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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병동 401호
폐쇄병동 401호
Author: 6jay

제1화. 사직서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1 16:11:14

질식할 것 같은 올가미의 감촉 대신,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이마를 스쳤다.

윤수안은 번쩍 눈을 떴다.

낡고 눅눅한 폐쇄병동의 천장이 아니었다. 은은한 백색 조명과 정갈하게 정돈된 오크목 책상.

5년 전, 한성대병원 권도현 교수의 개인 연구실 배정 첫날 아침이었다.

“윤수안 선생.”

맞은편에서 서류를 넘기던 만년필 소리가 멎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흑발, 흠잡을 데 없는 백가운. 국내 정신분석의 최고 권위자라 불리는 권도현이 특유의 나직하고 오만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자네가 지닌 불안과 결핍은 내가 가장 잘 다루는 재료니까.”

가스라이팅의 시작점이었다.

전생의 수안은 저 다정한 척하는 독을 구원으로 착각했다. 길들여진 끝에 연구용 케이스로 폐기되어 목을 매달기 전까지는.

수안은 미세한 동요조차 없이 그를 응시했다.

“결핍이라뇨.”

“어릴 적 버림받았다고 믿게 된 기억. 유능한 의사가 되어 인정받고 싶다는 강박. 내 밑에서 통제를 배우면 자네의 상처도 온전해질 겁니다.”

도현이 입꼬리를 유려하게 말아 올리며 상담용 의자를 앞으로 당겼다. 먹잇감의 목덜미를 옥죄는 데 익숙한 포식자의 거만한 태도였다. 수안은 픽, 메마른 실소를 흘렸다.

“착각이 심하시네요, 권도현 교수님.”

그녀는 코트 안주머니에서 반듯하게 접힌 흰 봉투와 서류 한 장을 꺼내 책상 한가운데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탁.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파열음에 도현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봉투 겉면에는 굵은 활자로 ‘사직서’라 적혀 있었다. 그 밑에 깔린 서류는 경찰청 직인이 선명한 ‘중대범죄수사과 범죄심리분석관 임용 통지서’였다.

“……이게 무슨 장난입니까?”

도현의 서늘한 목소리가 갈라졌다.

“장난은 교수님이 치셨죠. 남의 결핍을 헤집어 통제하려는 소시오패스적 지배욕을 치료랍시고 포장하면서.”

수안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미련과 두려움이 지워진 눈빛이 도현의 시선을 정면으로 꿰뚫었다.

“오늘부로 병원을 떠납니다. 당신의 관찰 대상 노릇은 여기까지예요.”

“윤수안! 내 연구실을 제 발로 나가면 학계 어디에도 설 자리는 없어!”

도현이 굳은 얼굴로 책상을 짚고 일어섰다. 평정심을 잃고 튀어나온 거친 언성에 수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고리를 잡았다.

“글쎄요. 다음엔 병원이 아니라 경찰청 취조실 유리 너머에서 뵙게 될 텐데.”

처음 이 방에 들어왔던 날, 그는 그녀의 과거를 한 줄씩 읽어 주며 이해하는 사람인 척했다. 상처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약점으로 바꾸고, 끝내는 자신만이 그것을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순서를 이제 수안은 너무 잘 알았다.

도현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수안은 오히려 숨을 고르게 골랐다. 전생에는 저 목소리 하나에 사과할 말부터 떠올랐다. 이제는 그가 화를 낸다는 사실이, 자신을 더는 뜻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증거로만 들렸다. 수안은 손바닥에 남은 땀을 코트 안감에 조용히 닦고, 문고리의 차가운 감촉을 쥐었다. 그녀는 더 이상 도현의 표정으로 자기 선택을 재지 않았다. 이 방을 나가는 데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았다.

철컥.

문이 닫히는 순간, 도현의 시야 구석에서 기괴한 백색 노이즈와 함께 여자의 목을 매는 환영이 스치듯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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