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폐쇄병동 401호 / Chapter 61 -الفصل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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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빗속의 구걸

촤아아아-!아스팔트 바닥을 부술 듯이 쏟아져 내리는 거센 장대비 속, 권도현은 차가운 흙탕물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윤수안의 젖은 정장 바짓가랑이를 양손으로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수안아……! 윤수안……!”도현의 쉰 목소리는 거센 빗소리에 묻혀 짐승의 헐떡임처럼 부서져 내렸다.“접근 금지 환자다! 당장 손 떼고 물러서라!”경찰청 정문 경비대원들이 진압봉과 총구를 겨누며 달려와 도현의 팔을 꺾어 떼어내려 했다. 하지만 도현은 손가락 뼈마디가 하얗게 부러질 정도로 악착같이 힘을 주며, 수안의 옷자락을 결코 놓지 않았다. 손끝에서 터져 나온 피가 수안의 젖은 바지 밑단을 검붉게 물들였다. 빗물보다 붉은 피가 옷감을 타고 흘렀다.“수안아, 제발 날 살려줘…… 약이 없으니까 매 순간 네가 내 목에 올가미를 걸고 기도를 틀어막아…… 숨을 쉴 수가 없어…… 제발 날 용서해 줘…….”도현은 빗물과 피눈물, 흙탕물이 뒤섞인 얼굴을 아스팔트 바닥에 마구 찧으며 울부짖었다.“네 발밑에 평생 가둬줘…… 네 손으로 쇠사슬을 채워줘…… 날 버리지만 마…… 제발 날 네 가축으로 써줘…… 네 인형으로 평생 감금해 줘!”불과 반년 전, 국내 의학계를 호령하며 오만한 신(神)으로 군림했던 남자가, 경찰청 정문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려 제자였던 여자에게 '가축으로 가둬달라'고 구걸하고 있었다. 수많은 시민과 경찰관들이 그 처참한 몰골을 경악 어린 눈으로 지켜보았다. 과거의 명성은 오물처럼 짓밟혔다.검은 우산을 든 수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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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포승줄의 귀환

비에 젖은 거친 마닐라삼 포승줄이 권도현의 온몸을 뱀처럼 칭칭 옭아매고 있었다.경찰 호송차 철창 바닥에 짐짝처럼 내던져진 도현은 넋이 나간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찢어진 맨발바닥에서 흘러나온 피가 흙탕물과 섞여 호송차 바닥을 적셨지만, 도현의 머릿속에는 오직 자신을 구둣발로 밀어내던 윤수안의 서늘한 눈동자만이 타투처럼 깊게 새겨져 있었다.철컥-!도현은 한성대병원 폐쇄병동 401호로 다시 끌려 들어왔다. 무단 탈주 환자에 대한 최고 등급 보안 수칙에 따라, 벽면 바닥 콘크리트에 박힌 강철 앵커에 사지와 허리를 고정하는 '5점 특수 결박대'가 도현을 단단히 포박했다. 벙어리장갑 위로 쇠사슬이 이중으로 채워졌다. 401호는 도현에게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관짝이 되었다.지잉-!방탄 강화유리벽 너머로 젖은 우산을 털며 윤수안이 차분하고 단정한 걸음으로 들어섰다. 도현은 바닥에 묶인 채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유리벽을 향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호송차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도현은 철창 바닥에 뺨을 댄 채 비 냄새가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포승줄이 젖은 환자복을 파고들어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몸이 당겼지만, 그는 풀어 달라는 말 대신 수안의 이름만 낮게 되뇌었다. 자유를 잃는 공포보다, 다시 그녀의 시야에서 밀려날 공포가 더 컸다.401호에 들어선 뒤에도 그는 문턱의 물기를 눈으로 좇았다. 수안의 우산에서 떨어진 몇 방울이 바닥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잠시 이곳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확인하려 했다. 쇠사슬이 조여질수록 그는 몸을 멈췄고, 관심을 얻기 위해 고통을 요구하던 자신의 말을 다시 꺼낼 용기조차 잃었다.포승줄이 움직일 때마다 젖은 섬유가 피부를 스쳤다. 도현은 그 감각에도 몸을 빼지 않았다.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이 벌이면서도, 수안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는 길이라고 믿는 자신의 생각이 더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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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감각의 심연

칠흑 같은 어둠. 진공 같은 침묵.장치가 작동하는 동안 조명과 외부 음향은 차단됐고, 의료진의 안전 점검 때만 필요한 접촉이 허용됐다. 5점 강철 결박대에 묶인 권도현은 외부 감각이 차단된 채, 우주 한가운데 홀로 떠 있는 듯한 기괴한 착각에 빠졌다.복도 관찰실에서는 독립 전문의와 간호사가 호흡·순환 수치를 계속 확인했다. 수분 공급과 피부 상태 점검은 정해진 간격으로 시행됐고, 안전 기준을 벗어나면 즉시 세션을 끝내도록 중단 장치가 켜져 있었다.‘아무것도 안 보여…… 아무 소리도 안 들려…… 난 살아 있는 건가? 죽은 건가?’외부 자극이 완전히 박탈당하자, 도현의 뇌는 스스로를 파괴하기 위해 가장 끔찍한 기억들을 끊임없이 불러내기 시작했다. 전생에 자신이 수안에게 쏟아부었던 가스라이팅의 폭언들, 폐쇄병동 올가미에 매달린 수안의 창백한 시신, 도현의 오진으로 죽어간 환자들의 원혼이 도현의 머릿속에서 3차원 입체 파노라마처럼 시뻘건 핏빛으로 폭발했다.“크아아악! 나 좀 꺼내줘! 소리를 줘! 빛을 달란 말이야!”도현은 허공을 향해 피를 토하듯 비명을 질렀지만, 특수 방음벽에 흡수된 자신의 목소리조차 전혀 닿지 않았다. 자신이 지른 비명마저 사라지는 지독한 감각의 무덤이었다.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극심한 공포가 뇌를 태웠다. 정확히 48시간이 흐른 자정 무렵.지잉-!마침내 방탄유리벽 너머로 인터폰 스피커가 켜지며, 서늘하고 단정한 윤수안의 목소리가 어둠을 찢고 흘러들어왔다.“환자 권도현 씨. 세션을 종료합니다. 이름과 현재 위치를 말해 보세요.”그 한마디가 도현의 귓전을 때린 순간, 도현은 전신을 벼락 맞은 듯 격렬하게 떨며 침대 위에서 오열을 쏟아냈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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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사고조사위원회

감각 차단 장치가 해제된 다음 날, 한성대병원 지하 회의실에 비상 전원 기록과 출입 로그가 펼쳐졌다.병원장은 첫 장만 넘겨본 뒤 팔짱을 꼈다.“낙뢰로 생긴 불가항력 사고입니다. 전자 잠금이 풀린 30초를 누가 예측합니까. 당직 간호사가 복도 순찰만 제시간에 했어도 환자가 건물 밖까지 나가지는 않았겠지만.”회의실 끝에 앉은 야간 간호사의 얼굴이 굳었다. 윤수안은 화면에 경보 기록을 띄웠다. 정전 직후 울린 비상 해제 신호, 간호스테이션에서 확인되지 않은 알림, 보안실로 전달되지 않은 호출이 분 단위로 이어져 있었다.“순찰 한 번의 문제가 아닙니다.”수안이 화면의 세 지점을 짚었다.“비상 발전기 시험은 기한을 넘겼고, 잠금 해제 알림은 간호스테이션 한 곳으로만 갔습니다. 보안 인력은 환자가 정문을 통과한 뒤에야 상황을 전달받았습니다.”시설팀장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외부 안전위원이 감각 차단 처치 기록을 들어 보였다.“탈주 이후 내려진 이 조치도 조사 대상입니다. 치료 목적과 징벌 목적을 누가 구분했습니까?”시선이 수안에게 모였다.“제가 지시했습니다. 원본 지시서와 관찰 기록을 전부 제출하겠습니다.”수안은 변명하지 않았다. 환자의 행동이 위험했다는 사실과, 처치의 적정성을 별도로 심사해야 한다는 문장을 직접 회의록에 넣었다.위원회는 그 자리에서 임시 안전 규칙을 의결했다. 정전 시 격리문은 보안실과 병동에 동시에 알리고, 수동 잠금 확인에는 두 사람이 서명한다. 고위험 처치는 담당 주치의 혼자 연장할 수 없으며, 독립 전문의가 신체 상태와 지속 필요성을 다시 확인한다. 사고를 보고한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조항도 붙었다.야간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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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마지막 기소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3부의 최종 공소장이 법원에 공식 접수되었다.[피고인 권도현: 살인 교사, 상습 특수중상해방조, 의료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기소.]대한민국 사법사에서도 손꼽힐 만큼 중대한 기소였다. 사회적 여론은 파렴치한 정신과 명의에 대한 무기징역을 성토하고 있었다. 한때 그를 칭송하던 방송과 언론은 앞다투어 권도현의 악마적 범죄 행적을 폭로했다.동시에 병원 예산으로 권도현의 옛 재단 건물을 피해자 회복시설로 전환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가압류 재산의 최종 사용은 판결 뒤 정하기로 했다. 도현이 군림하던 공간에는 공사 가림막과 안전 표지가 세워졌다. 공사 일정과 예산 내역은 피해자 측에도 공개됐다.같은 시각, 한성대병원 폐쇄병동 401호 독방.지잉-!방탄 강화유리벽 너머로 스크린 셔터가 열리며, 단정한 가운 차림의 윤수안이 검찰의 최종 공소장 사본을 유리창에 차갑게 비춰주었다. 5점 결박대에 묶인 채 앙상한 숨을 몰아쉬던 권도현의 눈동자에 붉은 핏물이 고였다.“살인 교사…… 상습 특수중상해방조…….”도현의 메마른 입술이 허탈하게 부서져 내렸다.과거 대한민국 상위 0.1%의 권력자들을 내려다보며 법 위에 군림하던 오만한 석좌교수의 세계가, 한 톨의 자비도 없이 사법부의 철퇴 아래 짓밟혔다. 세상 그 누구도 권도현의 편에 서지 않았다. 그러나 도현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억울한 항변이나 분노가 아니었다.“그래…… 난 살인자야. 난 사형을 받아도 싼 흉악한 악마야…….”도현은 유리창을 향해 턱을 파르르 떨며 필사적으로 애원했다.“하지만 수안아…… 25년이든 평생이든, 네 병동 안에서 네 환자로만 살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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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내가 널 죽였다

자정 12시 정각, 폐쇄병동 401호의 칠흑 같은 어둠.천장에서 내려온 굵은 마닐라삼 올가미가 도현의 턱밑을 차갑게 옥죄어오기 시작했다. 약물이 전면 중단된 도현의 뇌 속에서, 봉인되어 있던 전생의 마지막 기억이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처럼 활짝 열렸다.뇌수를 찌르는 격통과 함께 5년 전의 진실이 적나라하게 재생되었다.5년 전 폐쇄병동의 비 오는 밤. 수안의 목에 직접 올가미를 묶어주며 “자네가 죽어야 내 완벽한 논문이 완성된다”고 속삭이던 자신의 잔혹한 얼굴과 비열한 미소가 거울처럼 눈앞에 생생히 펼쳐졌다. 자신이 행했던 살인의 전말이 적나라하게 도현의 영혼을 난도질했다. 자신이 구원자가 아닌 추악한 살인마였다는 진실이 온몸을 찢어발겼다.“커허억…… 컥!”도현은 5점 결박대를 끊어낼 듯이 요동치며 피를 토하듯 비명을 질렀다. 방탄유리벽 너머의 인터폰 스피커가 켜지며 윤수안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독방을 갈랐다.“권도현 씨. 당신의 눈앞에 지금 무엇이 보입니까?”도현은 눈물과 콧물, 피가 뒤섞인 얼굴로 쇠창살을 향해 머리를 사정없이 찧어댔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뼈가 부서지는 고통이 밀려왔다.“네가 보여……! 네가 매일 밤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게 보여!”도현의 찢어지는 고함이 독방 전체를 뒤흔들었다.“내가 널 죽였어……! 내가 네 목에 밧줄을 걸고 널 연구실에서 폐기처분했단 말이야! 내가 널 살해한 파렴치한 살인마야!”자신의 입으로 전생의 추악한 살인 행위를 단 한 톨의 거짓도 없이 낱낱이 자백하는 순간. 수안은 태블릿의 녹음 버튼을 차분하게 끄며 서늘한 미소를 머금었다.“드디어 당신의 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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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법정에 가지 않은 증언

권도현의 자백 녹음이 검찰로 넘어간 뒤, 선고 공판을 앞둔 어느 오후 피해자 지원실에는 작은 카메라 한 대와 빈 의자 두 개가 놓였다.최연소 사망 피해자의 어머니는 카메라 앞에 앉지 않았다. 그녀는 준비해 온 서면 진술서를 윤수안에게 건네고 창가 자리를 택했다.“그 사람이 우는 얼굴을 보러 법정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 기자들이 제 딸 사진을 또 들고 다니는 것도 싫고요.”진술서 첫 장에는 형량에 관한 요구가 없었다. 잘못 입력된 진단명을 정정할 것, 사망한 딸의 진료 기록을 연구 자료에서 제외할 것, 가족에게 기록 열람권을 돌려줄 것. 어머니는 세 항목에만 밑줄을 그어 두었다.“이것도 재판부가 읽습니까?”“원하시는 부분만 제출하겠습니다. 방청석에 나오지 않아도 효력은 같습니다.”수안은 페이지마다 공개 가능 범위를 표시할 포스트잇을 붙였다. 어머니는 딸의 마지막 통화 내용이 적힌 장을 빼 달라고 했다. 수안은 이유를 묻지 않고 그 장을 봉투에서 꺼냈다.맞은편에서는 생존 피해자 한 명이 영상 증언을 준비하고 있었다. 녹화등이 켜지자 그녀의 손이 무릎 위에서 떨렸다.“말을 하다가 멈춰도 됩니까?”“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즉시 중단됩니다.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목소리가 떨리면 제가 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일까 봐…….”수안은 카메라 각도를 낮춰 얼굴 대신 손과 진술서만 나오게 했다.“재판부가 판단할 것은 목소리 상태가 아니라 기록과 내용입니다. 편한 방식으로 말씀하세요.”첫 녹화는 2분 만에 멈췄다. 피해자는 물을 마시고 창밖을 한참 본 뒤, 얼굴이 나오지 않는 조건으로 다시 앉았다. 수안은 재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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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법정의 피고인 발언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징역 25년 및 무기한 치료감호 선고 공판의 무겁고 차가운 정적이 장내를 사정없이 짓눌렀다. 수백 명의 취재진과 피해자 유가족들이 숨을 죽인 채 피고인석을 지켜보고 있었다.푸른색 미결수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선 권도현은 해골처럼 앙상한 몰골로 마이크 앞에 섰다. 포승줄에 묶인 양팔은 힘없이 아래로 늘어져 있었고, 충혈된 두 눈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피고인 권도현, 마지막으로 재판부에 할 말이 있습니까?”재판장의 엄중한 질문에, 방청석에 가득 찬 기자들과 방청객들은 도현이 심신상실이나 중증 정신착란을 핑계로 감형을 구걸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동안 무수한 범죄자들이 그래왔듯 일말의 책임을 회피하려 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도현의 핏기 없는 입술에서 흘러나온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처절한 단말마였다.“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감형 따위를 원하지 않습니다.”도현의 메마른 음성이 법정 스피커를 타고 장내 전체에 얼음장처럼 울려 퍼졌다.“저는 고결한 의사의 탈을 쓰고 제자 윤수안을 잔혹하게 가스라이팅해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수많은 환자의 뇌를 파괴하고 영혼을 난도질한 흉악한 살인마입니다.”방청석에서 일제히 숨을 들이켜는 경악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도현은 검사 측 좌석에 단정하게 앉아 있는 윤수안을 향해, 피눈물이 맺힌 눈으로 깊이 허리를 숙였다.“부디 저를 평생 윤수안 주치의가 총괄하는 한성대병원 폐쇄병동 특수 독방에 영구 감금해 주십시오. 전 그곳에서 평생 피험자로 썩어 문드러져야 마땅한 짐승입니다. 제발 절 사회로 내보내지 마십시오.”오만한 신(神)을 자처했던 권위자가, 세상 모든 사람 앞에서 자신의 입으로 완전한 가축의 영구 감금을 청원하는 순간이었다. 쾅, 쾅,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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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판결문 밖의 사람들

선고가 끝나자 법정 정문보다 피해자 전용 출구에 취재진이 먼저 몰렸다.법원 직원들이 통로를 막았지만 카메라와 마이크가 어깨 너머로 밀려들었다. 누군가는 징역 25년이 충분하냐고 물었고, 누군가는 윤수안에게 복수가 끝난 소감을 요구했다.수안은 대답하지 않고 피해자들이 탈 차량의 번호부터 확인했다. 최연소 피해자의 어머니는 법정 안에서 권도현이 무릎을 꿇었다는 말을 듣고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그 사람이 망가진 모습을 보면 나아질 줄 알았어요.”어머니는 손에 쥔 판결 요약문을 접었다.“그런데 우리 애 기록에는 아직도 그 진단명이 남아 있네요.”“접수된 정정 신청의 진행 상황을 오늘 다시 확인하겠습니다.”수안은 법률지원 담당자에게 사건번호를 넘겼다. 담당자는 준비해 온 안내 봉투를 피해자들에게 한 부씩 나눴다. 기록 정정, 치료비 지원, 압류 재산 배상 신청이 서로 다른 색의 용지로 구분돼 있었다.한 생존자는 배상 신청서를 받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치료비 영수증부터 꺼냈다. 판결이 같다고 해서 필요한 다음 단계까지 같지는 않았다. 수안은 선택하지 않은 서류를 억지로 쥐여 주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말했다.통로 한쪽에서는 유가족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말을 했다. 한 사람은 판결문 전문을 받고 싶어 했고, 다른 사람은 권도현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더는 집에 가져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원 담당자는 두 요구를 각각 표시했다. 우편 수령, 대리인 보관, 폐기 요청을 고를 수 있는 칸이 그 자리에서 추가됐다.최연소 피해자의 어머니는 판결 요약문을 법률대리인에게 돌려줬다. 대신 딸의 기록 정정 접수증만 지갑에 넣었다. 얇은 종이 한 장이었지만, 그녀는 접히지 않도록 영수증 사이에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통로 끝에서 기자가 다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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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401호의 저녁 식사

폐쇄병동 401호로 영구 이송된 권도현의 코에서 마침내 비위관 강제 영양 튜브가 제거되었다.오후 6시 정각, 배식구 철문을 통해 따뜻한 밥과 국이 담긴 무광 플라스틱 식판이 조용히 들어왔다. 그러나 도현은 뼈마디만 남은 손을 무릎 위에 단정히 얹어둔 채, 식판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사흘간 굶주려 위장이 쥐어짜듯 뒤틀리고 침이 고였지만, 도현은 숟가락 하나조차 감히 들지 못했다. 음식을 먹는 것조차 주치의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수안이의 명령이 없으면…… 난 밥을 먹을 자격도 없는 한낱 벌레야…….’주치의 윤수안의 허락 없이는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철저한 조건화 상태였다. 수안의 통제만이 그에게 허락된 유일한 질서이자 생명의 줄기였다.지잉-!오후 6시 30분, 방탄 강화유리벽 너머로 스크린 셔터가 서서히 열리며 윤수안이 차분하게 나타났다. 수안은 태블릿 모니터로 손도 대지 않은 온전한 식판을 확인하더니, 인터폰 마이크를 켰다.“환자 권도현 씨. 식사하십시오.”수안의 단 한마디 허락이 스피커를 타고 독방에 울려 퍼지는 바로 그 순간.“흑…… 흑, 감사합니다…… 주치의님……!”도현은 전신을 감전당한 듯 격렬하게 떨며 바닥에 엎드려 식판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수저를 쓸 여유조차 없이 앙상한 맨손으로 맨밥과 국을 허겁지겁 입안 가득 쑤셔 넣으며 짐승처럼 오열했다.수안의 차가운 목소리가 허락해 준 생명의 양식을 피눈물과 함께 씹어 삼기는 굴욕적인 식사의 광경. 수안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기꺼이 굶어 죽었을 남자가 눈물로 밥을 삼켰다.식사를 마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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