸다가 다물었다. "어제 결과가 바로 나왔어도, 그게 다른 답이었어도 같이 밥 먹고 집에 갔을 거야. 당신이 다시 도전하겠다고 하면 곁에 있었을 거고." 도현의 엄지가 그녀의 손가락을 천천히 쓸었다. "나는 심사 결과 보고 당신 사랑하는 게 아니니까." 소율은 결국 그의 어깨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왜 숨어?" "좋아서요. 지금 보면 제가 너무 좋아하는 게 티 날 것 같아요." "그건 보여줘도 돼." 그가 고개를 숙여 소율의 얼굴을 보려 하자 소율은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밀었다. 도현은 물러나는 대신 그녀가 편히 기댈 수 있도록 자세를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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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화

[파리 센강 프러포즈로부터 약 2개월 후]한성그룹 서연주 이사는 약속 시각보다 7분 일찍 회의실에 들어왔다.검은 재킷에 아이보리색 셔츠, 장식이라고는 얇은 손목시계 하나뿐이었다. 파리까지 오는 야간 비행을 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흐트러진 곳이 없었다. 그녀는 유럽 본부 임원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눈 뒤, 맞은편에 앉은 소율에게 시선을 멈췄다."오랜만이에요, 한 팀장님.""네, 서 이사님. 파리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비행기에서 잤어요. 출장 올 때는 그게 제 특기라서."반듯한 입술 끝에 짧은 미소가 걸렸다. 예전에 보았던 차갑고 도발적인 표정과는 전혀 달랐다.소율은 자신도 모르게 서연주의 왼손을 확인했다. 반지는 없었다. 확인하고 나서야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곧장 노트북 화면으로 눈을 내렸다.알고 있었다.서연주는 지나간 정략혼 후보였을 뿐이고, 도현에게 마음이 있었던 사람도 아니었다. 도현은 센강 위에서 소율에게 반지를 끼워 주었으며, 이제 두 사람의 결혼 날짜까지 정해져 있었다.머리로는 빈틈없이 정리가 끝난 문제였다.그런데 서연주가 도현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웃는 순간, 소율의 손가락이 펜을 조금 세게 눌렀다."차 본부장님, 한성 쪽에서는 유통망 개방 시점을 1차 출시와 맞추는 쪽으로 검토했습니다. 태성의 현지 법인이 초기 물량을 맡고, 합작법인은 브랜드와 데이터를 함께 관리하는 구조예요.""그렇게 가면 프랑스와 독일의 가격 정책을 분리해야 합니다. 현지 법인 의견은 받으셨습니까?""어제 받았어요. 독일 쪽에서만 조건을 하나 더 달았습니다."서연주가 서류 한 장을 밀자 도현은 내용을 훑어보고 곧바로 문제 조항을 짚었다. 두 사람 사이에 쓸데없는 말은 없었다. 오래 합을 맞춘 사이는 아니어도, 한국 본사의 의사 결정 방식과 숫자를 읽는 속도가 비슷했다.업무가 잘 맞는다는 뜻이었다.소율은 그것이 못마땅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독일 시장 자료를 설명하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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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

커피가 놓였다. 서연주는 에스프레소 잔을 한 번 돌려 놓은 뒤, 기억을 되짚듯 고개를 기울였다."메일 제목이 뭐였더라. '혼인 검토 관련 사전 확인 요청'이었어요."소율이 천천히 도현을 돌아봤다."혼인... 검토요?""정확히는 양가에서 검토를 시작하기 전에 확인할 내용이 있었습니다.""도현 씨가 직접 보낸 거예요?""내가 보냈어."그가 순순히 인정하자 소율의 눈이 더 커졌다."첫 문장도 인상적이었죠. '불필요한 대면을 줄이기 위해 아래 사항을 사전에 확인하고자 합니다.'""효율적인 방식이었습니다.""보통은 '안녕하세요'부터 쓰지 않나요?""인사는 그 앞에 있었습니다.""이름 뒤에 쉼표 하나 붙인 게 인사였습니까?"서연주가 눈썹을 올렸다. 소율은 커피잔을 내려놓느라 고개를 숙였다.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무슨 내용을 확인했는데요?""7개 정도였어요. 결혼 후 서로의 업무에 관여할 의사가 있는지, 공식 행사 동행은 월 몇 회까지 가능한지, 독립된 생활 공간이 필요한지.""7개가 아닙니다.""음... 8개였나요?""6개였습니다."도현이 정정했다. 소율은 이번에는 대놓고 웃었다."그게 중요한가요?""사실과 다르게 말하고 있으니까.""6개면 훨씬 낭만적이네요.""서 이사님.""알겠습니다. 사실만 말하죠. 마지막 질문은 '혼인 관계가 양사 실무 협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에 동의하십니까'였어요. 저는 청혼을 받기도 전에 준법 서약서를 쓰는 기분이었습니다."소율은 손등으로 입가를 가렸다. 도현이 못마땅한 눈으로 보았지만, 그 시선 때문에 웃음이 더 났다."그래서 뭐라고 답하셨어요?""전부 동의한다고 했어요. 저도 그때는 결혼에 별다른 기대가 없었거든요. 대신 마지막에 한 줄을 붙였죠."서연주가 잠시 뜸을 들였다."'추가 질문이 생기면 비서실을 통해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소율의 어깨가 흔들렸다."두 분, 정말 잘 맞으셨네요.""그러니까 만나기 전에 끝난 겁니다."도현이 차갑게 잘라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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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화

서연주는 거울처럼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궁금한 게 아직 남았죠?""티가 많이 나나요?""회의실에서 질투한 것보다는 덜 납니다.""질투는 정말 조금이었어요.""조금인 건 알아요. 그래서 귀엽게 봐 드리는 거고."소율은 헛기침을 하고 자세를 바로 했다."예전에... 그 일이 왜 그렇게 끝난 건지 궁금해요."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서연주는 바로 내리지 않았다. 열린 문 너머로 사람들이 지나간 뒤, 닫힘 버튼을 한 번 눌렀다."어디까지 알고 계세요?""양가에서 정략혼 이야기가 오갔고, 결국 없던 일이 되었다는 것까지요. 그리고 제가 직접 본 장면도 있고요."계약 종료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호텔 라운지에서 도현의 팔짱을 끼고, 자신이 정략혼 상대라고 말하던 서연주. 그 장면은 이제 상처가 아니었지만 설명되지 않은 조각으로 남아 있었다."차 본부장님에게 물어보지 않았어요?""물어봤어요. 자기가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다 말해 줬고요. 그런데 도현 씨도 모르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서요."서연주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웃음기가 걷혔지만 불편해하거나 피하는 얼굴은 아니었다."맞아요. 있습니다. 다만 제가 먼저 말할 수는 없어요.""말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회장님과 약속했거든요."소율은 더 묻지 않고 기다렸다. 서연주는 그런 소율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결혼식 날, 회장님께 직접 들으세요. 그분이 본인 입으로 설명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여기서 일부만 말하면 오히려 이상한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나쁜 이야기인가요?""한 팀장님과 차 본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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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화

"가자.""서 이사님 배웅해야죠.""기사가 기다리고 있어.""인사는 하고 가야죠."소율은 서연주에게 손을 내밀었다."오늘 제안 감사했습니다. 자료는 정식으로 보내 주세요. 저도 유럽 본부 절차에 맞춰 준비하겠습니다.""그럴게요. 다음에는 차 본부장님 없이 편하게 식사하죠.""좋아요.""안 됩니다."도현의 대답이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소율이 눈을 가늘게 떴다."왜 도현 씨가 결정해요?""결정한 게 아니라 반대 의견을 낸 거야.""대안은요? 숫자를 들고 반대해야 믿을 만하다는데."아까 서연주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자 도현이 입을 다물었다.서연주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한 팀장님, 역시 추천하길 잘했네요."호텔 차량이 떠난 뒤에도 도현은 한동안 도로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율은 그의 옆얼굴을 구경하다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가볍게 찔렀다."아쉬워요?""뭐가.""전 정략혼 상대가 떠나서요.""한소율.""왜요? 아까 메일 이야기를 들으니까 두 분 정말 잘 맞던데요. 불필요한 대면을 줄이고, 결혼은 검토하고.""그만 놀려."도현이 걸음을 옮기자 소율은 한 발 늦게 따라갔다. 그가 가방을 들고 있어 멀리 갈 수도 없었다."6개 질문 중에 제일 중요했던 건 뭐였어요?""기억 안 나.""거짓말. 7개를 6개라고 바로 고친 사람이.""당신이 계속 웃잖아.""재미있으니까요. 저만 질투한 줄 알았는데 도현 씨도 질투했잖아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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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서연주의 파리 방문으로부터 3주 뒤]오전 9시 12분.차도현의 업무용 메일함 가장 위에 붉은 자물쇠 표시가 붙은 문서 하나가 올라왔다.[기획본부 전무 승진 및 본사 복귀 협의 통보]메일 제목을 읽은 도현은 곧바로 첨부 파일을 열지 않았다. 오른손은 마우스 위에 얹힌 채였지만 검지에 들어간 힘만 미세하게 굳었고, 조금 전까지 검토하던 독일 법인 보고서는 화면 한쪽으로 밀려난 상태였다.3주 전 서연주가 파리를 다녀간 뒤 한성과 태성의 합작법인 협상은 예상보다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유럽 본부에서도 새 프로젝트에 맞춰 조직을 다시 짜기 시작했고, 서울 본사에서는 그와 별개로 인사 관련 확인 전화가 몇 차례 걸려왔다.그때마다 돌아온 답은 같았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번 메일에는 그런 여지가 없었다.도현은 책상 위 내선 전화를 들어 비서에게 오전 일정을 확인했다. 10시부터 독일 법인과 화상 회의가 잡혀 있었지만, 그전까지는 외부 방문이나 보고 일정이 없었다."30분 동안 아무도 들이지 마십시오.""네, 본부장님."수화기를 내려놓은 뒤에야 도현은 첨부 파일을 열었다.첫 장 상단에는 1년 전 보류됐던 인사안이 유럽 본부의 성과를 반영해 정식 제안 단계로 넘어갔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직책은 태성그룹 기획본부 전무, 근무지는 서울 본사. 수락 의사를 밝히면 이사회 의결과 인사 공표를 거쳐 열흘 뒤부터 본사 업무를 시작하는 일정까지 이미 잡혀 있었다.도현은 페이지를 천천히 넘겼다.한소율을 따라 파리행을 선택하면서 한 번 내려놓았던 자리였다.당시에는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전무라는 직함보다 소율이 떠나는 것이 더 큰 문제였고, 자신이 어떤 자리를 놓치는지는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고 여겼으니까.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았다.다만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센강 위에서 프러포즈한 지 약 2개월 3주. 결혼식까지는 3개월 남짓이 남았고, 소율은 유럽 전략 업무의 독립 결재권을 인정받은 데 이어 한성·태성 합작법인 유럽 프로젝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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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화

노트북을 덮고 사무실을 나선 소율은 본부장실 앞에서 비서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한 팀장님, 본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안에 다른 분은 안 계시죠?""네. 마지막 회의는 조금 전에 끝났습니다."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와."본부장실에는 천장 조명이 절반만 켜져 있었고, 창밖으로는 늦은 저녁의 파리 시내가 흐릿한 금빛으로 번지고 있었다. 도현은 재킷을 의자에 걸어둔 채 창가에 서 있었는데, 평소 반듯하게 조여 있던 넥타이 매듭이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만큼 느슨해져 있었다.소율은 문을 닫은 뒤 그 모습을 잠깐 바라봤다."많이 기다렸어요?""아니.""거짓말."도현이 그녀를 돌아봤다."왜?"소율은 가까이 다가가 느슨해진 넥타이 매듭을 손끝으로 가볍게 건드렸다."머리 복잡할 때 이것부터 만지잖아요. 오늘 몇 번 잡아당겼어요?"도현이 대답 대신 소율의 손을 잡아 내리며 물었다."당신은 좋은 일 있었어?"소율의 눈이 조금 커졌다."어떻게 알았어요?""들어올 때부터 웃고 있었으니까."그 말에 소율은 더 숨기지 않고 활짝 웃었다."저 다음 주에 합작법인 공동 책임자 최종 면담 봐요. 서 이사님 추천만으로 결정되는 건 싫다고 했잖아요. 내부 검토까지 끝났대요."도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일정 나왔어?""네. 다음 주 수요일.""축하해."그가 소율의 어깨를 끌어안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가슴에 이마를 기댔다. 하루 종일 기다렸던 말이었고, 가장 먼저 듣고 싶었던 사람에게 제대로 들었는데도 도현의 팔은 평소보다 힘이 덜 들어가 있었다.소율은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이제 도현 씨 차례네요.""무슨 차례.""나한테 말할 거 있는 사람 차례요."소율의 시선이 책상 위 검은 파일로 향했다.도현도 굳이 숨기지 않았다. 팔을 풀고 파일을 가져온 뒤 소율에게 직접 건넸다."오늘 아침 본사에서 왔어.""인사 관련이에요?""응."소율은 첫 장의 제목을 읽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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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화

다만 고마운 마음과 별개로 짚어야 할 부분은 있었다."도현 씨가 왜 그랬는지는 알아요. 저한테 서울로 오라고 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맞아.""혼자 파리에 남겨두는 것도 싫고요."도현은 이번에도 부정하지 않았다.소율은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그 마음은 고마워요."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는지 도현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그런데 다음부터는 답까지 정한 다음에 저한테 보여주지 마요."소율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저를 위한 결정이어도, 저한테 영향을 주는 일이면 같이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그거 하나예요."도현의 시선이 그녀에게 오래 머물렀다.한동안 대답이 없던 이유를 소율은 재촉하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한 행동을 다시 계산해 보는 중이라는 걸 알았으니까.잠시 뒤 도현이 낮게 물었다."내가 서울로 가도 괜찮다는 뜻이야?""그 뜻도 아니에요."소율의 대답은 빨랐다."저도 아직 모르니까요.""그러면...""그러니까 지금 정하지 말자는 거예요."그녀는 책상 위 문서를 손끝으로 톡 건드렸다."본사 회신까지 3일 남았죠?""응.""오늘은 아무 답도 보내지 마요. 저도 제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도현 씨도 취임 시점이나 다른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요. 그다음에 같이 정해요."도현은 문서를 내려다봤다.몇 시간 전만 해도 답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종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첫 장의 제목부터 다시 읽어야 할 것처럼 낯설게 보였다."내가 안 받으면 가장 간단해.""알아요."소율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도현 씨한테는요."그 한마디가 조용히 떨어졌다.도현이 고개를 들었다.소율은 그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대신 손을 뻗어 책상 위에 놓인 그의 휴대전화를 뒤집어 화면이 보이지 않게 놓았다."오늘은 여기까지.""여기까지?""네. 지금 계속 이야기하면 도현 씨는 왜 거절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저는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설명하다가 퇴근 못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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