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sss급 헌터들이 식모인 나를 주인님이라 부른다. : Chapter 1 - Chapter 10

83 Chapters

식모의 아침

새벽 여섯 시.서울 한복판의 펜트하우스에서 가장 먼저 눈을 뜨는 사람은 집주인이 아니었다.강시우는 알람이 울리기 직전에 눈을 떴다. 반쯤 감긴 눈으로 천장을 확인하고, 몸에 밴 순서대로 침구를 정리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밤새 돌아간 공기청정기의 필터를 확인하고, 욕실 바닥에 떨어진 긴 머리카락을 주웠다.그의 것은 아니었다.머리카락에서는 은은한 장미 향이 났다.시우는 그것을 휴지에 싸 버린 뒤 주방으로 향했다.쌀을 씻고, 멸치 육수를 올리고, 계란을 풀었다. 냉장고에는 일반 가정이라면 특별한 날에나 꺼낼 법한 한우가 날짜별로 소분되어 있었다. 그중 유통기한이 가장 가까운 팩을 골라 팬 위에 올렸다.치익.고기 익는 냄새가 넓은 거실로 번졌다.어디선가 로봇 청소기가 기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삼백만 원짜리 기계였다. 저 기계가 있는데도 시우는 매일 걸레질을 했다.채유나가 바닥은 사람 손으로 닦아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기 때문이다.“으음…….”복도 끝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잠시 뒤, 헐렁한 셔츠 하나만 걸친 여자가 맨발로 걸어왔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인데도 연예인보다 예뻤다. 길게 흐트러진 검은 머리, 희고 매끄러운 다리, 그리고 셔츠 자락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허벅지.채유나.대한민국에서 스무 손가락 안에 든다는 최상위 헌터이자, 시우가 사는 집의 주인이었다.“시우야.”유나는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그의 등에 이마를 기대었다.“배고파.”“손부터 씻어.”“안아 주면 씻을게.”“애냐?”“응. 아침에는.”등에 닿은 체온이 얇은 면 티를 뚫고 들어왔다. 시우는 팬을 든 채 굳어 있다가 팔꿈치로 유나를 슬쩍 밀어냈다.“기름 튄다.”“나 방어력 높아.”“셔츠에는 방어력 없거든. 그리고 바지 좀 입어.”“우리 집인데?”유나가 느릿하게 눈을 떴다. 잠기운이 묻은 눈동자 안에 시우의 얼굴이 담겼다.“보는 사람도 너밖에 없고.”의미심장한 말이었다.시우는 대답 대신 불을 줄였다. 괜히 반응하면 놀림만 길어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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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줄짜리 왕

쿵.진동이 발바닥을 때렸다.공략대의 웃음이 사라졌다.방패를 든 탱커가 가장 먼저 자세를 낮췄다. 정찰수는 화살을 시위에 걸었고, 치유사는 주문을 외울 준비를 했다.파티장이 마력 측정기를 벽에 갖다 댔다.E.숫자는 변하지 않았다.“낙석입니다.”“낙석이 걸어와요?”시우의 말에 창잡이가 혀를 찼다.“F급이 괜히 분위기 잡네.”“진동 간격이 일정합니다.”“그래서? 네 고용 스킬로 땅이라도 고용하게?”몇 사람이 웃었다.시우는 더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자신의 말에는 무게가 없었다. F급, 비전투계, 고용 사기꾼. 이 세 단어면 어떤 경고도 겁먹은 사람의 헛소리가 됐다.파티장이 손을 들었다.“진형 유지하고 전진. 이상 개체 확인 시 즉시 후퇴합니다.”그나마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공략대는 속도를 낮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시우는 자꾸 뒤를 돌아봤다. 푸른 이끼가 밝히는 통로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누군가 등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형씨.”옆에서 걷던 박동석이 작게 불렀다.“진짜 뭐 느껴져요?”“모르겠습니다.”“나도 아까부터 소름 돋아서.”동석이 팔뚝을 문질렀다.“돈이고 뭐고 그냥 나갈까요?”시우도 같은 생각을 했다.육십오만 원은 큰돈이었다.하지만 목숨보다 크지는 않았다.&ldq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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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가장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검은 코트의 여자를 다시 만나고 싶으면, 고용할 준비부터 해.발신자 정보는 없었다.첨부 사진에는 시우의 스킬 창이 찍혀 있었다. 푸른 테두리와 고장 난 듯 반복되는 두 줄.그리고 처음 보는 문장.[빈 검투사 슬롯: 1]배경은 마포 7번 게이트의 동굴 벽이었다.촬영 각도는 시우가 오우거 앞에 쓰러졌던 자리와 비슷했다. 검은 코트의 여자가 서 있던 쪽이었다.합성 흔적을 찾아 사진을 몇 번이나 확대했지만 픽셀은 자연스러웠다. 누군가는 현장에서 시우의 창을 직접 보고 촬영했다.당신 누구야?검은 코트 여자랑 무슨 관계야?내 스킬을 어떻게 알아?답은 없었다. 전화를 걸자 존재하지 않는 번호라는 안내만 나왔다.시우는 허공에 직접 창을 열었다.[콜로세움의 주인]검투사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승리 시 보상이 지급됩니다.역시 두 줄뿐이었다.“누구한테는 보이고 나한테는 안 보인다고?”자기 스킬인데 자신이 가장 몰랐다.어제의 여자는 오우거에게 상처를 냈지만 혼자 쓰러뜨리지는 못했다. 시우를 보자마자 ‘오늘은 아니군’이라고 말했다.마치 다음 만남과, 시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알고 있는 사람처럼.고용할 준비.돈만 뜻하는 말은 아닐 터였다. 계약서와 보수, 목숨을 걸 사람에게 내놓을 조건까지. 한 달 식비도 장부에 적어 가며 사는 시우에게는 어느 것 하나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그런데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준비할 시간을 주겠다는 듯 재촉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불길했다.현관문이 열렸다.시우는 재빨리 메시지를 닫았다.&ldqu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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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연 기록

그날 밤, 유나는 노트북을 열었다.길드 내부망을 거쳐 협회 의료 지원 데이터베이스까지 들어갔다.검색창에 강정호라는 이름을 입력하려다 멈췄다.환자 또는 법정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권한을 쓰면 열어 볼 수 있었다.유나에게 부여된 길드 의료 권한은 소속 헌터와 직계 보호 대상의 응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우는 어느 쪽에도 등록돼 있지 않았다. 이름 하나를 억지로 넣는 순간, 도움은 곧 감시가 됐다.하지만 시우는 분명히 말했다.가족 일에 손대지 말라고.유나는 검색창을 닫았다.아는 것은 시우의 휴대폰에 병원 앱이 있었다는 사실과 돈이 필요하다는 말뿐이었다.모르는 것이 불안했다.알아내지 못하는 것은 더 불안했다.그래도 그 불안을 이유로 시우의 문을 또 열 수는 없었다.“가족.”유나는 작은 목소리로 되뇌었다.강 씨 집안은 어린 유나가 가장 부러워한 풍경이었다. 좁은 식탁에 온 가족이 붙어 앉아 반찬을 빼앗고 시끄럽게 웃었다.하지만 그 풍경에서 시우는 늘 가장자리에 있었다.유나만 그것을 봤다.그래서 데려왔다.그 집에서 아무도 보지 않던 시우를.나는 가족 아니야?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유나는 의료 기록 대신 공개 기사 검색창에 강태욱을 입력했다.시우의 형이 청람 길드 소속이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검색 결과 맨 위에 4년 4개월 전 기사가 나타났다.청람 4팀 전멸. 생존자 수색 종료.진입 인원 열두 명.시신 열한 구.실종자 강태욱.강태욱은 구조대 출신 A급 헌터였다. 청람 길드가 차세대 간판으로 홍보하던 인물이었다. 평범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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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코트의 추적자

어두운 사무실에서 모니터 하나가 켜졌다.채유나의 열람 요청이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었다.남자는 청람 4팀 사고 파일을 열었다.실종자 강태욱.A급 구조대원.4년 4개월 전 B급 게이트에서 행방불명.공개 자료는 거기까지였다.남자는 권한을 한 단계 올렸다.화면 아래에 숨겨진 기록이 나타났다.회수 장비 11점.미회수 장비 1점.관중석 반응 확인.마지막 문장은 열람 즉시 검게 지워졌다.남자가 복구 명령을 입력했지만 검은 칸은 움직이지 않았다. 삭제한 주체가 자신의 권한보다 위에 있다는 뜻이었다.그가 관리하는 사고 파일에서조차 볼 수 없는 기록.남자는 웃음을 거뒀다.남자가 낮게 웃었다.“가족이 움직인 줄 알았는데.”채유나와 강태욱 사이에는 혈연이 없었다.그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열었다.강정호.강태욱.그리고 막내아들 강시우.마포 7번 게이트의 생존자 명단에도 같은 이름이 있었다.F급 비전투 보조.고유 스킬 불명.남자는 두 기록을 나란히 놓았다.그때 사무실 구석에서 검은 코트가 움직였다.긴 머리를 묶은 여자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마포 7번에서 시우를 구했던 검사였다.“메시지는 보냈나?”“네가 보낸 것 아니었어?”“나는 번호를 남기지 않는다.”남자의 미소가 사라졌다.시우에게 빈 검투사 슬롯 사진을 보낸 사람은 이 사무실에도 속하지 않았다.“제3자가 먼저 접촉했군.”검은 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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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보조 일당

계약 조건을 감지했습니다.스킬 창은 곧 사라졌다.다시 열자 익숙한 두 줄만 남았다.“드디어 작동하는 건가.”시우는 전자 계약서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게이트 재측정 시 즉시 철수.보조 인력 전투 참여 금지.부상 치료비는 공략대 부담.마포 7번보다 훨씬 나은 조건이었다.명단에는 D급 파티장과 E급 공격수 넷, F급 채집 보조 둘이 적혀 있었다.특별한 이름은 없었다.시우는 파티원들의 최근 공략 이력까지 확인했다. 같은 조합으로 세 번 들어가 모두 무사히 나왔다. 평균 공략 시간 두 시간 십 분. 부상자는 없었다.딱 한 가지, 이번 공고에만 기존 보조 한 명이 빠지고 시우의 자리가 생겼다.취소 사유는 개인 사정.시우가 운영자에게 연락했지만 사생활이라 알려 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상적인 답변이었다. 정상이라서 더 캐물을 명분도 없었다.사진 속 빈 검투사 슬롯.검은 코트의 여자.그리고 계약 조건을 알아본 스킬.혹시 이번에는 정말 능력이 움직일까.시우는 결국 서명했다.계약 금액은 280만 원이었다. 성공한 뒤 지급. 중도 철수 시 절반. 고용주 귀책이면 전액.조건은 지나치게 좋았지만 최소한 문장만 놓고 보면 시우에게 불리하지 않았다.그 사실이 오히려 불안을 키웠다.그 뒤 사흘 동안 유나에게 거짓말할 준비를 했다.동시에 도망칠 준비도 했다. 비상용 마나등 두 개. 지혈제. 진통제. 저가형 균열 나침반. 전부 합쳐 십칠만 사천 원이었다.시우는 영수증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벌기도 전에 이십만 원이네.”위험수당에는 목숨값뿐 아니라 살아 나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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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이 끊겼다

지방 호텔의 침대에서 유나는 눈을 떴다.위치 공유 앱에는 시우가 집에 있다고 표시됐다.하지만 콜로세움의 연결은 거짓말하지 않았다.[주인과의 연결 거리가 변동합니다.][제1 검투사의 권역을 벗어납니다.]유나는 눈을 감았다.이번에는 바로 쫓아가지 않으려 했다.마포 게이트에서 데려온 뒤 비밀번호까지 바꿨다. 시우는 자신이 가둔다고 생각했다.사실이었다.그래서 이번만큼은 기다리려 했다.유나는 전화를 한 번 걸었다.시우는 받지 않았다.위치 공유 앱을 열려다 닫았다. 확인하면 또 감시가 된다.그러나 연결이 가리키는 방향은 집이 아니라 성북이었다.휴대폰에 성북 12번 게이트의 야간 입장 안전 알림이 떴다. 방향이 정확히 겹쳤다.“두 번째네.”유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두 번이나 나를 속였어.”분노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자신이 한 일이었다. 첫 번째 게이트 이후 시우의 휴대폰에 위치 공유를 심고, 현관 카메라 비밀번호를 바꾸고, 외출 시간을 확인했다.그렇게까지 했는데 시우는 다시 나갔다.붙잡는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붙잡는 방식이 틀렸을 가능성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때 객실 창문에 검은 그림자가 비쳤다.유나가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창틀에는 작은 검은 깃털 하나가 놓여 있었다.마포에서 맡았던 마나와 같은 냄새였다.검은 코트의 여자.유나는 깃털을 집었다. 푸른 불꽃이 일어나 그것을 태웠다.“네가 부른 거야?”대답은 없었다.“내 시우를.”재가 된 깃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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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나가는 밤

성북 12번 게이트 앞은 지나치게 조용했다.밤 열한 시 십 분.낡은 승합차 한 대와 간이 천막만 있었다.천막 안의 남자가 시우를 확인했다.“강시우?”온라인으로 계약한 파티장 최명수였다.“장비 확인.”시우가 배낭을 열자 명수는 대충 훑었다.“해체 칼, 붕대, 포션. 됐네.”“협회 감독관은 없습니까?”“F급에 무슨 감독관.”“공고에는 협회 보증이라고…….”명수가 흐릿한 협회 도장이 찍힌 서류를 내밀었다.시우는 휴대폰으로 도장 번호를 조회하려 했다. 명수가 서류를 빼앗았다.서류 모서리에는 오늘 날짜가 손으로 고쳐져 있었다. 인쇄된 날짜는 일주일 전. 운영 길드 직인도 계약서에 찍힌 것과 미세하게 달랐다.시우가 두 서류를 나란히 보려 하자 명수는 천막 조명을 껐다.“차량 배터리 아껴야 해.”핑계였다.“입장 등록 끝나면 전산에 떠.”“지금 확인하면 안 됩니까?”“시간 끌면 출발 수당 못 받아.”지금 아니면 기회를 잃는다는 말.사기꾼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었다.잠시 뒤 낡은 장비를 든 공격수 넷이 도착했다. 보조 인력은 시우 혼자였다.“보조 둘이라고 했잖습니까.”“한 명 잠수 탔나 보지.”“그럼 채집량도 두 배가 됩니다.”“못 하겠으면 가. 위약금 십오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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