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움직인 뒤에야 자기가 여전히 유나를 돌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것과 걱정하는 마음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었다.유나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면서도 그녀가 쓰러지는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있었다.관계는 계약서처럼 한 줄로 끝나지 않았다.그래서 집에 돌아가 진실을 전부 확인해야 했다.떠날지 남을지는 그다음에 정할 일이었다.유나가 눈을 뜨면 조건부터 말할 생각이었다.받아들이면 대화를 시작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정말 떠난다.이번에는 흐리지 않기로 했다.돌아가는 길은 화해가 아니라 협상의 시작이었다.사과와 용서는 서로 다른 일이었다. 유나는 사과할 수 있지만 용서할 시점은 시우가 정해야 했다.그 순서를 뒤집지 않기로 했다.차 안에서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유나가 운전했고 시우는 조수석에 앉았다.서울의 아침 출근길이 창밖으로 지나갔다.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건너고, 편의점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뛰었다.시우에게는 하루 전과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어제까지 유나 집 식모였다.오늘은 통장에 천만 원이 넘는 승리수당이 있고, 두 명의 검투사와 연결되어 있고, 협회의 관심을 받는 능력자였다.그리고 첫 경험을 했다.그 생각이 떠오르자 목이 뜨거워졌다.터틀넥 안쪽의 붉은 자국이 안전벨트에 스칠 때마다 어젯밤의 감촉이 떠올랐다. 하린의 목소리와 손, 몇 번이나 멈춰 자신을 확인하던 눈.시우는 괜히 옷깃을 더 끌어 올렸다.유나가 곁눈질했다.“더워?”“아니.”“에어컨 켤까?”“괜찮아.”
Last Updated : 2026-09-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