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이 상황을 질질 끌면, 마도준에게 더 미안할 일밖에 없을 테다.“미안해요, 도준 씨. 재훈이랑 저, 부, 부부 사이에요.”“네? 방금 뭐라고 했어요?”“재훈이, 제 남편이에요…. 우리 두 사람, 결혼한 사이에요.”“…!”마도준은 은별의 명확한 설명에 놀라며 믿기 힘들다는 듯, 재훈과 은별을 연신 번갈아 보았다.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마도준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미안해요, 도준 씨. 정말, 미안합니다.”달리 무슨 할 말이 있을까.은별은 차마 마도준을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떨구고, 새하얀 손등에 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힘을 주었다.어서 빨리 이 괴로운 시간이 지나가길… 간절히 바랐다.그때, 무언가를 꾹 눌러 참는 듯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정재훈 대표님.”마도준이었다.그의 부름에 재훈도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네, 마도준 작가님.”두 남자의 서늘한 눈빛이 정면에서 부딪혔다.“실망이네요.”마도준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뭐가 말입니까? 당신이 찜해놨던 여자, 고은별이 유부녀라서?”재훈이 입가를 비틀며 응수했다.마도준은 지금, 이 순간부터 정재훈을 제 그림을 산 고객이 아닌, 비열한 놈을 대하듯 쳐다봤다.건방진 새끼, 정재훈.그러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은별을 바라봤다.헛웃음이 절로 나왔으나, 이 상황에서 웃고 싶지는 않았다.따지고 보면, 고은별은 저에게 솔로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제 친구 상원에게 건너 들었을 뿐이었다.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오랜만에 첫눈에 반한 여자를 만나서 판단력이 흐려졌던 것일까.그 흔하디, 흔한 말.‘지금 혹시, 만나는 분 있으세요?’이런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니.마도준은 밀려드는 복잡한 감정에 미간을 좁힌 채로 손을 들어 제 머리를 쓸어올렸다.그러곤 이 어처구니없는 놀이판에 저를 끌어들인 장본인, 정재훈을 곧 한 대 칠 것처럼 노려봤다.이윽고 마도준이 정재훈을 한마디로 불렀다.“야.”“야?”재훈은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Last Updated : 2026-10-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