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사자와 결혼한 여우의 사정: บทที่ 51 - บทที่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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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각자 선택합니다

황실 지하 제어실에 다시 내려간 것은 그날 오후였다.지난번처럼 문이 억지로 열리며 경고음이 울리지는 않았다. 6단계 기동이 멈춘 뒤 마도사들이 외부 출력선을 모두 차단해둔 덕분에 지하는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 다만 원형 문 주변에 펼쳐진 수십 겹의 마법진과, 그 안쪽에서 아주 희미하게 반복되는 낮은 진동만은 여전했다.리시안이 살아 있다는 소리였다.쿵.아주 느리게 한 번, 그리고 조금 뒤 다시 한 번.나는 그 박동을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긴장돼?”레오나르드가 옆에서 물었다.나는 고개를 돌렸다. 오늘 그는 평소보다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아직 옆구리에 얇은 붕대가 남아 있기는 했지만, 의사는 아침에 상처가 거의 붙었다고 했다. 오래 서 있는 건 조심해야 하지만 천천히 걷는 정도는 괜찮다고.그래서인지 레오나르드의 귀도 오늘은 평소처럼 꼿꼿했다.“조금요. 당신은요?”“나도.”나는 눈썹을 들었다.“솔직하네요.”“요즘 네가 자꾸 솔직하게 말하라며.”“잘 배우고 있어요.”레오나르드가 낮게 웃었다. 그 순간 그의 손등이 내 손등에 아주 살짝 닿았다. 잡지는 않았다. 그냥 닿기만 했다.나는 그 손을 내려다봤다.“왜요?”“지금 잡으면 안 되니까.”나는 바로 그 말의 뜻을 알아들었다.오늘 승인 의식은 발테리온과 로제니아의 권한을 완전히 분리해서 확인해야 한다. 둘이 손을 잡거나 마력을 섞으면 장치가 또 두 권한을 하나의 결속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었다.그래서 시작 전부터 수석 마도사가 몇 번이나 말했다.각자 따로.서로의 마력에 기대지 말 것.결속 흔적은 사용하지 말 것.레오나르드는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끝나고 잡으면 되잖아요.”내가 말하자 그의 시선이 내려왔다.“약속?”“네.”“확실해?”나는 웃었다.“손잡는 데 무슨 약속까지 해요.”“요즘은 확인하는 게 좋더라.”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그럼 끝나고.”“응.”우리는 손을 잡지 않은 채 나란히 걸었다. 이상했다. 손 하나 닿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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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사람은 둘이었습니다

이틀.말로 할 때는 짧았다.하루가 지나고, 다시 하루만 지나면 되는 시간.그런데 문제는.그 말을 내가 직접 해버렸다는 거였다.다시 물어봐요.각인해도 되는지.그리고 레오나르드는 그걸 정말 기억하고 있었다.너무 잘.다음 날 아침부터.“하루.”나는 숟가락을 들고 멈췄다.“뭐가요.”식탁 맞은편의 레오나르드는 아주 태연한 얼굴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남은 거.”“뭐가 남아요.”“이틀 중에 하루 지났잖아.”나는 천천히 눈을 가늘게 떴다.“설마 진짜 세고 있었어요?”“응.”“장난인 줄 알았는데.”“난 약속 가지고 장난 안 해.”그 말은 진지했는데.꼬리는 의자 뒤에서 기분 좋게 움직이고 있었다.나는 괜히 빵을 잘랐다.“수술이 내일이에요.”“알아.”“그게 먼저예요.”“알아.”“그리고 당신 상처도 의사가 완전히 괜찮다고 해야 하고.”“그것도 알아.”“그런데 왜 그렇게 좋아 보여요?”레오나르드가 잠시 생각했다.“하루 남아서.”나는 결국 빵칼을 내려놨다.“레오나르드.”“왜.”“당신 원래 이렇게 한 가지 생각밖에 못 하는 사람이었어요?”“아니.”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했다.“네가 관련된 일만 그래.”말이 너무 쉽게 나왔다.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레오나르드는 내가 굳은 이유를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차를 마셨다.귀가 조금 올라가 있었다.“……그런 말도 이제 아무렇지 않게 하네요.”“어떤 말.”“제가 관련되면 한 가지 생각밖에 못 한다는 거.”“사실인데.”“그러니까 그게 문제라고요.”“왜.”나는 잠시 고민하다 솔직하게 말했다.“계속 그렇게 말하면 저도 신경 쓰여요.”이번에는 그가 멈췄다.“뭐가.”“내일.”그 한마디만으로.황금빛 귀가 완전히 섰다.나는 바로 후회했다.“아니, 리시안 수술이요.”“…….”“왜 그렇게 봐요.”레오나르드가 천천히 웃었다.“아무것도.”“방금 분명 다른 생각 했죠.”“네가 먼저 내일이라고 했잖아.”“수술!”“응.”“진짜 수술.”“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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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제가 선택했습니다

방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황궁 복도는 분명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는 기사들이 멀찍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벽마다 켜진 마법등도 일정한 간격으로 흔들림 없이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평소 같았으면 눈에 들어왔을 것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손을 맞잡은 채 내 옆을 걷는 레오나르드의 체온이 지나치게 선명했고, 손가락 사이로 닿는 그의 손마디 하나하나가 자꾸만 신경 쓰였다.각인해도 돼?조금 전 들은 질문이 아직 귓가에 남아 있었다.그리고.원해요.내가 직접 한 대답까지.어쩐지 그 두 문장만 계속 머릿속을 오갔다.“세리아.”갑자기 이름을 불려 고개를 들었다.“네.”“괜찮아?”레오나르드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내 얼굴을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나는 순간 무슨 뜻인지 몰랐다가 뒤늦게 알아챘다.“긴장한 것 같아요?”“조금.”“티 나요?”“나한테는.”나는 괜히 입술을 다물었다.레오나르드는 잠시 나를 보더니 손에 힘을 아주 조금 풀었다. 놓으려는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손가락을 더 단단히 맞물렸다.그가 멈칫했다.“왜 놓으려고 해요.”“혹시.”“혹시 뭐요.”“방 들어가기 전에 마음 바뀌면.”나는 결국 웃음이 나왔다.“레오나르드.”“응.”“제가 방금 뭐라고 했어요.”“원한다고.”“그걸 벌써 잊었어요?”“안 잊었어.”“그런데요.”그가 잠시 침묵했다.“그래도 확인하는 게 좋으니까.”또 그 말.요즘은 확인하는 게 좋더라.예전의 레오나르드였다면 하고 싶은 걸 입 밖으로 꺼내는 데도 시간이 걸렸을 텐데, 지금은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내가 같은 마음인지 확인하는 걸 먼저 배웠다. 그게 오히려 내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나는 그의 손을 잡은 채 한 걸음 가까이 붙었다.“마음 바뀌면 말할게요.”“응.”“아프면 아프다고 할 거고.”“응.”“무서우면 멈춰달라고 할 거고.”그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그러니까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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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 뒤의 아침은 조금 달랐습니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열이었다.방이 더운 건 아니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공기는 오히려 서늘했고, 이불 밖으로 나온 손끝에는 가벼운 냉기가 닿았다. 그런데 몸 한쪽만 유난히 따뜻했다.아니.정확히는.나를 안고 있는 레오나르드 쪽이 너무 따뜻했다.나는 눈을 반쯤 뜬 채 잠시 그대로 있었다.어제 밤.각인을 했다.목덜미에 아직 약간 묵직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날카롭게 아픈 건 아니고, 가볍게 욱신거리는 정도였다. 평소라면 일어나자마자 손부터 올렸을 텐데 어젯밤 레오나르드가 몇 번이나 “만지지 마”라고 했던 게 생각나서 참았다.대신.조금 고개를 움직였다.그 순간.목덜미가 당겼다.“읏.”아주 작은 소리였는데.뒤에서 바로 반응이 왔다.“아파?”나는 그대로 굳었다.“깼어요?”“방금.”전혀 방금 깬 목소리가 아니었다.나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레오나르드는 이미 눈을 뜨고 있었다. 황금빛 눈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언제부터 깨어 있었어요.”“조금 됐어.”“얼마나요.”“…….”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저 자는 거 보고 있었죠.”“응.”너무 쉽게 인정했다.“왜요.”그가 잠깐 고민했다.“확인하려고.”“뭘.”“네가 있는지.”나는 웃으려다가 멈췄다.그 말에 담긴 의미를 이미 알고 있었다.예전에는 내가 멀리 있어도 어느 정도 느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각인을 했다고 해도 그 능력이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나는 손을 내밀어 그의 가슴 위에 얹었다.“여기 있잖아요.”“응.”“그리고 오늘도 안 없어질 거예요.”“알아.”“그런 얼굴 아닌데.”레오나르드가 아주 조금 웃었다.“각인하고 나니까 더 심해졌어.”“뭐가요.”“네가 가까이 있으면 너무 잘 느껴져.”나는 눈을 깜빡였다.“향?”“응.”그의 시선이 내 목덜미 쪽으로 내려갔다.나는 바로 그걸 알아채고 이불을 조금 끌어올렸다.“보지 마요.”“왜.”“민망해요.”“내가 한 건데.”“그래서 더.”레오나르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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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사람들에게도 내일은 왔습니다

리시안이 장치 밖으로 나온 지 사흘째 되던 날, 황궁 서쪽 치료동의 창문이 처음으로 전부 열렸다.며칠 동안은 외부 마력의 흐름이 몸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몰라 창문조차 반쯤 닫아두었다고 했다. 하지만 생명 유지 핵과 마력 조절 핵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리시안 자신의 생체 마력도 아주 조금씩 정상적인 흐름을 되찾기 시작하면서 수석 마도사는 짧은 시간이라면 바깥 공기를 직접 느끼게 해도 괜찮다는 판단을 내렸다.그래서 그날 아침.리아는 치료실 창문을 열었다.조심스럽게.아주 조금씩.“추우면 바로 말해요.”침대에 기대앉아 있던 리시안이 창문 쪽을 바라봤다.“안 추워.”“바람 세면요?”“안 세.”“눈 부시면.”“리아.”“왜요.”“괜찮아.”리아의 눈이 바로 가늘어졌다.“그 말 쓰지 말라니까요.”리시안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나는 치료실 문 앞에서 그 광경을 보고 웃음을 참았다.사흘.겨우 사흘 만에.누가 누구를 챙기는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리아는 이제 리시안이 물 한 모금을 적게 마셔도 바로 알아챘고, 식사를 조금 남기기라도 하면 의사를 불러야 하느냐고 물었다. 리시안은 그런 동생을 말리면서도 정작 리아가 밤늦게까지 곁에 있으면 먼저 자라고 잔소리를 했다.열두 해를 떨어져 있었는데.이상하게.남매는 남매였다.나는 문을 두 번 두드렸다.“들어가도 돼요?”리아가 바로 돌아봤다.“세리아 님.”리시안도 고개를 들었다.“오셨습니까.”“몸은 어때요?”“많이 나아졌습니다.”나는 바로 리아를 봤다.“진짜예요?”리아가 팔짱을 꼈다.“어제보다 밥은 조금 더 먹었어요.”“잠은요?”“세 시간 자고 한 번 깼고, 그다음 두 시간.”“리아.”리시안이 한숨을 쉬었다.“왜 그걸 다 말해.”“세리아 님이 물어봤잖아요.”“내가 대답하려고 했지.”“오빠는 축소해서 말하잖아요.”“뭘.”“피곤해도 ‘조금’, 아파도 ‘조금’, 못 자도 ‘조금’.”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리시안이 나를 봤다.“세리아 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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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제 발로 섰습니다

리시안이 처음 침대에서 내려오겠다고 한 것은 장치 밖으로 나온 지 닷새째 되는 아침이었다.정확히는.의사가 허락한 것이 아니라.리시안이 먼저 말했다.“오늘은 일어나보고 싶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치료실에 있던 세 사람이 동시에 그를 봤다.나.리아.그리고 수석 의사.가장 먼저 반응한 건 당연히 리아였다.“안 돼요.”리시안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왜.”“왜긴요.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잖아요.”“그래서 걸어보려는 건데.”“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걸어요.”“그러니까 먼저 일어나고.”“오빠.”“응.”“안 돼요.”리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리시안은 잠시 동생을 바라보다가 아주 천천히 내 쪽을 봤다.도와달라는 얼굴이었다.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저 보지 마요.”“세리아 님.”“저도 리아 편이에요.”“왜요.”“의사가 아직 아무 말 안 했잖아요.”그제야 모두의 시선이 수석 의사에게 갔다.의사는 난처한 얼굴로 헛기침했다.“사실.”리아가 바로 눈을 가늘게 떴다.“사실?”“서 있는 연습 정도는 오늘부터 가능합니다.”리아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봤다.“언제부터요?”“오늘부터요.”“왜 저한테는 말 안 했어요?”“아직 아침 회진 전이어서.”리아는 입을 다물었다.리시안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들었지.”리아가 바로 돌아봤다.“서 있는 것만.”“응.”“걷는 건 아니에요.”“알아.”“혼자도 아니고.”“알아.”“넘어지면 바로 다시 누워야 해요.”“리아.”“대답해요.”리시안은 결국 웃었다.“알았어.”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었다.열두 해를 잃은 남매가.이제는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는 문제로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그게 이상할 만큼 평범해서.좋았다.⸻재활 준비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리시안의 몸은 오랜 시간 제어핵과 연결되어 있었다. 생명 유지 기능까지 외부 장치에 의존한 기간이 너무 길어서, 근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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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다시 선택할 사람

다음 날 아침, 내가 먼저 눈을 떴다.정확히는 눈이 떠진 뒤에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레오나르드가 내 뒤에 붙어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리에 둘러진 팔은 밤새 거의 같은 자리에 있었고, 황금빛 꼬리는 이불 아래에서 내 꼬리와 느슨하게 얽혀 있었다. 각인한 직후처럼 향이 숨이 막힐 정도로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며칠 지나 조금 가라앉은 지금이 더 이상했다.익숙해지고 있었다.이 사람의 체온에.자는 동안 허리를 감싸는 팔에도.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맡는 향에도.나는 그 사실이 조금 무서웠다.싫어서가 아니라.너무 자연스러워져서.예전의 나는 계약이 끝나면 떠날 생각이었다. 짐을 정리하고, 깔끔하게 인사하고, 다시 로제니아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잠에서 깨자마자 뒤에 있는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아침을 상상하는 것조차 이상했다.이런 게.익숙해진다는 건가.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돌렸다.레오나르드는 자고 있었다.깨어 있을 때보다 훨씬 순한 얼굴이었다. 미간도 펴져 있었고, 늘 내 쪽으로 움직이는 귀도 가만히 누워 있었다. 나는 잠시 그 얼굴을 보고 있다가 무심코 손을 들었다.뺨 가까이.닿기 직전.레오나르드의 눈이 열렸다.“……뭐 해.”나는 손을 그대로 굳혔다.“안 잤어요?”“방금 깼어.”또.전혀 방금 깬 목소리가 아니었다.나는 손을 내리려 했다.그런데 레오나르드가 먼저 내 손목을 잡았다.세게는 아니었다.그냥.가지 못하게.“왜 내리는데.”“깼으니까요.”“그래서.”“자는 줄 알고.”“뭐 하려고 했는데.”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사실 별것 아니었다.그냥 만져보고 싶었다.그 얼굴을.내가 정말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있어도 되는 사람인지 확인하듯.그런데 입 밖으로 내기가 이상하게 어려웠다.“그냥요.”레오나르드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그냥?”“네.”“요즘 네가 제일 못 믿을 말.”나는 웃었다.“당신도 맨날 하잖아요.”“그래서 알아.”그가 내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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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면 제가 있을게요

레오나르드가 먼저 일어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 전이었다. 창밖에는 짙은 푸른빛이 남아 있었고, 커튼 사이로 스며든 희미한 새벽빛이 침대 끝과 바닥에 길게 걸려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 시간에 눈을 떴어도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잠이 덜 깬 머리로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바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늘 레오나르드는 라시안을 만난다. 정식 재판에 앞서 피고인들의 진술과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를 마지막으로 대조하는 절차가 예정되어 있었다. 레오나르드는 발테리온의 현 가주인 동시에 라시안이 벌인 일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였고, 그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내용도 적지 않았다. 꼭 혼자 갈 필요는 없었지만 어젯밤 내가 함께 가겠다고 말하기도 전에 그는 먼저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혼자 들어가고 싶어. 그래서 나는 알겠다고 했다. 대신 끝나면 돌아오라고 했다. 내가 기다리고 있겠다고. 레오나르드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셔츠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동작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손이 떨리는 것도 아니었고, 얼굴에 노골적인 긴장이 드러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평온해 보여서 그게 더 신경 쓰였다. 이 사람은 정말 힘들 때 오히려 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는 버릇이 있었으니까. 나는 누운 채 한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불렀다. “레오나르드.” 단추를 채우던 손이 멈췄다. 그가 어깨 너머로 돌아보며 낮게 물었다. “깼어? 아직 이른데. 더 자.” “싫어요.” 나는 이불을 밀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며칠 전 완성한 각인은 이제 거의 아프지 않았지만, 잠결에 머리카락이 눌렸는지 목덜미가 살짝 당겼다. 무심코 그쪽으로 손을 올리려던 순간 레오나르드의 시선이 바로 따라왔다. “아파?” “아니요. 그냥 조금 당겼어요.” “보여줘.” “지금 그것보다 당신 얘기부터 하고 싶은데.” “세리아.” 결국 나는 한숨을 쉬며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겼다. 붉었던 흔적은 며칠 사이 많이 가라앉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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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죄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눈을 떴다.어젯밤 다시 써 내려간 계약서는 침대에서 멀지 않은 서랍 안에 들어 있었다. 분명 종이 한 장일 뿐인데 이상하게도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그쪽으로 시선이 갔다. 1년 뒤 계약 종료. 그 문장 위에 내가 직접 그은 선과, 그 아래 새로 적은 문장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올랐다.서로가 남고 싶은 동안 함께한다.그 말을 적고 나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침이 되었다고 각인이 더 빛난 것도 아니었고, 우리 사이에 새로운 마법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평범했다. 레오나르드는 내 옆에서 여전히 자고 있었고, 이불 밖으로 나온 황금빛 꼬리는 밤사이 내 꼬리 가까이에 와 있었다.그런데 나는 그 평범함이 좋았다.계약서를 고쳤다고 갑자기 영원한 부부가 된 것이 아니라, 오늘도 눈을 뜬 뒤 이 사람 옆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나는 조금 몸을 돌려 레오나르드를 바라봤다. 어제 라시안을 만나고 돌아온 뒤에는 쉽게 잠들지 못했지만, 한 번 잠이 든 뒤에는 새벽까지 깨지 않았다. 지금도 미간은 펴져 있었고 숨도 고르게 이어졌다.잠시 그 얼굴을 바라보다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황금빛 귀 끝을 만질까 말까 고민하며 손끝을 가까이 가져간 순간, 눈도 뜨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만지려는 거면 해.”나는 손을 그대로 굳혔다.“안 잤어요?”“자다가 깼어.”“언제요?”“네가 나 보는 것 같아서.”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설마 각인 때문에 안 거 아니죠?”그제야 레오나르드가 눈을 떴다.“아니. 오래 봤잖아. 얼굴 따가울 정도로.”“과장이 심하네요.”“그리고 귀 만지고 싶은 얼굴이었어.”결국 웃음이 났다. “귀 만지고 싶은 얼굴은 또 뭐예요.”“요즘 자주 봐서 알아.”“그럼 됐어요.”손을 내리려는데 레오나르드의 눈썹이 곧바로 찌푸려졌다.“왜.”“깼잖아요.”“깨어 있으면 못 만져?”“괜히 또 참기 힘들다고 할 거잖아요.”“오늘은 괜찮아.”“그걸 어떻게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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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으로 받을 벌입니다

재판 준비 회의가 끝난 다음 날, 황궁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기록실을 드나드는 법무관과 서기관, 증거 보존 마도사들 때문에 복도마다 사람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은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는 식탁에 앉아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다가 맞은편에 앉은 레오나르드를 바라봤다. 그는 이미 식사를 거의 끝낸 상태였는데도 접시를 치우지 않고 멍하니 포크 끝만 내려다보고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은 척했을 것이다. 내가 먼저 묻기 전까지는.“테르반 생각해요?”레오나르드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왔다. 놀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가 물을 줄 알았다는 듯 잠시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응.”“어제부터 계속?”“조금.”나는 일부러 눈을 가늘게 떴다.레오나르드가 바로 한숨을 쉬었다.“많이.”그제야 만족스럽게 차잔을 내려놓았다.“좋아요.”“아직도 그게 좋은 거야?”“솔직한 게요.”“그렇게 말하면 내가 힘들다고 할 때마다 네가 좋아할 것 같잖아.”“그건 좀 이상하네요.”레오나르드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나는 그 작은 변화가 반가웠지만 굳이 티 내지는 않았다. 대신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인 그의 손등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뭐가 제일 걸려요?”그는 잠시 생각했다. 예전보다 확실히 달라진 점은, 이제 대답하기 어렵다고 해서 곧바로 ‘아무것도’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간을 조금 들여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적당한 단어를 찾으려 했다.“어제 테르반이 자기 피해도 형량에 반영해달라고 했잖아.”“네.”“그런데 자기 죄도 그대로 판단해달라고 했고.”“그랬죠.”“그게 자꾸 생각나.”나는 재촉하지 않았다.“왜요?”“예전의 테르반이면 안 그랬을 것 같아서.”그 말에는 나도 동의했다. 예전의 테르반은 모든 걸 라시안 탓으로 돌렸다. 자신이 버려졌기 때문에,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레오나르드가 모든 걸 가져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말들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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