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곡 청해도 되겠습니까?”은발의 남자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나는 잠시 그 손을 바라봤다.그리고.옆을 봤다.레오나르드가 웃고 있었다.입꼬리는 분명 올라가 있었다.그런데.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내 허리를 감싼 손에도 조금 힘이 들어가 있었다.“…….”이거.설마.나는 다시 은발의 남자를 바라봤다.짙은 회색 눈동자.단정한 은발 사이로 살짝 드러난 늑대의 귀.귀족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얼굴이었다.에드윈 클레멘트 후작.서부를 다스리는 은빛늑대 일족의 수장.발테리온과 사이가 나쁘지는 않지만.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닌.정확히 말하면.경쟁 관계에 가까운 가문이었다.“영광이에요, 후작님.”나는 손을 내밀었다.그 순간.허리를 감싼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왜 이래.나는 레오나르드를 슬쩍 올려다봤다.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레오나르드?”“왜.”“손.”“응.”“놓아야 제가 춤을 추죠.”“…….”잠시 정적.그러다.“그래야 하나?”“당연하죠.”“꼭 춰야 하고?”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공작님.”“왜.”“지금 설마.”목소리를 낮췄다.“제가 다른 남자랑 춤추는 게 싫으세요?”“그래.”“…….”너무 즉답이었다.오히려 내가 당황했다.“왜요?”“싫으니까.”“그러니까 왜 싫냐고요.”“…….”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에드윈이 흥미롭다는 듯 우리를 바라봤다.“혹시 제가 방해한 겁니까?”“아니에요.”내가 말했다.동시에.“그런 것 같군.”레오나르드가 말했다.나는 홱 고개를 돌렸다.“공작님!”“왜.”“방해 아니거든요?”“내 기준에는 맞아.”“또 공작님 기준!”“내 기준이 중요한데.”“왜요?”“내 아내니까.”“……계약.”“알아.”레오나르드가 먼저 잘랐다.“계약 아내.”그런데도.그의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나는 이를 악물고 속삭였다.“사교계에서 첫 춤 이후에는 다른 상대와 춤춰도 아무 문제 없어요.”“알아.”“그럼 놓으세요.”“싫다.”“왜요?”“저 늑
Last Updated : 2026-08-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