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사러 가는 날 아침, 리시안은 걷지 않았다. 정확히는 걷지 못한 것이 아니라 치료사가 걷게 하지 않았다. “오늘 보행 훈련은 없습니다.” 리시안은 치료 침상 가장자리에 앉은 채 치료사를 올려다봤다. “다리는 괜찮은데요.” “압니다.” “종아리 긴장도 어제보다 줄었고요.” “그것도 압니다.” “그럼 왜요?” 치료사는 대답 대신 리시안의 오른쪽 발목을 받쳐 천천히 움직였다. 발끝 감각, 종아리 긴장, 무릎 반응까지 확인한 뒤 기록지에 몇 줄을 적었다. “오늘 외출하시니까요.” 리아가 옆에서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신발 사야 해.” “신발 사는 건 재활이 아니잖아.” “외출은 피로가 생깁니다. 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낯선 의자에 앉고, 치수를 재고, 평소보다 오래 깨어 있는 것까지 전부 포함해서요.” 리시안이 기록지를 내려다봤다. 오늘 보행 훈련란은 비어 있었다. 그 빈칸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이었다. 치료사가 그 표정을 보고 덧붙였다. “하루 걷지 않는다고 네 번째 걸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건 압니다.” “정말요?” “……압니다.” 리아가 웃음을 참다가 실패했다. 리시안이 돌아봤다. “왜.” “아무것도.” “너 요즘 그 말 너무 많이 해.”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치료사는 남매의 대화를 무시하고 외출 허가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마차 이동. 도착 후 최소 이십 분 휴식. 매장 내 자력 보행 금지. 착화는 앉은 상태에서 진행. 필요할 경우 지지대를 사용한 기립은 한 번만. 새 신발을 신고 시험 삼아 걷는 것도 금지. 리아가 마지막 항목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거 중요해.” “나도 글 읽어.” “그래도 다시 읽어.” “리아.” “왜.” “네 신발은 안 사줄 거야.” 리아의 입이 벌어졌다. “왜!” “감시비.” “감시하면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 “누가 그래?” “내가.” 리시안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치료사는 그제야 기록지를 덮었다. “두
Last Updated : 2026-09-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