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사자와 결혼한 여우의 사정: บทที่ 41 - บทที่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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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라고 한 사람은 제가 아니었어요

“저한테 기다리라고 했어요.”리시엘의 목소리가 떨렸다.“당신을.”나는 한 발도 움직이지 못했다.계단 위에 선 소녀는 울지도 못한 채 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옷깃 아래로 드러난 검은 선은 심장 가까이에서 시작해 목 아래까지 가늘게 뻗어 있었다. 테르반에게 박혀 있던 대체 핵의 흔적과 닮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훨씬 얇고, 불안정하고, 무엇보다 아직 몸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레오나르드가 내 앞을 반쯤 막은 채 낮게 물었다.“오늘 누가 왔다고 했지.”리시엘은 대답하지 않았다.“남자였어?”침묵.“여자?”그녀의 눈이 우리 뒤에 선 황실 기사들을 향했다.나는 바로 손을 들었다.“잠깐.”레오나르드가 나를 봤다.“왜.”“무서워하잖아요.”“알아.”“검 내려달라고 해요.”기사 하나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부인, 하지만.”“저 아이 지금 공격하고 있어요?”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리시엘은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다.양손은 비어 있었고, 오히려 자기 가슴을 움켜쥔 손이 떨리고 있었다. 도망가려는 기색도 없었다. 그저 계단 위에 선 채 우리를 경계하고 있었다.“검 내리세요.”내가 다시 말했다.레오나르드도 잠시 리시엘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내려.”기사들이 천천히 검끝을 낮췄다.완전히 집어넣지는 않았다.그 정도면 됐다.나는 다시 리시엘을 봤다.“저는 세리아예요.”소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알아요.”“누가 알려줬어요?”대답 없음.“괜찮아요. 바로 말 안 해도 돼요.”레오나르드가 아주 작게 내 쪽을 봤다.나는 그 시선을 느꼈지만 무시했다.지금 중요한 건 이 아이가 입을 열게 만드는 것이다.겁을 줘서가 아니라.자기가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해서.“가슴.”나는 검은 흔적을 보며 물었다.“아파요?”리시엘이 잠깐 멈췄다.그러다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언제부터요?”“오늘.”“그 사람이 넣고 간 뒤부터?”이번에는 고개가 조금 더 분명하게 움직였다.“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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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로 적힌 사람들

‘04.’검게 탄 금속판 뒷면에 남은 숫자를 보는 순간, 나는 이상할 만큼 바로 다음 사람을 떠올렸다.세 번째가 리아라면.네 번째는 누구지.하지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기도 전에 레오나르드가 먼저 금속판을 마도사에게서 받아 들었다. 그의 표정은 나보다 훨씬 차분했지만, 황금빛 귀 끝이 뒤로 단단하게 젖혀져 있었다.“순서라고 단정하지 마.”나는 그를 봤다.“저도 아직 아무 말 안 했는데요.”“얼굴에 써 있어.”“아까는 제가 당신한테 그 말 했잖아요.”“배웠어.”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숫자는 그대로였다. 앞면에는 03. 그 아래 ‘적합’이라는 글자. 뒷면에는 04. 단순히 사람 순번이라기에는 새겨진 위치도 이상했다.나는 금속판을 돌려봤다.“앞뒤가 다르네요.”“뭐가.”“03은 가운데에 있어요. 원래부터 새긴 것처럼.”레오나르드가 판을 기울였다.“04는.”“나중에 추가한 것 같아요.”황실 마도사가 바로 가까이 왔다. 그는 직접 만지지 않고 감정 마법만 띄웠다.“맞습니다.”나는 그를 봤다.“확실해요?”“각인 깊이가 다릅니다. 03은 판 제작 때부터 들어간 표식이고, 04는 이후 덧새긴 흔적입니다.”레오나르드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그러면 같은 종류의 번호가 아니군.”“가능성이 높습니다.”나는 다시 금속판을 봤다.처음부터 있던 03.나중에 붙은 04.그 사실 하나만으로 의미가 달라졌다.“03이 이 장치의 원래 분류 번호고.”“04는.”레오나르드가 낮게 말했다.“어디로 넘길지 표시한 걸 수도 있겠네.”마도사가 고개를 들었다.“그 가능성이 있습니다.”“다음 사람?”내가 묻자 그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꼭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그 대답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아직은 단정하지 않는다.대신 구조를 본다.“단계.”내가 중얼거렸다.레오나르드가 나를 봤다.“응.”“03에서 확인하고.”나는 뒷면의 04를 봤다.“그 결과를 04로 넘기는 식.”그 순간.리아의 가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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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베낄 수 없습니다

라시안 발테리온이 깨어났다.그 말을 들은 뒤 지하 감금실까지 내려가는 동안 레오나르드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손은 여전히 잡고 있었지만 평소보다 힘이 들어가 있었고, 걸음도 점점 빨라졌다. 두 번째 계단을 내려갈 무렵 나는 결국 그의 팔을 잡아 속도를 늦췄다.“레오나르드.”“알아.”대답은 빨랐다.“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뛰지 말라는 거잖아.”“정확해요.”그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옆구리가 당기는지 한쪽 몸이 아주 조금 굳는 게 보였지만, 이번에는 내가 묻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상처는 괜찮아. 당기긴 하는데 아까랑 비슷해.”나는 잠깐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뭐가.”“먼저 말한 거.”그의 황금빛 귀가 아주 잠깐 움직였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레오나르드는 내 손을 한 번 고쳐 잡고 계단 아래를 봤다.“지금은 안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게 상처가 아니라서.”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손을 조금 더 꽉 잡았다.우리 뒤로 카르딘이 따라오고 있었다. 황제가 붙인 기사 둘 사이에서 걷는 그의 얼굴은 심문실에 있을 때보다 더 창백했다. 라시안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그는 한 번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지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하자 황실 수석 치료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의식은 확실합니까?”레오나르드가 묻자 치료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시간과 장소 모두 인지하고 있습니다. 기억에도 당장 확인되는 이상은 없습니다. 다만 마력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오른팔 절단부와 대체 핵 역류로 몸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죽을 정도는.”“현재로서는 아닙니다.”레오나르드의 얼굴에는 안도도 실망도 없었다.“말 오래 시키면?”“가능하지만 권하지는 않습니다.”“필요한 것만 묻지.”치료사가 물러났다.문 앞에서 레오나르드가 잠시 멈췄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가 먼저 나를 돌아봤다.“들어가도 되겠어?”그 질문이 누구를 위한 건지 알았다.내가 라시안을 다시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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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살려야 할 사람이 있었습니다

구 연구동으로 향하는 동안 레오나르드는 정말로 한 번도 뛰지 않았다. 마차에서 내려 황실 기사들과 합류한 뒤에도 걸음은 빨랐지만, 옆구리에 무리가 갈 만큼 속도를 올리지는 않았다. 내가 몇 번이나 힐끗 확인하자 그는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안 뛰고 있어.”“알아요. 그냥 확인한 거예요.”“나도 연습 중이고.”나는 잠깐 그를 돌아봤다. “뭘요?”“말 듣는 거.”“그건 평생 연습해야겠네요.”레오나르드가 아주 짧게 웃었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황실 마도부 구 연구동 때문이었다.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버려진 건물이었다. 벽돌 외벽 곳곳이 무너져 있었고 창문 대부분은 판자로 막혀 있었다. 입구 위에는 이미 떼어낸 간판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건물 주변에는 분명 최근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있었다.“폐쇄된 지 얼마나 됐다고 했죠?”함께 온 황실 법무관이 서류를 확인했다. “공식적으로는 십사 년 전입니다.”“십사 년.” 레오나르드가 바닥을 내려다봤다. “그런데 마차 자국은 최근이네.”기사 하나가 곧장 무릎을 굽혀 흔적을 살폈다. “오늘 생긴 것도 있습니다.”라시안이 알고 있던 연구동. 에드윈이 몸담았던 황실 마도부. 리아가 있던 고아원과 가까운 위치. 그리고 지금 3단계 매개체가 이쪽을 향해 반응하고 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한곳으로 겹치고 있었다.황실 수석 마도사가 손에 든 감응기를 확인했다. “반응이 더 강해졌습니다.”“어디서.”“지하입니다.”나는 바로 물었다. “사람 반응도 잡혀요?”“마력 차단이 강해서 정확하지 않습니다.”“그럼 함부로 공격하면 안 돼요.”마도사가 고개를 끄덕였고, 레오나르드는 황실 기사들을 돌아봤다. “입구와 지상층부터 확보해. 마법 공격은 상대가 먼저 명확하게 공격하기 전까지 금지.”기사 하나가 잠시 망설였다. “대공 전하. 적이 핵을 가지고 있다면.”“그래서 더 함부로 부수지 마.”그 말에 나는 레오나르드를 돌아봤다. 라시안이 했던 경고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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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황궁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비상종은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규칙적으로 세 번씩 울리는 종소리가 수도의 지붕 위를 지나 멀리 퍼졌고, 마차가 황궁에 가까워질수록 거리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평소라면 정문 앞을 오가던 귀족의 마차와 관리들이 모두 통제선 밖으로 밀려나 있었고, 황실 기사들이 궁벽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있었다.레오나르드는 창밖을 보다가 내 손을 한 번 고쳐 잡았다. 말은 없었지만 그의 손바닥이 평소보다 차가웠다. 나는 맞잡은 손을 내려다보다가 물었다.“옆구리는요?”그가 잠시 나를 보더니 이번에는 순순히 대답했다. “아파.”“많이?”“마차 흔들릴 때마다 조금씩.”나는 즉시 눈썹을 찌푸렸다.“왜 이제 말해요?”“네가 물었으니까.”“그게 자랑이에요?”“예전보단 발전했지.”그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라서 나는 한숨만 쉬었다. 붕대가 다시 젖을 정도는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 마차 안에서 옷을 걷어 올릴 수는 없었다. 대신 그의 몸이 흔들리지 않게 조금 가까이 앉자 레오나르드가 나를 내려다봤다.“내가 기대도 되나?”“그 질문은 왜 지금 해요.”“물어보라고 했잖아.”“그건 맞는데.”나는 결국 몸을 조금 더 붙였다. “돼요.”레오나르드는 정말로 아주 조금만 기대왔다. 상처 때문에 무게를 다 싣지는 않았지만, 어깨가 닿고 익숙한 체온이 느껴졌다. 고대의 결속이 남아 있었다면 그의 통증을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직접 묻고, 직접 말하고, 이렇게 닿아 있어야 알 수 있었다.이상하게도 나는 그게 싫지 않았다.오히려 지금의 방식이 우리에게 더 맞는 것 같기도 했다.“레오나르드.”“응.”“6단계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해요?”그의 시선이 천천히 창밖에서 내게 돌아왔다.“아까는 그렇게 생각했어.”“저도요.”“지금은?”나는 잠깐 생각했다. 3단계에서 리아가 결속 반응을 읽고, 4단계 장치가 그것을 전사했다. 5단계에서 이안이라는 발테리온 방계의 그릇에 거짓 반응을 정착시키고 있었다. 그러면 6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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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제어핵

“오지 마.”문 안쪽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작았지만 분명했다. 기계의 진동에 섞여 몇 번이나 끊겼는데도, 마지막 두 음절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게 귀에 남았다.나는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가려던 발을 멈췄다. 세레나가 성역에서 처음 내게 보냈던 경고와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도 언니는 자신을 구하러 오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지 말라고 했다. 자기가 어떻게 되든 나까지 같은 곳에 갇히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레오나르드가 맞잡은 내 손에 힘을 줬다.“세리아.”“알아요. 안 들어가요.”내가 먼저 대답하자 그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예전 같았으면 그가 나를 뒤로 밀어냈고, 나는 다시 옆으로 가겠다고 실랑이를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둘 다 알고 있었다. 모르는 공간 안으로 무작정 들어가는 것이 누군가를 구하는 방법은 아니다.수석 마도사가 급히 원형 문 앞에 차단식을 펼쳤다.“더 열리지 않도록 잡겠습니다.”“닫을 수는 없어요?”내가 묻자 그가 마법식의 흐름을 확인하며 고개를 저었다.“6단계가 이미 기동을 시작했습니다. 억지로 닫으면 내부 제어핵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에드윈이 바로 덧붙였다.“멈추십시오. 바깥에서 봉인을 덮으면 안 됩니다.”기사들의 검 끝이 그에게 향했다.라비에나가 차갑게 물었다.“방금 전까지 자기 계획도 통제 못 한 사람이 또 뭘 안다고.”에드윈은 그녀를 보지 않고 열린 문틈만 바라봤다.“이 시설을 설계한 마도사들 중 살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적어도 구조는 제가 여기 있는 누구보다 잘 압니다.”“그런 사람이 안에 사람이 있는 것도 몰랐고?”이번에는 에드윈도 입을 다물었다.나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 놀란 척하는 게 아니었다. 문 안에서 사람 목소리가 나왔다는 사실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했죠?”“예.”“그게 무슨 뜻이에요?”에드윈이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원래 제어핵은 살아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초기 공동 마력망도 각 가문이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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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내…… 동생.”문 안쪽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 누구도 곧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손에 들린 기록과 손가락 몇 개가 겨우 들어갈 만큼 벌어진 원형 문 사이를 번갈아 바라봤다. 에르반 가문의 장남. 열두 해 전 제어핵 전환 후보로 등록된 사람. 그리고 공식 기록상 가족과 함께 화재로 죽었다는 리아의 오빠.그 사람이 살아 있었다.살아 있다고 부르는 것이 잔인하게 느껴질 만큼 오랜 시간을 이 문 안에 갇힌 채로.“리아를 어떻게 알아요?”조심스럽게 묻자 안쪽에서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수석 마도사가 생체 반응을 확인하는 동안 낮은 기계음만 이어졌다. 나는 재촉하지 않았다. 열두 해 동안 사람과 제대로 대화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기억을 당장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마침내 거친 목소리가 돌아왔다.“봤어.”“언제요?”“조금…… 전.”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리아는 고아원에 있다. 이곳에 온 적도 없는데 어떻게 봤다는 걸까.수석 마도사가 먼저 가능성을 알아챘다.“3단계 매개체입니다.”“리아 몸에 있던 거요?”“예. 3단계부터 6단계까지 장치가 하나의 계통으로 연결돼 있었다면, 제어핵에서 하위 단계의 반응을 역으로 감지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그러니까 리아에게 장치가 심어진 순간, 이 사람 역시 동생이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그래서 문을 더 세게 막은 거예요?”안쪽에서 아주 희미한 숨소리가 들렸다.“또…… 데려가는 줄 알았어.”가슴 한쪽이 무겁게 내려앉았다.열두 해 만에 살아 있는 동생의 흔적을 느꼈는데, 반가워할 수조차 없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이 이번에는 동생까지 데려가는 줄 알았으니까.“리아는 안전해요.”나는 천천히, 한마디씩 분명하게 말했다.“장치도 일부 제거했고 나머지는 억제해뒀어요. 지금은 보호받고 있고, 아무도 여기로 데려오지 않을 거예요.”“……정말?”“네.”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그리고 당신도 여기서 꺼낼 거예요.”에드윈이 내 쪽을 돌아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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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오빠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금빛이었다.정확히는 내 얼굴 바로 앞에 흐트러져 있는 금빛 머리카락과, 그 사이로 솟아난 사자 귀였다. 어젯밤 분명 침대 양쪽 끝에 얌전히 누웠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가까워졌는지 모르겠다. 레오나르드는 옆으로 누운 채 깊이 잠들어 있었고, 맞잡았던 손은 밤새 한 번도 놓지 않았는지 여전히 내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문제는 손만이 아니었다.두꺼운 황금빛 꼬리가 내 종아리 위에 얹혀 있었다.나는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참는다면서.”잠든 사람에게 따져봐야 소용없었다.꼬리를 살짝 들어내려 했더니 그것이 오히려 내 다리를 감았다. 나는 황당해서 고개를 들었다. 본인은 눈도 뜨지 않았는데 꼬리만 너무 정직했다.“레오나르드.”대답이 없다.“꼬리 치워요.”그제야 사자 귀 한쪽이 까딱했다.“자.”“알아요. 그러니까 꼬리부터.”“싫어.”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깨어 있잖아요.”“방금 깼어.”“거짓말.”“증거 있어?”말투는 졸렸는데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나는 그의 손을 놓으려 했다. 그 순간 손가락 사이에 들어와 있던 커다란 손이 오히려 내 손을 더 단단히 감쌌다.“이것도 안 놔요?”“응.”“꼬리도?”“응.”“어제 여기까지만이라고 한 사람 말은 어디 갔어요?”그제야 레오나르드가 눈을 떴다.잠이 덜 깬 황금빛 눈이 나를 바라봤다. 평소보다 경계가 느슨해진 얼굴이었다. 단정하게 정리되지 않은 머리카락과 느리게 움직이는 귀 때문인지, 어젯밤 그렇게 위험한 눈으로 나를 보던 남자와 같은 사람이라는 게 조금 믿기지 않았다.“키스랑 이건 다르잖아.”“어떻게 다른데요?”“이건 자는 거.”“꼬리로 제 다리 감고 손까지 잡고?”“자는 동안 그런 거야.”“방금 안 놔줬잖아요.”레오나르드가 잠시 생각했다.“이제는 깨어서 그러는 거.”뻔뻔했다.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 순간 레오나르드가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왜요?”“그냥.”“또 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거예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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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에르반 가문의 공동 권한을 회수할 것.짧은 한 줄이었다.그런데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열 해 전 불길에 집어삼켜졌다는 저택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너무 선명하게 그려졌다.사흘 전.에르반 가주는 인간 제어핵 전환에 반대했다.황실이 강행하면 공동 마력망에서 영구 이탈하겠다고 선언했다.그리고 사흘 뒤.저택이 불탔다.가족 전원이 죽었다고 발표됐다.리아는 목걸이 하나로 사망 처리됐고.리시안은 이미 그보다 먼저 제0관리자 제어핵 후보가 되어 있었다.나는 문서를 내려놓지 못한 채 한참 같은 줄만 보고 있었다.레오나르드가 내 옆에서 물었다.“날짜 다시 봐.”“맞아요.”“사흘.”“네.”라비에나도 다른 기록을 빠르게 넘겼다.“화재 당일 황실 마도부 출동 기록 있어?”법무관이 준비해온 서류 뭉치를 뒤졌다.“공식적으로는 없습니다.”“없다고?”“황실 기사단도요.”“귀족가 저택에 대형 화재가 났는데?”“수도 외곽이었고, 당시 에르반 가문이 이미 황실과 갈등 중이었다는 이유로 지역 기사단이 먼저 대응했다고 되어 있습니다.”나는 고개를 들었다.“지역 기사단 명단은요?”법무관의 손이 멈췄다.“그게.”“왜요.”“전부 퇴역하거나 사망했습니다.”라비에나가 헛웃음을 흘렸다.“역시.”레오나르드의 표정은 더 차가워졌다.“생존자는.”“한 명 있습니다.”모두가 법무관을 봤다.“누구.”“당시 에르반 영지의 보조 마도사. 화재 후 수도를 떠나 남부로 이주했습니다.”“살아 있어?”“확인 중입니다.”나는 즉시 말했다.“찾아요.”레오나르드도 동시에 말했다.“살아 있으면 보호부터.”법무관이 고개를 숙였다.“예.”잠시 정적이 흘렀다.나는 다시 문서를 내려다봤다.인장 아래의 진짜 문장.반대함.영구 이탈.그걸 덮어쓴 가짜 승인.누군가는 에르반 가주의 서명을 이용해 아들을 넘긴 아버지로 만들었다.그리고 가족까지 지웠다.“리아한테는.”내가 말했다.“이 문서 보여줘야 해요.”라비에나가 나를 봤다.“지금?”“네.”“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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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은 선택하고 싶습니다

리시안을 제어핵에서 분리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단순히 장치를 끊고 사람을 빼내는 일이 아니었다. 열두 해 동안 그의 마력핵과 황실 공동 마력망의 제어부가 서로를 생명 유지 장치처럼 사용해온 탓에, 한쪽만 갑자기 끊으면 다른 쪽도 함께 무너질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었다. 6단계 기동은 멈췄지만 장치 자체가 살아 있는 이상 언제든 다시 반응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리시안의 몸이 더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수석 마도사가 황궁 회의실 벽면에 복잡한 구조도를 띄웠다.“현재 가장 안전한 방법은 제어핵 기능을 세 부분으로 나누는 겁니다. 생명 유지, 마력 조절, 공동 마력망 인증. 이 세 기능을 한 번에 떼는 게 아니라 각각 별도 장치로 옮겨야 합니다.”나는 구조도를 올려다봤다.“옮기기만 하면 리시안을 빼낼 수 있어요?”“이론상으로는요.”“이론상.”라비에나가 팔짱을 꼈다.“그 말 별로 안 좋은데.”수석 마도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사례가 없습니다.”“사람을 제어핵으로 만든 사례도 없어야 했죠.”내가 말하자 회의실이 잠시 조용해졌다.수석 마도사는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맞습니다.”레오나르드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아직 옆구리 붕대를 완전히 풀지는 못했지만, 오늘 아침 의사는 적어도 상처가 다시 벌어질 위험은 많이 줄었다고 했다. 다만 검을 휘두르거나 오래 걷는 건 금지였다.그 사실을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아는지 오늘은 얌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나는 그게 조금 신기했다.레오나르드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왜.”“말 잘 듣네요.”“요즘 계속 그러고 있는데.”“이제야 조금 믿을 만해졌어요.”그의 황금빛 귀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보상은?”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무슨 보상.”“말 잘 들었잖아.”라비에나가 맞은편에서 고개를 푹 숙였다.웃음을 참는 게 뻔히 보였다.나는 낮게 말했다.“회의 중이에요.”“그래서 조용히 물어봤는데.”“더 이상해요.”레오나르드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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