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습니다.”엘라 에스텔은 단호하게 말했다.너무 단호해서 황제의 집무실 안에 있던 대신 셋이 동시에 숨을 삼켰다.황제는 천천히 눈을 들었다.“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폐하께서 저를 부르셨잖아요.”“그래서?”“좋은 일일 리가 없죠.”“…….”정곡이었다.황제는 손에 들고 있던 문서를 슬며시 내려놓았다.엘라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팔짱을 꼈다. 황제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는 귀족 영애는 제국을 전부 뒤져도 그녀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 누구도 엘라의 자세를 지적하지 못했다.엘라 에스텔.에스텔 공작가의 둘째이자, 황실이 해결하지 못하는 모든 문제를 처리하는 특명 담당자.그리고 제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았던 황자 셋을 사람으로 만들어 낸 장본인.그녀가 손을 댄 뒤로 황태자는 더 이상 대신들에게 잉크병을 던지지 않았고, 제2황자는 술에 취해 기사단 숙소 지붕을 뜯지 않았으며, 제3황자는 황궁 연회장 한가운데 소환진을 그리지 않게 되었다.기적이었다.황궁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황자들은 절대 동의하지 않았지만.“이번엔 정말 별일 아닐 수도 있지 않으냐.”황제가 태연하게 말했다.엘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지난번에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그랬나?”“그래 놓고 제3황자를 마탑에서 끌고 나오라고 하셨죠.”“덕분에 잘 해결되지 않았느냐.”“마탑의 서쪽 벽이 무너졌습니다.”“벽은 다시 세우면 된다.”“제 머리카락도 탔고요.”“다시 자랐지.”엘라가 입을 다물었다.반박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황제에게 할 말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고민 끝에 엘라는 가장 중요한 결론만 입에 담았다.“아무튼 싫습니다.”“이번에도 아직 설명하지 않았다.”“설명 안 하셔도 됩니다.”엘라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저는 오늘부터 휴가입니다.”“누가 허락했지?”“제가요.”“짐은?”“이미 쌌습니다.”“어디로 갈 생각이지?”“남부요.”엘라의 얼굴에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다.따뜻한 햇
Last Updated : 2026-08-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