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Chapter 51 - Chapter 60

98 Chapters

51.스무고개

이태의 집으로 가는 차 안은 적막했다. 이태가 무언가를 생각하며 허공을 응시하듯 운전했다. 시아는 딱히 할 말도 없어 애꿎은 핸드백만 꽉 껴안았다. 무거운 침묵이 끝나고 이태가 주차했다. 안전벨트를 풀고 달려 나가 조수석 문을 열었다. 시아가 이태의 손을 잡고 차 밖으로 나왔다. 이태가 조심스럽게 시아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이태가 현관으로 가서 도어락을 열며 시아에게 보란 듯이 비밀번호를 공개했다. 최소한의 가구만 있는 이태의 삶에 시아가 한 걸음 내디뎠다.“침대 있는 방에서 주무십시오. 저는 소파에서 자겠습니다.”시아가 손사래를 쳤다.“아뇨, 아뇨. 제가 소파에서 자겠습니다.”이태가 시아의 양팔을 잡고 진지하게 대꾸했다.“시아 씨, 침대에서 주무십시오.”그의 무언의 눈빛에 시아가 작게 네, 하고 대답하고는 침대방으로 들어갔다. 이태는 피곤한지 한숨을 내쉬고는 손으로 미간을 잡았다. 시아는 침대에 털썩 드러누우며 상황을 정리했다.‘그러니까, 지금 부장님이 남자친구고 나는 부장님 집에서 자고 같이 출근하는 거야?’손으로 이불을 한 움큼 움켜쥐었다. 가슴 언저리가 간질간질해서 몸을 침대 위에서 뒹구르르 굴러댔다.‘똑똑.’밖에서 이태가 방문을 두드렸다.“네!”화들짝 놀란 시아가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시아 씨,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시아가 침을 꿀꺽 삼켰다.이태는 시아를 데리고 식탁으로 가 앉혔다. 물을 한 잔 따라주고 맞은편에 앉아 그녀의 양손을 움켜쥐었다.“시아 씨,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미리 말해줄 수 있습니까?”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까?”스무고개를 하기 시작했다.“네.”“무언가를 하고 계시기는 하는군요. 그렇다면 혹시 시아 씨에게 위험한 일입니까?”시아는 곰곰이 생각했다. 위험한 일이기도 하지만,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시아의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태가 다른 질문을 던졌다.“시아 씨에게 위험하지 않다면 ‘원한다’고 말해주실 수 있겠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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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원해요

“신 대리님은 남고 도윤 씨는 나가보세요.”이태가 권력으로 찍어 눌렀다. 도윤이 유치한 행태에 기가 차서 혀를 차고는 부장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태가 시아에게 천천히 다가와 손으로 어깨를 털어주기 시작했다.“부장님, 뭐 하시는 거예요!”“더러운 게 묻었습니다.”시아가 이태의 손을 낚아챘다.“진짜 조심해주세요. 회사 조용히 다니고 싶다고요!”이태가 잡힌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뜸을 들인 뒤 대답했다.“알겠습니다.”시아는 두 번 세 번 약속을 받아낸 뒤 부장실 밖으로 나섰다. 이상하게 모두가 시아를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지만 기분 탓이려니 하고 자리에 앉았다.“그래서 오늘 점심은 어디에 앉을 건데요?”도윤이 소근소근 시아에게 물었다.“닥.쳐.”시아도 웃으며 소근소근 욕했다.갑자기 자리를 바꾸겠냐. 점심시간이 되자 당연하다는 듯 도윤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번엔 이태의 눈이 세모가 되었다. 도윤이 그를 비웃으며 시아의 입에 간식으로 나온 바나나를 먹여주었다. 젓가락을 쥔 이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신 대리님은 아무거나 잘 받아서 드시네요.”시아가 흠칫 놀라 황급히 주여를 살폈다. 다행히 주여는 이 대화에 크게 개의치 않아 보였다.“아, 이제 안 먹을게요. 호호호.”눈치껏 시아가 이태를 달랬다. 그의 예의 있는 말투에 희한하게 질식사할 것 같았다. 시아가 대충 밥을 먹다 말고 식판을 정리하러 일어섰다. 이태가 뒤따라 나갔다.도윤도 따라 나가려는데 주여가 도윤의 손을 잡고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도윤이 허탈한 듯 주저앉으며 웃었다.“과장님도 눈치챘어요?”주여가 바나나를 입에 물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탕비실로 들어간 시아를 이태가 쫓았다.“부장님! 지금 엄청 티 난다고요!”몸을 휙 돌린 시아가 이태에게 따지고 들었다. 이태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시아에게 다가갔다.“무슨 티를 냈다는 건지 모르겠는데요?”시아가 당황해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태는 놓치지 않고 더욱더 시아에게 밀착해서 다가갔다.“그러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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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완벽한 남자

시아가 고개를 숙인 채 부장실에서 나와 자리로 돌아갔다. 퇴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태와 같이 퇴근할 생각에 손가락이 멋대로 꼼지락거렸다. 옆자리에 도윤이 손가락으로 시아의 어깨를 톡톡 쳤다. 시아가 도윤을 바라보자 도윤이 티슈를 입가로 가져가 주변을 정리했다.“이런 건 좀 잔인한데.”도윤이 슬프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손이 조금 떨려왔다. 시아가 얼른 휴지를 낚아채 고개를 숙였다.“미…미안!”도윤은 큰 손으로 시아의 머리를 흩트리고는 업무를 이어갔다.거울을 보며 꼼꼼히 얼굴을 정돈한 시아가 목을 가다듬고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퇴근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 짐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 이태가 오늘은 좀 바쁜 듯하여 시아가 부장실의 문을 두들겼다.‘똑똑.’“부장님, 저 먼저 가볼게요.”서류 사이에 파묻힌 이태가 알겠다며 시아를 엘리베이터까지 데려다줬다. 문이 닫히기 직전 주변을 둘러본 이태가 재빨리 시아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손인사를 했다. 놀란 시아가 양손으로 이마를 만지며 입을 크게 벌렸다.‘저 인간이! 누가 보면 어떻게 하려고!’이태가 놀란 시아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부장실로 향했다. 입에서 걷잡을 수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누가 볼까 급하게 고개를 숙여 주먹으로 가려보지만 뒷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저 인간 연애하네.’시아는 오랜만에 지하철에 올라타서 이리저리 부딪혔다. 그동안 차만 타고 다녀서 그런지, 낯선 사람과 몸이 닿는 감각이 영 불편했다.[배가 불렀네][차 한 대 사지 그래?]시아가 질투하는 채팅창을 손으로 휘저어 없애버렸다. 무심코 손이 입술로 갔다. 부장실에서의 달콤했던 키스가 떠올라 혼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시아의 손이 입술을 만지작거렸다.‘부장님은 남자주인공인데.’‘퀘스트를 다 해내면 내가 만나도 되는 건가?’핸드백을 올려놓고 몸을 침대 위로 날렸다. 시아가 핸드폰을 들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연락 온 것이 없었다. 시아가 천천히 몸을 씻고 나와 핸드폰을 확인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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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질투하는거야?

악녀들이 비밀 단톡방에 모였다.[52번도 사라졌다고?][해시태그 건 애잖아!][우리는 왜 여기서 못 벗어나는 거지?][퀘스트를 잘못 냈나?][지금 쟤는 누가 봐도 완벽한 여자 주인공인데!][여자 주인공의 ‘자리’를 뺏어야 되는 거 아니야?][남주를 나중에 뺏었어야 했다고?][몰라. 그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으… 아니라면 신시아가 우릴 죽일 거야.]그녀들이 두서없이 떠들어댔다. 시아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잠을 자고 있었다. 악녀들이 밤이 새도록 토론을 하는 사이 날이 밝아왔다.시아가 오랜만에 팔을 하늘로 뻗어 기지개를 켜며 개운하게 깨어났다. 분명 똑같은 방에 똑같은 하루인데 이상하게 따뜻한 기운이 몽실몽실 떠다니고 있었다.시아가 깨끗하게 세안을 마치고 치명 시리즈를 꺼냈다.‘저번에 샀던 걸 이렇게 쓰다니.’나시 하나를 걸치고 그 위로 구멍이 뻥뻥 난 레이스로 된 옷을 걸쳤다. 짧은 면 반바지를 입고 빨간 립스틱을 발랐다. 입술을 뻐금거리며 거울 앞에서 얼굴을 꼼꼼히 체크했다.시아가 당당하게 이태가 사준 명품백을 들고 출근길에 나섰다. 집 앞에 이태가 마중 나와 있었다. 이태의 눈이 찌푸려졌다.“왜! 왜요!”이태가 미간을 손으로 짚었다. 고개를 흔들며 목소리를 깔았다.“그러고 갈 겁니까?”“네!”이태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진심으로 저 여자가 황당해하고 있었다. 여기서 제일 황당한 건 이태인데! 이태는 시아가 자신의 인내를 시험하는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시아 씨, 출근복으로 너무 살이 많이 보입니다.”“괜찮아요!”이태는 해맑은 시아의 얼굴에 할 말을 잃었다. 하고 싶은 많은 말들을 목 밑으로 꾹 눌러 담고 이태가 조수석을 열었다.“….타십시오.”시아가 쫑쫑 걸어서 조수석에 쏙 들어갔다. 이태가 머리가 아파와 한숨을 내쉬며 운전석으로 들어갔다. 시아는 안전벨트를 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이태를 쳐다보고 있었다.이태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어쩔 수 없이 회사로 출발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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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안하면안될까?

“지훈의 소방서 앞까지 온 시아는 구석에서 걸음을 우뚝 멈춰 세웠다. 주여가 지훈을 불러서 무언가를 주고 있었다.‘딩.’[퀘스트 성공 : 재회]분명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지훈이 인기척을 느끼고 시아 쪽을 바라봤다.“시아 씨?”시아가 재빨리 몸을 전봇대 뒤로 숨겼지만 늦었음을 깨닫고 헤헤 웃으며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신 대리님?”주여가 놀라서 시아를 불렀다. 그리고,“부장님?”뒤이어 나오는 이태를 보고 두 번 놀랐다.“두 분이 여기 어떻게?”주여가 놀라서 묻고 시아는 변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태의 얼굴은 썩어 있었다.‘재회가 전남친이랑 재회였어?’시아가 웃으면서 허공에 살기를 뿌렸다. 악녀 이것들 미친 거 아냐? 시아가 속으로 심한 욕을 해대고 있을 때, 이태가 나서서 말했다.“가던 길에 주여 씨가 보여서 인사하려고 잠깐 와봤습니다.”손을 내밀어 지훈과 악수를 나누고는 시아의 옆으로 와서 양복 재킷을 벗어 덮어주었다. 주여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아, 그러면 신 대리님이랑 같이 어디 가시던 거예요?”지훈의 귀가 쫑긋 열렸다. 시아가 손을 휘저으며 우연히 만났음을 강조했다. 주여가 작게 웃으며 알았다고 했다.“시아 씨, 그러면 저 이제 퇴근인데 저녁 같이 드실래요?”지훈이 시아에게 식사 제안을 했다. 시아가 거절하려고 하는 순간 이태가 한발 먼저 나서서 말했다.“저랑 먹기로 해서 안 됩니다.”지훈이 그제야 이태를 마주보며 눈에 불을 붙였다.“저는 시아 씨한테 여쭤본 건데요?”중간에서 시아가 곤란해졌다. 주여도 앞에 있어서 이태와 단둘이 식사하기도 이상했다. 그래서 시아는 또 한 번 고장이 났다.“아, 저번에 갔던 곱창집 갈까요?”지훈과 사귀고 있을 때 다 같이 모였던 밥집을 이야기했다. 다들 경악해서 시아를 쳐다보았다. 시아가 하늘을 보고 웃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쟤 미친 거 아냐][에러 난 듯][새로고침해!]다행히 주여의 수습으로 곱창집으로 가게 되지는 않았다. 평범하게 닭갈비집을 간 그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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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이태입니다.

다음날 이태와 함께 회사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한 시아가 종이컵에 물을 조금 따라 들고 다녔다. 주여는 유독 그날따라 자리를 많이 비웠다. 시아가 초조해져서 입술을 앙 다물었다.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주여를 마주할 수 있던 시아는 다시금 물컵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지금이라도 해야 해.’주여가 등을 돌린 사이 주여의 등에다 뿌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헌데 그날따라 이태가 시아의 앞을 막아섰다. 주여를 가리는 커다란 몸뚱이 덕에 시아가 물을 뿌리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러댔다. 이태가 아침부터 이상한 시아의 태도에 손을 올려 시아의 이마를 짚었다.“대리님, 어디 아픕니까?”시아가 신경질적으로 손을 뿌리쳤다.‘아차!’“아무것도 아니에요. 호호.”시아는 속으로 예민했던 자신을 한 번 탓하고는 이태를 피해 재빨리 자리로 돌아갔다. 책상 위에는 아침에 받아놓은 물이 종이컵에 담겨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초조해 보이는 시아를 도윤이 이상하게 여겼다.“신 대리님, 진짜 괜찮으세요?”시아가 거짓 웃음을 지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어떻게든 물을 부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결국 그녀는 컵을 든 채 주여에게 향했다.‘누가 부딪혀 줬으면!’시아가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기도했다. 제발, 신이 계시다면 이 부탁을 들어주세요.그러나 하늘은 무심하게도 아무도 보내주지 않았다. 시아는 짐을 챙기는 주여를 보고는 마음이 다급해져 어깨를 손으로 잡고 종이컵의 물을 다급히 그녀의 가슴 쪽으로 뿌려버렸다.“김 과장님!”“신 대리님!”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물을 맞은 주여가 그대로 얼어버렸다.[퀘스트 성공 : 악녀력 +1]이태가 부장실 밖으로 나와서 상황을 살폈다.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시아가 누가 봐도 일부러 물을 뿌렸다. 이태는 눈을 찌푸리고 일단 주여의 상체에 양복 재킷을 둘러주었다. 시아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중얼거렸다. 이태는 이 상황이 시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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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가지마요

[퀘스트 : 권이태랑 헤어지기성공 시 : 해시태그 / 실패 시 : 경고창]성공을 해도 헤어지고 실패를 해도 헤어지는 개 같은 상황에 놓여버렸다. 이 악녀들은 이제 시아를 봐줄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경고창이 뜨면 이태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시아가 이를 까드득 갈았다.“이태 씨, 할 말이 있어요.”시아가 먹다 말고 숟가락을 내려놨다. 생각보다 덤덤한 눈으로 이태를 응시했다.“이태 씨, 우리 헤어지기를 원해요.”‘제발, 제발 알아줘요. 이태 씨.’이태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이태의 숟가락도 곧이어 식탁으로 내려왔다.“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시아가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이태 씨.”“제가 곧 아주 오랫동안 잠들 수도 있어요.”이태의 눈이 커졌다. 그녀가 이태에게 무언가 수수께끼를 던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태는 치열하게 고민했다.“알겠습니다.”‘딩.’[퀘스트 성공 : 해시태그]시아가 퀘스트 성공 표시를 보고는 눈을 감았다.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쁨, 슬픔, 희열, 분노. 그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 무의미했다.이태가 식사를 마친 그릇들을 치워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표정에도 변화가 없었다.그들은 방금 헤어졌지만 동시에 헤어지지 않았다.시아가 남은 반찬을 정리하고 이태를 배웅했다.“잘 가요. 고마웠습니다.”이태는 짧게 목례하고는 차를 몰고 집으로 가버렸다. 시아가 쌀쌀해진 저녁 바람에 팔을 쓰다듬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누운 그녀는 악녀들에게 물었다.“내가 다시 이태 씨를 꼬시면 이젠 정말 끝나는 거지?”[몰라][그럴 확률이 높을 뿐][다 해봐야지]시아는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눈꺼풀을 내렸다.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딩.’[퀘스트 : 약혼 파토내기성공 시 - 약혼 파토 / 실패 시 - 교통사고]“내가 해결해주마.”시아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가 눈앞에 존재했다. 시아는 더듬더듬 그녀의 얼굴을 만져댔다.“엄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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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쏘핫걸

다들 돌아간 조용한 병실에 이태와 시아만이 남았다. 이태가 시아의 손을 놓지 못하고 계속해서 잡고 있었다.“가보셔도 돼요.”시아가 조용히 이태에게 말했다. 그는 거의 며칠을 쉬지 못한 사람처럼 초췌해 보였다. 이태가 눈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시아에게 조용히 말했다.“시아 씨가 반대로 생각해 보시죠.”시아가 작게 탄성을 흘렸다. 회사에 출근도 안 하고 꼬박 일주일이나 잠이 든 사람을 기다린 남자였다. 시아가 꿈에서 들리던 이태의 음성을 기억해냈다. 이 남자는 얼마나 자주 와서 그녀의 곁에 있었던 걸까. 그녀를 얼마나 찾으며 기다려주었던 걸까. 시아가 입을 꾹 다물었다. 조용한 숨소리만 병실에 울렸다.“미안해요.”“틀렸습니다.”시아의 사과에 이태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시아가 눈을 굴려 다른 말을 떠올렸다.“감사합니다.”그제야 이태가 빙긋 웃으며 시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시아는 그의 따뜻함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다시 눈을 떴을 때, 이태가 죽을 들고 시아의 옆에 앉아 있었다.“회사는요?”“연차 냈습니다.”이태가 덤덤하게 대꾸하며 죽을 후후 불어 식혀 시아의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시아가 죽을 받아먹으며 이태의 눈치를 봤다.‘헤어졌는데 이래도 되나?’[그러니까][너네 경고야][안 되겠어. 다른 방법을 써야겠어]그녀의 눈앞에 악녀들이 다시 악독한 수를 쓰기 위해 쑥덕이고 있었다.‘딩.’[메인 퀘스트 : 권이태와 김주여 이어주기성공 시 - 메인 퀘스트 진행 / 실패 시 - 권이태 호감도 -100]시아가 눈을 찌푸렸다. 헤어지는 것은 할 수 있다 쳐도, 주여가 어떤 마음인지도 모른 채 그를 엮어주기가 가능할까? 메인 퀘스트를 진행한다고 해도 이 악녀들이 자신을 놔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태의 호감도를 떨어트리기는 더욱더 싫었다.‘이제 숫자의 의미에 대해서 말해줘야 할 거야. 안 그러면 퀘스트고 뭐고 안 할 거야.’[얘가 협박해!][알았어. 이거 깨면 말해줄게]시아가 깨끗하게 죽을 먹고 이태에게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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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부장님이라고 부르십시오

퇴근하려는 이태를 시아가 로비에서 잡아챘다.“이태 씨, 제발 대화 좀 해요.”팔을 잡힌 이태의 눈이 차게 식어 있었다.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것만큼은 원해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시아가 고개를 도리질하며 이태의 팔에 매달렸다.“나중에, 나중에 다 설명드릴게요.”“이태 씨, 제발….”시아의 간절한 부탁에 이태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팔에 매달린 시아를 떨쳐버리고는 차갑게 대꾸했다.“부장님이라고 부르십시오.”그 말에 시아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이제 진짜 안 되는구나.시아가 차가워진 이태의 시선에 고개를 숙였다. 이태가 주저앉은 시아를 보고 잠시 주저하다가 곧 몸을 돌려 건물 밖으로 향했다. 시아가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어느새 나타난 도윤이 조심스럽게 시아의 몸을 부축해 일으켜주었다.“대리님….”“원한다고 하면 다 해준다고 했으면서.”시아의 원망 섞인 말에 도윤이 묵묵히 들어주고만 있었다. 시아는 울지 않고 도윤을 마주 보고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거짓말쟁이네. 그치?”“네.”도윤이 시아의 절박한 모습에 그저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데려다드릴게요.”하지만 시아는 단박에 그 제안을 거절하고 전철을 향했다. 도윤이 슬픈 눈으로 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로비에 서 있었다.전철을 탄 시아가 냉정하게 전략을 수정했다.‘퀘스트를 줘. 퀘스트로 둘을 붙여야겠어.’[시아가 웬일이래?][얘 완전 독기 품었는데][너 시아 아니지!]악녀들의 주접에도 웃지 않고 무표정하게 시아가 핸드폰을 열었다. 이태의 이름 밑에 찍힌 번호를 보며 그를 떠올렸다.시아는 이제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다음 날 출근한 시아는 황당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딩.’[퀘스트 : 주여 계단에서 밀기성공 시 - 주여 부상 / 실패 시 - 시아 부상]‘얘들아, 이건 살인미수라서 내 인생을 조지거든?’악녀들이 키득대며 악녀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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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퀘스트 성공

결국 출장은 주여와 이태가 가게 되었다. 도윤이 조심스럽게 시아를 쳐다보며 물었다.“진짜 괜찮아요, 대리님?”시아가 어깨를 으쓱하며 도윤에게 대꾸했다.“헤어졌다니까?”보고를 받은 이태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신시아, 그 여자가 정말 자기를 가지고 노는 건가. 절대로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거칠게 서류를 내려놓으며 손을 올려 미간을 문질렀다.시아는 그것도 모르고 업무를 이어나갔다. 도윤이 오늘은 꼭 데려다줘야 한다며 시아에게 엄포를 놓았다. 시아가 웃으며 알겠다고 말하고 삭신이 쑤셔 몸을 의자에 기대 기지개를 한 번 폈다.뒤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태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이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호감도 -100이라 그런가?’시아가 가볍게 목례를 하고 다시 모니터에 몸을 기울였다. 이태가 그 모습을 보고 더욱더 기분이 상해 주여에게 다가가 출장 일정을 차갑게 조율하기 시작했다.주여가 이태와 대화하면서도 힐긋힐긋 시아를 살폈다. 시아는 신경 쓰지 않는 척 둘의 대화에 귀를 활짝 열고 경청하고 있었다. 이태와 주여의 얼굴이 가까워질 때마다 타자를 치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도윤이 그런 시아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어디가 헤어진 거야.’도윤이 서로를 신경 쓰고 있는 시아와 이태의 모습에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이태가 주여와 일정을 조율하고서는 시아를 한 번 쓱 보고 부장실로 들어갔다. 시아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지만 이태와 눈이 한 번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시아의 머릿속에서 주여와 이태가 차를 타고 가다가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기대서 한숨 자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러다가 출장을 간 날 밤에 주여와 이태가 한잔을 하고 같이 밤을….시아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차라리 잘됐을지도 모른다. 이태가 완벽하게 주여에게 가야 다시 찾아와도 이 악녀들이 꼬투리를 잡지 못할 것이다.시아가 퇴근을 위해 주섬주섬 물건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이태가 부장실에서 나와 시아를 불렀다.“시아 씨, 잠시 부장실로 오십시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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