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자와 결혼한 여우의 사정: Chapter 11 - Chapter 20

98 Chapters

1년 뒤에도 내 아내일 겁니다

“두 분이.”엘로디아가 웃으며 말했다.“1년 뒤 헤어지기로 했다는.”정적.방 안의 공기가.완전히 식었다.나는 레오나르드를 바라봤다.그도.나를 보고 있었다.1년.그건.우리 둘만의 계약이었다.정확히는 계약서를 작성한 변호사와 극소수의 측근들만 알고 있는 내용.외부에 알려질 이유가 없었다.특히.과거 레오나르드와 혼담이 오갔던 여자가 알 이유는.더더욱.없었다.내 꼬리가.그의 다리를 더 세게 감았다.이번에는.나도 일부러 풀지 않았다.레오나르드가 아주 천천히 시선을 엘로디아에게 돌렸다.“누구에게 들었지.”목소리가 차가웠다.엘로디아의 미소가 아주 조금 굳었다.“그게 중요한가요?”“중요하다.”“그냥 소문이에요.”“소문에는 시작점이 있어.”레오나르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나는 그의 팔을 잡았다.“잠깐.”그가 나를 봤다.“제가 물을게요.”“세리아.”“괜찮아요.”나는 엘로디아를 바라봤다.그리고.웃었다.“영애.”“네.”“그 소문.”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어디서 들으셨어요?”엘로디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사교계에서요.”“어느 사교계요?”“…….”“수도에 있는 귀족들이 그렇게 한가한가 봐요.”나는 부드럽게 말했다.“남의 결혼 계약 기간까지 알아낼 정도로.”엘로디아의 미소가 희미해졌다.“굳이 따지실 필요가 있을까요?”“있죠.”“왜요?”“사실이 아니니까.”말해놓고.심장이 순간 움찔했다.사실이다.정확히.1년 뒤 합의 이혼.계약서에 쓰여 있다.그런데.나는.거짓말을 했다.엘로디아가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사실이 아니라고요?”“네.”나는 웃었다.“누가 그런 소문을 퍼뜨렸는지는 모르겠지만.”그리고.일부러 레오나르드의 팔을 조금 더 끌어안았다.“저희 사이가 그렇게 보였나 봐요?”“…….”엘로디아의 시선이.내 손으로 향했다.그리고.내 꼬리.아직도 레오나르드의 다리에 감겨 있는 붉은 꼬리.“공작부인.”그녀가 천천히 말했다.“그럼.”웃었다.“1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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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계약보다 당신이 먼저입니다

“같이 다녀요.”내가 먼저.레오나르드의 손을 잡았다.그리고.황금빛 귀가.툭.나왔다.나는 웃었다.“또 나왔다.”“신경 쓰지 마.”“좋아하면서.”“그래.”이번에는.그가 부정하지 않았다.손가락이.내 손 사이로 들어왔다.천천히.깍지를 꼈다.“좋아.”심장이.따뜻해졌다.나는.잡힌 손을 바라봤다.처음에는.1년만 버티려고 했다.그런데.이제는.하루가 지날수록.다른 생각이 들었다.1년 뒤.헤어지지 않는 방법을.먼저.내가 찾게 되는 건 아닐까.그리고.그 사실이.이전만큼 무섭지는 않았다.⸻문제는.그날 밤부터였다.“……왜 따라와요?”나는 침실 문 앞에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레오나르드가 너무도 태연하게 서 있었다.“어디를.”“제 뒤요.”“같은 방 쓰잖아.”“아.”맞다.별궁에서는.같은 방.같은 침대.그리고.어젯밤.계약서는 생각하지 말자고 했고.체향 의식까지 했다.나는 괜히 헛기침했다.“그렇죠.”문을 열었다.그런데.들어가자마자.또 문제가 생겼다.침대.정확히는.침대 위에 놓인 것.“…….”나는 천천히 다가갔다.붉은 꽃잎.황금빛 리본.그리고.침대 한가운데 놓인 작은 카드.“이건 또 뭐예요?”레오나르드가 카드를 집었다.읽었다.그리고.표정이 묘해졌다.“뭔데요?”“…….”“줘봐요.”나는 카드를 빼앗았다.그리고.읽었다.신혼 의식 둘째 날.불길하다.아래.작은 글씨.부부는 서로의 체향을 온전히 받아들였음을 증명하기 위해 밤새 같은 이불을 사용합니다.“…….”나는 카드를 뒤집었다.뒷면에도 글이 있었다.가능하다면 서로의 품 안에서 잠드십시오.“…….”나는 그대로 굳었다.레오나르드가 낮게 웃었다.“웃지 마요.”“안 웃었다.”“웃고 있잖아요.”“조금.”“이 가문은 대체 신혼부부한테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요?”“나도 처음 알았다.”“진짜요?”“그래.”“거짓말 아니죠?”“귀 보여줄까.”나는 그를 바라봤다.“……요즘 그거 이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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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부부처럼 보이나 봅니다

“계약보다.”나는 그의 품 안에서.아주 작게 말했다.“당신이 먼저예요.”그 말 이후.이상하게.모든 게 달라졌다.아니.정확히는.달라진 게 아니라.숨기고 있던 게.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내가 레오나르드의 품을 좋아한다는 것.그의 체향이 편하다는 것.그가 다른 여자와 가까이 있는 게 싫다는 것.그리고.그 역시.나를 꽤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아침.나는 눈을 떴다.그리고.익숙한 가슴팍을 봤다.“……또.”이번에도.그의 품 안이었다.하지만.이번에는 놀라지 않았다.오히려.몸을 아주 조금 더 붙였다.따뜻했다.좋았다.그리고.그 순간.“깼어?”낮은 목소리.나는 굳었다.“……안 잤어요?”“자다가 깼지.”“언제요?”“네가 더 붙을 때.”“…….”아.나는 바로 몸을 떼려고 했다.그런데.레오나르드의 팔이.조금.단단해졌다.“왜 가.”“제가 또 붙었다면서요.”“그래.”“그러니까 떨어지려고.”“싫은데.”“…….”나는 그를 올려다봤다.“왜요.”“좋아서.”너무.아무렇지 않게.그 말이 나왔다.나는 얼굴을 찌푸렸다.“공작님은.”“응.”“요즘 너무 솔직해요.”“네가 그러라며.”“제가 언제요.”“숨기지 말라고.”“……그랬나.”“그래.”그의 손이.내 허리 위에 놓여 있었다.그런데.이제는.그 손도.신경 쓰이지 않았다.오히려.익숙했다.“세리아.”“네.”“오늘.”“왜요.”“수도로 돌아갈까.”나는 눈을 깜빡였다.“벌써요?”“상단 일도 있고.”“…….”맞다.별궁에서.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마르셀.사라진 장부.화살.그리고.우리 계약을 알고 있는 누군가.수도로 돌아가야 한다.그런데.왜.아쉽지.“……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돌아가야죠.”레오나르드는.내 얼굴을 한참 봤다.“싫어?”“아니요.”“표정은 그런데.”“그냥.”나는 그의 셔츠를 만지작거렸다.“여기.”잠시.망설였다.“조금 좋았나 봐요.”“별궁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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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라고 불렀더니 사자가 이상해졌습니다

“남편.”내가 두 번째로 그렇게 부른 순간.황금빛 꼬리가.탁.탁.바닥을 두 번 쳤다.나는 결국 웃었다.“그렇게 좋아요?”“…….”레오나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내 손을 잡은 채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왜요.”“한 번만 더.”“싫어요.”“세리아.”“벌써 두 번 했잖아요.”“그래서 세 번째도 듣고 싶은데.”“욕심 많네.”“사자니까.”“그럴 때만 사자예요?”“대부분 사자다.”“…….”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나는 웃으며 손을 빼려 했다.그런데.손가락이 더 단단하게 얽혔다.“왜 안 놔요?”“싫어서.”“또 싫대.”“좋아서 안 놓는 거다.”“…….”이제는.정말.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을 한다.문제는.나도.예전처럼 당황해서 도망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오히려.조금 좋았다.아니.꽤.좋았다.“레오나르드.”“응.”“저 편지부터 다시 봐요.”그의 표정이 다시 차분해졌다.탁자 위.검은 봉투.그리고.계약은 계약대로 끝내십시오.황금사자가 진짜 짝을 찾기 전에.나는 다시 그 문장을 바라봤다.“이 편지를 보낸 사람.”“찾을 거다.”“어떻게요?”“봉투부터.”레오나르드가 장갑 낀 손으로 검은 봉투를 들어 올렸다.“체향은 지웠지만.”“네.”“종이 자체는 평범하지 않아.”나는 가까이 다가갔다.“뭐가 달라요?”“두껍다.”“…….”손끝으로 만질 수는 없으니 눈으로 살폈다.확실히.귀족들이 흔히 쓰는 편지지보다 조금 두꺼웠다.그리고.가장자리.아주 희미하게.붉은빛이 돌았다.“이거.”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염색한 종이예요?”“아마.”“붉은 염료.”생각했다.그리고.순간.떠오르는 것이 있었다.“잠깐.”나는 서랍을 열었다.상단 장부.거래처 목록.빠르게 넘겼다.“찾는 게 뭐지.”“동부.”“그래.”“동부 지점에서 취급하는 물품 중에.”한 장.두 장.세 장.그리고.손이 멈췄다.“여기.”레오나르드가 내 옆으로 몸을 숙였다.어깨가 닿았다.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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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제가 당신을 지킬게요

누군가는.우리의 결혼이.진짜가 되는 것을.원하지 않는다.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나는 처음으로.계약을 지키는 것보다.이 결혼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그리고.다음 날 아침.그 생각은.생각보다 빨리 시험대에 올랐다.⸻“……이건 또 뭐죠?”나는 식탁 위에 놓인 신문을 내려다봤다.수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사교 신문.평소 같으면.드레스가 어쩌고.연회에서 누가 누구와 춤을 췄고.어느 가문 영애가 어떤 보석을 착용했는지가 전부인 신문이었다.그런데.오늘만큼은 아니었다.신문 가장 위.굵은 글씨.황금사자 공작 부부, 위태로운 신혼?“…….”내 눈썹이 꿈틀했다.그리고 그 아래.더 작은 글씨.별궁에서 불화설.계약결혼 의혹 재점화.나는 신문을 천천히 내려놓았다.“재점화?”레오나르드는 맞은편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표정이.너무 평온했다.“읽었어요?”“그래.”“언제요?”“네가 내려오기 전에.”“그런데 왜 아무 말도 안 했어요?”“기분 나쁠 것 같아서.”“지금 더 나쁜데요?”“그럴 것 같았다.”“…….”정말.말을 참자.나는 다시 신문을 집었다.내용은 더 가관이었다.발테리온 공작 부부가 신혼 별궁 일정을 예정일보다 일찍 마치고 수도로 귀환했다.그건 사실이다.상단 일 때문에.일각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문제?있긴 했다.근데.그 종류가 아닌데.특히 결혼 전 발테리온 공작과 혼담이 오갔던 베르센 영애가 별궁을 찾은 사실까지 알려지며 삼각관계설 또한 제기됐다.“…….”나는 신문을 천천히 접었다.“레오나르드.”“응.”“엘로디아가 별궁에 왔다는 걸.”“그래.”“누가 알고 있었죠?”그의 차잔이 멈췄다.“별궁 사람들.”“또요?”“호위 기사들.”“그게 끝?”“아마.”나는 생각했다.별궁 사람들은.사생활을 외부로 흘리지 않는다고 했다.적어도.그 관리인의 태도를 봤을 때는.정말 그렇게 믿는 것 같았다.호위 기사들?레오나르드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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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 알았던 누이는 모든 걸 알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라비에나가 내 손에 끼워진 결혼반지를 바라봤다.“훨씬 빨리 진짜가 되어버렸구나.”나는 숨을 멈췄다.레오나르드의 손이 내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무슨 뜻이지.”낮은 목소리.차갑고.단단했다.라비에나는 그런 동생을 보며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그대로의 뜻이야.”“계약을 어떻게 알았지.”“그게 제일 궁금해?”“대답해.”순간.공기가 무거워졌다.레오나르드의 황금빛 눈동자가 완전히 짐승의 것으로 변했다.귀도.꼬리도.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그 앞에 선 라비에나 역시 마찬가지였다.새하얀 귀가 천천히 뒤로 젖혀졌다.백사자의 꼬리가 바닥을 느리게 쓸었다.두 사람.남매.그런데.재회라기보다.당장이라도 서로의 목을 물어뜯을 것 같은 대치였다.나는 레오나르드의 손을 살짝 잡아당겼다.“레오나르드.”그가 나를 봤다.“일단 들어봐요.”“세리아.”“저도 화나고.”솔직히.조금 무섭다.눈앞의 여자는.죽었다고 알려진 사람이다.그리고.우리가 계약결혼이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하지만.“지금 공격하면 아무것도 못 알아내요.”레오나르드의 턱이 굳었다.나는 손에 힘을 줬다.“같이 알아보기로 했잖아요.”잠시.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다.천천히.황금빛 눈에서 살기가 조금 가라앉았다.“……그래.”라비에나의 시선이.우리 손으로 향했다.그리고.묘하게 웃었다.“정말 많이 변했네.”레오나르드가 바로 말했다.“네가 알던 나는 열여섯이었다.”“그래.”라비에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 열여섯 살짜리 애는.”웃음이 사라졌다.“누나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믿었지.”정적.레오나르드의 몸이.굳었다.“믿었다?”“내가 아니었으니까.”나는 눈을 크게 떴다.레오나르드는 움직이지 않았다.아니.움직이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무슨 말이지.”“그 독.”라비에나가 말했다.“내가 넣은 게 아니야.”“거짓말.”즉답.라비에나는 웃지 않았다.“그럴 줄 알았어.”“네 방에서 독이 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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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남긴 상자

다음 날.나는 해가 뜨기도 전에 눈을 떴다.“…….”잠깐.천장을 바라봤다.그리고.어젯밤 일이 떠올랐다.라비에나.마르셀.발테리온 원로원.베르센.그리고.아버지.네 아버지도 열두 해 전 사건에 관련되어 있어.나는 눈을 감았다.가슴이.다시.묵직해졌다.“깼어?”옆에서.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나는 고개를 돌렸다.레오나르드.아직 누운 채.나를 보고 있었다.“……네.”“몇 시지.”“몰라요.”창밖은.아직 어두웠다.레오나르드가 내 얼굴을 살폈다.“못 잤어?”“조금 잤어요.”“거짓말.”“왜요.”“눈이 빨개.”나는 반사적으로 눈가를 만졌다.“어제 울어서 그래요.”“한 방울이라며.”“…….”기억하고 있네.나는 이불을 끌어당겼다.“일어나요.”“왜.”“로제니아 저택 가야죠.”“지금?”“네.”레오나르드가 창밖을 봤다.다시.나를 봤다.“아직 해도 안 떴는데.”“그래도.”“세리아.”“왜요.”“상자는 안 도망간다.”“…….”“너는.”그가 손을 뻗었다.그리고.내 손목을 잡으려다.멈췄다.“잡아도 돼?”나는.이제는.그 질문이.조금 익숙해졌다.“네.”그제야.손이 내 손목을 감쌌다.그리고.천천히.자기 쪽으로 당겼다.“한 시간만 더 자.”“잠 안 와요.”“그럼 누워 있어.”“왜요?”“내가 안심하게.”나는.피식.웃었다.“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건데요.”“내가 너.”“저도 공작님 걱정해요.”“알아.”“그러니까.”나는 그의 손을 뒤집었다.그리고.손가락을 얽었다.“같이 걱정하죠.”레오나르드의 입꼬리가.아주 조금 올라갔다.“그래.”“대신 한 시간은 너무 길어요.”“그럼.”“삼십 분.”“…….”“양보 많이 한 거예요.”“알았다.”나는.다시.베개에 머리를 댔다.그런데.눈을 감지 않았다.레오나르드도.마찬가지였다.둘 다.아무 말 없이.손만 잡고 있었다.그러다.내가 먼저 말했다.“레오나르드.”“응.”“만약.”그가 바로 나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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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배신자

상자 안의 수정구가.희미하게.빛나기 시작했다.“…….”나도.레오나르드도.라비에나도.움직이지 않았다.붉은빛과 황금빛이.수정구 안에서.천천히.뒤섞였다.그리고.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세리아.”내 손끝이 떨렸다.아버지.분명.아버지의 목소리였다.“이걸 듣고 있다면.”수정구 속 목소리가.아주 낮게 이어졌다.“나는 직접 너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겠구나.”나는.숨을 삼켰다.“아버지…….”레오나르드의 손이.내 손을 감쌌다.조금 더.단단하게.수정구 안에서.아버지의 목소리가 계속됐다.“먼저.”“네가 어떤 선택을 했든.”“내가 남긴 일 때문에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나는.레오나르드를 봤다.그도.나를 바라봤다.왜.아버지는.내 결혼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하지?아니.계약 자체를.알고 있었던 걸까.“발테리온과 로제니아의 관계는.”목소리가.잠시 끊겼다.“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됐다.”라비에나가.천천히.의자에 앉았다.“수백 년 전.”“두 가문은 서로의 등을 지키는 동맹이었다.”나는.상자 자물쇠에 새겨진 문양을 봤다.붉은여우.사자.서로 등을 맞댄 두 수인.“그러나.”“그 동맹은 서부 내전을 계기로 깨졌다.”“발테리온 원로원 일부가 권력을 독점하기 시작했고.”“로제니아는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밀려났다.”레오나르드의 턱이.굳었다.“카르딘.”그가 아주 작게 말했다.수정구 안에서.마치.그 말을 들은 것처럼.아버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카르딘 발테리온.”“그가 그 세력의 중심이다.”라비에나가.눈을 감았다.이미.알고 있던 이름.하지만.이번에는.기록이 남았다.아버지의 목소리로.“하지만.”“카르딘은 우두머리가 아니다.”레오나르드의 눈이.차갑게 가라앉았다.“그 위에.”“한 사람이 더 있다.”나는 숨을 멈췄다.“그 사람은.”수정구가.잠시.지직거렸다.소리가.불안정하게 흔들렸다.“……발테리온의 피를 가지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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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를 시험하지 마십시오

“공작부인의.” 집사가 잠시 말을 멈췄다. “혈통 검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나는 눈을 깜빡였다. “무슨 검증이요?” “황금사자의 짝이 될 자격이 있는지.” 정적. 레오나르드의 손이. 내 손을 꽉 잡았다. “누가.” 그의 목소리가. 완전히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딴 걸 요구했지.” 집사가 고개를 숙였다. “카르딘 원로께서.”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우리가 카르딘을 감시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움직였다는 것을. ⸻ “안 돼.” 집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레오나르드가 말했다. 나는 외투를 벗다 말고 그를 봤다. “뭐가요?” “혈통 검증.” “왜요?” “왜긴.” 그가 돌아섰다. “안 받을 거다.” 황금빛 귀가 이미 나와 있었다. 둘 다. 완전히 뒤로 젖혀진 채. 꼬리까지 낮게 내려가 있었다. 화났다. 많이. “일단 무슨 검증인지부터 들어봐야죠.” “들을 필요 없다.” “레오나르드.” “세리아.” 그가 내 앞으로 왔다. “네가 발테리온에 들어온 건.” “…….” “내 아내로 들어온 거야.” 낮은 목소리. “원로들의 심사를 받으러 온 게 아니고.” 심장이. 조금. 따뜻해졌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뒤에 숨어 있고 싶지 않았다. “알아요.”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래서 받을 거예요.” “뭐?” “검증.” 황금빛 눈이 확 가늘어졌다. “방금 내 말 못 들었나?” “들었어요.” “그런데?” “카르딘이 직접 움직였잖아요.” “…….” “우리가 찾으려고 했던 사람이.” 나는 한 걸음 가까이 갔다. “스스로 공작저까지 들어올 명분을 만들었어요.” 레오나르드의 표정이 굳었다. “그걸 이용하자고?” “네.” “위험할 수 있다.” “공작님이 있잖아요.” “그 말로 넘어갈 생각 하지 마.” 나는 피식 웃었다. “언제는 같이 다니자면서요.” “그거랑 다르다.” “뭐가요?” “이번에는 상대가.” 그의 턱이 굳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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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짝에게 손대지 마

“드디어.”테르반이 말했다.“찾으신 짝인데.”그리고.레오나르드의 포효가.지하 제단 전체를 뒤흔들었다.콰아앙―!바닥이 울렸다.벽을 타고 먼지가 떨어졌다.황실 마도사들이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카르딘의 얼굴도 굳었다.그리고 나는.레오나르드의 등 뒤에 있었다.완전히.가려진 채.“레오나르드.”대답이 없다.황금빛 마력이 그의 몸을 타고 거칠게 일렁였다.귀.꼬리.손끝에 돋아나는 날카로운 발톱까지.완전 수인화 직전.“레오나르드.”이번에는.조금 더 크게 불렀다.그의 귀 하나가.아주 미세하게.뒤로 움직였다.들었다.“저 괜찮아요.”“…….”“그러니까.”나는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정신 놓지 마요.”그 순간.거칠게 흔들리던 마력이.아주 조금.멎었다.테르반이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역시.”“입 닥쳐.”레오나르드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입 한 번만 더 놀리면.”황금빛 눈동자가.완전히 짐승의 것으로 변했다.“목부터 뜯어버릴 테니까.”“전하.”테르반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그렇게 흥분하시면 곤란합니다.”“왜.”“바로 그것 때문에.”그가 혈석을 가리켰다.붉은 수정 내부.검은 실 같은 마력이.더 빠르게 꿈틀거리고 있었다.나는.혈석을 바라봤다.“저게.”“결속 마법입니다.”황실 마도사가 급하게 말했다.“하지만 정상적인 결속이 아닙니다.”“그럼요?”“억지로.”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짝의 마력과 수장의 마력을 묶는 종류입니다.”레오나르드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효과.”“한쪽이 폭주하면.”마도사가 침을 삼켰다.“다른 한쪽까지 함께 끌려갑니다.”“…….”내 손끝이 차가워졌다.테르반이 말했다.“정확합니다.”나는 그를 바라봤다.“처음부터.”목소리가 낮아졌다.“저를 죽이려고 했어요?”“아닙니다.”“그럼요?”“당신 하나만 죽여봐야 의미가 없지요.”테르반의 시선이.레오나르드에게 향했다.“둘 다 필요했습니다.”정적.레오나르드의 몸에서.다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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