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이 돈 쓰는 법을 배웠다는 말은 정확히 절반만 맞았다.엘라와 단테가 소란을 따라 중앙 홀까지 내려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양손 가득 상자를 든 기사들이었다. 그 뒤로는 천이 둘둘 말린 꾸러미와 꽃 화분, 빵 봉지, 작은 나무 상자와 이름 모를 장식품까지 줄줄이 들어오고 있었다. 시장 하나를 통째로 옮겨 온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한쪽 골목 정도는 털어 온 듯한 광경이었다. 사용인들은 물건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고, 그 한가운데서 카엘은 지갑을 든 채 넋이 나간 얼굴로 서 있었다.반면 유안은 아주 평온했다. 양팔에는 작은 종이봉투가 세 개나 들려 있었고, 목에는 시장에서 산 듯한 짙은 보라색 목도리까지 둘러져 있었다. 그 옆에서 아렌이 신이 난 얼굴로 상자 하나를 열어 보고 있었다.엘라는 계단 중간에서 걸음을 멈췄다.“……오빠.”카엘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구원자를 발견한 사람 같은 얼굴이었다.“엘라.”“이게 다 뭐예요?”“나도 묻고 싶다.”유안이 대답했다.“산 거.”“그건 보여요.”엘라는 계단을 내려가 가장 가까운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색색의 실뭉치가 가득 들어 있었다. 다음 상자에는 나무로 만든 작은 새 장식이 열두 개나 들어 있었고, 그 옆에는 잼 병 여섯 개와 향초, 찻잔 두 세트, 말린 꽃, 어린아이용 털장갑, 은색 단추, 빨간 리본까지 있었다. 물건 사이에는 도무지 공통점이 없었다.“왜 이렇게 많이 샀어요?”유안이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좋아서.”엘라는 눈을 깜빡였다.“뭐가요?”“다.”너무 단순한 대답이었다.유안은 자신이 들고 있던 봉투를 열어 안에 든 것을 보여 주었다. 설탕을 입힌 작은 견과류였다.“이것도 처음 봤어. 저것도 처음 봤고, 시장에 있던 것들이 거의 다 처음이었어.”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눈빛은 달랐다. 오래도록 이름조차 없이 갇혀 있던 사람이 처음으로 시장이라는 곳에 갔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않는 거리에서 물건을 고르고, 가격을 묻고, 동전을 건네고,
Last Updated : 2026-09-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