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을 일했는데 엽전은 이틀치만 줬다니까요. 아니, 나흘인가. 첫날에는 빨래만 걷어 왔으니 일을 안 한 셈이라는데, 젖은 이불 여섯 채를 내가 업고 왔어요.”어젯밤 경연이 두고 간 판결문 옆에서 앞방의 여자가 무릎을 쳤다. 치맛자락에는 덜 마른 물자국이 번졌고 손등은 잿물에 터 있었다. 곁에 붙은 아이는 지루한지 활자함을 기웃거렸다.다음 날 저녁, 경연은 열린 문밖에서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시선이 탁자 귀퉁이의 판결문에 잠깐 닿았다.소의는 붓을 들고 물었다.“빨래를 걷어 온 날까지 나흘입니까?”“나흘이지요. 그런데 그 집 행수가 내 남편한테 술을 먹여서는, 둘이 무슨 말을 했는지 남편이 집에 와서 나를 때리려고…….”“맞으셨습니까?”“때리려고 했죠. 손을 이렇게 들었는데 내가 빨랫방망이부터 잡았거든요. 그랬더니 그놈이 제 손으로 문기둥을 쳤어요. 내 탓이랍디다.”소의의 붓이 멎었다.“그 일도 함께 적으시겠습니까?”여자는 입을 벌린 채 한참 앉아 있었다.“아니, 오늘은 삯만 받으러 왔는데.”“그럼 삯부터 적겠습니다. 맡은 집 이름을 말씀해 주세요.”여자는 다시 처음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어느 집 둘째 며느리가 이불에 술을 쏟았고, 안주인은 며느리 흉을 보느라 빨래 값을 깎았으며, 행수는 제 아들 혼처에 쓸 돈이 없다 했다. 곡우는 주판알을 튕기다가 두 번이나 고개를 들었다. 경연은 문턱 밖에 선 채 그 말을 다 들었다.평소의 그라면 세 번째 문장에서 끊었을 것이다. 날짜, 사람, 액수만 남겼을 것이다. 소의는 그러지 않았다. 쓸모없어 보이는 말을 흘려보내다가, 여자가 숨을 고를 때마다 같은 곳으로 되돌렸다.“그래서 몇 채였습니까?”“뭐가요?”“젖은 이불이요.”“여섯…… 일곱 채였나?”“아까는 여섯이라 하셨습니다.”“작은 요는 안 셌으니까.”“그럼 이불 여섯 채와 요 하나로 적겠습니다.”그사이 아이의 손이 활자 한 개를 집었다.“안 돼!”곡우가 주판을 밀치고 달려왔다. 아이가 놀라 활자를 입에 넣으려 하자 곡우는 양
Last Updated : 2026-09-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