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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취조실 유리 너머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1 16:15:03

“이상으로 한성대병원 연쇄 납치 살인 사건의 공식 수사 브리핑을 모두 마칩니다.”

경찰청 대강당에 모인 수백 명의 기자들이 일제히 기립 박수를 터뜨렸다. 단상 위에 선 윤수안 경위의 단정하고 흠잡을 데 없는 제복 위로 경찰청장 특별 표창장이 수여되었다.

세간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흉악범을 단 12시간 만에 무결점으로 검거해 낸 천재 프로파일러의 위상이었다. 모든 언론 브리핑과 기념 촬영이 끝나고, 수안이 로비로 내려온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윤수안……!”

경찰청 정문 로비 구석에서 젖은 낙엽처럼 웅크리고 있던 사내가 비틀거리며 뛰쳐나왔다.

권도현이었다.

단정하던 흑발은 식은땀과 빗물에 젖어 흉하게 헝클어졌고, 최고급 명품 수트는 흙탕물에 찌들어 형편없이 구겨져 있었다. 오만하던 권위자의 위엄은 단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접근 금지입니다! 당장 물러서세요!”

당직 형사들이 도현의 팔을 거칠게 꺾어 바닥에 제압하려 하자, 수안이 손을 들어 그들을 멈춰 세웠다. 수안은 길가에 버려진 썩은 오물을 보듯 서늘하고 메마른 눈빛으로 도현을 내려다보았다. 도현은 무릎을 꿇은 채 바닥을 기며 수안의 바짓가랑이를 향해 절박하게 손을 뻗었다.

“수안아…… 제발 날 버리지 마. 내 눈에…… 내 눈에 매일 네가 보여.”

도현의 턱관절이 덜덜 떨리며 눈물과 핏물이 뒤섞인 역겨운 침이 턱 밑으로 흘러내렸다.

“매일 밤 네가 목에 올가미를 맨 채 나한테 다가온다고…… 숨을 쉴 수가 없어. 네가 나 좀 고쳐줘. 네가 내 유일한 주치의잖아……!”

국내 최고의 정신분석 권위자가, 자신이 실험 쥐 취급하며 죽음으로 내몰았던 옛 제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짐승처럼 구걸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안은 그의 손길이 닿기도 전에 코트 자락을 거칠게 털어내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도현의 손끝이 바짓단에 닿기 직전, 수안은 발을 빼며 거리를 만들었다. 당직 형사들은 그의 상태를 살피면서도 더 가까이 붙지 못하게 주변을 비웠다. 도현은 무릎을 꿇은 채 몇 번이나 입을 열었다 닫았다.

예전처럼 이름을 부르면 그녀가 멈출 거라는 기대가 남아 있는 듯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 주면 고칠게. 네가 말하면 다 고칠 수 있어.”

그 말에도 수안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책임을 묻는 자리에서조차 그는 여전히 답을 받아 적어 주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도현은 바닥에 남은 제 손자국을 멍하니 내려다봤다. 손을 뻗으면 붙잡을 수 있다고 믿었던 상대가, 이제는 한 걸음 물러서는 것만으로도 완전한 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 간격이 그에게는 어떤 문보다 높았다.

“착각하지 마세요, 권도현 씨.”

수안의 목소리는 한겨울의 칼바람보다 시리고 차가웠다.

“당신은 지금 불쌍한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이 타인에게 휘둘렀던 가스라이팅의 독에 스스로 중독된 추악한 가해자일 뿐입니다.”

수안은 단 한 톨의 미련도 없이 등을 돌려 자동문 너머로 걸어 나갔다.

“수안아! 윤수안-! 날 두고 가지 마!”

도현이 바닥을 긁으며 처절하게 울부짖는 순간, 그의 눈앞에 경찰청 로비의 대리석 바닥이 차가운 폐쇄병동의 쇠창살 복도로 뒤바뀌며 끝없는 환각의 감옥이 닫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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