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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간의 계약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221 - 챕터 230

296 챕터

220화

"현장에 가서 실수하면 안 되니까 지금부터 연습해야죠.""하아... 집에서는 그 연습 하지 마.""풋... 업무 공간부터 구분하는 연습도 필요하겠네요."뒤따라 나오던 선우가 휴대전화에 메모를 남겼다. 도현이 시선을 돌리자 그가 화면을 내렸다."인계 목록을 수정했습니다.""무슨 항목을?""현장에서는 전무님을 차 과장님으로 호칭하도록 연락 담당자 안내에 반영했습니다."서재 안에서 회장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기획본부 인계와 소율의 특별사업팀 업무 조정을 마친 뒤, 두 사람은 해가 기울 무렵 성수동 집으로 돌아왔다.도현이 현관문을 닫는 동안 소율은 식탁 위에 파일을 내려놓았다. 마지막 장에서 사원증 두 개를 꺼내 나란히 놓자 집 안 조명 아래에서도 직급이 유난히 또렷했다.그녀가 물을 따라 오는 사이 도현은 자신의 사원증을 손끝으로 돌렸다."사진을 바꿨어야 했어.""직급에 어울리지 않나요?""내 얼굴이 너무 협조적으로 나왔군."소율은 그의 앞에 물잔을 놓으며 웃었다. 하루 내내 남은 업무를 정리하고 담당자들에게 인계를 확인하던 사람이, 집에 돌아오자 다시 작은 사원증과 싸우고 있었다.도현이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괜찮겠어?""뭐가요?""90일. 생각보다 길어."소율은 잠깐 손에 들린 물잔을 내려다보다가 맞은편에 앉았다."무섭죠. 제가 현장에 가는 동안 이 사람들의 시간이 줄어드는 거잖아요. 그런데 모르는 상태로 살릴 수 있다고 약속하는 것보다, 가서 확인하는 편이 낫겠어요.""응.""도현 씨가 같이 가겠다고 해 줘서... 기뻤어요. 제가 어떻게 일할지 믿는다는 말도요."그의 손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소율은 손바닥을 뒤집어 도현의 손가락을 맞잡았다."파리에서 떨어져 있을 때는 하루 일정이 끝나도 서로 기다리는 시간이 따로 있었잖아요.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겠네요.""옆방에서 기다리게 생겼지.""벽 하나 정도는 기다려 주실 수 있죠?""당신을 혼자 보내는 것보다는 낫지만... 후... 마음에 들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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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화

"차 과장님은 창고부터 확인해 주세요. 보고는 오후 3시까지입니다."차도현의 시선이 한소율의 입술에서 눈으로 올라갔다.사무실에 있던 직원 하나가 복사기 뚜껑을 든 채 멈췄다. 종이컵을 들고 지나가던 직원도 걸음을 늦추었다. 본사에서 내려온 두 사람이 짐을 내려놓자마자 업무부터 나누는 바람에, 인사를 건넬 타이밍을 찾던 시선들이 그쪽으로 모였다.도현은 1초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한 차장님."끝까지 정중한 대답이었다. 다만 원래도 낮은 목소리가 조금 더 가라앉았고, 소율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 오래 머물렀다.종이컵을 든 직원이 옆 사람의 팔꿈치를 살짝 건드렸다.소율은 펼친 수첩으로 입가를 가렸다. 출발할 때 운전석에서 자신의 안전벨트를 확인해 주던 남편이, 이제는 첫 지시를 기다리는 부하 직원으로 서 있었다.서울에서 오전 6시에 출발한 차는 오전 11시를 조금 앞두고 해담지사에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바닷가 도로를 돌 때까지 도현은 익숙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건물 현관을 넘은 뒤부터는 두 사람 모두 사원증 아래 적힌 이름을 기억해야 했다.한서율 차장과 차도윤 과장.본사에서 승인한 파견 서류와 현장 사원증에 쓰인 위장 이름이었다. 지사 직원들에게는 적자 거점을 정상화하러 내려온 사업기획 담당자와 운영관리 담당자로 소개됐다.목 아래, 옷 속에 넣은 반지가 움직일 때마다 소율은 아침에 목걸이 고리를 잠가 주던 도현의 손을 떠올렸다. 그는 자신의 반지까지 넣고도 그녀의 고리를 한 번 더 눌러 확인했었다.그 정성을 지금 표정에까지 남겨 두면 곤란했다."운송 기록도 같이 봐 주세요. 창고에서 실제로 얼마나 나가는지 확인하고 싶어요.""확인하겠습니다."이번에는 즉시 대답이 돌아왔다. 소율이 먼저 눈을 내리자 도현도 서류철을 집어 들었다."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먼 길이라 두 분 피곤하시겠어요."권재필 지사장이 사무실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 둥근 얼굴에 웃음이 깊었고, 내민 손은 따뜻했다. 그가 소율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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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화

"업무 지시는 잘 들었습니다."도현이 차분하게 답하자 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행이고요. 창고 가실 때 바닥 턱 조심하세요. 도면에는 평평한데 실제로는 운반대가 한 번씩 덜컹거려요."소율이 물병을 내려놓았다."윤 대리님, 최근에 거래를 중단한 생산자 목록부터 받을 수 있을까요? 마지막 출고일과 중단 사유가 같이 있으면 좋겠어요.""바로 가져올게요. 사유는 문서에 적힌 것과 제가 통화한 내용이 조금 다른 곳도 있어요. 두 가지 다 드릴까요?""네. 둘 다 부탁드려요."해나는 노트를 펼쳐 요청 내용을 적고 곧바로 문을 나섰다. 권재필이 노트북을 연결하는 동안에도 밖에서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브리핑은 20분 만에 끝났다.권재필이 지난달 매출 그래프를 띄운 채 계절별 방문객 수를 설명하려는데, 소율이 수첩을 덮었다."이 자료는 받아서 읽겠습니다. 먼저 현장을 볼게요.""점심부터 드시는 게 어떨까요? 내려오자마자 창고까지 보시면 정신없으실 텐데. 정리도 좀 해야 하고요.""지금 상태로 보고 싶어요. 반품 상자가 어디에 있는지 안내해 주세요."권재필이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반품률은 다음 장에 정리돼 있습니다.""숫자는 확인했어요. 어떤 물건이 돌아왔는지 먼저 보고, 설명은 그다음에 듣겠습니다."소율은 문을 열고 기다리는 해나에게 다가갔다. 도현도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거두고 일어섰다."차 과장님은 저온창고 담당자와 전력비도 함께 확인해 주세요. 같은 시간대 출고 기록과 맞춰 볼 수 있게요.""네, 한 차장님."해나는 둘을 번갈아 보다가 소율 앞에서 방향을 틀었다."반품 구역은 이쪽입니다. 장갑은 들어가서 드릴게요."포장실 뒤쪽에는 출고 대기품과 떨어진 반품 구역이 있었다. 바닥 표시선 안에 상자가 쌓였고, 맨 앞 상자에는 입고 날짜와 반품 번호가 붙어 있었다.소율은 해나가 건넨 장갑을 끼고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작은 용기에 나눠 담긴 방울토마토가 들어 있었다. 몇 개는 운송 중 눌린 흔적이 있었지만, 가운데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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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화

창고 안에서는 정상적으로 냉각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전력 사용량은 출고가 많은 날 조금 더 높았고, 운송비는 그런 차이와 관계없이 크게 붙어 있었다.도현은 본사 자료 중 비슷한 적재 조건의 수도권 운송 단가를 열었다. 해담의 경로가 더 길다는 점을 반영하고도 남는 차이가 컸다. 추가 정차와 대기 비용까지 붙은 날에는 기본 운송료에 가까운 금액이 더해져 있었다."이날 차가 어디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필요합니다. 기사님들이 남긴 것도 괜찮습니다.""지사장님께 확인하고 드려도 될까요?""네. 요청한 자료 목록은 제가 보내겠습니다. 받은 자료와 기다리는 자료를 구분해서 보고해야 해서요."담당자는 그제야 조금 편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은 창고 출입문을 닫아 주고, 실제 운행 시간 기록을 별도로 요청했다.점심은 지사 직원들이 쓰는 식당에서 먹었다.소율의 맞은편이 비어 있어도 도현은 옆 테이블에 앉았다. 잠이 덜 깼는지 피곤해 보이는 그녀에게 물을 밀어 주고 싶었지만, 손을 뻗기 전에 해나가 물병을 가져다 놓았다."한 차장님, 오후에도 계속 걸으실 거죠? 물부터 드세요. 저쪽 출고장은 바람이 잘 들어서 목 마른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게 돼요."도현은 자신의 컵을 채우고 물병을 내려놓았다.그쪽 테이블에서 소율이 반찬을 집어 들다가 잠깐 그의 손을 보았다. 집에서는 늘 그녀의 컵부터 채웠다. 눈이 마주친 순간 도현이 아주 조금 고개를 기울였고, 소율은 숟가락으로 국을 저으며 웃음을 숨겼다.해나는 그 시선이 오가는 동안 숟가락을 멈췄다.아까부터 차 과장은 한 차장을 자주 보고 있었다. 차장은 그 시선을 받으면 표정부터 수습했다. 같은 본사에서 왔다고 했으니, 내려오기 전에 서로 얼굴을 붉힌 일쯤은 있었을 수 있었다.해나는 두 사람이 다시 마주 보려는 사이에 식판을 조금 끌어당겼다."오후 안내도 제가 할게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소율이 그녀를 돌아보았다."네, 부탁드릴게요."오후 3시를 앞두고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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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화

"보고 시간 맞춰 주셔서 감사합니다.""추가 확인도 진행하겠습니다, 한 차장님."해나는 한층 반듯해진 도현의 대답을 듣고 두 사람 사이를 다시 살폈다. 불편한 과거가 있어도 업무는 같이 하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오늘 안내하는 동안 큰 소리가 날 걱정은 덜어도 될 듯했다.퇴근 무렵, 총무 담당자가 관사 열쇠를 가져왔다.소율 앞으로는 201호, 도현 앞으로는 202호 열쇠가 놓였다. 서울에서 들었던 배정 그대로였다.도현은 두 열쇠의 번호를 확인한 뒤 담당자에게 물었다."방은 각각 배정된 거죠?""네. 빈방이 마침 나란히 있어서요. 침구도 각각 넣어 뒀습니다."해나가 서류함을 닫다가 덧붙였다."보일러가 오래돼서 뜨거운 물은 조금 기다리셔야 해요. 수건 여분이랑 생수는 제가 챙겨 갈게요. 오늘 비품 들어온 걸 아직 못 풀었거든요.""감사합니다."소율이 먼저 열쇠를 집었다. 도현은 잠시 그녀의 손을 보다가 자신의 것도 가져갔다. 결혼한 지 2개월 만에 옆방 열쇠를 받아 드는 기분을, 주변 직원들이 알아줄 방법은 없었다.관사는 지사 뒤편 낮은 언덕에 있었다. 두 사람은 아침에 차에 싣고 온 짐을 꺼내 각각 들고 올라갔다. 계단 창문 너머로 항구 쪽 불빛이 보였고, 문 앞에 서면 퇴근하는 직원들의 발소리가 아래까지 들렸다.소율은 201호 앞에서 도현을 돌아보았다."오늘 고생하셨어요, 차 과장님. 각자 쉬고 내일 뵐게요."아래층 계단에서는 직원 둘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도현은 여행 가방 손잡이를 쥔 채 자신의 문을 보았다."네. 편히 쉬십시오, 한 차장님."소율이 열쇠를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그녀의 눈이 잠깐 웃었다. 그 짧은 인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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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화

"열쇠도 필요 없네.""관리하는 분이 안쪽에서 오가던 문 같아요."소율이 수건을 건조대에 걸었다. 도현은 그녀가 손을 떼기도 전에 201호 쪽 문턱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그녀가 그의 셔츠를 가볍게 잡았다."아침 출근 전에는 각자 방으로 돌아가야 해요.""알아.""복도에 누가 있으면 여기서도 조심해야 하고요.""그것도 알아."대답은 빨랐는데,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소율은 셔츠를 잡고도 그가 들어올 자리를 내주었다.도현이 그녀를 따라 201호 거실로 넘어왔다. 관리 문은 열려 있었고, 그 너머에 걸어 둔 수건 끝이 세탁실 바람에 조금 흔들렸다.그가 옷 속에 넣어 두었던 목걸이를 꺼내 고리를 풀었다. 반지를 왼손에 끼우고 줄은 주머니에 넣은 뒤, 소율의 손을 잡았다.소율도 자신의 반지를 꺼냈다. 도현은 그녀가 목걸이에서 빼낸 반지를 받아 익숙한 손가락에 끼워 주었다. 하루 동안 비어 있던 자리가 채워지자 두 사람의 맞잡은 손도 편안해졌다.소율이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첫날부터 이렇게 찾아오셔도 돼요?""오늘 내내 허락받을 일이 많았어. 이것까지 기다리면 잠을 못 잘 것 같은데."도현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하루 종일 서류만 건네던 손이 익숙한 자리에 닿자 소율도 잡고 있던 셔츠를 천천히 놓았다."90일 동안 여기서 지내는 조건 중에, 마음에 드는 건 이 통로 하나야.""일할 만한 곳인지는 더 봐야 하잖아요.""그건 한 차장이 결정할 일이지."그가 낮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내 아내가 어느 문 뒤에 있는지는 내가 확인해야 하고."소율은 웃으려다 그의 가슴 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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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화

차도현이 침실 안으로 들어서자, 한소율이 그의 셔츠를 잡아당겼다."침대 밑으로요."도현의 시선이 그녀의 손끝을 따라 내려갔다. 높은 철제 침대 아래로 사람이 엎드릴 만한 공간이 보였다."...거기로 들어가라고?""잠깐만요. 윤 대리님이 들어오시면 여기까지 보일 수 있어요."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면서도 현관 쪽을 돌아보았다. 밖에서는 생수 묶음을 옮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해나는 조금 전 안에 놓아 주겠다고 했고, 소율이 문을 열기만 기다리고 있었다.도현은 침대와 소율을 번갈아 봤다. 아내의 방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아내의 침대 밑으로 들어가야 했다.소율이 입술을 꾹 눌렀다."지금 웃는 거야?""참는 중이에요."도현은 더 묻는 대신 몸을 낮췄다. 소율이 침실 문을 닫고 왼손의 반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세탁실로 통하는 관리 문까지 닫은 뒤에야 현관 손잡이를 돌렸다."늦었죠? 죄송해요.""짐 정리하셨어요? 이거 조금 무거워서 제가 놓아 드릴게요."윤해나가 생수 묶음을 안고 들어왔다.소율은 현관 옆을 가리켰지만, 해나는 이미 탁자를 보고 있었다. 생수를 탁자 밑에 밀어 넣은 뒤 복도에서 수건까지 가져오더니, 자연스럽게 침실 문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난방 조절기 보셨어요? 여기 게 오래돼서 처음 오시면 다들 헷갈려 하시거든요."소율의 손이 수건 위에서 멈췄다."아직 못 봤어요.""침실 문 옆에 있어요. 제가 보여드릴게요."침실 손잡이가 내려갔다.도현은 바닥에 붙인 팔꿈치를 움직이지 않았다. 문이 열리면서 거실의 불빛이 침대 아래로 길게 들어왔고, 해나의 신발 끝이 그 앞에 멎었다.바로 옆에는 소율의 발이 보였다."이 다이얼을 돌리면 되는 거죠?""네. 다만 이 표시까지만요. 너무 올리면 밤에 더워요. 저번에 들어오신 분은 창문을 열고 주무셨어요."해나가 벽을 짚으려고 한 걸음 옆으로 움직였다. 소율도 함께 움직이며 그녀와 침대 사이에 섰다.도현은 아내의 발꿈치가 자신 쪽으로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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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화

그는 휴대전화를 쥔 채 엎드려 있었고, 눈만 들어 그녀를 보았다.그 눈빛에 소율은 결국 수건으로 입을 가렸다.– 지금은 조금 어렵습니다.– 뭐 정리 중이세요?– 네. 나중에 따로 확인하겠습니다.목소리는 낮췄지만 대답은 차분하고 또렷했다. 해나는 전화에 귀를 붙이고 있어, 침실 쪽에서 새는 작은 목소리까지 알아듣지는 못했다.해나는 통화를 끊으려다 생수 묶음을 돌아봤다.– 그럼 과장님 비품은 문 앞에 놓아 드릴까요?소율이 수건을 내리며 얼른 말했다."제가 전해 드릴게요. 내일 같이 확인할 자료도 있고요."해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전화에 대고 그대로 전했다.– 한 차장님이 전해 주신대요.도현은 반쯤 열린 침실 문을 보았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소율은 수건의 모서리를 더 세게 쥐었다."두 분 업무가 바쁘시네요. 내려오신 첫날인데 밤에도 자료 보시고."해나가 통화를 끊고 말했다. 소율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책상 위에 업무 가방이 놓여 있어, 굳이 더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해나는 남은 비품을 가져다 놓고 현관으로 향했다."내일 뵐게요. 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마세요.""네. 고생하셨어요."소율은 문을 닫은 뒤에도 잠시 기다렸다. 바퀴 소리가 복도 끝으로 멀어지고, 계단에서 해나가 다른 직원에게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제야 그녀가 침실로 돌아갔다."도현 씨."대답 대신 침대 아래에서 손이 나왔다. 소율이 그 손을 잡자 도현은 몸을 빼내 일어났다. 엎드리느라 헝클어진 앞머리와 셔츠 소매를 본 순간, 그녀가 참던 웃음이 터졌다.도현은 침대 끝에 앉아 그녀를 올려다보았다."웃을 만큼 웃어.""미안해요. 그런데 전화 받을 때 표정이... 저도 모르게 생각나서... 풉."소율은 끝까지 말하지 못하고 웃었다. 그는 실제로 침대 밑에서도 업무 전화를 받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사람들 앞에서 서류를 내밀던 남편이, 고개를 들 수조차 없는 곳에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는 사실이 자꾸 떠올랐다.도현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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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화

도현이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방은 바로 옆인데, 하루 종일 멀리 있는 것 같더라."소율은 그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저도요. 지금은 여기 있어요."그녀가 먼저 다시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둘 다 물러나는 타이밍을 서두르지 않았다.돌아갈 때 도현은 세탁실의 복도 공용문부터 닫았다. 연결 문을 이용하더라도 복도를 먼저 확인하기로 정했고, 소율의 방에서 나온 뒤에는 관리 문도 닫아 두었다. 그가 202호로 돌아간 뒤, 소율도 다음 날 각자의 현관에서 나오자는 약속을 다시 떠올렸다.다음 날, 수요일 아침.둘은 관사에서 각자의 문을 통해 나왔다. 결혼반지도 다시 목걸이에 걸어 옷 속에 넣었다. 소율은 지사로 내려가는 길에 몇 걸음 뒤따르는 도현을 돌아봤다. 그가 사원증을 바로잡는 손을 보고, 어젯밤 침대 밑에서 나왔던 손을 떠올렸다가 얼른 앞을 보았다."한 차장님."소율이 걸음을 늦췄다."업무 시간에는 웃음부터 참아 주십시오."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지사 쪽에서 큰 소리가 터졌다."오늘 새벽에 딴 걸 전부 돌려보내면, 우리더러 어쩌라는 겁니까!"해담지사 앞마당에 트럭 세 대가 멈춰 있었다.적재함에서 내려온 상자가 현관 앞까지 이어졌다. 한 사람이 짐을 내려놓으면 옆 사람이 받아 바닥에 놓았고, 다음 사람이 그 위에 또 다른 상자를 얹었다. 직원이 운반대를 끌고 나오기도 전에 입구 한쪽이 막혔다.소율은 현관으로 향하던 발을 돌렸다. 뒤에서 걸어오던 도현도 곧바로 앞마당을 살폈다.잠입 2일 차의 첫 업무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한 차장님도 오셨군요. 마침 잘됐습니다."권재필 지사장이 앞마당으로 나왔다. 생산자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 소율 옆으로 다가와 목소리를 낮추었다."본사에서 내려오시면 아무래도 기준을 엄격하게 보시잖습니까. 현장에서도 그 취지를 따르다 보니 좀 과하게 적용한 모양입니다. 한 차장님이 설명을 해 주시면..."가까이 있던 생산자 한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그럼 이분이 바꾸라고 한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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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화

그가 뒤쪽 생산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운전석으로 돌아가던 사람이 다시 내려왔고, 소율 앞의 상자도 누군가 잡아당기기 시작했다.도현이 한 걸음 다가왔다.소율은 그를 돌아보고 먼저 말했다."차 과장님, 변경 지시가 어디서 내려왔는지 확인해 주세요."그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멎었다. 소율은 생산자들 앞에 남아 있었고, 한 손으로는 열린 상자 덮개를 잡고 있었다.도현은 더 다가가는 대신 노트북 가방을 고쳐 들었다."알겠습니다, 한 차장님. 적용 시간과 공지 기록까지 확인하겠습니다."그는 바로 사무실로 향했다. 어젯밤에는 그녀가 웃을 틈이 생기면 계속 눈을 맞춰 왔는데, 지금은 확인할 일을 정확히 받아 움직였다.소율은 다시 준호를 보았다."2시간만 주세요."준호가 시계를 내려다보았다."그동안 기다리다가 다른 데도 못 팔면요?""오전 10시 20분까지 오늘 출고할 곳을 확보하겠습니다. 라벨은 지사에서 다시 붙이고요.""그 비용도 우리 정산에서 빼실 겁니까?""지사가 부담합니다. 생산자 정산에서는 빼지 않겠습니다."소율이 해나를 향해 수첩을 내밀었다."대상 물량과 비용 부담을 적어서 생산자분들께도 드릴게요. 제가 책임자로 서명하겠습니다."권재필의 손이 허리 앞에서 맞물렸다."한 차장님, 비용부터 약속하시면 곤란합니다. 기존 출고처에서 거절한 물건인데 판로가 그렇게 쉽게...""상태 검수는 다시 하겠습니다. 기준을 충족하는 물건부터 지역 매장과 예약 주문으로 돌릴게요. 오늘 처리할 양 안에서 시작하겠습니다."소율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지금 필요한 건 포장실을 쓰는 일입니다. 직원들이 움직일 수 있게 해 주세요."사무실 문 옆에서 기다리던 포장 담당자가 지사장을 보았다. 권재필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직원이 장갑 상자를 들고 나왔다.소율은 가장 가까운 상자 한쪽을 잡았다."일단 물건부터 안으로 옮길게요. 마당에 두는 시간은 줄여야 하니까요. 윤 대리님은 출고 가능한 매장부터 연락해 주세요."해나가 장갑을 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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