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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14일간의 계약 연애: Chapter 251 - Chapter 260

295 Chapters

250화

해나는 두 사람이 건넨 메모를 읽었다.– 3분만 주세요. 보완해서 다시 보내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통화가 끊기자 해나는 곧바로 노트북을 열었다. 빠진 숫자를 채우고 소율의 승인 서명과 도현의 계산표를 첨부했다. 전송 버튼을 누를 때까지 정확히 2분 41초가 걸렸다.잠시 뒤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보완본 확인했습니다. 장비 임대와 임시 결제 회선 모두 승인했습니다. 장비는 인근 협력업체에서 오전 11시까지 도착합니다.해나가 화면의 시계를 확인했다. 승인 요청을 다시 보낸 지 1분도 지나지 않았다.– 벌써요?– 필요한 숫자가 모두 들어왔으니까요.– ...김 실장님, 말은 되게 답답하게 하시는데 일은 빠르시네요.전화기 너머에서 키보드 소리가 잠깐 멎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네. 그렇게 들으세요. 감사합니다.해나는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까다로운 본사 고참을 상대했다고 생각했는데, 일 처리가 빨라 화를 오래 낼 수도 없었다.같은 시각 서울에서는 김선우가 해담지사 보완 요청을 승인 목록 맨 위에 올렸다. 그는 3분도 안 돼 서류를 완성한 윤 대리를 떠올렸다. 목소리는 급했지만 현장 경력이 꽤 오래된 직원 같았다.두 사람 모두 상대가 자신과 동갑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오전 11시가 되자 이동식 카메라와 조명이 도착했다. 해나는 지역 상인 2명까지 데려왔다. 박정임 사장은 도마를 내려놓자마자 굽은 오이를 집어 들었다."이 정도 휜 걸로 못 판다고? 칼은 직선만 자르는 물건이 아닌데."준호가 작게 웃었고, 오이를 가져온 농부는 입꼬리를 누르느라 고개를 돌렸다.소율은 준비한 진행 원고를 접었다. 자신이 카메라 앞에서 상품을 설명하는 것보다, 지금 나온 한마디가 훨씬 살아 있었다."제가 앞에서 설명하려던 계획은 바꿀게요."그녀가 생산자들을 촬영대 앞으로 불렀다."오늘 주인공은 물건을 키운 분들입니다. 저는 필요한 질문만 드릴게요. 왜 이런 모양이 됐는지, 집에서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직접 말씀해 주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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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화

아삭.마이크에 씹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어갔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오이를 키운 농부가 카메라 밖에서 참지 못하고 말했다."거봐요. 내가 멀쩡하다 했잖소.""어르신, 목소리만 나오셨어요. 얼굴도 보여 드릴까요?""어허! 거시기 오이만 가까이 잡으라니까!"댓글창에 웃음 표시가 빠르게 늘었다. 소율은 완성된 상자를 저울 위에 올렸다. 화면에 무게가 보이도록 카메라를 낮추고, 검수 직원이 외관과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까지 그대로 보여 줬다."모양은 달라도 상자마다 받는 무게는 같습니다. 오늘 확인한 상품만 포장하고, 상태가 기준에 맞지 않으면 여기서 제외합니다."준호도 옆 상자를 열어 토마토를 하나씩 보여 줬다."어느 농장에서 왔는지 상자 안쪽 카드에 적겠습니다. 조리하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조합으로 바로 연락 주세요."그때 태블릿에서 맑은 소리가 울렸다.띠링!해나가 화면을 내려다봤다. 집밥 상자 첫 주문이 들어와 있었다."주문 들어왔어요! 첫 상자요!"오이를 키운 농부가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마주쳤다.짝!박수를 친 뒤에는 민망했는지 급히 모자를 고쳐 썼다. 하지만 입가에 번진 웃음까지 감추지는 못했다.곧 두 번째 알림이 울렸다.띠링! 띠링!차갑던 댓글 사이에 조리법을 묻는 질문과 주문 완료 표시가 섞이기 시작했다.방송은 곧바로 폭발하지 않았다.첫 주문 뒤에도 숫자는 한동안 3에서 멈췄고, 다시 7까지 올라가는 데 10분이 걸렸다. 생산자들은 주문 알림이 울릴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가, 조용해지면 손에 든 상품을 괜히 다시 닦았다.소율은 조급하게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어떤 질문에서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답을 생산자에게 넘겼다."소스 상자는 토마토가 너무 익어서 배송 중 터지지 않느냐는 질문이에요."토마토를 가져온 여성이 한 알을 손바닥에 올렸다."손가락으로 눌러 보세요. 물렁한 건 여기서 빼고 있어요. 집에 받으시면 절반은 바로 소스 끓이시고, 단단한 건 서늘한 데 두셨다가 드시면 돼요."처음에는 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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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화

밤 9시 40분.첫날 주문은 84상자까지 올라갔다. 직원들은 다음 날 출고할 상자를 포장실에 쌓았고, 생산자들은 아침 촬영 시간에 맞춰 다시 오기로 했다.소율은 촬영실에 남아 주문 지역을 확인했다. 도현은 맞은편에서 계산표를 정리하다가 열린 문 쪽을 한번 봤다. 복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관사에서 얼굴 보기도 어렵겠네."둘만 들을 수 있는 사적인 말투였다. 소율도 화면에서 눈을 떼고 남편을 봤다."48시간이 먼저잖아요.""알아. 그래서 참고 있잖아."도현이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밀었다. 소율은 그 뜻을 알아보고 제 손을 얹었다. 낮 동안 가까이 있어도 잡지 못했던 손이었다.그는 차갑게 식은 아내의 손가락을 감싸 쥐었다."완판하면 48시간 동안 못 한 것까지 다 받아낼 거야."말뜻을 바로 알아들은 소율의 입가가 올라갔다. 판매를 끝낸 뒤에는 남편으로 돌아오겠다는 예고였다."후훗. 아직 216상자 남았어요, 차 과장님.""나도 계산 잘해.""그럼 더 열심히 파셔야겠네요."복도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두 사람의 손이 동시에 떨어졌다. 해나가 촬영 일정표를 들고 들어왔을 때는 한 차장과 차 과장이 각자 화면만 보고 있었다.해나는 두 사람 사이를 한번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얼씨구? 내가 없을 때만 아주 빠르시네.'입 밖으로 꺼냈다가는 또 자기 할 일이 늘어날 것 같았다. 그녀는 모른 척 일정표를 소율 앞에 내려놓았다.다음 날 아침부터 짧은 방송이 이어졌다.박정임 사장은 못난이 채소로 반찬 3가지를 만들었다. 준호는 생산자별 이름표를 상자에 넣었고, 해나는 지역 식당과 군청 게시판, 관광객 단체방까지 판매 영상을 보냈다. 도현은 주문 지역을 묶어 배송차량의 빈 공간을 채웠다.화요일 오후 6시, 판매 수량은 132상자였다.절반에 가까워졌지만 남은 물량은 168상자였다. 14시간 안에 지금까지 판 것보다 더 많이 팔아야 했다.준호는 현황판 앞에서 팔짱을 꼈다."처음보다는 낫습니다.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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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화

밤 11시 50분.방송 종료까지 10분을 남겨 두고 주문 알림이 끊겼다.처음에는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1분, 2분이 지나도 숫자가 그대로이자 해나가 태블릿을 두드렸다."어? 댓글에는 주문하셨다는 분이 있는데 왜 안 올라오죠?"온라인 담당 직원이 판매 화면을 새로 열었다. 상품 사진 위에 회색 글자가 떠 있었다.[판매가 종료된 상품입니다.]"끝났다고 나와요!"직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방송은 아직 진행 중이었고, 판매 페이지는 새벽 1시 50분까지 열어 두기로 설정했다. 그런데 종료 시각이 2시간 앞당겨진 밤 11시 50분으로 바뀌어 있었다.소율은 카메라를 먼저 봤다. 시청자들은 화면 너머에서 결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유를 묻고 있었다."방송은 계속합니다."그녀가 해나에게 태블릿을 건넸다."지역 주문 채널 번호를 화면에 띄워 주세요. 상품과 수량, 연락처를 먼저 받고 임시 결제 회선으로 개별 링크를 보내겠습니다.""네! 바로 올릴게요.""차 과장님은 종료 시각을 바꾼 기록과 복구 가능 시간을 확인해 주세요.""확인하겠습니다."도현은 온라인 담당자의 자리를 넘겨받았다. 마우스를 잡기 전에 직원에게 화면을 그대로 촬영하게 했다."새로 고침하지 마십시오. 현재 화면과 시각부터 남겨야 합니다."권재필이 다가왔다."접속자가 몰려 생긴 오류일 수도 있습니다. 전화 주문까지 받으면 중복 결제가 생길 텐데, 일단 방송을 멈추고 시스템부터 확인하는 편이...""오류 가능성도 확인하겠습니다."소율은 그의 말에 중단해야 할 이유부터 분명히 했다."다만 상품의 안전 문제는 없고, 주문 기록은 별도로 나눌 수 있어요. 지금 멈추면 기다리는 고객부터 놓칩니다."그녀가 포장실 직원을 향해 손을 들었다."전화 주문은 노란 주문표, 온라인에서 이미 결제된 건 흰 주문표로 구분해 주세요. 같은 번호가 나오면 포장 전에 다시 확인합니다."준호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냈다."조합 방송 계정으로 이어 가겠습니다. 여기 화면이 끊기면 보던 사람들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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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화

우지끈.포장실 한쪽에서 마른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마지막 완충지를 펴던 직원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반으로 접힌 종이 사이에는 아직 상품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다."한 차장님. 이게 끝이에요. 아래 창고에도 없어요."한소율이 빈 선반을 확인했다. 평소 출고량에 맞춰 쌓아 둔 포장지는 낮부터 빠르게 줄었고, 조금 전 들어온 전화 주문까지 더해지며 바닥을 드러냈다.탁자 위 전화기는 그런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따르릉!직원이 반사적으로 수화기를 들었다."네, 해담마켓입니다! 주문이시면 성함부터... 네? 세 상자요? 잠시만요! 끊지 마세요!"옆자리에서는 윤해나가 다른 전화를 받으며 손가락으로 주문 수량을 표시했다. 세 상자. 전화를 받은 직원도 똑같이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팔 물건은 남아 있는데, 보낼 방법이 막혔다.소율이 벽시계를 올려다봤다.수요일 오전 2시 7분.목표까지 남은 물량은 90상자였고, 약속한 시간은 6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주문을 받아도 포장을 끝내지 못하면 새벽 배송차에 실을 수 없었다."지금 있는 걸로 몇 상자까지 가능해요?""뜯어 놓은 것까지 합치면 스무 상자 정도요. 그것도 완충지를 반만 써야 해요.""반으로 줄이지 마세요. 상품이 상하면 판매한 의미가 없어요."소율은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냈다."근처에서 포장재를 구할 수 있는 곳부터 찾죠. 늦어도 1시간 안에는 가져와야 해요. 그래야 포장해서 첫 차에 실을 수 있어요."해나가 수화기를 어깨로 받친 채 고개를 들었다. 통화 중이라 입으로는 대답하지 못하고, 빈 종이에 큼지막하게 글씨부터 썼다.[동해인쇄]그 밑에는 더 크게 덧붙였다.[그런데 사장님이 밤에는 절대 문 안 열어요!]소율이 종이를 읽는 사이, 해나는 주문을 마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지사에서 쓰는 종이 띠지랑 상품 스티커를 거기서 받아요. 빈 크라프트 상자도 창고에 있다고 했고요. 그런데 사장님이 밤 9시만 넘으면 전화를 꺼 버려요.""전화 말고 찾아가면요?""그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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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화

동해인쇄의 셔터는 예상대로 단단히 내려와 있었다.해나가 건물 위층을 올려다보며 초인종을 눌렀다.딩동. 딩동.불이 켜진 창문이 하나도 없었다. 다시 눌러도 안에서는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았다."거봐요. 이럴 줄 알았어요. 사장님이 잠들면 천둥이 쳐도 안 일어난다고 했거든요.""윤 대리님은 번호 알고 있죠?""전화는 꺼 두신다니까요. 그래도... 해 봐야죠."해나가 전화를 거는 동안 소율은 셔터 옆에 붙은 안내문을 읽었다. 긴급 주문 연락처 아래에 휴대전화 번호와 집 전화번호가 따로 적혀 있었다.소율이 집 전화로 전화를 걸었다.한참 뒤, 위층에서 희미한 벨 소리가 들렸다.따르릉. 따르릉.불 꺼진 창문을 올려다보던 해나가 눈을 크게 떴다."저 번호는 처음 봤어요.""긴급 주문용이라고 써 있네요.""히한하네? 전에 직원들한테는 절대 걸지 말라고..."세 번째 신호가 이어지자 마침내 창문에 불이 켜졌다. 잠시 뒤 수화기 너머로 잠에 잔뜩 눌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누구요. 지금 몇 신 줄 알아요?"해담마켓 한소율입니다. 급하게 필요한 포장재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죄송하지만 잠깐만 이야기 나눌 수 있을..."–내일 아침에 와요."아침이 되기 전에 물건을 포장해서 보내야 합니다. 창고에 있는 빈 크라프트 상자와 띠지를 사고 싶습..."–없어요.대답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이럴거면서 긴급 주문용은 왜 붙여놨는가.해나는 휴대전화를 든 채 입을 벌렸다."있는데. 저번 주에 제가 직접 봤는데.""없다는 말보다, 팔고 싶지 않다는 뜻 같네요."소율은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이번에는 창문이 바로 열렸다. 헝클어진 머리의 여자가 두꺼운 가디건을 걸친 채 얼굴을 내밀었다."못 들었어요? 내일 오라니까!""사장님, 저 윤해나예요! 해담마켓에서 일하는 해나요!""너도 알 만한 애가 새벽에 사람을 깨워?"최명숙 사장은 해나를 알아보고도 셔터 쪽으로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소율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야간 작업비까지 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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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화

같은 시각, 해담마켓 사무실에서는 차도현이 관리자 기록을 세 번째로 대조하고 있었다.퇴사자 계정은 외부에서 접속한 흔적이 없었다. 지사 밖에서 들어왔다면 남아야 할 원격 접속 기록도, 외부 게이트웨이를 지난 기록도 보이지 않았다.대신 계정이 움직인 시각마다 지사 내부망 주소가 찍혀 있었다.도현이 접속 기록을 별도 저장 장치에 복사했다. 아직 어느 컴퓨터인지까지는 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한 가지는 분명했다.누군가 지사 안에서, 3개월 전에 퇴사한 사람의 계정을 사용했다.그가 온라인 판매 담당 직원에게 화면을 보여 줬다."이 주소와 연결된 단말기 목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본사 자산 관리 쪽에서 받아야 해요. 지금 요청해도 담당자가 아침에 볼 텐데요.""긴급 장애 건으로 올려 주세요. 접속 기록은 수정하지 말고 원본 그대로 보존해 주시고요.""네. 그런데 이거... 지사 안에서 건드린 거예요?"직원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도현은 섣불리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내부망을 사용한 기록까지 확인했습니다. 단말기 위치가 나오기 전에는 누구도 짐작하지 마십시오.""알겠습니다."직원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요청서를 올렸다.도현은 곧바로 다른 화면을 열었다. 포장재가 도착해도 배송차가 없으면 상품은 포장실에 그대로 남는다. 새벽 긴급 배차 견적은 이미 평소의 두 배를 넘어가고 있었다."이 금액으로 차를 새로 부르면 남는 게 없겠는데요."출고 담당 직원이 견적서를 보며 혀를 찼다."새 차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이 지역 배송을 마치고 빈 차로 돌아가는 노선을 찾죠.""이 시간에 그걸 어디서 찾아요?"도현은 기존 운송 기록에서 오늘 이 지역을 지난 차량을 추렸다. 목적지에 짐을 내린 뒤 물류센터로 복귀하는 차들이 있었다. 돌아가는 길이 해담마켓 배송 방향과 겹치는 차량부터 기사 연락처를 확인했다.첫 번째 전화는 받지 않았다.두 번째 기사는 이미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뒤였다.세 번째 통화에서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지금은 빈 차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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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화

10센티미터. 20센티미터.그의 주먹이 올라가는 순간 브레이크등이 붉게 켜졌다."멈추십시오. 이제 핸들을 끝까지 왼쪽으로 돌리고 앞으로 오시면 됩니다."트럭이 다시 움직였다. 헛돌던 바퀴가 매트를 딛고 경사로 위로 올라왔다.덜컹.차체가 반듯하게 서자 해나가 조수석 문을 열고 긴 숨부터 내쉬었다."하아... 포장지 구해 오다가 저희가 먼저 포장될 뻔했어요.""윤 대리님. 그 말은 지금 웃어야 합니까?"도현이 진지하게 묻자 해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차 과장님은 한 차장님부터 보고 판단하세요. 차장님이 웃으시면 웃는 거예요."짐칸에서 내려오던 소율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웃어도 될 것 같아요. 다친 사람도 없고, 포장재도 무사하니까요."그제야 도현의 굳은 입가가 풀렸다. 해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혀를 찼다.최명숙이 운전석에서 내려 짐칸을 두드렸다."부부처럼 눈 맞추지 말고 이것부터 내려요. 새벽에 사람 깨워 놓고 구경할 시간 있어요?"순간 해나의 어깨가 움찔했다.소율과 도현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짐칸 양쪽에 섰다. 사장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한 말이 아니라,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을 보고 흔히 붙이는 표현이었다.그걸 아는 해나만 괜히 심장이 철렁했다."사, 사장님. 요즘은 부부도 저렇게 손발 안 맞아요. 그냥 본사에서 같이 오래 일하셔서 그래요.""내가 뭐 물어봤니? 너부터 상자 들어.""네..."해나는 입을 다물고 상자 묶음을 들었다. 비밀을 지키겠다고 나선 사람이 먼저 일을 키울 뻔했다.트럭에서 포장재가 내려오자 직원들이 곧바로 줄을 만들었다. 상자를 펴는 사람, 완충지를 까는 사람, 상품을 넣는 사람, 송장을 붙이는 사람이 한 줄로 섰다.강준호와 생산자들도 남은 물량을 품목별로 옮겼다."이쪽 작은 감자는 김태식 농가 스티커입니다! 큰 상자랑 섞지 마세요!"소율이 품목표를 읽자 도현이 해당 스티커 묶음을 먼저 밀어 줬다. 그녀가 손을 내밀기도 전이었다.다음에는 소율이 빈 상자 여섯 개를 도현 앞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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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화

오전 7시 49분.판매 수량은 299에서 멈췄다.마감까지 14분.포장실에 남은 사람들은 휴대전화와 주문 화면을 번갈아 봤다. 아까까지 끊이지 않던 전화도 하필 이 순간 조용했다.준호가 팔짱을 낀 채 화면 앞으로 다가갔다."한 상자 때문에 못 채웠다고 하면 평생 생각나겠는데요. 제가 사면 안 됩니까?""생산자가 사면 판매 수량만 채우는 거잖아요. 조금 더 기다려 봐요."소율은 그렇게 말했지만 손에 든 펜을 내려놓지 못했다.도현은 마지막 배송표를 확인하며 시계를 봤다. 남은 시간은 12분으로 줄었다.따르릉!전화벨이 울리자 해나가 거의 몸을 던지듯 수화기를 잡았다."네! 해담마켓입니다!"너무 큰 목소리에 상대가 놀랐는지 해나가 급히 한 톤 낮췄다."아, 네. 주문 맞으시죠? 천천히 말씀하세요. 저희 안 급해요. 전혀 안 급해요."말과 달리 그녀의 빈손은 어서 수량을 알려 달라는 듯 허공을 마구 휘젓고 있었다.직원들이 숨을 죽인 채 그 손만 봤다.해나의 손가락이 하나 펴졌다.그러더니 두 개가 더 올라왔다.세 상자.소율이 곧바로 주문서를 열었다. 이름과 주소가 입력되고 결제 안내가 끝났다. 잠시 뒤 화면 오른쪽 위 숫자가 바뀌었다.[판매 완료 302상자]띠링!알림음이 유난히 크게 울렸다."넘었다!""와아아!"누군가 외친 순간, 포장실이 뒤집혔다.직원들이 두 손을 들고 환호했다. 생산자 한 사람은 옆 사람의 등을 세게 두드렸고, 준호는 모자를 벗어 허공에 흔들었다.해나는 통화 중이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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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화

마지막 배송 확인과 주문 정산까지 끝내고 나니 창밖이 다시 어두워져 있었다.수요일 오후 9시 20분.소율과 도현은 직원들을 먼저 돌려보낸 뒤 각자의 현관으로 관사에 들어왔다. 복도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한 도현이 세탁실을 건너 201호 관리 문을 두드렸다.똑. 똑.대답이 없었다.문이 잠겨 있지 않아 조심스럽게 열자 거실 불이 켜져 있었다. 소율은 소파 한쪽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외투만 벗어 놓았을 뿐, 구두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였다.도현이 소리를 죽여 다가갔다.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구두를 벗기자 발끝이 힘없이 내려왔다."이렇게 졸리면 들어와서 바로 침대에 눕지 그랬어."대답은 없었다. 눈 밑에 옅은 그늘이 내려앉은 얼굴을 보니 깨울 마음도 들지 않았다.그는 소파 아래에 구두를 가지런히 놓고 담요를 펼쳤다. 어깨까지 덮어 준 뒤 몸을 일으키려는데, 넥타이 끝이 아래로 당겨졌다.소율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손가락으로 넥타이를 붙잡고 있었다."우웅... 어디... 가요...""202호. 당신 자는 것만 보고 가려고 했어.""으응... 가지 마요..."잠에 젖은 목소리였지만 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도현이 다시 소파 가장자리에 앉자 소율은 그제야 눈을 조금 떴다."오늘은 차 과장님보다... 남편이 더 필요해요."낮 동안 수십 번 불렀던 직급을 내려놓고, 지금은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이었다.도현이 그녀의 손에서 넥타이를 풀어 내는 대신 손등을 감쌌다."처음부터 남편으로 온 건데. 당신이 잠들어서 말도 못 걸었어.""그럼 지금 걸어요.""한소율 씨, 302상자 완판 축하합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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