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갈라진 틈 사이로 드러난 것은 예상했던 얼굴이 아니었다. 피부도, 입술도, 코도 없었다. 검은 명령문이 수천 겹으로 엉켜 만든 가면 안쪽에 희미한 흰빛 하나가 떠 있었고, 그 중심에서 사람의 눈 하나가 천천히 엘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어둠 속에 갇혀 있었던 사람처럼 초점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정확하게 엘라를 향한 눈이었다.엘라는 검을 내리지 않은 채 숨을 골랐다. 방금 전까지 그녀는 저것을 하나의 관리자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번호를 붙이고 이름과 관계와 선택을 빼앗은 최초의 가해자, 그 모든 비극의 출발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갈라진 가면 안쪽을 본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저 검은 덩어리는 사람 하나가 아니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목소리와 규칙, 반복된 명령이 겹쳐져 하나의 의지를 흉내 내고 있었다.그리고 그 중심에.누군가 갇혀 있었다.“단테.”엘라가 낮게 부르자 단테는 그녀가 무엇을 보았는지 묻지 않았다. 대신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와 등을 지켰다.“말해.”“저 가면 자체가 사람이 아니에요. 안쪽에 있는 사람이랑 분리해야 해요.”에드윈도 이미 같은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미래를 보는 힘은 사라졌지만, 그의 마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예언이 끼어들지 않는 지금은 눈앞의 마력 구조를 더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에드윈이 손을 들어 검은 원을 따라 움직이는 마력선을 추적하더니 표정을 굳혔다.“엘라 말이 맞아. 하나의 영혼핵이 아니다.”테오도르가 즉시 물었다.“몇 명입니까?”“잠깐.”에드윈의 마력이 가면을 스쳤다. 검은 표면 위로 숫자가 떠올랐다.중첩 의식 분석.개체 수 산출 중.317.1,842.4,109.7,114.산출 실패.테오도르의 얼굴이 굳었다.“칠천 명 이상이라고요?”“최소한.”에드윈이 천천히 손을 내렸다.“그리고 저 숫자도 정확하지 않아. 너무 오래 겹쳐 있어서 어디까지가 하나의 의식이고 어디부터가 다른 의식인지 구분되지 않는다.”아시온이 그
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