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섯 시.서울 한복판의 펜트하우스에서 가장 먼저 눈을 뜨는 사람은 집주인이 아니었다.강시우는 알람이 울리기 직전에 눈을 떴다. 반쯤 감긴 눈으로 천장을 확인하고, 몸에 밴 순서대로 침구를 정리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밤새 돌아간 공기청정기의 필터를 확인하고, 욕실 바닥에 떨어진 긴 머리카락을 주웠다.그의 것은 아니었다.머리카락에서는 은은한 장미 향이 났다.시우는 그것을 휴지에 싸 버린 뒤 주방으로 향했다.쌀을 씻고, 멸치 육수를 올리고, 계란을 풀었다. 냉장고에는 일반 가정이라면 특별한 날에나 꺼낼 법한 한우가 날짜별로 소분되어 있었다. 그중 유통기한이 가장 가까운 팩을 골라 팬 위에 올렸다.치익.고기 익는 냄새가 넓은 거실로 번졌다.어디선가 로봇 청소기가 기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삼백만 원짜리 기계였다. 저 기계가 있는데도 시우는 매일 걸레질을 했다.채유나가 바닥은 사람 손으로 닦아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기 때문이다.“으음…….”복도 끝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잠시 뒤, 헐렁한 셔츠 하나만 걸친 여자가 맨발로 걸어왔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인데도 연예인보다 예뻤다. 길게 흐트러진 검은 머리, 희고 매끄러운 다리, 그리고 셔츠 자락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허벅지.채유나.대한민국에서 스무 손가락 안에 든다는 최상위 헌터이자, 시우가 사는 집의 주인이었다.“시우야.”유나는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그의 등에 이마를 기대었다.“배고파.”“손부터 씻어.”“안아 주면 씻을게.”“애냐?”“응. 아침에는.”등에 닿은 체온이 얇은 면 티를 뚫고 들어왔다. 시우는 팬을 든 채 굳어 있다가 팔꿈치로 유나를 슬쩍 밀어냈다.“기름 튄다.”“나 방어력 높아.”“셔츠에는 방어력 없거든. 그리고 바지 좀 입어.”“우리 집인데?”유나가 느릿하게 눈을 떴다. 잠기운이 묻은 눈동자 안에 시우의 얼굴이 담겼다.“보는 사람도 너밖에 없고.”의미심장한 말이었다.시우는 대답 대신 불을 줄였다. 괜히 반응하면 놀림만 길어졌다
Last Updated : 2026-08-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