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문이 바깥에서 먼저 열리며, 맑고 단호한 음성이 날아들었다."멈추세요, 본부장님."단정한 베이지색 슈트 자켓, 턱선까지 꼼꼼하게 감아올린 네이비색 에르메스 스카프. 흐트러짐 없는 블랙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들어오는 여자. 기획팀장, 한소율이었다.소율은 익명 게시판의 소문이 본부장실로 들어갔다는 정보를 듣자마자 곧바로 20층으로 올라온 참이었다. 그러나 방 안으로 들어선 그녀의 시선은, 바닥에 흩뿌려진 유리 파편들과 도현의 손에서 뚝뚝 떨어지는 붉은 피에 꽂히며 흠칫 굳어졌다."한소율."소율의 얼굴을 본 순간, 도현의 핏발 선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하지만 소율은 당황한 기색을 혀를 깨물며 억누르고, 사색이 되어 있는 김 실장을 향해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김 실장님, 당장 비서실에 있는 상비약과 구급상자 좀 가져다주십시오. 여기는 제가 수습하겠습니다.""아, 네! 알겠습니다, 한 팀장님!"김 실장이 도망치듯 본부장실을 빠져나가고, 무거운 문이 닫히며 방 안에는 두 사람만이 남겨졌다.소율은 망설임 없이 도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핏물이 고여 있는 그의 커다란 손을 제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자신의 하얀 베이지색 슈트 소매 끝자락에 붉은 피가 번져가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다… 본 겁니까? 그 저열하고 역겨운 글들, 전부 다 확인했냐고 묻고 있잖아."도현이 억눌린 음성으로 묻자, 소율은 주머니에서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어 그의 찢어진 손바닥을 지그시 압박하며 고개를 들었다."네, 봤습니다. 탕비실에서 그들의 입으로 직접 쏟아내는 뒷담화도 빠짐없이 다 들었고요.""뭐? 하, 이 버러지 같은 자들을...!"도현의 입에서 낮고 서늘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자신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지켜주고 싶었던 여자가, 그 더러운 성희롱을 맨몸으로 견뎌냈다는 사실에 도현의 심장이 난도질당하는 것 같았다."비켜요. 당장 내려가서 그 자들을 내 손으로 직접 치워버릴 테니까. 오늘부로 파리 바닥에서 철저하
Última atualização : 2026-08-15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