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대리시 바깥 심리청은 사람들 발에 밟힌 흙으로 눅눅했다.차 대금 기록을 옮겨 적던 서리들은 손을 호호 불었고, 뜰에서는 포졸이 증인들을 한 줄로 세우느라 목청을 높였다. 열린 문으로 찬바람이 들 때마다 탁자 위 문서 끝이 파르르 떨렸다.백유진은 호위도 시녀도 데려오지 않았다. 회색 겉옷을 벗어 무릎에 놓고 소의 맞은편에 앉았다.경연은 상석 옆에 서 있었다. 소의가 돌려보낸 검은 겉옷을 입고 있었다. 찢어졌던 안감은 그녀가 꿰맨 그대로였다. 소의의 시선이 바늘땀에 닿자 경연은 소매를 한 번 내렸다.“정안 부인이 숨을 거둔 다음 날, 세굽이차원에서 은자 팔백 냥이 빠져나갔습니다.”소의가 금전 기록을 돌려놓았다.“받는 사람은 백유진. 돈은 대장공주 별원으로 들어갔고요. 받으셨습니까?”“받지 않았습니다.”유진은 망설이지 않았다.“그렇다면 이름을 도둑맞으셨습니까?”“빌려주었습니다.”문밖에서 붓 긁는 소리가 멎었다. 받아쓰던 서리가 뒤늦게 손을 움직였다.유진은 계화사 여자들을 옮길 때 자기 이름으로 돈을 맡기고 찾았다고 했다. 새 방의 세, 떠나는 수레의 삯, 잡혀 온 아이의 약값까지 본래 이름으로 치를 수 없는 돈이 많았다. 그 장부와 인장은 장은이 맡았다.“한 번 맡긴 뒤에는 어디에 썼는지 묻지 않으셨습니까?” 소의가 물었다.“처음에는 물었습니다.”“언제부터 그만두셨지요?”유진의 손이 무릎 위 겉옷을 반듯하게 접었다.“그자가 가져오는 여자 수가 늘고, 돌아오는 돈도 늘었을 때입니다.”“돈이 돌아오면 살린 사람도 늘었다고 믿으셨군요.”“믿고 싶었습니다.”소의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아버지 진문재와 함께 일했던 여자였다. 거짓 사망 기록 하나로 매 맞던 아내를 빼내고, 죽은 남편의 성을 빌려 아이에게 밥을 먹인 사람이었다. 그 손으로 공주부의 돈도 옮겼다.“팔백 냥은 어디로 갔습니까?”“숨긴 사람들의 거처로 갔습니다.”“이름을 말씀하십시오.”“말할 수 없습니다.”“그러면 그 돈이 사람을 살렸다는 말도
Last Updated : 2026-09-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