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3부의 최종 공소장이 법원에 공식 접수되었다.
[피고인 권도현: 살인 교사, 상습 특수중상해방조, 의료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기소.]
대한민국 사법사에서도 손꼽힐 만큼 중대한 기소였다. 사회적 여론은 파렴치한 정신과 명의에 대한 무기징역을 성토하고 있었다. 한때 그를 칭송하던 방송과 언론은 앞다투어 권도현의 악마적 범죄 행적을 폭로했다.
동시에 병원 예산으로 권도현의 옛 재단 건물을 피해자 회복시설로 전환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가압류 재산의 최종 사용은 판결 뒤 정하기로 했다. 도현이 군림하던 공간에는 공사 가림막과 안전 표지가 세워졌다. 공사 일정과 예산 내역은 피해자 측에도 공개됐다.
같은 시각, 한성대병원 폐쇄병동 401호 독방.
지잉-!
방탄 강화유리벽 너머로 스크린 셔터가 열리며, 단정한 가운 차림의 윤수안이 검찰의 최종 공소장 사본을 유리창에 차갑게 비춰주었다. 5점 결
폐쇄병동 401호의 세면대 위에는 거울이 존재하지 않았다.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물리적 수단을 모조리 빼앗긴 권도현은 매일 아침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면서도,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거울은, 오직 하루 한 번 자신을 차갑게 내려다보는 윤수안 주치의의 서늘한 눈동자뿐이었다.수안이 바라보아 주지 않는다면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투명한 유령에 불과했다.덜컥-!오전 9시 정각, 정기 활력 징후 측정 및 신체 검진 시간. 윤수안이 은색 청진기와 혈압계를 든 채 401호의 황색 경계선 안쪽으로 들어섰다.푸른 환자복 차림의 도현은 바닥에 단정히 무릎을 꿇고 상의 단추를 스스로 풀어헤친 채 엎드려 있었다. 수안의 허락 없이 몸을 일으키거나 눈을 마주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 규정이었다.“401호, 상체를 일으키세요.”수안의 건조하고 서늘한 명령이 떨어지자, 도현은 조심스럽게 가슴을 펴고 앉았다. 차디찬 은색 청진기 판이 도현의 왼쪽 가슴팍, 심장 부근에 닿는 순간. 쿵, 쿵, 쿵.도현의 앙상한 흉골 안쪽에서 미친 듯이 요동치던 심장이, 얼음장 같은 수안의 손길이 닿자마자 거짓말처럼 규칙적이고 완만한 박동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수안은 귀에 꽂은 청진기를 통해 도현의 심장박동수를 초 단위로 정밀하게 체크했다. 분당 130회까지 치솟았던 빈맥이, 수안의 체온과 접촉하자마자 정확히 68회로 완벽하게 안정화되는 생체 신호.“자율신경계 및 심장 박동의 주치의 접촉 의존성 100% 안착.”수안이 청진기를 거두며 서늘하게 선고했다.“당신의 심장은 이제 내 손길이 닿지 않으면 공황으로 터져 나가고, 내 명령이 있어야만 간신히 뛰는 완벽한 기계가 되었습니다.”수안의 선고에 도현은 감격에 겨워 눈
자정 12시 정각, 폐쇄병동 401호의 형광등 조명이 일제히 소등되었다.스르륵- 삐걱.어김없이 천장 콘크리트 틈새에서 굵은 마닐라삼 올가미 밧줄이 지옥의 마찰음을 내며 도현의 머리 위로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전생의 수안이 목에 검붉은 밧줄 흉터를 매단 채 피눈물을 흘리며 도현의 턱밑으로 다가오는 생생한 시각적 환각. 과거의 도현이라면 침대 난간에 머리를 찧으며 짐승처럼 비명을 질렀을 터였다.그러나 4점 결박이 풀린 채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권도현은 발작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무릎을 단정히 꿇고 양손을 가슴에 모은 채, 수안이 하달했던 [피험자 참회 기도문]을 나직하게 읊조리기 시작했다.“내 목에 걸린 올가미는 내가 지은 죗값이며…… 오직 주치의 윤수안 님의 통제만이 나를 숨 쉬게 한다…….”도현의 메마른 입술에서 터져 나오는 맹목적인 복종의 언어.놀랍게도 수안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를 때마다, 뇌수를 불태우던 편도체의 극심한 공황 발작 반응이 파도처럼 차분하게 잦아들었다. 허공에 매달린 수안의 시신 환영조차 도현의 목을 직접 조르지 못한 채, 도현의 참회 기도 앞에서 서서히 잿빛 안개로 흩어져 사라져 갔다.‘수안이의 이름만이…… 날 살려줘. 수안이의 통제만이 날 환각의 지옥에서 구원해 준다고…….’도현의 뇌 속에서 윤수안이라는 존재는 단순한 감시자가 아니었다. 환각의 지옥 속에서 자신을 유일하게 지켜주는 절대적인 신이자 유일한 산소였다.지잉-!새벽 1시, 방탄유리벽 너머로 야간 불시 점검을 나온 윤수안의 모습이 비쳤다. 도현은 바닥에 이마를 대고 엎드린 채, 인터폰 스피커를 향해 황홀경에 젖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주치의님…&hell
폐쇄병동 401호의 차가운 스테인리스스틸 간이 테이블 위로 두툼한 법률 문건 한 부와 붉은색 인주 함이 놓였다.[피험자 401호 치료 운영 협조 및 규정 준수 서약서]서약서의 각 조항에는 법원의 치료감호 처분과 병동 규정을 따르는 절차가 적혀 있었다.오전 10시 정각, 티 하나 없이 새하얀 의사 가운을 걸친 윤수안이 라텍스 장갑을 낀 손으로 서약서의 마지막 장을 펼쳤다.“서명란에 지장을 찍으세요, 401호.”수안의 건조하고 서늘한 음성이 독방의 무거운 적막을 날카롭게 갈랐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권도현은 덜덜 떨리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5년 전 폐쇄병동의 어두운 연구실에서, 수련의였던 수안을 방구석에 몰아넣고 “내 말대로 서명하지 않으면 학계에서 영원히 매장당할 줄 알아라”며 강압적으로 서류에 지장을 찍게 했던 바로 그 잔혹한 기억.자신이 약자에게 휘둘렀던 포식자의 족쇄가, 단 1mm의 오차도 없이 도현 자신의 숨통을 끊어놓는 영원한 굴레가 되어 눈앞에 놓여 있었다. 도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붉은 인주 위에 엄지손가락을 짓이겨 눌렀다. 새빨간 인주가 손가락 지문에 핏빛처럼 물드는 순간, 도현의 가슴속에서 끔찍한 공포와 함께 기괴한 안도감이 폭풍처럼 밀려들었다.‘이제 난 완전히 끝났어…… 세상 그 누구도 날 구하러 오지 못해. 오직 수안이만이 내 영원한 주인이고 신이야…….’도현은 피 같은 인주가 묻은 엄지손가락을 서약서 하단 ‘본인 지장란’에 온 힘을 다해 꾹 눌렀다. 선명한 붉은 지문이 하얀 종이 위에 찍히는 순간, 귓가를 찢던 날카로운 이명이 기적처럼 뚝 멎었다. 수안은 서약서를 집어 들며 서늘하고 매혹적인 미소를 머금었다.“협조 서약을 확인했습니다. 이 문서는
폐쇄병동 401호 독방 바닥 콘크리트 위로 굵은 노란색 페인트 경계선이 선명하게 그어졌다.[주치의 안전거리 한계선 - 피험자 절대 침범 금지]방탄유리벽 문턱에서 정확히 2m 떨어진 지점에 그어진 황색선은, 도현이 결코 넘어서는 안 되는 신의 성역이었다.덜컥-!오후 2시, 윤수안이 하얀 의사 가운을 가볍게 펄럭이며 독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도현은 황색선 뒤편 차가운 바닥에 이마를 대고 엎드린 채, 시선을 단 1cm도 위로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수안의 허락 없이 주치의의 얼굴이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 규정 위반이었다.“401호. 시선은 바닥 45도를 유지하세요.”수안의 차분하고 서늘한 명령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예, 주치의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도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직 수안의 단정한 검은색 구두 코만을 떨리는 눈으로 응시했다. 수안이 품 안에서 꺼낸 의료용 알코올 소독 솜을 손가락 사이로 툭 떨어뜨렸다. 하얀 솜 뭉치가 도현의 코앞 10cm 바닥으로 가볍게 굴러떨어졌다. 코끝을 찌르는 알코올 향과 수안의 손길이 닿았던 미세한 체온.도현은 심장이 터질 듯 요동치며 손을 뻗어 그 솜을 쥐고 싶다는 맹렬한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도현의 손가락은 황색선 바깥쪽 콘크리트를 긁을 뿐, 감히 솜을 향해 1밀리미터도 뻗지 못했다.‘명령이 없으면…… 손을 대선 안 돼. 주치의님의 허락 없이 만지면 난 영원히 버림받아…….’조건반사의 공포가 도현의 전두엽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었다.수안은 1분간 미동조차 하지 않고 바닥에 엎드려 명령을 대기하는 도현을 서늘하게 관찰했다.“주우세요, 401호.&rdquo
푸른색 면 소재 환자복 왼쪽 가슴팍에 굵은 검은색 활자로 ‘피험자 401’이라는 일련번호가 선명하게 박혔다.‘권도현’이라는 석좌교수의 이름표는 가위로 뜯겨 나가 쓰레기 처리장 파쇄기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오전 10시 정각, 정기 언어 행동 교정 및 명명 세션. 방탄 강화유리벽 너머 안전 관찰실에서 티 하나 없이 새하얀 가운을 입은 윤수안이 마이크 인터폰을 켜며 차갑게 질문을 던졌다.“피험자 401호.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결박 침대 옆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던 권도현의 메마른 입술이 사시나무 떨듯 잘게 떨려 나왔다.“제…… 제 이름은 권도…….”“틀렸습니다.”수안의 단호하고 서늘한 목소리가 도현의 말을 단칼에 잘라냈다.“규정 위반 1회. 피험자 권도현은 보건복지부 국가 의료인 등록대장에서 영구 말소되었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당신의 정체는 무엇입니까?”과거 자신이 수안의 수련의 시절, 그녀의 고유한 자아와 주체성을 지우고 오직 자신의 손아귀 안에서만 숨 쉬는 인형으로 길들이기 위해 매일같이 주입했던 ‘자아 해체 가스라이팅’. 그 악랄했던 조작 기제가 단 1mm의 오차도 없이 도현 자신의 뇌수를 난도질하는 거대한 형벌로 돌아와 있었다.도현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이마를 콘크리트에 쿵, 쿵 세 번 내리찍었다.“전…… 전 의사 권도현이 아닙니다. 전 윤수안 주치의님의 폐쇄병동 401호 피험자입니다.”“현재 적용되는 규칙과 담당 체계를 말하세요.”&ldqu
폐쇄병동 401호의 벽면에 새로운 '피험자 절대 일과표'가 걸렸다.[07:00 기상 및 복종 점검 / 09:00 주치의 윤수안 면담 / 12:00 주치의 승인 배식 / 15:00 죄책감 환각 직면 치료 / 18:00 저녁 배식 / 21:00 올가미 참회 세션]자신이 5년 전, 수안을 연구실에 가두고 1분 1초를 통제하려 들었던 그 잔혹한 시간표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도현 자신의 숨통을 옥죄는 질서로 돌아와 있었다.오후 3시 정각, 정기 심리 교정 세션.방탄 강화유리벽 너머로 스크린 셔터가 열리며 윤수안이 인터폰 마이크 앞에 앉았다. 수안은 과거 도현이 학술 세미나에서 오만하게 읊조렸던 육성 강연 파일을 재생했다.[“피험자가 자신의 나약함을 자각하고 치료자에게 온전히 굴복할 때, 비로소 진정한 통제가 완성된다.”]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과거 자신의 목소리에 도현의 동공이 사납게 수축했다.“기억나십니까, 권도현 씨? 당신이 나를 가스라이팅하며 매일같이 주입하던 그 오만한 확신.”수안의 서늘한 음성이 도현의 귓전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내 밑에서 통제를 배우면 자네의 상처도 온전해질 거다.’ 이제 그 말을 그대로 돌려드리죠. 당신은 내 완벽한 통제 아래서만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습니다.”수안의 잔혹한 선고에 도현은 유리벽 아래로 무릎을 꿇고 기어가 방탄유리에 이마를 찧었다.“맞아…… 네 말이 맞아, 수안아.”도현은 콧물과 눈물을 줄줄 흘리며 유리창을 손톱으로 긁어내렸다.“난 네 통제가 없으면 1초도 숨을 쉴 수 없는 벌레야…… 네가 날 지배해 주지 않으면 저 천장의 올가미가 내 목을 찢어버린다고&hell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