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리셉션은 본사와 연결된 호텔 연회장에서 열렸다.창립 기념행사의 공식 순서가 끝난 뒤라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웠다.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길게 이어졌고, 중앙 무대 앞에는 작은 오케스트라와 댄스 플로어가 마련되어 있었다.소율은 유럽 파트너사에서 온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본사 전략 담당 임원에게 붙잡혔다. 발표 내용 중 일부를 다시 설명하는 동안에도 시선은 몇 번이나 도현을 향했다.도현은 연회장 반대편에서 재계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그는 소율을 발견할 때마다 시선을 보냈지만, 다가올 틈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한 사람이 물러나면 다른 사람이 명함을 내밀었고,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사람까지 이어졌다.소율은 샴페인잔을 들고도 입에 대지 않았다."한 팀장님, 누구 기다리십니까?"곁에 있던 본사 임원이 물었다."아니요. 행사 순서를 보고 있었습니다.""잠시 뒤에 첫 곡이 시작됩니다. 차 전무가 첫 춤을 추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겠군요. 저런 자리를 질색하니까요.""춤을 안 좋아하십니까?""춤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행사를 싫어합니다. 파트너를 현장에서 정하는 순서라면 더더욱 그렇죠."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케스트라가 조율을 시작했다.행사 진행자가 무대로 올라 창립 기념 건배와 함께 첫 곡을 안내했다. 댄스 플로어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몇몇 부부가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소율은 그제야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도현과 행사 첫 곡을 함께 추겠다는 말을 미리 하지 않았다.연인이라면 당연히 자신과 춰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공식 일정으로 참석했고, 소율에게도 업무상 만나야 할 사람이 많았다. 도현이 춤을 추지 않는다면 그것대로 괜찮았다.다른 여자가 그의 앞에 손을 내밀기 전까지는.도현과 이야기하던 중년 남성이 자신의 딸을 곁으로 불렀다. 같은 재계에 몸담은 집안인지 주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내줬다. 옅은 금빛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난처한 기색을 잠깐 보였지만, 아버지가 웃으며 등을 떠밀자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9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