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그동안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리시안은 무리해서 걸음 수를 늘리지 않았고, 리아는 그가 의사의 지시를 어기지 않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했다. 카르딘과 에드윈은 각자 별도의 구금시설에서 자신들의 공판을 준비했고, 테르반이 제출한 진술서는 법무부의 확인을 거쳐 라시안 사건의 증거 목록에도 정식으로 편입되었다. 테르반이 앞으로 피고인으로 심판받아야 할 일과, 열두 살 무렵 라시안에게 당한 실험은 처음부터 별개의 일로 다루기로 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우리도 기다렸다.정확히 말하면,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이미 제출할 기록은 제출했고, 말해야 할 사람들의 진술도 정리되고 있었다. 남은 것은 법정에서 그것들을 하나씩 확인하는 일이었다.라시안과 다시 마주할 날을.첫 공판이 열리는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창밖에는 아직 희미한 새벽빛만 남아 있었고, 커튼 사이로 스며든 푸른빛이 방 안 가구의 윤곽만 겨우 드러내고 있었다. 몸을 조금 움직이자 바로 옆에서 낮은 숨소리가 들렸다.레오나르드는 이미 깨어 있었다.“안 잤어요?”내가 작게 묻자 그가 천장을 바라본 채 대답했다.“잤어.”“몇 시간.”잠깐 침묵이 흘렀다.“세 시간쯤.”나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그건 잔 게 아니라 눈 감았다가 뜬 거 아닌가요?”“그래도 꿈은 꿨어.”“무슨 꿈.”“기억 안 나.”“그럼 증거 불충분.”레오나르드가 아주 작게 웃었다. 웃기는 했지만 눈 밑에는 옅은 그늘이 남아 있었다. 나는 이불 속에서 손을 움직여 그의 손을 찾았고, 손끝이 닿자 레오나르드가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맞물렸다. 이제는 이런 접촉 하나에도 일일이 이유를 붙일 필요가 없었다.“무서워요?”레오나르드는 이번에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응.”“뭐가 제일.”“누나가 증언하는 거.”조금 의외의 대답이었다.“라시안보다?”“응.”그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누나가 그날 일을 다시 말해야 하잖아.”라비에
Last Updated : 2026-09-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