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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14일간의 계약 연애: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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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찢겨진 종이 조각들이 눈 내리듯 소율의 발등 위로 처참하게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지난 14일 동안 소율의 목을 옥죄고 있던 족쇄가 박살 나는 소리이자, 3년의 짝사랑을 가둬두었던 견고한 유리벽이 깨져나가는 파열음이었다. "팀장님!" 소율이 놀라 소리쳤으나, 도현은 찢어진 종이 조각들을 짓밟으며 소율에게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왔다. "이딴 계약서 필요 없어. 한 대리, 아니 한소율." 도현의 낮고 갈라진 음성이 소율의 귓가를 거세게 때렸다. "넌 이게 3년 짝사랑의 정리였는지 몰라도… 난 이제 시작이야." "무슨…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알았어." 도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 나왔다. "네가 3년 동안 날 어떻게 바라봤는지, 내 무심한 말 한마디에 얼마나 홀로 아파했는지… 네 책상에서 떨어진 메모지랑 그 낡은 만년필 보고 다 알았다고!" 소율의 몸이 굳어버렸다. '노란 포스트잇 메모'와 '낡은 만년필.' 도현의 입에서 나오는 그 단어들에 소율의 뇌리가 하얗게 탈색되었다. 3년 동안 기를 쓰고 숨겨온 제 가장 초라하고 서글픈 비밀을, 이 남자가 이미 모조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걸…." 소율의 눈가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랐다. 수치심과 슬픔, 그리고 드러나 버린 진심에 대한 두려움이 소율의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게 만들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을 괴롭히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제 혼자만의 감정이었고… 그래서 이번 14일이 지나면 다 정리하고 떠나려고—" "떠나긴 어디로 떠나!" 도현이 소율의 두 어깨를 단단히 감싸 쥐었다. 도현의 눈동자에서 맑은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려 그늘진 뺨을 타고 떨어졌다. 오만하고 차가웠던 그 차도현이, 소율의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미안해, 소율아. 미안하다…." 도현의 음성이 무너져 내렸다. "3년 동안 네가 바로 옆에서 나를 향해 그런 눈빛을 보내고 있었는데, 지독하게 바보 같아서 그걸 단 한 번도 알아보지 못했어. 사사로운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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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이제 내가 너 짝사랑할게. 네가 3년 동안 날 바라봤던 것보다 수천 배는 더 많이 바라보고, 애원하고, 사랑할 테니까… 제발 내 곁에서 떠나지만 마, 소율아."​도현의 눈물 어린 고백이 성수동 오피스텔의 정적 속을 오랫동안 메아리쳤다.​소율은 제 손바닥 밑에서 터질 듯 요동치는 도현의 심장 소리를 가만히 느꼈다. 쿵, 쿵, 쿵하는 거친 파동. 그것은 3년 동안 소율이 홀로 가슴속에 품어왔던 떨림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정직한 진심이었다.​"팀장님…."​소율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새어 나왔다. 눈물샘이 마침내 터져 버렸다.​지난 3년 동안 '완벽한 부하직원'이라는 단단한 가면 뒤에 숨겨두었던 서러움, 도현의 무심한 한마디에 혼자 가슴을 태웠던 밤들, 그리고 14일간의 위장 연애를 진행하며 받았던 아슬아슬한 상처들이 거대한 제방이 터지듯 눈물이 되어 쏟아졌다.​소율이 주저앉으며 고개를 숙이자, 도현은 망설임 없이 소율의 작은 몸을 제 품 안 가득 안아 올렸다.​"미안하다, 소율아. 미안해…."​도현의 단단한 두 팔이 소율을 부서뜨릴 듯 꼭 감싸 안았다. 도현의 목덜미로 소율의 뜨거운 눈물이 스며들었고, 도현 역시 소율의 머리카락 사이에 뺨을 묻은 채 그녀의 체온을 온전히 삼켜냈다.​더 이상 비즈니스도, 회장님을 속이기 위한 위장 연애도 아니었다.두 사람이 교환하는 호흡과 눈물은 오롯이 '차도현'과 '한소율'이라는 두 남녀의 진실된 감정 그 자체였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거실 바닥에 찢겨 흩어진 계약서 조각들 사이로 달빛이 조용히 내리쬐고 있었다.​어느 정도 눈물을 훔쳐낸 소율은 도현과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도현은 소율의 작고 따뜻한 손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고, 1초라도 손을 놓으면 소율이 소멸해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끊임없이 그녀의 손가락 마디를 문지르고 있었다.​"어제… 1층 VIP 접견실 일은 정말 오해였던 겁니까?"​소율이 붉어진 눈으로 조심스럽게 묻자, 도현은 가슴 아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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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1년 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태성그룹 유럽 총괄 지사 사옥.​"한소율 팀장님, 현지 유통망 계약서 최종 승인 건으로 본부장님 결재 올라갔습니다."​"네, 감사합니다. 파트너사 미팅 일정 10분 뒤로 재확인해 주세요."​파리 지사 기획팀장 한소율의 목소리에는 당차고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소율은 유럽 신규 시장 개척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성공시키며, 그룹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여성 리더로 입지를 다졌다.​단정한 베이지색 슈트 착장과 여유로운 미소. 더 이상 오만했던 팀장 밑에서 숨죽여 감정을 억누르던 3년 전의 부하직원이 아니었다.​똑똑-​팀장실 문이 열리고, 짙은 네이비색 슈트 차림의 차도현 유럽 총괄 본부장이 걸어 들어왔다. 여전히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독보적인 아우라를 내뿜는 그였지만, 소율을 바라보는 도현의 눈빛만큼은 온전히 다정한 온기로 가득 차 있었다.​"한 팀장, 퇴근 준비는 끝났습니까?"​"본부장님, 아직 미팅 서류 백업이 남아있습니다만. 공식 업무 시간은 15분 남아있습니다."​소율이 눈꼬리를 접어 웃으며 장난스레 받아쳤다.​도현은 걸어와 소율의 책상 모서리에 살짝 걸터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소율의 손을 가져가 제 손가락 사이에 깍지를 꼈다. 사무실 안이지만 직원들 눈치를 보기는커녕, 도현은 소율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퇴근 후 일정은 업무가 아니라 사적인 계약 이행 시간입니다."​"무슨 계약이요?"​"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은 건 아니겠지?"​도현의 눈동자에 기분 좋은 호선이 그려졌다.​그렇다. 오늘은 두 사람이 한국에서 '14일간의 계약 연애'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가짜 연애를 끝낸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다.​​오후 7시, 파리 에펠탑이 건너편으로 투명하게 다가오는 센강 변의 고급 레스토랑 테라스 석.​붉게 물들어가는 파리의 노을 아래, 두 사람은 와인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회장님께서 오늘 아침에도 안부 전화가 오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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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파리에서의 낭만적인 프러포즈로부터 6개월 후. ​14일간의 위험하고 아슬아슬했던 위장 연애는 완전히 막을 내렸고, 두 사람의 완벽하고 달콤한 무제한 사랑의 계약이 눈부시게 시작되고 있었다. 서울 성북동 본가 대저택은 아침부터 정원 관리와 연회 준비로 분주했다. 오늘은 태성그룹 기획본부 차도현 전무와 유럽 지사 한소율 팀장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 신부 대기실에서 우아한 드레스 차림의 소율이 립스틱을 고쳐 바르고 있을 때, 대기실 문이 열리고 태성그룹의 실권자 이혜민 회장이 지팡이를 짚으며 들어섰다. "회장님!" 소율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이 회장은 손짓으로 그녀를 앉혔다. "앉아 있거라, 신부가 가볍게 움직이는 거 아니다." 이 회장은 깐깐한 눈빛으로 소율의 드레스 자태를 훑어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아주 예쁘구나. 일밖에 모르던 내 손주 놈 사람 만들어 주느라 고생이 많았다, 한 팀장… 아니, 이제 내 손주며느리지." "감사합니다, 회장님. 다 회장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저희를 받아주신 덕분입니다." 소율이 깍듯하게 인사를 건네자, 이 회장은 찻잔을 들며 짓궂은 눈빛을 내비쳤다. "넓은 마음이라니. 사실 다 내가 판을 깔아놓은 판대기였는데 말이다." "예…?" 소율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이 회장은 허허 웃으며 지팡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내가 왜 그 고집불통 차도현이한테 강제로 맞선을 붙였겠느냐? 연애라곤 일절 안 하고 평생 일하고 서류나 파묻혀 살 것 같던 놈인데, 증조모 소리 한번 들어보는 게 내 마지막 소원이라 던진 떡밥이었지. '여자가 있다면 데려와 봐라, 없으면 정략혼이다' 하고 던졌더니, 웬걸? 며칠 만에 진짜 여자, 너를 데려왔지 뭐냐." 이 회장의 입꼬리가 호의적으로 올라갔다. "물론 처음 청담동이니 레스토랑이니 사진이 찍혀 올라왔을 땐 그 여우 같은 놈이 돈으로 가짜 배우라도 고용한 줄 알았다. 호구 잡힌 건 아닌가 싶어서 성북동으로 불러 직접 검증을했던 거였고." 소율은 9일 차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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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맞아요, 차 팀장님! 저는 개의치 않아요. 능력 있는 남자 곁에 연애하는 여자 한둘쯤 있는 건 흔한 일이죠. 한 대리님과의 관계는 결혼 전까지만 적당히 즐기시다 정리해 주세요!"그 대사를 읊으며 서연주는 속으로 벅차오르는 웃음을 참느라 죽을 맛이었다.결국 그 자극적인 연극 덕분에 로비에 있던 소율은 짐을 싸서 도망쳤고, 차도현은 이성을 완전히 잃고 회장에게 지분이고 뭐고 다 던져버리겠다고 소리친 뒤 소율의 집으로 폭주해 달려갔던 것이었다.* * *"그, 그럼… 그때 접견실에서의 그 대화가 모두…?"신부 대기실에서 소율은 입을 쩍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그렇다. 그 오만하고 도도한 차도현이 놈의 이성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제 손으로 계약서를 찢어발기며 진짜 고백을 하게 만들려면 그 정도 휘발유는 들이부어야 했지!"이 회장이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차를 홀짝였다."결과적으로 어떠냐? 그 덕에 네 꿈이었던 파리 지사 기획팀장도 하고, 내 손주 놈도 제 마음 깨닫고 너한테 평생 옭아매였으니, 아주 완벽한 윈-윈 아니겠느냐? 게다가 그 녀석, 네가 파리로 떠난다고 했을 때 내 서재로 들이닥쳐서 뭐라고 한 줄 아느냐? '한소율 없이는 전무고 뭐고 다 내려놓고 당장 파리로 따라가겠다'며 눈시울이 붉어져서 고함을 치더구나. 평생 내 말이라면 군말 없이 따르던 얼음 같던 놈이 여자 하나 때문에 인생을 걸겠다고 덤벼드는데… 기가 차면서도 속으로는 내 심장이 다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회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소율은 기가 막히면서도, 결국 자신과 도현을 이어주기 위해 완벽한 시나리오를 완성했던 할머니의 깊은 지혜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때, 대기실 문이 열리고 턱시도를 차려입은 도현이 들어섰다."회장님, 여기서 소율이한테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고 계신 겁니까?"도현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이 회장은 짐짓 시치미를 떼며 지팡이를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무 소리도 안 했다! 신부가 너무 예뻐서 칭찬하고 있던 참이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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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시점: 서울에서의 진심 확인 후 1개월 뒤. / 프랑스 파리 입성.]​고도를 높인 항공기의 엔진 소리만이 낮게 웅웅거리는 퍼스트 클래스 캐빈 안.​인천공항을 이륙한 지 벌써 10시간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한소율은 여전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몇 번이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도현의 무심한 눈빛 하나에 온종일 가슴을 졸이던 부하직원이었는데, 지금은 그의 바로 옆자리에 누워 온전히 그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으니까.​"소율 씨. 스테이크 온도가 좀 안 맞는 것 같은데, 다시 데워다 달라고 할까요?"​소율의 바로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낮고 부드러운 음성.​태성그룹 내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완벽주의자, '인간 AI'로 불리던 차도현 본부장이 지금 소율의 접시 위에 놓인 스테이크를 제 손으로 일일이 먹기 좋게 썰어주고 있었다. 칼같이 딱 떨어지는 슈트 핏, 조금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또렷한 이목구비는 그대로였지만, 소율을 바라보는 그 깊고 그윽한 눈동자에는 과거의 서늘한 오만함 대신 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애정만이 가득했다.​"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썰어 먹을 수 있…."​소율이 다급히 포크를 쥐려 하자, 도현의 커다란 손이 소율의 손등을 부드럽게 덮어왔다. 그의 기다란 손가락이 소율의 마디 사이로 단단하게 얽혀들며 기분 좋은 온기를 전했다.​"가만히 있어요. 3년 동안 내 밑에서 기안서 쓰느라 손목도 많이 상했을 텐데, 이제부터 소율 씨 손에 무리 가는 일은 하나도 안 시킬 작정이니까."​"도현 씨…."​"그리고."​도현이 정갈하게 썰어둔 고기 한 점을 포크로 찍어 소율의 입가로 다정하게 내밀었다. 소율의 붉어진 입술을 바라보는 도현의 눈빛이 유난히 깊었다.​"단둘이 있을 땐 다나까 말투 금지라고 했을 텐데요. 벌써 잊은 껍니까?"​"아… 그게, 3년 동안 입에 붙어버려서 잘 안 고쳐지네요. 고마워요, 도현 씨."​소율이 뺨을 발갛게 붉히며 그가 내민 고기를 얌전히 받아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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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의 VIP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유럽 지사의 전담 의전 직원이 깍듯하게 인사하며 짐을 받아들었다.​파리의 공기는 서울과는 사뭇 달랐다. 코끝을 스치는 쌉싸름한 늦가을의 밤바람과 저 멀리서 빛나는 주황색 가로등 불빛들이 이 도시가 낭만의 심장부임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최고급 세단 뒷좌석에 나란히 올라탄 두 사람은 이내 파리 시내를 향해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창밖으로 고풍스러운 건축물들과 센강의 물결이 스쳐 지나갔지만, 도현의 시선은 밖이 아닌 오직 옆자리의 소율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도현은 차에 타자마자 소율의 손을 깍지 껴 잡고는 제 허벅지 위에 올려둔 채 놓아주지 않았다.​"도현 씨. 저희 짐은 어떻게 할까요? 제 숙소 주소를 기사님께 먼저 찍어드려야 할 것 같은데…."​소율이 회사에서 지급해 주기로 한 법인 숙소를 떠올리며 묻자, 도현은 태연하게 소율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답했다.​"그럴 필요 없어. 짐은 이미 우리 집으로 바로 가도록 조치해 뒀으니까."​"네? 우리 집이요?"​소율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저번 주에 내가 현지 부동산 팀 통해서 센강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 하나를 계약했어. 우리 두 사람이 지내기엔 아주 완벽한 곳이지."​"두 사람… 이라니요? 설마 저랑 본부장님이, 아니 도현 씨가 같이 지낸다는 말씀이세요?"​소율이 당황하여 몸을 꼿꼿하게 세우자, 도현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소율아. 파리 치안이 얼마나 안 좋은지 넌 잘 모를 거야. 소매치기범도 득실거리고, 특히 밤에는 동양인 여성이 혼자 지내기엔 너무 위험해. 게다가 파업이라도 일어나면 교통수단도 마비되는데, 어떻게 널 혼자 멀리 떨어진 숙소에 방치해 두겠어."​그럴싸한 이유를 늘어놓는 도현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어 보였다.​"아무리 그래도… 동거는 아직 이르지 않나요? 회사 사람들도 뻔히 알 텐데, 만약 저희 관계가 소문이라도 나면…."​"소문나면 어때서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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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아… 아니요. 겁나는 게 아니라… 너무 갑작스러워서…."​"긴장 풀어. 네가 싫다고 하면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비행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먼저 씻고 나와. 짐은 내가 대충 정리해 둘게."​도현은 다정한 목소리로 소율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물러섰다. 그의 배려에 소율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캐리어에서 세면도구와 잠옷을 챙겨 욕실로 향했다.​하지만 욕실 거울 앞에 선 소율의 가슴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따뜻한 물줄기 아래서 씻고 나오는 내내, 거실 밖에서 들려오는 도현의 작은 발소리 하나하나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정말 아무 일도 없을까? 아니, 아무 일이 없는 게 맞는 건가? 우린 어른이고 연인인데…?'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소율은 준비해 온 얇은 실크 소재의 슬립 나이트가운을 입었다. 가운 위에 카디건을 걸치긴 했지만, 매끄러운 다리 선과 목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꽤 무방비한 차림이었다. 평소 단정한 오피스룩으로 꽁꽁 싸매던 자신과는 180도 다른 모습에 얼굴이 화끈거렸다.​달칵-​욕실 문을 열고 나오자, 도현은 이미 다른 욕실에서 샤워를 마쳤는지 편안한 다크 그레이 톤의 라운지웨어 차림으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는 평소의 냉철한 본부장이 아닌, 치명적이고 나른한 성인 남자의 페로몬이 짙게 풍겨 나왔다.​도현의 시선이 욕실 문을 나서는 소율에게 닿았다. 그 순간, 도현의 손에서 수건을 닦던 움직임이 뚝 멎었다.​"……"​물기를 머금어 촉촉해진 소율의 눈망울, 하얗게 상기된 두 뺨, 그리고 실크 가운 자락 아래로 드러난 가녀린 쇄골과 매끄러운 다리 라인. 그 무해하고도 치명적인 자태는 도현이 3년 동안 오피스에서 보아왔던 한소율의 모습 중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도현의 짙은 눈동자에 순식간에 위험한 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목울대가 크게 위아래로 움직였다.​"도, 도현 씨. 수건 드릴까요? 제가 머리 말려드릴게요."​소율이 어색함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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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파리 지사 출근 1일 차]​파리의 아침 햇살은 서울의 것보다 한층 더 맑고 투명하게 센강의 물결 위로 부서져 내렸다.​액자에 담긴 풍경화처럼 거대한 통유리창 너머로 에펠탑이 건너다보이는 펜트하우스의 침실. 한소율은 전날 밤의 그 농밀하고 뜨거웠던 열기의 잔상을 털어내려는 듯, 거울 앞에서 다소 과할 정도로 각이 잡힌 칼라의 베이지색 슈트 자켓을 착의하고 있었다.​"그렇게 단정하게 꽁꽁 싸매고 출근하면, 내가 서운한데."​뒤에서 다가온 차도현이 자연스럽게 소율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에게서 상큼한 시트러스 향과 함께 서늘하고도 기분 좋은 체온이 전해져 왔다. 도현은 소율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짧게 쪽 소리가 나도록 버드키스를 퍼부었다.​"도현 씨, 옷 구겨져요. 오늘 파리 지사 첫 출근날인 거 잊었어요?"​소율이 거울 너머로 그를 돌아보며 약간의 경계 태세를 취하자, 도현의 잘생긴 미간이 찌푸려졌다.​"잊을 리가. 내 손으로 유럽 총괄 발령안을 집행했는데. 그러니까 오늘부터 내 전용 차로 같이 출근하고, 점심도 내 집무실에서 먹고—"​"안 돼요."​소율의 단호한 거절에 도현의 손길이 멈칫했다.​"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같이 출근 안 해요. 카풀도 안 하고, 회사 안에서는 완벽하게 타인처럼 지낼 거예요."​소율은 돌아서서 도현의 슈트 넥타이를 제 손으로 정갈하게 메어주며 말을 이었다. 도현의 시선이 그런 소율의 손가락 끝에 진득하게 얽혔다.​"저는 유럽 지사의 신임 기획팀장으로 온 거예요. 실력으로 제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요. 만약 도착하자마자 신임 총괄 본부장의 차에서 내리고, 사내에서 붙어 다니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프랑스 지사 직원들이 저를 어떻게 보겠어요? '한국 본사 본부장의 낙하산 애인' 정도로밖에 안 볼 거 아니에요."​"낙하산 애인이라니. 소율 씨 실력이면 본부장 자리에 앉혀놓아도 아무도 토 못 달아."​"아무튼 안 돼요."​소율은 단단히 못을 박았다. 3년 동안 소율이 한국 본사에서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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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도현은 회의 탁자 상석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겉으로는 대형 스크린에 띄워진 수치들을 매섭게 노룩 검토하며 질문을 던지고 있었지만, 그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소율이 서 있는 회의탁자 끄트머리 쪽으로 옮겨가고 있었다.​"프랑스 현지 물류 센터와의 계약 조건에서, 3번 조항의 손실 보상 비율이 너무 낮게 측정되어 있습니다. 한 팀장, 이 부분 수정안은 마련되어 있습니까?"​"네, 본부장님. 2차 협상안에서 상향 조정하기로 합의가—"​답변을 하던 소율의 몸이 일순간 굳어버렸다.​회의실의 길고 무거운 대리석 탁자 밑. 현지 직원들의 시선이 모두 스크린과 도현의 얼굴에 쏠려 있는 그 완벽한 블라인드 공간 속에서, 도현의 기다란 다리가 소율의 발끝에 슬그머니 닿아왔던 것이다.​'도, 도현 씨?!'​소율이 경악한 눈으로 도현을 바라보았지만, 도현의 얼굴은 여전히 서늘한 얼음장 같았다. 오직 스크린만을 향해 고고하게 서서 칼 같은 질문을 내뱉고 있는 모양새였다.​하지만 탁자 밑에서의 행동은 전혀 딴판이었다. 도현의 고급 수제화 구두 끝이 소율의 깔끔한 펌프스 구두 옆면을 부드럽게 문지르더니, 이내 올라와 소율의 복사뼈와 발목을 지그시 쓸어내렸다.​"…합의가 완료되었습니다. 본부장님."​소율은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대답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여기 있는 수십 명의 직원이 보고 있는 공식 석상이었다. 심지어 자신이 그토록 강조했던 '회사에서는 완벽한 남'이라는 철칙을, 차도현은 바로 첫날 회의 시간부터 보란 듯이 정면으로 부수고 있었다.​도현은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왔다. 손에 쥔 보고서를 소율에게 건네는 척하며, 대리석 탁자 밑으로 도현의 커다란 손이 소율의 자켓 자락 속으로 쑥 들어왔다.​움찔-!​도현의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소율의 손을 낚아채듯 감싸 잡았다. 그리고는 손가락 마디마디 사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밀어 넣어 강렬하게 깍지를 껴 왔다. 남성의 뜨거운 체온이 소율의 은밀한 손바닥 안으로 자비 없이 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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