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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14일간의 계약 연애: Capítulo 161 - Capítulo 170

189 Capítulos

160화

[전무 승진 통보 다음 날, 파리 센강 프러포즈부터 약 3개월 후]다음 날 오후 7시 8분.소율이 파리 펜트하우스의 현관문을 열자 거실부터 확인했다.어젯밤 본부에서 가져온 검은 파일은 여전히 탁자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위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파일 옆에는 노트북이나 계산표 대신 빈 메모지 2장과 펜 2자루만 나란히 놓여 있었다.소율은 구두를 벗다가 입가를 살짝 올렸다.차도현치고는 대단한 절제였다.하루 동안 가능한 인사안과 이동 일정을 전부 표로 만들어 놓았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말 정보만 확인하고 답은 만들지 않은 모양이었다.주방에서는 칼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도도독, 도도독.소율이 안으로 들어가자 셔츠 소매를 걷은 도현이 대파를 썰고 있었다. 냄비에서는 된장찌개가 끓었고, 옆 프라이팬에는 양념한 불고기가 익어 가는 중이었다."왔어?""네. 그런데 이게 다 뭐예요?""저녁.""그건 보면 알고요. 도현 씨가 직접 했어요?""찌개는 아직 맛 안 봤어."질문을 피하는 대답이었다. 소율은 식탁 위에 가방을 내려놓고 냄비 뚜껑을 열었다. 구수한 김이 얼굴을 덮었다."어디서 배웠어요?""영상 봤어.""오늘 일은 했고요?""했지.""본사 인사전략실에는요?""질문만 보냈어. 답은 안 했고."도현이 칼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봤다."...약속 지켰어."그 말투가 억울한 초등학생 같아서 소율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잘했어요.""그게 끝이야?""칭찬 스티커라도 붙여줘요?""어제는 결재 보류라며.""오늘 다시 심사할 거예요. 밥부터 먹고요."소율은 손을 씻고 돌아와 숟가락으로 찌개 국물을 조금 떠먹었다. 두부와 애호박은 잘 익었지만, 국물 끝에서 짠맛이 세게 올라왔다.도현이 그녀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짜?""조금요.""물 넣을게.""제가 할게요.""그럼... 같이 해."도현은 냄비를 싱크대로 옮기지 않고 계량컵에 물을 받았다. 한 번에 붓지 않고 소율이 맛을 볼 때마다 조금씩 더했다.어제는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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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화

"그러니까 당장 서울로 옮기는 건 어렵지만, 영원히 파리에 있어야 한다는 뜻도 아니에요. 지금 회사에서 확정된 건 여기까지예요."도현은 메모지에 짧게 적었다.[소율: 결혼식 전까지 유럽 프로젝트 1차 책임 구간 수행]그는 펜을 내려놓고 자신의 차례를 이어갔다."본사는 취임 일정을 늦출 생각이 없어. 이번 인사는 기획본부 조직 개편과 같이 움직여서, 내가 받으면 열흘 뒤에는 서울로 가야 해.""유럽 업무는 바로 끝나요?""후임에게 넘기는 기간은 3주야. 그동안은 서울과 파리 업무가 겹쳐. 이후에도 유럽 현안 때문에 파리에 올 수는 있지만, 정기 일정은 아직 협의하지 않았어.""회신 기한까지 전부 정해야 해요?""수락 여부와 서울 근무만 먼저 답하면 돼. 유럽 업무 방식은 수락한 뒤 3일 동안 추가로 협의할 수 있어."소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메모지에 적었다.[도현: 열흘 뒤 서울 취임, 3주 동안 유럽 업무 인계]두 줄이 나란히 놓이자 피하고 싶었던 현실이 분명해졌다. 도현은 서울에서 새 일을 시작하고, 소율은 파리에서 자신의 첫 대형 프로젝트를 책임져야 했다.그렇다고 둘 중 하나를 당장 지울 이유는 없었다.도현은 나란히 적힌 두 줄을 오래 바라봤다."이 일정대로면 결혼식 전까지 거의 3개월을 떨어져 지내야 해.""그럴 가능성이 있죠.""가능성이라고 쉽게 말할 거 아니야. 매일 같이 살다가 하루아침에 9,000킬로미터가 벌어지는 거야. 시차 때문에 연락 한 번 맞추기도 어렵고, 보고 싶다고 당장 올 수도 없어."도현의 말이 빨라졌다. 소율은 그 안에 숨은 감정을 알아차렸다."무서워요?"그는 잠깐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무서워. 당신 없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싫고, 목소리만 듣고 자는 것도 싫어. 당신이 여기서 나 없이 잘 지내면 그것도 싫을 것 같아.""제가 잘 지내면 왜 싫어요?""나는 못 지낼 테니까."너무 솔직하고 조금은 유치한 대답이라 소율의 입가가 저절로 풀렸다."그건 불공평한데요.""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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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서재에 들어온 도현은 문을 닫지 않았다.책상 앞에 앉은 뒤에도 한동안 펜을 들지 못했다. 상대를 설득할 말은 이미 많았다. 장거리 생활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시차와 출장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숫자로 정리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그러나 소율이 적어오라고 한 것은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자신이 원하는 것과 두려운 것.도현은 빈 종이 첫 줄에 썼다.[전무 승진은 받고 싶다.]두 번째 줄은 더 오래 걸렸다.[소율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둘 다 진심이었다. 그런데 그는 처음부터 두 마음이 함께 존재할 수 없다고 단정한 뒤, 전무 승진을 지우려고 했다.1년 전 파리행을 택했을 때는 상황이 달랐다. 소율에게 유럽 발령이라는 분명한 선택이 먼저 있었고, 도현은 자신의 뜻으로 그녀를 따라왔다.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이번에는 소율이 선택하기도 전에 그녀의 답까지 예상했다.서울로 오라고 하면 일을 포기할 것이다.파리에 남으라고 하면 힘들 것이다.그러니 자신이 승진을 버리면 된다.소율의 마음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정작 소율이 말할 기회를 없애 버린 셈이었다.도현은 세 번째 줄에 천천히 적었다.[보호하려고 했지만, 결국 소율의 선택까지 통제했다.]글자로 쓰고 나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펜을 내려놓고 열린 문 너머를 바라봤다. 침실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10분쯤 지났을 때 소율을 부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20분이 지나자 약속한 1시간이 쓸데없이 길다고 생각했다. 30분 뒤에는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타이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까지 살폈다.44분째, 그는 결국 의자에서 일어났다.서재 문밖으로 한 걸음 나선 순간 침실 쪽에서 소율의 목소리가 들렸다."아직 16분 남았어요."도현이 멈췄다."내가 나온 건 어떻게 알았어?""발소리 들렸어요.""...화장실 가는 거야.""서재 안에도 있잖아요."도현은 잠깐 말이 없었다."어... 물 마시려고.""서재 냉장고에도 있고요."이번에는 침실에서 웃음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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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당신은 뭐라고 썼어?" 소율은 자신의 종이를 그에게 보여 주지 않고 읽었다. "저는 유럽 프로젝트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요. 도현 씨가 전무 승진을 받았으면 좋겠고요. 그 자리를 오래 원했던 도현 씨까지 제가 사랑하니까요." "마지막은?"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서로의 마음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믿고 싶어요." 도현의 눈빛이 깊어졌다. 소율은 종이를 내려놓고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어제는 축하하다가 중간에 멈췄잖아요. 그래서 제대로 다시 할게요." "뭘." "전무 승진 제안 받은 거 축하해요, 도현 씨. 그 자리는 운 좋게 받은 것도 아니고, 저 때문에 받는 것도 아니에요. 도현 씨가 잘해서 다시 온 자리잖아요." 도현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을 감쌌다. "아직 받겠다고 안 했어." "받고 싶다고는 했잖아요. 그 마음부터 축하하는 거예요." 소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를 돌아갔다. 도현 앞에 선 뒤 두 팔을 그의 어깨에 둘렀다. "그리고 저는 도현 씨가 원하는 걸 말해서 좋아요." 도현은 잠깐 움직이지 못했다. 이내 소율의 허리를 감싸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녀가 그의 무릎 위에 옆으로 걸터앉자 팔에 힘이 단단히 들어갔다. "이렇게 축하하면 오늘 승진 수락하라고 할 것 같은데." "아직 안 돼요." "왜." "우리 둘 다 원하는 걸 말했을 뿐이잖아요. 이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죠." 도현은 소율의 허리를 안은 채 검은 파일을 바라봤다. "3일 동안?" "네. 본사에는 기한 안에 수락 의사를 보내고, 유럽 업무 방식은 그다음 3일 동안 같이 검토해요." "그럼 내일부터 가능한 근무 형태를 알아보자. 마지막 날에는 일정과 이동 부담까지 비교하고." "오늘은?" "각자 원하는 걸 숨기지 않는 데 성공했으니까 여기까지요." 도현의 시선이 소율의 입술로 내려갔다. "성공했으면 보상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보상이요?" "키스. 어제부터 보류됐잖아." 소율은 웃으며 그의 입술 바로 앞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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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전무 승진 통보 2일 뒤부터 3일간, 파리 센강 프러포즈로부터 약 3개월 후]다음 날 아침, 식탁 위에는 어젯밤 도현이 제목만 적어 둔 종이가 놓여 있었다.[두 도시의 약혼 계약서]그 아래에는 아무 내용도 없었다. 정확히는, 소율이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해 두었다.도현은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노트북과 태블릿, 검은색 파일 하나를 식탁 위에 차례로 올렸다. 마지막으로 세 종류의 펜까지 가지런히 놓는 모습을 보던 소율이 커피잔을 든 채 물었다."우리 둘이 이야기하는 데 펜이 왜 3개나 필요해요?""확정, 보류, 삭제.""색깔별로요?""한눈에 보여야 하니까."소율은 잠시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검은색 펜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2개를 빼앗았다."확정되면 쓰고, 아니면 말로 해요.""기록이 없으면 같은 얘기를 반복하게 돼.""도현 씨랑 있으면 기록이 있어도 반복해요.""내가 언제?""입맞춤 보류 기간이 정확히 3일이냐고 어젯밤에만 4번 물었어요.""..."도현은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식탁 한쪽에 놓인 탁상시계를 확인했다. 소율이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시간 재는 거예요?""보류가 시작된 시점을 알아야 끝나는 시점도 정확하지.""그 집요함을 오늘 협의에만 써주세요.""협의가 빨리 끝나면 조정 가능하다고 한 사람은 당신이야.""그러니까 빨리 끝내 봐요."도현의 눈빛이 단숨에 진지해졌다. 방금 전까지 입맞춤을 계산하던 남자와 같은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빠른 전환이었다.그가 노트북 화면을 소율 쪽으로 돌렸다. 화면에는 서울 복귀, 파리 잔류, 순환 근무라는 3개의 항목이 있었다. 어젯밤에는 제목뿐이었던 표에 어느새 장점과 위험 요인까지 정리되어 있었다.소율은 첫 번째 항목을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언제 만들었어요?""아침에.""몇 시에 일어났는데요?""5시 반.""어제 거의 2시에 잤잖아요.""잠이 안 왔어.""승진 때문에요?""당신이 3일 동안 키스하지 말자고 해서."소율은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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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화

그는 소율을 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한 번만 더 불러봐.""싫어요. 아직 공식 발령도 안 났어요.""방금 불렀잖아.""연습이었어요.""다시 연습해.""풉... 회신부터요."도현은 결국 전송 버튼을 눌렀다. 짧은 확인 문구가 뜨는 순간, 그의 입에서 작게 숨이 빠져나왔다. 소율은 그제야 그가 태연한 얼굴 아래 얼마나 큰 긴장을 숨기고 있었는지 알아차렸다."축하해요, 도현 씨.""어제 했잖아.""수락한 사람한테 하는 축하는 또 다르죠.""그럼 보상도 달라야 하는데."도현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기려 하자 소율은 의자째 한 뼘 뒤로 물러났다."아직 1일 차예요.""수락 기념은 별도 아닌가?""그런 예외를 만들기 시작하면 계약서가 백 장이 돼요.""백 장이어도 쓸 수 있어.""저는 못 읽어요."소율은 웃으며 검은색 펜으로 표의 마지막 항목에 동그라미를 그렸다.순환 근무.두 사람의 시선이 같은 단어 위에서 만났다."이걸 현실로 만들 방법을 찾죠."소율의 말에 도현도 고개를 끄덕였다.첫날의 결론은 하나였다. 둘 중 한 사람의 일을 지우는 선택은 하지 않는다.둘째 날 오후, 파리 지사 회의실 화면에는 서울 본사 인사 담당자와 유럽 전략실 책임자의 얼굴이 떠 있었다.공식 회의가 시작되자 도현의 말투부터 달라졌다."한 팀장이 맡은 프로젝트는 현재 현지 파트너사 협상과 2차 실행안 수립이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책임자를 지금 교체하는 것은 회사에도 손실이 큽니다."소율도 자료를 넘기며 차분하게 답했다."저는 결혼식 전까지 유럽 지사 기획팀장과 전략 프로젝트 책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정해진 책임 구간과 인계 절차는 끝까지 마치겠습니다."인사 담당자가 물었다."결혼 후 서울 근무를 희망하시는 겁니까?""네. 다만 배우자 동반 발령이나 예외 전보가 아니라, 제 경력과 업무 성과를 기준으로 정식 인사 절차를 밟고 싶습니다. 유럽에서 쌓은 전문성을 이어갈 수 있는 직무여야 한다는 조건도 분명히 하겠습니다."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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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화

"사적인 방문을 업무처럼 만들지 않기로 했잖아요.""나는 파리에 오면 실제로 일할 거야.""낮에 일하고 밤에 저를 보겠죠. 순서가 반대잖아요.""결과는 같은데.""안 같아요. 보고 싶어서 오는 날은 사비로 휴가 내고 오세요. 저도 그렇게 할게요."도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대신 당신도 나 보러 서울 오는 걸 본사 보고로 만들지 마.""제가 언제 그랬어요?""앞으로 할까 봐.""방금 가짜 현장 점검 만들다 걸린 사람이 할 말은 아닌데요.""그래서 미리 막는 거야. 공범 생기기 전에."소율은 삭제한 칸 옆에 새 일정을 하나 만들었다.[미확정: 한소율이 보고 싶을 경우, 차도현 개인 휴가]도현이 곧바로 키보드를 당겼다."미확정은 빼.""날짜가 없는데요.""사유는 확정이야."그는 문구를 고쳤다.[확정 사유: 한소율이 보고 싶음 / 날짜: 수시 협의]소율은 화면과 도현을 번갈아 보다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웃음이 자꾸 새어 나와 표정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왜 웃어.""전무가 되실 분이 일정표를 이렇게 쓰니까요.""공식 일정 아니야.""그럼 지워요.""싫어."도현은 노트북을 덮어 버렸다. 더는 손댈 수 없게 하려는 행동이 너무 노골적이었다.소율이 덮인 노트북 위에 손을 올렸다."저도 하나 넣어줘요.""뭘.""차도현이 보고 싶을 경우, 한소율 개인 휴가. 날짜는 수시 협의."도현의 눈이 가늘어졌다."지금도 보고 싶은데.""그건 휴가로 해결할 일이 아니잖아요.""왜 아니야. 오늘 남은 일정 취소하면 되는데.""저 30분 뒤에 현지 파트너 미팅 있어요.""그럼 29분 남았네."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율의 의자를 자신 쪽으로 돌렸다. 양팔이 의자 팔걸이 위에 내려앉자 소율은 그 사이에 꼼짝없이 갇혔다."도현 씨.""키스 말고는 다 된다고 했지?""제가 언제요?""안 된다고는 안 했어.""그 논리면 세상에 허락받은 게 너무 많아지는데요."도현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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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화

[제2조. 중요한 결정은 실행하기 전에 먼저 상의한다.]소율이 물었다."중요한 결정의 기준은요?""상대가 나중에 알면 서운할 일.""주관적인데 괜찮겠어요?""애매하면 먼저 말하면 돼.""그건 마음에 드네요."도현은 문장 끝에 작은 점을 찍었다. 소율은 그의 반듯한 글씨를 내려다보다가 미소 지었다. 이 조항은 규칙이라기보다 약속에 가까웠다. 완벽하게 지키겠다는 허세 대신, 혼자 판단하지 않고 한 번 더 상대를 부르겠다는 약속.세 번째 조항부터는 장거리 생활을 위한 내용이었다.[제3조. 아무리 바빠도 24시간 안에 한 번은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다.]"전화가 어려우면 음성 메시지도 포함해요."소율의 말에 도현이 고개를 저었다."실시간 통화.""서울하고 파리는 시차가 있어요. 이사회랑 현지 협상이 겹치면 하루 정도는 통화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요.""5분도 안 돼?""5분을 만들려고 서로 중요한 회의를 미루기 시작하면 오래 못 가요. 대신 음성 메시지라도 남기고, 24시간을 넘기기 전에 답을 듣는 걸로 해요."도현은 못마땅한 얼굴로 펜을 굴렸다."얼굴도 못 보고 목소리만 녹음으로 듣는 날이 생긴다는 거잖아.""그래서 다음 조항이 필요하죠."소율이 펜을 가져가 직접 적었다.[제4조. 두 사람의 일정이 맞는 날에는 영상통화를 한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화면을 끄지 않는다.]도현이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마지막 문장은 누구 때문에 넣는 거야?""누굴까요?""나는 안 꺼.""대신 카메라를 너무 가까이 대서 턱만 보이게 하죠.""얼굴 보여달라며.""얼굴 전체요.""가까이 보면 더 잘 보이잖아.""영상통화할 때마다 제가 휴대전화 거리부터 지시해야 해요?"도현은 잠깐 생각하더니 조항 아래에 괄호를 열었다.[차도현은 화면에 얼굴 전체가 나오도록 한다.]소율이 웃으며 그 아래 한 줄을 더했다.[한소율은 업무 중이 아니라면 영상통화를 받기 전에 화장부터 하지 않는다.]"이건 왜 써요?""기다리는 시간 아까우니까.""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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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화

"수정할 거 있어?""없어요. 도현 씨는요?""하나."그는 계약서를 자신 쪽으로 당겼다. 마지막 조항을 빠르게 적는 손길에 망설임이 없었다.[제7조. 장거리로 인해 누적된 입맞춤은 재회 즉시 전량 지급한다.]소율은 문장을 읽자마자 웃었다."전량이 어느 정도인데요?""떨어져 있던 날짜만큼.""하루에 한 번씩요?""최소.""지급하는 사람은 누구예요?""먼저 만난 사람.""공항에서 만나면요?""공항에서 시작해야지.""사람들 다 보는데요?""약혼한 사이인 것도 다 알아."소율은 고개를 저었지만 입가의 웃음은 지워지지 않았다."수령 거부권은요?""없어.""그럼 불공정 계약인데요."도현은 잠깐 생각하는 척하다가 조항 끝에 작은 글씨를 덧붙였다.[단, 쌍방 동의하에 지급한다.]"이제 됐어?""네.""서명해."소율은 펜을 받아 들었다. 서명란 위에서 일부러 손을 멈추자 도현의 시선이 펜 끝을 따라 움직였다."왜.""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고 배웠거든요.""누구한테.""14일짜리 계약서 내밀었던 사람한테요."도현의 입가가 비뚤게 올라갔다."그때보다 조건 좋아.""그때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이번엔 위약금도 없어.""대신 입맞춤 채무가 생기잖아요.""그건 위약금이 아니라 권리야.""누구 권리인데요?""우리 둘 다."도현은 소율의 손을 감싸 쥐었다. 장난스럽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서울에 가서 내가 또 혼자 답을 정하려고 하면, 이걸 보여줘.""보여주기 전에 말할 거예요.""그래. 바로 말해.""도현 씨도요. 저한테 부담 줄까 봐 괜찮은 척하지 말고요.""약속할게."소율은 그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서명했다. 도현도 그 옆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놓였다.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자리를 버리는 계약이 아니었다. 서울의 도현과 파리의 소율이 각자의 자리에서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두 사람의 미래를 같은 방향으로 이어 가기 위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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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

[두 도시의 약혼 계약서 작성 1주일 뒤]파리 지사 전 직원에게 인사 공지가 도착한 것은 오전 9시였다.[태성그룹 기획본부 전무 선임 및 본사 복귀]이사회 의결을 거쳐 차도현의 전무 선임이 확정됐다는 내용이었다. 서울 본사 기획본부를 총괄하되, 매월 정해진 기간에는 파리에서 유럽 현안을 직접 점검한다는 근무 계획도 함께 공표되었다.그 아래에는 유럽 전략 기능 확대에 관한 별도 공지가 붙어 있었다.한소율 유럽 지사 기획팀장.소율은 결혼식 전까지 파리에 남아 유럽 전략 프로젝트를 이끌며, 기존의 독립 결재권과 별도 평가 체계를 유지한다. 결혼 후 서울 근무를 희망할 경우에도 배우자에 따른 예외 전보가 아니라 정식 인사 절차를 밟는다는 원칙까지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소율은 화면에 나란히 뜬 2개의 공지를 천천히 읽었다.도현의 승진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지우지 않았고, 자신이 파리에 남기 위해 도현의 이름을 끌어내리지도 않았다. 둘이 식탁 위에서 수없이 고쳐 쓴 답이 이제 회사의 공식 문장이 되어 있었다."한 팀장님."맞은편에서 쥘리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번에는 바로 축하드려도 되는 공지 맞습니까?""지난번에도 바로 축하했잖아요.""그때는 본부장님 표정을 살피느라 박수 크기를 조절했습니다."주변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쥘리앙은 정말로 도현의 본부장실 쪽을 확인한 뒤 손뼉을 쳤다."한 팀장님의 프로젝트 확대와 차 전무님의 승진을 축하드립니다."박수가 기획팀 안으로 번졌다. 소율도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고마워요. 프로젝트 규모가 커진 만큼 다들 더 바빠질 거예요.""축하 인사 취소해도 됩니까?""늦었어요. 이미 녹화됐어요.""그럼 방금 박수는 자발적이었다고 기록해 주십시오."쥘리앙이 능청스럽게 대답하자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졌고, 직원들은 곧바로 소율의 자리로 몰려와 질문을 쏟아 냈다. 신규 인력 배치, 현지 파트너사 협상, 다음 달 실행안까지 업무 이야기가 이어졌으나 누구도 소율에게 언제 서울로 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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