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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14일간의 계약 연애: Capítulo 171 - Capítulo 180

189 Capítulos

170화

거실에는 여행 가방 2개가 놓여 있었다. 소율은 그 옆에 작은 보냉 가방을 내려놓았다."비행기에서 먹으라고 샌드위치 넣었어요.""기내식 나오잖아.""마음에 안 든다고 안 먹을까 봐요.""내가 애야?""음... 식사 앞에서는 가끔?"도현이 보냉 가방을 열어 안을 확인했다. 샌드위치와 과일, 작은 생수병 옆에 접힌 메모가 보였다.[서울에서도 끼니 거르지 말 것. 계약 조항으로 추가하기 전에 지키세요.]도현은 메모를 읽은 뒤 소율을 바라봤다."왜요?""이건 일방적인 조건인데.""건강에 관한 건 협상 대상 아니에요.""그럼 당신도 똑같이 지켜.""전 잘 먹어요.""바쁠 때 커피로 점심 대신하는 거 알아."소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도현이 메모 아래에 펜으로 한 줄을 추가했다.[한소율도 동일하게 적용.]"이제 공평하네.""제 메모에 마음대로 쓰면 어떡해요?""발행자가 또 혼자 마음대로 하니까 수령자가 조건 맞춘 거야.""이건 쿠폰이 아니라 메모거든요.""당신이 주면 다 비슷해. 나한테 뭘 시키는 종이잖아.""잘 지키면 안 시켜요."도현은 메모를 반듯하게 접어 지갑 안에 넣었다. 버리지 않고 챙기는 모습을 보자 소율의 잔소리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공항으로 출발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집 안은 이상할 만큼 조용해졌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입을 열면 떠나는 일이 갑자기 실감 날 것 같아 둘 다 미루는 중이었다.현관 앞에서 도현이 소율의 코트를 들어 입혀 주었다. 소율이 팔을 넣자 그는 옷깃을 정리한 뒤 목도리까지 둘러 줬다."파리 집에 혼자 있어도 문단속 잘하고.""도현 씨 없을 때도 혼자 잘 살았어요.""알아. 그래도 말할 거야.""성수동 집에 도착하면 바로 연락해요.""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할게.""입국 심사부터 해야죠.""통화하면서 하면 돼.""직원이 싫어할걸요?"도현이 짧게 웃었다. 소율도 따라 웃었지만,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는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출국장 앞에는 오래 머물 수 없었다.여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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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화

"도착했어요?""응. 지금 나왔어.""비행기에서는 잘 먹었고요?""샌드위치 먹었어.""기내식은요?""그것도.""정말요?""먹었다니까. 왜 못 믿어.""사진이 없잖아요.""식사 인증 조항도 없었어.""추가할까요?""계약서 임의 변경 금지라며."도현의 목소리에 웃음이 묻었다. 뒤에서 그를 기다리던 서울 비서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차량이 준비됐다고 알렸다."한 팀장님과 통화 중이십니까?"비서의 질문이 전화 너머까지 들렸는지 소율이 작게 웃었다."네, 전무님 식사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어요."도현의 얼굴이 굳었다."한소율.""왜요? 저분한테는 전무님 맞잖아요."비서는 웃음을 참으려는 듯 시선을 내렸다. 도현이 낮게 헛기침했다."차에서 다시 전화하겠습니다.""저 회의 들어가야 해요. 성수동 도착하면 영상 보내 주세요.""집이 그대로인지?""전무님이 잘 도착했는지요."짧은 한마디가 낯선 공항의 소음을 밀어냈다. 도현은 잠시 대답하지 못하다가 부드럽게 말했다."알겠습니다. 회의 잘하십시오."1년 만에 돌아온 성수동 펜트하우스는 지나치게 반듯했다.관리 직원이 정기적으로 집을 돌본 덕분에 먼지 하나 없었고, 가구와 조명, 장식품도 도현이 파리로 떠나기 전 그대로였다. 거실 창밖으로는 서울의 야경이 펼쳐졌으며, 주방에는 새 식기와 식재료까지 준비되어 있었다.불편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그래서 더 비어 보였다.여행 가방을 현관에 세워 둔 도현은 거실 중앙에서 걸음을 멈췄다. 파리 집이었다면 이 시간쯤 소율이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면 오늘은 몇 시에 퇴근했느냐고 물었을 테고, 냉장고 문을 열면 씻고 오기 전에 아무것도 꺼내 먹지 말라는 목소리가 따라왔을 터였다.여기에는 그런 소리가 없었다.도현은 휴대전화를 꺼내 거실을 짧게 촬영했다. 화면 끝에 자신의 얼굴이 잠깐 비치자 소율에게서 곧바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회의 끝났어?""네. 집은 어때요?""그대로야.""도현 씨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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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저 들어가야 해요.""끝나고 음성 메시지 남겨.""네. 식사하면 사진 보내고요.""그 조항 없다니까.""그럼 자율적으로 보내요."통화가 끝나자 쥘리앙이 회의실 문을 열며 물었다."차 전무님 식사 점검은 완료됐습니까?""커피만 마셨대요.""서울 비서실에 국제 공조를 요청하셔야겠군요."소율은 웃었지만, 그 말을 바로 실행하지는 않았다. 도현에게 먼저 말하지 않고 주변 사람을 통해 생활을 확인하는 것은 두 사람이 정한 방식이 아니었다.그날 밤, 도현에게서 도착한 사진에는 회의실 탁자 위 샌드위치와 생수병이 찍혀 있었다.[차도현: 자율적으로 보냄.][한소율: 훌륭해요.][차도현: 보상은.][한소율: 다 먹으면 생각해 볼게요.][차도현: 영상통화 지금.][한소율: 저 아직 회의 중이에요.][차도현: 그럼 끝나고. 다 먹었는지 확인시켜 줄게.]소율은 웃으며 휴대전화를 뒤집었다. 맞은편에 앉은 현지 파트너가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잠깐 생각한 뒤 대답했다."서울에서 제 약혼자가 점심을 먹었대요."상대가 그게 그렇게 기뻐할 일이냐는 얼굴을 하자 소율은 다시 웃었다.장거리를 시작하고 나니 평소에는 당연했던 일들이 전부 소식이 되었다. 식사를 했다는 말, 퇴근한다는 말, 집에 도착했다는 말. 별것 아닌 문장 하나가 상대의 일상 안에 자신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문제는 그다음 2일이었다.도현은 취임 직후 쏟아진 보고와 이사회 준비 때문에 저녁을 연달아 놓쳤다. 1일째에는 밤 11시가 지나서야 컵라면을 꺼냈고, 2일째에는 그것조차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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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화

[도현 씨, 협상이 늦게 끝났어요.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요. 지금 많이 피곤한데... 목소리는 듣고 싶네요. 보고 끝나면 메시지 남겨 줘요. 기다리다 잠들어도 아침에 바로 들을게요.] 음성 메시지를 보낸 뒤에는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도현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았고, 답이 늦는 이유를 혼자 상상하지도 않았다. 파리 펜트하우스에 도착한 뒤 샤워를 마쳤을 때 도현의 답장이 와 있었다. [회의가 길어졌어. 당신 전화 왔을 때 보고받는 중이었고, 지금 끝났어. 나도 목소리 듣고 싶어. 그런데 파리는 너무 늦었으니까 먼저 자. 오늘 통화 못 한 건 당신이 소홀해서도, 내가 덜 보고 싶어서도 아니야. 우리 둘 다 각자 할 일을 잘한 거야.] 소율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메시지를 2번 들었다. 일을 이해한다고 해서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바빠서 통화를 못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목소리를 듣지 못해 서운할 수 있으니, 둘 중 하나를 감출 필요는 없었다. 소율은 다시 녹음 버튼을 눌렀다. [알아요. 저도 도현 씨가 소홀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도 오늘은 많이 보고 싶었어요... 내일은 얼굴까지 보여 줘요.] 잠시 뒤 짧은 답이 도착했다. [내일 말고 지금.] 곧이어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소율은 시간을 확인하고 망설였지만 결국 받았다. 화면 속 도현은 성수동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고, 느슨하게 풀린 넥타이 위로 피로한 얼굴이 보였다. "먼저 자라면서요." "목소리 들으니까 얼굴도 봐야겠어." "저 지금 화장도 안 했어요." "계약서에 화장부터 하지 말라고 썼잖아." "그 조항은 도현 씨가 마음대로 넣은 거예요." "당신도 안 지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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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화

[파리 센강 프러포즈로부터 약 3개월 3주 후, 장거리 연애 3주 차]소율은 업무용 달력에서 주말 옆의 빈칸을 3번이나 확인했다.금요일 밤 파리 출발.주말과 월요일 보상 휴가를 붙이면 서울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정확히 36시간이었다. 공항을 오가는 시간과 왕복 비행까지 계산하면 여유롭다고 부르기는 어려운 일정이었다. 그래도 월요일 저녁에는 파리로 돌아올 수 있었고, 화요일 오전의 현지 파트너 회의에도 지장이 없었다.공식 서울 출장은 여전히 불가능했다.하지만 약혼자를 만나러 가는 데 출장 명목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소율은 휴가 신청 화면을 열기 전에 쥘리앙부터 불렀다."월요일 하루 비울 수 있을까요?"쥘리앙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소율이 건넨 인계 목록을 위에서부터 훑은 뒤, 월요일 예정표와 하나씩 대조했다."오전 실행안 점검은 제가 진행할 수 있습니다. 법무 검토본은 금요일까지 받아두면 되고요. 다만 벨루아 측에서 추가 조건을 보내면 한 팀장님의 확인이 필요합니다.""긴급한 결정만 메신저로 보내 주세요. 비행 중일 때는 착륙하는 대로 확인할게요.""쉬는 날에도요?""프로젝트 전체를 들고 가겠다는 뜻은 아니에요. 제가 아니면 결정할 수 없는 것만요."쥘리앙은 다시 일정표를 살폈다. 월요일 오후에는 자신이 참석해도 되는 내부회의뿐이었고, 외부 미팅도 없었다."그 정도라면 문제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를 가십니까?""서울이요."쥘리앙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왔다."공식 출장은 어렵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공식 출장이 아니니까요.""차 전무님은 아십니까?"소율이 휴가 신청 버튼을 눌렀다."알면 깜짝 방문이 아니죠."쥘리앙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인계 목록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며 아주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월요일에는 유럽 지사가 무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하루 쉰다고 안 무너져요.""차 전무님이 놀라서 서울 본사를 무너뜨릴 가능성은 있지 않습니까?""그쪽은 안타깝게도 제 책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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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화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토요일 오후였다.소율은 비행기 안에서 거의 잠들지 못했으나 발걸음만큼은 가벼웠다. 작은 여행 가방을 끌고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미리 연락해 둔 서울 비서가 보낸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올라탄 뒤 소율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주말에 부탁드려서 죄송해요.""괜찮습니다. 전무님께서는 아직 회사에 계십니다. 오늘은 오후 9시쯤 성수동에 도착하실 예정입니다.""제가 연락드린 건 모르시죠?""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전무님께서 일정보다 일찍 퇴근하시면 정확한 도착 시각까지는 장담드리기 어렵습니다.""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집에는 들어갈 수 있을까요?""가능합니다. 전무님이 서울로 복귀한 날, 한 팀장님의 기존 출입 권한부터 다시 등록해 두셨습니다. 건물 보안 데스크에도 방문 사실이 전무님께 자동 통보되지 않도록 요청해 두겠습니다. 신분증만 제시하시면 됩니다."소율은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도현은 오라고 재촉하면서도 정작 그녀가 언제 올지는 몰랐다. 그런데도 서울에 돌아온 첫날부터 소율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 둔 것이다."그 사람은 왜 그런 걸 말도 안 하고 해 둔대요?""제가 답변드리기 어려운 질문 같습니다."비서의 목소리 끝에 옅은 웃음이 묻어났다."참, 월요일 오전 9시 이사회는 변경 없이 진행됩니다. 관련 자료는 오늘 전달드릴 예정이고, 전무님도 일정을 알고 계십니다.""네. 그 일정은 건드리지 않을게요. 제가 왔다고 취소하게 두지도 않을 거고요."소율은 통화를 마친 뒤 도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어젠 약속 장소에 잘 도착하고 오늘 일정까지도 잘 마무리 했어요. 걱정하지 말고 일해요.]답장은 10초도 지나지 않아 왔다.[사진.][싫어요.][지금 뭐하고 있는지만 보여 줘.][싫은데요?][지금 전화해. 당장.]소율은 휴대전화를 뒤집어 무릎 위에 놓았다. 화면이 2번 더 밝아졌지만 받지 않았다.오늘만큼은 차도현이 모르는 것이 하나쯤 있어도 괜찮았다.곧 자신의 눈앞에서 확인하게 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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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화

"도현 씨?"그제야 현관문이 닫혔다.도현은 신발도 제대로 벗지 않은 채 거실로 걸어왔다. 소율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바로 앞에 멈춰 서자 와인잔을 살짝 들어 보였다."취임 축하 선물 배달 왔어요."도현의 시선은 와인잔이 아니라 셔츠 단추와 드러난 다리에 머물러 있었다."당신..."목소리가 한 번 막혔다."왜 그렇게 입고 있어.""도현 씨 셔츠인데요. 기억 안 나요?""내 셔츠인 건 알아.""그런데 왜 물어요?"도현은 대답 대신 소율의 손에서 와인잔부터 빼냈다.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동작은 조심스러웠지만 시선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어제 누구 만나러 간다고 했어.""만났잖아요.""내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고.""12시간 뒤의 차도현은 제가 먼저 알게 되는 사람이었죠."도현의 미간이 좁아졌다."그걸 농담이라고 했어?""질투했어요?""했어. 어제부터 내내."도현의 손이 소율의 허리를 감쌌다. 셔츠 위로 닿은 손바닥이 비행기 안에서 식었던 몸을 단숨에 데웠다.소율은 웃으려다가 목소리를 낮췄다."그럼 제가 많이 보고 싶었나요?""확인해야 알아?""직접 오라고 했잖아요. 직접 왔으니까 직접 말해 줘야죠."도현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보고 싶었어..."짧은 대답이었지만 표정에는 3주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혼자 식사하던 성수동 주방과 화면을 켜 둔 채 잠들었던 밤, 통화 시간이 맞지 않아 음성 메시지만 주고받았던 날들이 한꺼번에 묻어났다.소율은 그의 넥타이를 천천히 당겼다."저도요..."도현이 가까워졌으나 소율은 입술이 닿기 직전에 고개를 살짝 뒤로 뺐다."그런데 계약 조항부터 확인해야 해요.""지금?""재회했을 때는 누적된 입맞춤을 전량 지급하기로 했잖아요.""그래서.""수령 준비됐어요?"도현이 소율을 빤히 내려다봤다. 방금까지 굳어 있던 얼굴에 익숙한 집요함이 돌아왔다."발행자가 또 직접 쓰려고 하네.""이번에는 공동 권리예요.""그럼 먼저 지급해.""명령이에요?""청구야. 3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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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화

늦은 저녁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도현은 소율이 만든 소스를 2번이나 칭찬했고, 소율이 포크를 내려놓을 때까지 자신의 접시도 비우지 않았다. 와인은 한 잔씩만 마셨다. 월요일 오전 이사회 자료를 마저 확인해야 한다는 말을 도현이 먼저 꺼냈기 때문이다."지금도 봐야 해요?""자료는 다 읽었어. 내일 최종본만 확인하면 돼.""그럼 오늘은요?""당신 봐야지.""아까부터 보고 있잖아요.""아직 부족해."도현은 정말로 식사 내내 소율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물을 마실 때도, 접시를 치울 때도, 소율이 긴 소매를 걷어 올릴 때도 눈길이 따라왔다.설거지를 끝내고 거실로 돌아온 소율은 소파 대신 창가에 섰다. 수도 없이 보았던 한강 야경이 아래로 펼쳐졌다. 익숙한 풍경인데도 파리에서 돌아와 보니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도현이 뒤에서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피곤하지.""조금요.""왜 이렇게까지 왔어.""오라고 했잖아요.""내가 말하면 다 들어?""그럴 리가요. 제가 오고 싶어서 온 거예요."소율은 몸을 돌려 도현을 마주 봤다."도현 씨가 저 없이도 잘 지내는지 확인하려고요.""잘... 못 지냈어.""알아요. 화면에 다 보였어요.""그럼 더 빨리 왔어야지.""그러는 도현 씨는 제가 파리에서 잘 지내는지 안 궁금했어요?""매일 궁금했어. 그래서 매일 전화했잖아.""저도 잘 못 지냈어요. 일은 잘했는데, 집에 가면... 너무 조용했어요."도현의 손이 소율의 뺨을 감쌌다."소율아...""네.""내가 서울에 온 거... 후회하지?"그 질문에는 장난이 없었다.도현이 전무 자리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한 사람은 소율이었다. 서로의 일을 포기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그 선택 때문에 외로운 밤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소율은 고개를 저었다."보고 싶은 것과 후회하는 건 달라요. 도현 씨가 서울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제가 파리에서 제 일을 하는 게 맞아요. 다만... 맞는 선택도 가끔은 외로울 수 있잖아요.""...그래.""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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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화

월요일 새벽, 두 사람은 다시 현관 앞에 섰다.여행 가방은 올 때보다 조금 무거워져 있었다. 도현이 서울에서만 구할 수 있다며 넣어 둔 간식과 책, 성수동 집에 있던 두꺼운 셔츠 1장이 추가된 탓이었다."이건 왜 넣었어요?"소율이 셔츠를 꺼내 보이자 도현이 다시 가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내 냄새 난다고 어제 계속 입고 있었잖아.""그래서 가져가라고요?""파리에서 입어.""도현 씨 옷이 파리 집에도 있어요.""그건 내가 가서 입을 거고.""욕심이 많네요.""당신 옷도 하나 두고 가.""36시간 왔다 가면서요?""다시 올 거잖아."소율은 가방을 닫다가 손을 멈췄다. 결국 옷장에서 얇은 카디건 1장을 꺼내 도현의 셔츠 옆에 걸었다."됐어요?""아니.""또 뭐요?""당신이 있어야 되는데..."도현은 카디건이 아니라 소율을 바라보고 있었다.소율은 천천히 다가가 그의 코트 깃을 정리했다."다음에는 도현 씨가 와요.""갈게.""일정 정식으로 비우고요.""그렇게 갈게.""제가 보고 싶다고 해도 이사회 취소하면 안 돼요.""지금 취소하겠다는 말 안 했어.""표정이 그랬어요."도현은 부정하지 않았다.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손을 놓지 않았다. 창밖이 점점 밝아졌고, 서울의 월요일이 시작되고 있었다.출국장 앞에 도착하자 도현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이사회까지는 2시간 남아 있었다. 소율이 탑승 수속을 마치는 것을 보고 회사로 이동해도 늦지 않을 시간이었다."여기까지만 와도 됐는데요.""안 왔으면 집에서 기다렸을 거야. 그게 더 늦어.""일정 계산은 잘했네요.""당신 보내는 시간만 빼고 다 했어."소율이 웃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36시간 전에는 이곳을 빠져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는데, 다시 들어가려니 여행 가방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도현도 같은 표정이었다."소율아.""네.""다음 달까지 안 기다릴게.""무리하지 말라니까요.""무리해서 말고, 내가 갈 수 있는 날을 제대로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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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화

[파리 센강 프러포즈로부터 약 4개월 1주 후, 서울 깜짝 방문으로부터 약 2주 뒤]차도현은 약속을 지켰다.소율이 서울을 떠난 지 5일째 되던 날, 그는 월 1회로 예정된 파리 근무의 첫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지 회사와 협의했다. 이사회 일정을 비우고 유럽 총괄 실무진에게 방문 목적과 점검 항목을 미리 전달한 뒤에야 소율에게 전화를 걸었다."다음 주 월요일부터 3일, 파리로 가도 돼?"그가 먼저 물은 것은 자신의 항공편이 아니라 소율의 일정이었다.소율은 달력을 확인한 뒤 월요일 저녁과 화요일 밤은 함께 보낼 수 있다고 대답했다. 도현은 그 말을 들은 다음에야 비행기를 예약했다.먼저 결정한 뒤 통보하지 않았고, 보고 싶다는 이유로 소율의 회의를 옮기게 만들지도 않았다.그렇게 도현이 12시간의 거리를 건너왔고, 3일 동안 정해진 업무를 모두 마친 뒤 서울로 돌아갔다.이번에는 소율의 차례였다.이번은 약혼자를 놀라게 하려는 개인 방문이 아니었다.태성그룹 창립 기념행사에서 유럽 전략 프로젝트의 중간 성과를 보고하기 위한 공식 서울 출장이었다.행사 당일 오후 4시.서울 본사 대강당 뒤편의 대기실에는 발표 자료가 띄워진 노트북과 행사 순서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소율은 프레젠테이션 리모컨을 쥔 채 마지막 수치를 확인했다. 파리에서 함께 온 실무진은 이미 객석에 자리했고, 통역 자료와 배포용 보고서도 오전에 검수를 끝낸 상태였다.준비는 완벽했다.문제는 대기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표정이었다.소율은 입술에 힘을 주고 어깨를 바로 폈다.방금 전 복도에서 본 광경을 떠올리지 않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검은 턱시도를 입은 도현은 행사장 입구에서 주요 주주와 외빈을 맞고 있었다. 서른 중반에 전무로 선임된 데다 후계 구도까지 분명한 남자에게 관심이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약혼 발표가 이미 끝났다는 사실도 사람들의 접근을 막지는 못했다.혼맥을 염두에 둔 재계 인사는 자신의 자녀를 소개했고, 젊은 경영인들은 저녁 모임을 제안했다. 몇몇 여성은 결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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