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센강 프러포즈로부터 약 5개월 후, 결혼식 약 1개월 전]토요일 오후 2시, 서울 성북동 태성가 본가.금요일 오전 본사 실무회의를 마친 소율은 주말까지 서울에 남았다. 토요일 일정은 청첩장과 외부 배포용 예식 안내문의 기본 문안 검토였다.한소율은 긴 테이블 위에 놓인 청첩장을 천천히 펼쳤다.두꺼운 흰 종이 중앙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차도현 · 한소율]글자의 크기와 굵기, 이름 사이의 간격까지 같았다. 어느 한쪽도 위나 아래에 놓이지 않았고, 태성그룹 전무라는 직함이나 태성가라는 설명도 청첩장 앞면에는 들어가지 않았다.소율은 손끝으로 자신의 이름을 가볍게 쓸었다."예뻐요."맞은편에 앉은 도현이 청첩장을 확인했다."글자 간격은 괜찮아?""네. 두 이름이 같은 크기라 더 마음에 들어요.""처음부터 그렇게 요청했어.""혹시 제 이름을 더 크게 해달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도현의 시선이 잠깐 옆으로 움직였다.소율은 그 미세한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생각했네요.""잠깐.""왜요?""당신이 받을 청첩장이니까. 그래도 만년필 이니셜을 떠올리고 바로 포기했어.""둘이 같이 받는 청첩장이에요.""그래서 최종본은 같게 했잖아."도현은 자신의 잘못이 없다는 듯 말했다. 소율은 청첩장을 다시 보며 웃음을 삼켰다.2주 전, 두 사람은 서울과 파리의 집에 똑같은 크기의 책상을 놓기로 했다. 도현은 소율의 일이 자신의 일보다 작아 보이는 것이 싫다고 했다. 오늘 청첩장 위에 놓인 두 이름도 같은 원칙을 따르고 있었다.결혼 뒤 한쪽 이름이 다른 쪽에 딸려 들어가지 않도록, 시작부터 같은 자리를 차지한 모습이었다."두 분, 청첩장 확인은 끝나셨습니까?"태성가 의전 실무자가 맞은편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네. 이대로 진행해 주세요."소율의 대답에 도현도 고개를 끄덕였다.실무자는 안도한 얼굴로 인쇄 승인표에 표시했다. 청첩장과 봉투, 동봉 카드까지 차례로 정리한 뒤 마지막에 남아 있던 얇은 서류철을 두 사람 앞으로
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