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에서 운주 세굽이차원까지는 서둘러도 엿새였다.소의 일행은 연수문을 나와 백류나루에서 배를 탔다. 청하를 따라 나흘 반을 내려간 뒤 노평나루에서 수레로 갈아탔다. 길은 청우현을 지나며 가팔라졌고, 운무릉 서쪽 고개에 이르자 안개가 수레바퀴 높이까지 내려왔다.배에서는 뱃사공 가족과 한 칸을 나눠 썼다. 난정은 멀미하는 곡우 대신 노를 잡았고, 경연은 관복을 보퉁이에 넣은 채 젖은 밧줄을 당겼다. 소의는 그가 귀한 집 자제답지 않게 손바닥이 까져도 내색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약을 바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경연도 그녀가 밤마다 배 난간에 기대 속을 달래는 것을 보고도 아는 체하지 않았다.“저 아래가 모두 차밭입니다.”난정이 채찍 끝으로 골짜기를 가리켰다.산등성이 세 굽이가 층층이 겹쳐 있었다. 위쪽에는 오래된 차나무가 검은 점처럼 박혔고, 가운데에는 기와집과 넓은 덖음 마당이 자리했다. 아래쪽으로는 일꾼들의 흙집과 창고가 물길을 따라 이어졌다.세굽이차원은 장부의 땅 한 줄이 아니었다.아이들이 돌계단을 뛰어 내려가고, 아낙들은 대바구니를 씻었으며, 사내들은 비가 오기 전에 장작 더미 위로 거적을 씌웠다. 차를 덖는 솥에서는 푸른 김이 솟았다. 쓰고 고소한 냄새가 젖은 바람 속에 묵직하게 배어 있었다.수레가 멎자 웃음소리도 멎었다.“후부에서 왔답니다.”누군가 낮게 말했다.사람들의 얼굴에 반가움은 없었다. 그렇다고 난정을 향해 몰려오지도 않았다. 차밭을 후부에서 떼어내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새 주인이 들어와 사람부터 줄일까 두려웠다. 미움과 생계가 같은 뿌리에 엉켜 있었다.아랫마을 공동 부엌에서는 네 작업패가 차례로 솥을 썼다. 먼저 온 사람은 좁쌀을 씻고, 늦은 사람은 남은 불씨를 살렸다. 한 사내는 딸 혼처에서 요구한 예물을 마련하려고 올해 품삯을 미리 달라 했고, 아내는 빚을 내 딸을 보내느니 한 해 더 데리고 있겠다고 맞섰다. 후부가 차밭을 팔면 그 집의 혼례부터 깨질 판이었다.관리인 조경년이 찻간에서 나왔다. 소매는 걷혀 있었고
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