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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도윤의 아이.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9-05 18:46:11

겨우 목소리를 가다듬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는 한지훈의 말에 이시안은 그 말을 쉬이 믿을 수가 없었다. 매일 울리던 경보음이 사라지고 공기 중에 섞여 있던 화약 냄새와 기름 냄새가 사라진 평화로운 이 세상이. 

⁠⁠

결국 눈물을 훔치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그의 얼굴에 깊게 새겨진 흉터와 주름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르자, 한지훈은 눈물을 닦으며 그때처럼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왜 이래!'라고 소리치며 웃었지만, 이시안은 그때처럼 '그냥.'이라고 웃을 수가 없었다.

"전쟁이 끝났다면… 다른 애들은?"

그 물음에 한지훈은 지금 잡고 있는 이 이시안이 꿈속의, 허상의 이시안이 아니길 바라며 대답했다. 

"전쟁이 끝난 이후, 모두 뿔뿔이 흩어졌어. 하지만…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어."

"당연히 그래야지."

"… 도윤이는 궁금하지 않아?"

그리고 타이밍 좋게 들어온 그의 아들인 박시온은 검은 눈동자를 빛내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둘이 뭐야?"

묘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날이 선 목소리였다. 

"시온아, 늦어서 미안. 인사해. 이쪽은 우리들의 가장 친한 친구 이시안이야."

"네, 네. 박시온."

"입니다는?"

"입니다."

"야, 시안아. 너도 인사해야지."

한지훈이 손가락으로 이시안의 손등을 쿡쿡 꼬집자, '굳이?'라는 눈빛을 보내는 이시안보다 먼저 박시온은 성큼성큼 다가와 이시안의 눈앞에 섰다. 살짝 올려본 시야에는 낯설지만 익숙한 실루엣이 자신을 보며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무심코 그의 이름을 뱉을 뻔했다.

"우리 아빠, 좋아했어요?"

"야, 야! 박시온!"

"그런데 아빠와 다른 여자의 아이인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거죠?"

박시온의 말에 한지훈이 이시안의 눈치를 슬쩍 보며 이마를 짚었다. 

물론 오냐오냐 키운 박시온의 버르장머리 없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그… 시온이가 뭘 몰라서 그래. 그리고 아직 어린애잖아. 화내지 마?"

한지훈이 박시온 앞을 막아서며 애써 웃자, 걱정과 다르게 눈앞의 여자는 조용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본 모습과 변한 것이 없지만, 어쩌면 정신적으로 조금 성숙해진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 순간, 비릿하게 미소 짓는 그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닌 듯했다.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의 둘을 보니 당시 박도윤이 핏덩이를 안고 왔던 그때가 생생하게 떠올라 머리가 지끈거렸다. 솔직히 박시온의 친모가 이시안이 아닐까 생각했던 적도 있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에는 그렇게 싸우고 절연 가까이했지만, 그래도 둘의 사이는 특별했으니까.  

하지만 박시온을 데리고 온 시점으로 예상한 태어난 시기가 맞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박시온이 태어나기 일 년도 더 전에 이시안은 사망했으니까. 

⁠⁠

⁠⁠

***

"아니, 진짜라니까요!"

한지훈이 답답한 듯 가슴팍을 치며 전화를 붙들었다. 

물론 쉬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17년 전에 죽은 이시안이 살아 돌아왔다.'고 들었으면 자신도 '헛소리하네.'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을 것이다. 전화를 끊지 않아 준 것에 감사할 뿐이다. 

"대장, 믿어주세요. 아! 전화를, 전화를 바꿔드릴까요!?"

전화기 속에서는 고상한 목소리로 육두문자와 함께 술을 마셨네! 마느니 하며 헛소리 말라며 진정하라고 어린아이 달래듯 달래 주고 있었다. 그것이 답답하고 억울한 한지훈이 당장 데리고 오겠다고 기다리라고 말을 아직 하지 않았는데도 그의 전화를 자연스럽게 빼앗아 든 손은 익숙한 상황이었다.

"족제비, 수신."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구호. 

전화기 속에서 나오던 목소리가 멈췄다. 

"준비 완료."

뚝. 뚝. 뚝. 

전화의 신호가 끊겼다. 

그리고 끊긴 신호에 이시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보더니 한지훈을 바라봤다. 한지훈이 여러 복합적인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하고, 건넨 전화기를 받아 들며 한참을 말문이 막혀 어색한 몸짓만 하다 겨우 입을 열었다. 

"왜, 왜 여기 있어?"

"걔랑 있기 어색해."

"왜? 아까는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같이 있는 건 달라."

역시 좋아하던 남자와 다른 여자의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은 껄끄러운가? 

한지훈이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망설이다가, 이럴 때가 아니라며 이시안의 어깨를 밀었다. 

"난 다시 대장에게 보고 해야 하니까! 옆에서 딱 지키고 있어! 박시온이 수상한 짓 못 하게!"

"아, 알았다니까."

한지훈이 미는 손길에 손쉬이 밀려 나가는 이시안의 모습에 한지훈이 자신의 손과 이시안의 뒷모습을 번갈아 보더니 문을 '쾅' 닫고는 전화를 걸지 못하고 주저앉아 머리를 파묻었다.  

***

"나, 아빠랑 많이 닮았어요?"

한지훈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돌아온 곳에서, 어색한 공기를 뚫고 박시온이 이시안에게 뚜벅뚜벅 다가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질문의 대답보다는 이시안을 관찰하는 눈빛이 주목적인 듯했지만. 

물론, 질문에는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시안이 기억하는 이 무렵의 박도윤은 지금의 박시온과 정말로 똑같이 생겼다. 

다만 조금 더 예민하고 날이 서 있었다.

그래, 자신이 아는 박도윤은 그랬다. 

눈앞에 자신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어린아이 같은 박시온과 달랐다. 

"저기, 전쟁 끝난 거 알고 있죠?”

“알아.”

“그럼 당신은 이제 실직자잖아요.”

“그런데.”

“보디가드 안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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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의 여자친구   11. 까마귀 부대. (5)

    ⁠⁠⁠김만철이 턱을 문지르며 곤란한 표정을 했다.⁠"그렇다고 한들… 우리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라…."⁠아마 여기서 더 머물렀다가는 극성쟁이 한지훈이 이곳으로 쳐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박시온도 처음이야 신기했지, 이곳의 생활이 썩 편하지는 않은 듯했다. 그렇다고 아무런 정보 없이 나갔다가는 이곳에 올 때처럼 어디서 조난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는다.전쟁이 없는 세상이라고 한들, 위험이 없어졌다는 건 아니니까.⁠"살쾡이 부대는 가장 먼저 소식이 끊기기도 했고… 호랑이 부대나 독사 부대와도 그리 친한 편이 아니니까….""시안아, 너는 뭐 떠오르는 게 없어?"⁠양민아의 물음에 박시온이 미덥지 못한 표정을 하며 이시안을 바라봤다.⁠"없어. 안호가 국밥집 하고 싶다고 하기는 했는데."⁠이시안이 기억을 짜내고 짜내 생각해 낸 것은 겨우 '국밥'이었다. 김만철은 초조했다. 도움만 받던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데, 그때도 지금도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자신의 무능력함은 여전히 변함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만 같아 폐를 틀어막는 것만 같았다.⁠"아.""응?""그리고 보니 10년 전에….""정우야?"⁠김정우가 다리가 불편한 것도 잊고, 벌떡 일어서다 비틀거리는 것을 이시안이 자연스럽게 뒷덜미를 잡아 고정했다. 그리고 그런 이시안을 보며 무언가 말하려고 한참 동안 입을 움찔거리더니, 집으로 가야 한다며 절뚝거리며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정우야!? 갑자기 왜 그래!!!""그, 그게 아니라…! 일단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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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의 여자친구   7. 까마귀 부대. (1)

    ⁠⁠⁠“으… 구려!!!”⁠주소를 보고 도착한 곳은 자신이 살던,서윤재가있던 도심과는 달리 촌이었다.박시온이 들고 있던 휴대폰화면이 ‘신호 없음’으로 깜빡였다. 팔을 뻗어 이리저리 공중에서 흔들어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결국 똘망똘망한 눈은 짜증으로 가득 뒤덮어졌다.⁠“짜증 나!”⁠이 상태라면홀딱 젖은 채로 산속에서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상태로 산행은 위험해 겨우 비만 막아주는 쉼터에 나란히 앉아 떨어지는 비를 멍하니 쳐다보는 꼴이 됐다.⁠"나온 거 후회해?""… 절대 안 해."⁠그럼에도 제 선택에 후회는 없는 것인지 제 눈앞의 빗물로 만들어진 흙탕물을 괜히 손가락으로 휘저으며 불편함을 보였다.⁠“저기, 당신은 무슨 일을 했어요?”“일?”“삼촌은기밀 서류를운송하고 지키는 임무를 했다고 했어요. 그래서, 본부의 자산인 지금의 집에 미련이 가득해 버릴 수 없어서 지킨다고. 그런데 삼촌이 소중하게 지킨 집에서 당신이 나왔잖아요. 그럼 삼촌은 여태 당신을 지킨 거야?”⁠순수한 호기심에서 나온 질문이지만이시안은그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없었다. 아이에게 말하기 곤란해서 혹은 어려워서가 아니었다.자신도 그 답을 몰랐다.⁠“으음.”“당신, 바보죠?”“꼬맹이가 건방지네. 진짜.”“솔직히 기대했는데.”“뭘.”“병기라고 하길래, 좀 다를 줄 알았는데.”⁠사실이다.서재에서 서류를 훔쳐 읽고, 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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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개운하게 나온 박시온이 대충 어깨에 수건을 얹고 앉은 이시안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윽~ 머리는 제대로 말려야 해요.”⁠뚱한 목소리로 목덜미에 수건을 끼고 와서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제 머리를 보고 하는 말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신경 안 쓰려고 했는데, 신경 쓰인다고요.”⁠그리고는 마음대로 다가와 제 목덜미에 있던 수건으로 머리를 닦았다.그것은 우습게도 너무나도 익숙했다.⁠“야.”“왜요.”“넌 정말 틀림없는 박도윤의 아들일 거야.”⁠그 말에 박시온은 답지 않게 만난 이후, 처음 보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삼촌도 종종 그렇게 말했어요.”“그게, 기뻐?”“부모를 닮았다는 말을 싫어하는 자식도 있어요?”⁠그 말을 곱씹던 이시안이 흐릿한 기억을 떠올리더니 심드렁하게 말했다.⁠“있을 걸.”“아빠를 만나보고 싶어요.”“엄마는?”“물론. 하지만 짐작 가는 것이 없으니까… 아빠를 만나서 물어보는 수밖에 없어요.”“그건 그렇네. 만나서 뭐하게? 왜 한지훈에게 맡겼냐고 한방 먹이게?”⁠장난스러운 물음에 한참을 말없이 머리를 조물조물 말리다 입을 열었다.⁠“나를 낳은 이유를 듣고 싶어서요. 그건 얼굴도 모르는 엄마도 그간 한 번도 만나러 오지 않았지만 사랑하니까 나를 낳지 않았을까 해서요.”“무슨 뜻이야?”“사람은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사랑을 갈구하기 위해 태어나는 존재일지도 몰라요. 자식도 어찌 보면 사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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