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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14일간의 계약 연애: Chapter 231 - Chapter 240

296 Chapters

230화

소율이 지사 출고 담당자에게 확정 내역을 보내자 예약 주문에 배정된 수량이 확인돼 돌아왔다. 매장별 수량과 배송 시간을 적은 종이가 생산자들에게도 전달됐다.준호가 그 종이를 받아 읽었다. 단순히 팔아 보겠다는 말 대신, 받아 줄 곳과 오늘 나갈 물량이 적혀 있었다. 먼저 출발한 트럭은 이미 첫 매장에 도착했다는 연락까지 보내왔다.소율은 장갑을 벗고 비용 부담까지 적힌 확인서를 생산자들에게 돌려주었다. 준호는 먼지가 묻은 그녀의 소매와 눌린 손등을 봤다."한 차장님."처음으로 그가 직급을 붙여 불렀다.소율이 고개를 들자 준호는 확인서를 들고 말했다."1주일만 더 보겠습니다. 같은 일이 또 생기면 그때는 바로 끊어요.""알겠습니다. 변경 안내부터 다시 확인하고, 생산자분들이 받았는지까지 점검할게요.""그건 윤 대리한테만 맡기지 마세요. 전화는 이분이 다 받고, 결정하는 사람들은 뒤에 있더라고요."소율이 해나를 보고 다시 준호에게 눈을 돌렸다."결정한 사람이 설명할게요. 저도 직접 연락드리겠습니다."준호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그는 운전석으로 가던 직원에게 손짓하고, 지사로 돌아갈 마지막 상자를 함께 실었다.도현은 소율에게 출고표를 넘겼다."전체 수량 맞습니다. 예약 물량이 지사에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겠습니다.""네, 부탁드려요."소율은 출고표를 바로 놓는 척하며 그의 엄지를 짧게 눌렀다. 도현의 눈이 올라오자, 직원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 차 과장님이 함께 계셔서 약속한 시간을 맞출 수 있었어요."도현은 그녀의 눈을 보고 손의 힘을 조금 풀었다.소율은 서류를 품에 넣으면서 한 번 더 웃었다. 밤에 웃음을 참다가 들켰던 표정과 닮아 있어, 그가 시선을 거두는 데도 조금 시간이 걸렸다."차 과장님, 이 상자는 어느 차에 실어요?"해나가 빈 운반대 손잡이를 잡고 물었다. 도현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제가 안내하겠습니다."그의 목소리는 다시 단정해졌다. 해나는 소율을 보고 있다가, 안내를 기다리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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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화

"그때 제일 가까운 사람이 강 대표님이었잖아요."한소율이 대답하자 차도현의 발이 문턱에서 멈췄다. 낮에도 들었던 말인데 밤에 다시 들으니 입매가 또 굳었다.소율은 그 얼굴을 보고도 웃었다. 도현이 세탁실 공용문 쪽을 한번 더 확인하는 사이, 그녀가 201호 안으로 비켜섰다."일단 들어오세요. 거기 서 계시면 누가 봐요."관리 문이 닫히자 도현의 손이 곧장 그녀의 팔을 잡았다."소매 좀 걷어 봐.""아픈 데 없어요. 아까도 보여 드렸잖아요."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소율은 소매를 올렸다. 도현은 조합 작업장에서 강준호가 받쳤던 팔을 살폈다. 눌린 자국도, 긁힌 곳도 없었다. 손목까지 움직여 보게 한 뒤에야 그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소율이 고개를 기울여 남편의 얼굴을 봤다."차 과장님은 퇴근하고도 상사 팔을 확인하세요?""당신 다친 데 없나 보는 거야.""그런데 강 대표님이 잡았던 팔만 보시네요?"도현의 눈이 올라오자 그녀가 다른 팔도 내밀었다."이쪽도 봐 주세요. 한쪽만 붙잡고 계시면 질투하시는 것 같잖아요."웃고 있는 아내 앞에서 말을 더 보태 봐야 변명만 길어질 참이었다. 도현은 순순히 다른 손목도 잡았다. 소율이 손을 이리저리 돌려 보이며 그의 눈을 살폈다."됐어요? 두 팔 다 멀쩡하죠?""응.""그럼 이제 웃어 주셔도 되겠네요.""다쳤을까 봐 걱정했어. 장난칠 기분이 안 들더라."그 말에 소율의 웃음이 조금 잦아들었다. 남편이 오늘 몇 번이나 제 팔을 봤는지 알고 있었다. 넘어질 뻔한 순간에는 주변에 사람이 많아 둘이 따로 이야기할 틈도 없었고."정말 괜찮아요. 놀라기는 했는데 강 대표님이 잡아 주셔서 안 넘어졌어요.""알아. 고마운 일이지."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다만 아내의 팔을 잡았던 남자의 손이 자꾸 눈앞에 돌아왔다. 고마운 마음과 달갑지 않은 마음이 한꺼번에 들 수 있다는 걸 오늘 제대로 배웠다.소율이 그의 손을 내려 꼭 잡았다. 방에서 다시 끼운 두 사람의 반지가 가볍게 부딪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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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화

도현은 등을 천천히 쓸어 주다가 낮게 말했다."낮에는 상사처럼 지시해도 좋아. 다만 위험한 곳에 뛰어들 일 있으면 나한테도 알려 줘."소율이 고개를 들었다."제가 할 일을 막으려고요?""그렇게는 안할께. 대신, 같이 뛰어들 시간은 줘."그가 어깨에 얹힌 그녀의 손을 가져와 잡았다."오늘처럼 갑자기 미끄러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무거운 상자 옮길 때라도 불러 줘.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같이 하자."소율은 그 얼굴을 잠깐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하지 말라는 말에는 바로 반박할 준비가 돼 있었는데, 함께하자는 말에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알겠어요. 대신 맡겨 드린 일까지 버리고 달려오시면 곤란해요.""오늘 출고 수량도 다 맞췄잖아. 나 일 잘해."당당한 대답에 소율이 웃었다."알아요. 라벨 변경 기록도 찾아 주셨죠. 덕분에 저는 물량부터 옮길 수 있었고요."그녀가 흐트러진 셔츠 깃을 펴 줬다. 걱정해서 굳었던 얼굴이 칭찬 한마디에 풀리니, 소율도 마음이 놓였다."그러니까 이제 강 대표님 생각은 그만 하세요. 저 여기 있잖아요.""계속 당신 보고 있는데.""그렇게 심각하게 말고요. 웃어 주시면 더 좋죠."도현이 어이없다는 듯 웃자 그녀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얼굴이 좋아요."소율이 다시 입을 맞췄다. 도현은 아내의 손을 잡은 채 소파 등받이에 기댔고, 그녀도 함께 몸을 기울였다. 입술을 떼고도 얼굴이 가까워,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음이 났다."그런데 질투하셨다는 말은 끝까지 안 하시네요.""당신 팔 걱정한 건 사실이야.""네, 네. 그건 잘 알겠어요."소율은 웃으며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오늘 안에 솔직한 대답까지 듣기는 어렵겠다. 그렇다고 이 시간을 말싸움으로 다 쓸 생각도 없었다."내일은 답도 해 주세요. 저 달래 드리느라 애썼잖아요.""애쓴 거였어?"그가 되묻자 소율은 손가락을 치우고 다시 입을 맞췄다. 도현도 더 묻지 않았다. 아내가 먼저 다가오는 순간에는 굳이 말로 따질 이유가 사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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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화

입고장에는 물건을 내린 냉장차가 한 대 남아 있었다.기사가 운전석에서 일지를 가져오자 도현은 확인할 날짜와 생산자 이름을 보여 줬다. 물건을 실은 순서부터 묻고 시각을 적어 내려가던 그의 펜이 한 주소 앞에서 멈췄다."이 농장도 같은 날 들르셨습니까?""그날은 수거 취소됐어요. 지사에서 전화 와서 바로 다음 농장으로 갔습니다."도현이 운행일지와 청구서를 나란히 놓았다. 기사는 가지 않았다고 했는데, 청구서에는 그 농장까지 다녀온 것으로 적혀 있었다. 기본 배차료에 붙은 거리 추가 비용도 그 경로를 기준으로 계산돼 있었다."여기 들른 걸로 청구돼 있는데요. 다른 날 기록도 한번 봐 주시겠습니까?"기사가 서류를 가까이 당겼다. 다음 청구서를 읽던 손끝이 중간에서 멈췄다."이것도 제가 돌아간 길보다 긴데요."도현은 차이가 나는 날짜를 표시했다. 기사 한 사람의 기억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지사 운송 담당자를 통해 동림유통의 원본 운행 기록을 요청한 뒤, 다른 차량의 기사들도 만났다.각자 쓰는 일지와 수첩이 펼쳐졌다. 어느 농장에서 먼저 실었는지, 어디서 기다렸는지 설명을 듣다 보니 오전의 보고서에 비어 있던 항목이 채워졌다.시간을 맞춰 보니 청구된 경로를 전부 돌기 어려운 날도 있었다. 도현은 그 날짜를 따로 표시하며 소율이 짚은 부분을 다시 떠올렸다. 비용만 봤을 때는 지나쳤던 차이가 현장 기록을 넣자 눈에 들어왔다.오후에는 동림유통의 원본 운행 기록도 도착했다. 기사들의 일지와 차량별 기록이 맞아떨어졌다. 반면 일부 청구서에는 취소된 수거지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도현은 실제로 간 곳과 청구된 곳을 나란히 정리했다. 물건을 실은 시각과 지사에 도착한 시각을 덧붙이고, 반품 물량도 해당 차량 옆에 표시했다. 소율이 바로 비교할 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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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화

출력한 입고 기록과 파일을 들고 온 참이었다. 두 사람이 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봤으니 자료만 건네고 내려가면 됐다. 손잡이에 손을 얹으려는데 소율의 낮은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어젯밤에도 질투한 거 끝까지 인정 안 하셨잖아요."곧이어 도현의 목소리가 문 바로 안쪽에서 이어졌다."당신한테 이렇게 매달리는데도 대답이 필요해?"해나는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어... 뭐, 뭐지? 이게 지금 무슨 상황?'회의실에서 그토록 정중하던 차 과장의 반말이었다. 게다가 질투라니. 어젯밤이라니. 자료를 가져다주러 왔다가 알아서는 안 될 대화를 듣는 기분이었다.일단 돌아가자. 이 기록은 조금 뒤에 드려도 된다.해나는 물러서며 파일을 고쳐 잡았다. 그 순간 아래를 받치던 손이 어긋났다. 종이가 미끄러져 나와 붙잡으려 했지만 파일까지 기울었다.'읏! 아... 안돼!'툭.모서리가 바닥을 치고 종이가 복도에 흩어졌다. 해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왜 하필 지금 손에서 빠지냐고.보관실 안에서도 움직임이 멎었다. 입술이 닿기 직전, 소율이 도현의 셔츠에서 손을 뗐다. 남편도 바로 한 걸음 물러났다."한 차장님, 저예요! 자료 가져왔어요."평소보다 높은 목소리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도현이 안쪽 문을 가리키자 소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포장실 통로로 나가 문을 닫은 뒤에야 그녀는 셔츠 깃을 만지고 앞문을 열었다.해나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서류를 줍고 있었다."떨어뜨리셨어요? 제가 같이 주울게요."소율이 옆에 앉자 해나의 손이 더 바빠졌다. 서류만 봐야 하는데 자꾸 차장의 얼굴을 보게 됐다. 조금 전 안에서 웃으며 말하던 목소리가 아직 귀에 남아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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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화

금요일 저녁."그런데 두 분은 만나는 사람 있으세요?"불판 위 고기를 뒤집던 직원이 고개를 들었다. 한소율과 차도현의 대답은 정확히 겹쳤다."있습니다."집게가 허공에서 멈췄다. 건너편에서 잔을 들던 직원도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잠깐 조용해진 식탁에서 고기 익는 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렸다."...아, 두 분 다요?""네."이번에도 겹쳤다.소율은 물잔을 입으로 가져갔고, 도현은 집게로 다 익은 고기를 접시에 옮겼다. 둘 다 상대를 보면 웃음이 나올 것 같아 바빴다.윤해나만 웃을 수 없었다.'잠깐. 두 분 다 있다고?'어제 기록보관실에서 들은 대화가 머릿속을 빠르게 지나갔다. 어젯밤. 질투. 당신한테 매달리는데.각자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해나는 소율의 물잔과 도현의 집게를 차례로 봤다.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이어 가고 있었다. 이 식탁에서 제일 당황한 사람은 대답을 들은 자신 같았다."서울에 계시겠네요? 멀리 내려오셔서 보고 싶으시겠다."직원이 이번에는 도현을 향해 말했다. 그는 맞은편에 앉은 소율 쪽으로 접시를 밀다가 손을 멈췄다.아내가 여기 있어서 보고 싶을 틈이 없다고 답할 수도 없고."그렇죠... 일할 때는 얼굴 보기 어렵죠."소율의 입꼬리가 물잔 뒤에서 올라갔다. 틀린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오늘도 남편과 눈이 마주치면 서류부터 찾아야 했으니까."한 차장님은요? 먼저 고백받으셨어요?""제가... 먼저 좋아했어요."도현이 집게를 내려놓았다.아내는 태연하게 물잔을 놓더니 그의 얼굴을 잠깐 봤다.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말해도 되느냐는 눈에 소율이 작게 웃었다. 누구를 좋아했는지는 말하지 않았잖아요."오, 프랑스에서 일하실 때 만나셨나 봐요. 먼저 고백하신 거예요?""그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 되면요. 오늘은 저희가 이야기를 좀 듣고 싶어요. 여기서 제일 맛있는 메뉴가 뭐예요?""항정살이요. 그런데... 고백 얘기가 더 맛있는데."옆자리에서 웃음이 터졌다. 해나가 기다렸다는 듯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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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화

"그럼 두 상자는 오늘 먼저 받고, 원래 주문하신 네 상자는 내일 받으시죠. 일찍 준비할 물량도 생기고, 차량을 추가할 필요도 없겠네요."해나가 바로 수량을 수정했다. 오늘 받을 물량에 주인이 확인 표시를 하고, 준호가 조합에 연락을 넣으면서 이야기는 금방 끝났다."다들 식사 중인데 제가 붙잡았네요. 대표님도 밥은 드셨어요?"주인이 묻자 준호가 웃었다."아직요.""여기 앉으세요. 제가 가져다드릴게요."직원들이 자리를 권했다. 주문을 확인하느라 일어선 해나는 주방에서 납품 확인서를 받아 오겠다며 소율 옆자리를 비웠다.준호가 그 의자를 가리켰다."잠깐 앉아도 될까요?""네. 편하게 드세요."도현은 다 익은 고기를 빈 접시에 옮겼다. 준호의 밥이 나오자 새로 온 사람 쪽에도 접시 하나를 밀어 줬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집게를 놓았는데, 이번에는 소율이 준호 쪽으로 몸을 돌렸다.조금 전까지 자기 신발을 건드리던 아내였다."어제 보내 주신 농장별 수거 시간, 도움이 많이 됐어요. 다른 기록하고 비교하기도 좋았고요.""필요한 건 더 보내 드릴게요. 직접 가 보실 곳도 있고요.""내일 시장부터 볼 생각이에요.""주말에 해담마켓 열리죠.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끝나고 바닷길로 가면 전망대도 가까워요. 처음 오셨으면 한번은 가 보셔야 하는데."준호는 웃으며 식당 창밖을 가리켰다. 소율도 그쪽을 봤다가 말을 받았다."시장에서는 생산자분들 판매 상황을 먼저 보고 싶어요. 업무 현장이면 윤 대리님과 같이 가겠습니다.""아, 네. 그러면 동선부터 알려 드릴게요.""전망대는 개인 일정이라 따로 생각할게요. 안내 제안은 감사해요."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대답은 분명했다. 준호는 더 권하지 않고 해담마켓에서 조합 물량을 파는 구역을 설명했다. 돌아온 해나가 자기 의자에 그가 앉은 걸 보고 반대편 빈자리로 갔다.도현이 물잔을 내려놓았다.딱.소율은 그 소리에 눈을 돌렸다. 도현은 새 고기를 불판에 올리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눈앞의 고기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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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화

회식이 끝난 뒤 소율은 해나와 먼저 식당을 나왔다. 준호는 약속한 채소를 가져오러 조합으로 돌아갔고, 도현은 남은 직원들과 계산대 앞에 서 있었다.소율과 해나가 관사 방향으로 걷는 동안, 직원 두 명이 도현에게 편의점에 같이 들르자고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반대쪽 횡단보도로 향했다.소율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남편도 틀림없이 자신을 볼 것 같았다."한 차장님, 내일은 9시에 로비에서 뵐까요?""좋아요. 시장 개장 시간에 맞춰 가죠."해나는 관사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잠깐 머뭇거렸다. 묻고 싶은 말이 얼굴에 그대로 써 있었다. 소율이 무슨 일이냐고 보자, 그녀는 급하게 열쇠부터 찾았다."아, 별일 없어요. 푹 쉬세요."그렇게 말하고는 소율이 201호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오늘 두 사람에게 더 들은 말은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뿐인데, 궁금한 건 어제보다 늘었다.도현은 편의점 앞에서 직원들과 헤어졌다. 큰길을 한 바퀴 돌아 관사에 도착하자 복도는 조용했다. 그는 202호로 들어가 구두와 재킷부터 벗었다.옆방으로 넘어가기 전에 세탁실을 살폈다. 복도로 통하는 공용문은 닫혀 있었고, 세탁기도 멈춰 있었다. 안에서 소율의 관리 문을 가볍게 두드리자 바로 문이 열렸다.아내는 기다리고 있던 얼굴이었다."백세라 이사님은 누구예요?"첫 질문이 그쪽일 줄은 알았지만, 인사도 건너뛸 줄은 몰랐다.도현은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며 웃음을 참았다."온담 사업개발이사. 오늘 전화로 처음 얘기했어.""전화로 처음 얘기했는데 벌써 단둘이 보자고요?""운영 조건을 내가 정리해서 보냈거든. 당신도 같이 보자고 답했잖아.""...보긴 했죠."소율은 세탁실 쪽 문을 닫았다. 답장을 본 것과 그 문장이 마음에 드는 건 다른 문제였다. 남편의 연락처로 처음 인사한 사람이 단둘이라는 말을 쓰는 걸 웃으며 넘기기는 어려웠다.도현이 그녀를 따라 거실로 들어왔다."강 대표 안내는 받을 거야?"소율이 돌아봤다."시장에서는 필요하면요. 윤 대리님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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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화

"웃지 마세요. 도현 씨도 잔 내려놓는 소리 크게 내셨거든요.""나 그렇게 티 냈어?""남편이 그런 얼굴로 고기를 굽는데 신경이 쓰이죠. 대표님 드실 고기에 무슨 잘못이 있나 싶었어요.""잘 구워 줬잖아. 윤 대리도 칭찬했어.""그건 알아요. 그래서 더 웃겼어요."질투는 하면서 잘 익은 고기를 상대 접시에 꼬박꼬박 챙겨 주던 남편이었다. 소율이 웃음을 터뜨리자 도현도 더는 표정을 붙잡지 않았다."그러니까 오늘은 둘 다 질투했네요.""당신은 아직 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현 씨도 전망대 이야기 다시 꺼내시면 똑같아요.""알았어. 안 꺼낼게."너무 순순히 끝나자 소율이 오히려 그를 살폈다. 남편은 소파에 앉히는 대신 자신의 앞에 그녀를 세웠다. 맞잡은 손을 놓고 목걸이 줄을 가리켰다."이제 반지 껴도 되지?"소율은 옷 안에 넣어 둔 목걸이를 꺼냈다. 줄 끝에 달린 반지가 조명 아래로 나왔다. 도현이 그녀가 푼 목걸이를 받아 테이블에 놓고, 반지를 빼 왼손 약지에 끼웠다.늘 익숙한 무게인데도 하루 종일 비어 있던 손가락에 돌아오니 기분이 달랐다.그가 소율의 손을 펼쳐 봤다."이렇게 하고 식당에서도 손잡고 싶었어.""저도요."소율이 이번에는 남편의 목걸이로 손을 뻗었다. 도현이 고개를 숙여 주자 줄을 풀고 반지를 꺼내 왔다. 그는 왼손을 내밀면서 장난스럽게 물었다."당신이 먼저 좋아했다는 사람, 나 맞지?""네. 도현 씨 말고 누구겠어요.""직원들은 해외에 있는 사람으로 알던데.""프랑스에서도 좋아했고, 한국에서도 좋아하니까요."도현은 잠깐 말을 잃었다. 소율은 그 틈에 그의 반지를 끼워 줬다. 손가락 끝까지 밀어 넣고 손을 꼭 잡자 남편의 눈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왔다."지금은 차 과장님도 한 차장님도 없어요.""그럼 뭐라고 부를까."소율이 그의 손가락을 한번 쓸었다."아내라고 해 주세요."식당에서는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는 말만 해도 그렇게 조심스러웠는데, 닫힌 방 안에서는 아내라는 말까지 욕심이 났다. 도현이 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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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화

윤해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차도현을 따라 202호까지 들어왔다.그가 세탁실 쪽 문을 닫으려 하자 슬리퍼 앞코가 문틈으로 쑥 들어왔다. 세제 통을 옆에 내려놓은 해나가 그의 왼손을 가리켰다."차 과장님, 어제 만나는 사람은 있다고 하셨죠. 그런데 그 반지는 뭡니까?"도현은 손을 숨기지 않았다. 문이 움직이지 않도록 잡은 채 그녀의 발부터 봤다."문 안 닫겠습니다. 발 빼셔도 됩니다.""...네."슬리퍼가 조금 물러났다. 해나는 그제야 문을 발로 막은 자신을 알아차린 듯 입술을 한번 눌렀다. 본사 과장 방에 세제까지 들고 쳐들어왔다. 그래도 지금은 예의보다 먼저 확인할 것이 있었다."결혼반지예요?""...네. 결혼했습니다."도현이 차분하게 답했다.해나의 눈이 커졌다.'결혼했다고?!'어제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대답은 거짓말이었냐고 따질 수도 없었다. 결혼한 사람도 배우자를 만나기는 할 테니까. 문제는 지금 그가 나온 방이었다.몇년간 야무지게 굳어 있다고 생각했던 연애관련 두뇌, 그 조그만 것을 최대한 굴려본 해나는 두 사람이 오래 사귀다 헤어진 사이라고 생각했었다. 어제 각자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했으니 이제 다른 사람을 만나는 줄 알았고. 그런데 결혼한 차 과장이 전 연인이라고 짐작한 사람의 방에서 나왔다.'아, 아니, 잠깐만. 그러면 더 큰일이잖아!'"그러면 한 차장님하고는..."세탁실 건너편에서 문이 열렸다. 목소리를 듣고 나온 한소율이 두 사람을 보더니 걸음을 멈췄다. 해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왼손으로 시선을 내렸다.반지는 없었다. 다만 약지에 다른 손가락보다 옅은 띠가 남아 있었다.소율은 잠이 덜 깬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물었다."윤 대리님, 무슨 일이세요?"도현이 답하려는 순간 해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뜬 시장 시설 담당자의 이름을 보자 그녀의 표정이 달라졌다. 주말 아침에 이 사람이 전화할 때는 대개 좋은 일이 없었다.– 네, 윤해나입니다.– 대리님, 오늘 동쪽 판매대 운영 취소됐다고 들으셨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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