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안에 이 물량을 다 팔지 못하면, 저희 조합은 태성과 거래를 끊겠습니다."툭.강준호가 반품 예정표를 접이식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이어 휴대전화의 타이머를 48시간에 맞춰 소율 앞에 세웠다.월요일 오전 8시 3분.해담지사 입고장 앞에는 트럭 4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지난주에 왔던 생산자들뿐 아니라 처음 보는 얼굴도 여럿이었다. 구부러진 오이, 크기가 제각각인 토마토, 끝이 갈라진 당근이 투명 상자 안에 담겨 있었다. 바다 쪽 생산자들이 가져온 마른 미역과 반건조 멸치도 포장 규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고를 기다리고 있었다.물건의 상태보다 생산자들의 얼굴이 먼저 굳어 있었다.허리가 굽은 농부가 오이 하나를 들어 보였다."이게 상했습니까? 조금 휘었다고 창고에서 다시 빼라는데, 계속 이러면 밭을 갈아엎는 게 낫지."옆에 서 있던 중년 여성이 토마토 상자를 끌어안았다. 꼭지를 직접 따 온 사람답게 손끝에 초록물이 배어 있었다."토요일에 장 열어 주신 건 고맙죠. 그런데 하루 팔고 또 원래대로 돌아가면 우리도 더 못 버텨요."지난 수요일, 준호는 지사가 달라지는지 1주일만 더 보겠다고 했다. 그 기한이 끝나는 수요일 아침까지 이제 48시간 남았다. 오늘 가져온 물량은 그동안 반품 통보를 받았거나 대형 매장 출고에서 빠진 상품들이었다.소율은 타이머보다 먼저 상자들을 봤다."전체 수량부터 확인할게요."해나가 들고 있던 목록을 펼쳤다."전부 300상자예요. 채소와 토마토가 220상자, 건조 수산물이 80상자요. 상해서 돌아온 건 빼고, 모양이나 크기 때문에 출고 보류된 것만 다시 모았어요.""제가 상태를 같이 확인하겠습니다."준호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확인만 하다가 이틀 다 보내지는 마십시오."말이 거칠었지만 목소리 끝에는 조급함이 묻어 있었다. 준호 뒤에 선 생산자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팔지 못하면 돈을 받지 못하고, 또 실패하면 지사와 거래를 이어 갈 이유도 사라졌다.소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오전 중에 상품을 나
Last Updated : 2026-10-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