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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지 마, 내 허락 없이: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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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화.

141화.잠시 뒤.말끔하게 씻고 나온 은별은 드레스룸에서 옷을 골랐다.거의 집 밖을 나갈 일이 없는 그녀였지만, 재훈은 때때마다 그녀가 입을 옷을 옷장에 채워주었다.한 번도 입지 못하고 계절이 지난 옷도 있었다. 은별은 거울 앞에 서서 이런저런 원피스를 몸에 대보았다.“하아….”한숨이 절로 나왔다.아무리 예쁜 옷을 갖다 대더라도 생기 하나 없는 얼굴은 그 어떤 옷에도 어울리지 않았다.은별은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일부러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과 다르게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금세 고였다.툭, 하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서둘러 닦아내고는 큰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다독였다.서러움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었다.재훈이 저를 만나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이었다.만약 재훈이 만나주지 않는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다시는 너와의 결혼을 하찮게 여기지 않을 거라 말하고, 울며불며 매달려야 할까.온종일 집에 갇혀 있어도 좋으니, 날 떠나지 말아 달라고 말할까.아니야. 그런 것보다, 더 강하게 그의 발목을 붙잡을 게 필요해.그때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재훈의 목소리.‘아이 갖자, 우리. 최대한 빨리.’그래! 아이!빛을 잃고 눈물만 고였던 은별의 눈동자에 순간 광채가 돌았다.그녀의 몸 안에 모든 것을 쏟아내며 간절히 뱉어내던 재훈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재훈이가 원했던 아이를 갖는 거야, 아이를.”은별은 드레스룸에 걸려 있는 옷 중에서 가장 화사한 옷으로 선택했다.무릎 위로 올라오는 초록색 시폰원피스에 하얀색 잔꽃 문양이 그려진 원피스였다.얌전한 듯하면서도 가슴 부분이 브이 자로 파여있어 은근하게 새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서둘러 원피스를 입고 화장대 앞에 선 은별은 최대한 생기가 있어 보이도록 화장을 했다.그러고 나니, 처음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외출 준비를 마친 은별이 해야 할 일은 뭔가를 먹는 일이었다.일주일 동안 제대로 먹지를 못했는데도 신기하게 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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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142화.그는 자신이 뭘 잘못 봤나 싶어 두 눈을 잠시 깜빡거렸다.그런데 지금 제 눈앞에 있는 여자는 고은별이 확실했다.아니, 은별 씨가 왜 이 집에….“누나, 벌써 도착해 있었네?”목석처럼 서 있는 마도준을 지나쳐 재훈이 반가운 음성으로 말하며 복도에 발을 디뎠다.누나? 은별 씨랑 정재훈 대표가 가족이었나?마도준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은별과 재훈의 관계도를 그려보았다.고은별, 정재훈.성이 다른 사람들이다. 친오누이 간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누나, 뭘 그렇게 놀라서 얼어 있어?”재훈은 숨만 간신히 쉬고 있는 은별에게 유유히 다가갔다.그러고는 그녀의 옆에 서서 팔을 뻗어 은별의 어깨를 꽉 끌어안았다. 마도준을 정면으로 바라본 채.은별은 마도준이 신혼집에 왔다는 사실보다도, 재훈이 저에게 ‘누나’라고 부른 것에 더 충격을 받았다.누나라니…. 재훈아, 왜 그렇게 날 부르는 거야. 왜.“마도준 작가님, 불편해하지 마시고 들어오세요. 이쪽은 제가 아는 누나예요. 은별이 누나죠.”아는 누나? 은별 씨가 정재훈 대표의 아는 누나였어? 이런 우연이 있나.마도준은 그제야 의문 가득한 표정을 풀고 신발을 마저 벗었다. 이내 은별과 재훈 두 사람 앞에 섰다.“은별 씨, 여기서 다 만나네요. 와, 신기해라.”얼굴에 반가움 가득한 미소와 함께 마도준이 말했다.그렇지 않아도 전시 통역 관련해서 은별에게 내일쯤 연락하려 했었다.너무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 놀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원래 사람 관계라는 것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저 또한 친구 상원의 와이프의 친구로 은별을 처음 만났으니, 이런 우연은 놀라우면서도 자신과 은별은 어떤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좀 거슬리는 게 있다면, 정재훈이 은별의 어깨를 꼭 껴안고 있다는 것 정도.설마…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인가? 그런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광경이었다.그런데 만약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라면 굳이 정재훈이 은별을 ‘아는 누나’라고 소개했을 리가 없었다. 그건 상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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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화.

143화.마도준은 은별의 대답을 듣고서도 뭔가 석연찮은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 자신이 이 집에 온 이유는 비즈니스 때문이었다.사적으로 궁금한 것은 나중에 따로 만나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재훈은 은별의 어깨에 다시금 팔을 둘렀다. 이내 고개를 기울여 은별을 바라보며 아이를 달래듯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누나, 2층 서재 알지? 거기서 기다려요. 난 마도준 작가님하고 마무리 지을 게 있으니까.”“…응.”은별의 대답을 들은 재훈은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떼었다.은별은 계속해서 ‘누나’, ‘누나’ 거리는 재훈의 호칭이 마음에 걸렸지만, 마도준이 있는 앞에서 ‘왜 나를 그렇게 부르냐’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그렇다고 재훈이 마도준에게 저를 ‘내 아내 고은별’이라고 소개하는 것 또한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그럼에도 재훈의 입에서 ‘누나’가 아닌 ‘내 아내’라는 말이 나오길 은별은 진심으로 바랐다.재훈이 저를 보고 ‘누나’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은별은 마도준에게 재훈이 제 남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말했을 것이다.현재 정재훈과 고은별이 부부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니까.신혼집에서까지 자신의 결혼을 숨길 생각은 전혀 없었다.이젠 은별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결혼을 숨기는 것이 힘에 겨웠다.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힘들지 않았던 일이었다. 한데 불과 일주일 만에 모든 판도가 달라졌다.저에게 멀어지려 단단한 벽을 세우는 정재훈이 은별은 너무도 적응되지 않았고, 속상했으며,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슬펐다.은별은 서재로 올라가기 전 마도준에게 인사하려 그를 바라봤다.의구심 가득한 눈동자가 은별을 바라보고 있었다.다음에 마도준을 만나면 정재훈과 결혼한 사이라는 것을 꼭 말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은별이 입을 열었다.“그럼, 일 보고 가세요.”“그래요, 은별 씨도요.”인사를 마친 은별은 몸을 돌려 2층 서재로 향했다.서재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이 납덩이가 달린 것처럼 무거웠다.마치 온몸이 납덩이에 묶여 어두운 심해로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얼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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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144화.“그건…!”“당신이 아니라고, ‘누나’ 아니라고, 정재훈 와이프라고, 소리쳐 주길 바랐는데 말이지.”“난!”“왜, 또 밖에 나가서는 솔로인 척하게?”“…!”재훈은 은별의 귓가에서 얼굴을 떼고는 몸을 반듯하게 세웠다. 이내 새파랗게 질려있는 여자를 비스듬히 내려다봤다.“1층에 마도준이랑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눴어. 당신, 그 새끼 미술관에서 통역해주기로 했다면서?”“…!”“그 새끼는 눈치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더라고. 당신 내 거라고 솔솔 냄새를 풍겼는데도 당신한테 엄청나게 관심을 보이던데? 감히 유부녀한테 말이지. 아, 그 새끼는 당신이 솔로인 줄 알았겠지. 당신이 그러고 다녔으니까.”“일, 일부러 그런 게 아니.”“됐고. 원하는 대로 해줄게.”“그게…, 그게 무슨 말이야?”세상이 다 무너진 것 같은 표정으로 은별이 재훈을 바라봤다.그 표정에 응답하듯.“당신 솔로로 만들어 주겠다고. 서류상으로도 완벽하게. 내일 퀵으로 이혼합의서 보낼 테니까 곧장 사인해서 퀵으로 보내.”“싫어!”이런 단호함이 어디서 나왔을까 싶게 은별은 고개까지 강하게 저어가며 거부했다.그러곤 재훈의 양팔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이러지 마, 재훈아! 나, 나 이혼 안 할 거야!”“은별아, 양심이 있으면 나 좀 그냥 놔주라.”“아, 재훈아….”“당신 때문에, 반짝반짝 빛날 내 이십 대, 다 썩어 문드러지겠다.”“미, 미안해. 아니, 잘못했어! 재훈아, 내가 백번 잘못했으니까 제발 이러지 마. 응?”은별은 재훈의 팔을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주며, 그의 팔을 더 강하게 붙들고는 마침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런 그녀를 차갑게 식어버린 눈동자로 내려다보는 정재훈.“당신이랑 깨끗하게 헤어지고, 나도 다른 여자 만나려고. 바람같은 건 딱 질색이라.”“아, 아, 아니야!”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말에 은별은 거의 패닉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렀다.그녀는 이번엔 재훈의 허리를 팔로 휘감았다. 그러고는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깊이 묻었다.은별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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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145화.얼마 전, 은별이 욕조에 죽은 듯이 온몸을 담그고 있던 그날이었다.강릉의 순이 할머니의 손녀, 설가희에게 연락이 왔었다.술에 잔뜩 취한 가희는 재훈에게 기태의 이야기를 전했다.기태가 그의 부모가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가희 또한 그를 따라 곧 미국으로 들어갈 거라고 했다.재훈은 이제 관심 밖에 있는 김기태의 소식을 따분하게 들었다.그래도 강릉에서 저를 챙겨줬던 순이 할머니의 얼굴을 봐서 가희의 술주정을 잠시 받아줬을 뿐이었다.그런데 뜻밖의 말을 들었다.김기태의 다리가 은별을 구하다 그렇게 됐다는 아주 기막힌 사실을 말이다.가희는 최근에 기태와 연애를 시작했다고 했다.어느 날 가희는 기태의 다리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고, 기태는 덤덤하게 파리 사건을 이야기했다고 했다.가희가 재훈에게 전화한 이유는, 단순한 심술이라고 했다.심술은 무슨, 고은별을 향한 질투였다.제 남자의 다리를 절게 만든 주범이 고은별이라는 사실에 화가 났겠지.무엇보다 그 사실을 조금도 억울해하지 않는 김기태에게 서운한 것 같았다.기태가 한국에 있을 때는 그의 눈치가 보여 말 한마디 못 했었는데, 이젠 아니라고! 어찌나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던지.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고은별에게 해야 할 발악을 재훈에게 쏟아내고는 가희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재훈의 입장에서는 화를 낼 수도 없는 황당한 전화였다.그러나 그동안 은별이 저에게 연락하지 않은, 잃어버린 일 년의 시간을 찾는 열쇠이기도 했다.그런데 막상 그 열쇠를 찾고 보니, 술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은별과 연락이 끊겼던 일 년 전의 고통이 또다시 온몸을 관통하는 것처럼 되살아났다.고은별이 파리에서 죽었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그는 다시 극도의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그런데 그날, 욕조에 죽은 듯이 잠겨 있는 고은별을 발견한 순간!그는 제 몸에 흐르고 있는 모든 피가 밖으로 다 쏟아지는 고통을 경험해야 했었다.그날 재훈은 결심했다. 과거를 들추지 않기로.들춰 봤자, 은별에게나 저에게나 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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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146화.몇 개월 동안 고은별이 정재훈 없이는 살아가지 못하게 만든 장본인이 정재훈이 아닌가.정재훈은 고은별에게 있어서 파리 테러 사건과 같았다.그녀의 정신과 육체와 마음을 모두 지배해 버린, 거대한 트라우마.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버리려 하다니….작년 가을, 은별은 기태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부모를 만났었다.프랑스 유학을 두 번이나 중단한 딸을 반길 부모가 아니었으나, 이번엔 안쓰럽게 여기며 반기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있었다.그래도 가족이니까, 그들의 딸이 목숨을 잃을 뻔했었으니까.‘은별아.’아버지가 그녀를 불렀다.지금 재훈이 저를 부르던 그 목소리와 같았다. 온기 하나 없는 차가운 음성이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거렁뱅이랑 결혼시킬 걸 그랬구나. 다리가 불구인 사람보다는 더 나았을 테지. 다리 불구랑 살 거라면, 다신 집에 오지 마라!’기태와 결혼을 생각했던 것이 아님에도 은별은, 아버지의 말에 부모를 향한 부질없는 모든 기대를 버렸다.엄마는 살아 있으면 됐지, 만날 필요가 뭐가 있냐며 그 자리에 얼굴조차 비추지 않았었다.아무리 자신이 부모의 실패작일지라도 조건 없이 사랑해줄 수는 없었을까.부모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들은 그날, 딸 고은별을 버렸다. 그리고 은별은 완전히 버림받았다.“은별아.”어음장처럼 차가운 음성이 다시금 은별의 귓가에 떨어졌다.은별은 눈물범벅인 얼굴을 들었다.그녀는 재훈이 다음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의 말을 거부하듯 고개를 연신 가로저으며 울었다.“싫어…, 흐흑. 싫어.”버리지 마, 재훈아.떠나지 마, 재훈아.제발….재훈은 차가웠던 음성과 다르게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흥건히 적신 눈물을 닦아주었다.은별은 그 손길에 파도처럼 밀려드는 안도감을 느끼며 더 크게 흐느꼈다.재훈의 손바닥에선 식지 않은 온기가 느껴졌다.“쯧, 나이가 들어도 울보지.”“흐흐흑….”“나랑 그렇게 이혼하기 싫어?”“으응, 싫어. 이혼, 이혼하지 않을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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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147화.“아, 알았어.”“은별아.”“어?”“확실하게 끝내. 당신이 누구 여잔지 분명하게 말하라고. 이게 당신한테 주는 마지막 기회야.”“어, 그럴게….”은별의 몸에서 손을 뗀 재훈은 서재 문을 등지고 있던 몸을 비켰다.그러곤 은별이 나가도록 손수 서재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은별은 재훈을 지나쳐 서재를 나섰다. 곧이어 옷을 갈아입기 위해 드레스룸이 있는 침실로 향했다.길지 않는 길을 걸으며 은별은 머릿속으로 마도준에게 해야 할 말을 생각했다.뭐라고 시작할까.우선 미안하다고 해야겠지.저와 재훈의 일로 마도준이 이용된 거나 마찬가지니까.그리고 재훈과 결혼한 사이라고 말하는 거야.아직 선주는 모르고 있으니, 선주에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해야겠지.선주가 마도준한테 자신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된다면 서운함을 넘어 배신감이 클 테니까.그런 생각을 하며 침실에 있는 드레스룸에 도착했다.은별은 재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입었던 초록의 원피스를 벗었다.그러곤 발목까지 내려오는 회색 원피스를 입었다.목 부근이 둥글게 파인 원피스였으나, 쇄골만 살짝 보일 정도의 옷이었다.은별은 잠시 화장대 앞에 섰다.오랜만에 곱게 치장했던 얼굴은 눈물로 여기저기 화장이 얼룩져있었다.눈물 자국을 지우고, 대충 화장을 고쳤다.너무 깨끗하게 고치면 재훈은 또 누구 보기 좋으라고 꾸몄냐고 할 테니까.얼굴은 그나마 정돈되었지만, 한참을 운 눈은 아직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은별은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큰 숨을 한번 내쉬고는 1층으로 가기 위해 침실을 나섰다.***거실로 내려온 은별은 두리번거리며 마도준을 찾았다.한데 1층에 있을 거라던 마도준은 거실에 보이지 않았다.은별은 혹 그가 다이닝룸에 있나 싶어 거실에서 다이닝룸 쪽으로 몸을 돌렸다.다이닝룸의 유리문 앞에 선 은별은 놀란 얼굴로 발걸음을 멈췄다.마도준이 재훈과 함께 다이닝룸에 있었다. 두 사람은 정답게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은별은 당연히 재훈이 서재에 있겠지 생각했었다.전혀 예상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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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148화.그러고 보니, 이 집에 처음 발을 딛을 때부터 서늘한 분위기를 느꼈었다.마도준은 뭔가 석연찮았던 은별과 재훈의 분위기를 다시 떠올렸다.와인 병을 들고 서 있는 마도준에게, 재훈이 분위기와 다르게 눈꼬리가 접힐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그 미소에 마도준은 잠시 의구심을 내려놨다.그는 이 집에 고은별이 함께 있어서 자신이 너무 과민하게 신경을 쓰나, 생각했다.의구심을 접은 마도준이 저를 향해 다가오는 재훈을 보며 말했다.‘은별 씨 만나고 내려오시나 보네요.’‘네, 나눌 대화가 많아서요.’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재훈이 마도준 앞에 섰다.마도준이 재훈에게 와인을 건넸다.‘미국 캘리포니아 산, 컬트 와인입니다.’‘번거롭게, 이런 것까지. 비익조 별채 카페에서 판매하는 와인이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희소성이 높은 와인이라 최측근이 아니고서는 제가 선물하지 않는 와인인데, 정 대표님께 기분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하네요.’‘희소성이 높은 와인이라면, 금액이 상당하겠는데요?’‘제 그림을 귀하게 여겨주신 것에 대한 제 성의라고 생각해주세요.’‘괜찮으시면, 같이 한잔하실래요?’재훈이 마도준에게 자연스럽게 와인을 권했다.마도준의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그럼, 은별 씨도 부를까요?’‘그렇지 않아도 조금 뒤에 내려오기로 했습니다.’‘그래요? 잘됐네요.’‘이쪽으로 가시죠.’재훈이 마도준을 다이닝룸으로 안내했다.마도준은 현대적인 거실과 다르게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다이닝룸을 보고 신기한 듯 곳곳을 눈에 담았다.호텔을 운영하는 그로서는 상당히 이채로운 인테리어였다.원형의 커다란 원목 식탁 위로 길게 늘어트려진 화려한 샹들리에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자신이 재훈에게 선물한 컬트 와인은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와인이 아니었다.희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와인과 중세 시대 느낌의 다이닝룸의 조화가 완벽했다.이곳에서 자신이 호감을 갖고 있는 은별과 함께 와인을 마실 거라는 생각에 그는 상당히 기분이 들떴다.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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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

149화.이 상황을 질질 끌면, 마도준에게 더 미안할 일밖에 없을 테다.“미안해요, 도준 씨. 재훈이랑 저, 부, 부부 사이에요.”“네? 방금 뭐라고 했어요?”“재훈이, 제 남편이에요…. 우리 두 사람, 결혼한 사이에요.”“…!”마도준은 은별의 명확한 설명에 놀라며 믿기 힘들다는 듯, 재훈과 은별을 연신 번갈아 보았다.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마도준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미안해요, 도준 씨. 정말, 미안합니다.”달리 무슨 할 말이 있을까.은별은 차마 마도준을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떨구고, 새하얀 손등에 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힘을 주었다.어서 빨리 이 괴로운 시간이 지나가길… 간절히 바랐다.그때, 무언가를 꾹 눌러 참는 듯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정재훈 대표님.”마도준이었다.그의 부름에 재훈도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네, 마도준 작가님.”두 남자의 서늘한 눈빛이 정면에서 부딪혔다.“실망이네요.”마도준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뭐가 말입니까? 당신이 찜해놨던 여자, 고은별이 유부녀라서?”재훈이 입가를 비틀며 응수했다.마도준은 지금, 이 순간부터 정재훈을 제 그림을 산 고객이 아닌, 비열한 놈을 대하듯 쳐다봤다.건방진 새끼, 정재훈.그러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은별을 바라봤다.헛웃음이 절로 나왔으나, 이 상황에서 웃고 싶지는 않았다.따지고 보면, 고은별은 저에게 솔로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제 친구 상원에게 건너 들었을 뿐이었다.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오랜만에 첫눈에 반한 여자를 만나서 판단력이 흐려졌던 것일까.그 흔하디, 흔한 말.‘지금 혹시, 만나는 분 있으세요?’이런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니.마도준은 밀려드는 복잡한 감정에 미간을 좁힌 채로 손을 들어 제 머리를 쓸어올렸다.그러곤 이 어처구니없는 놀이판에 저를 끌어들인 장본인, 정재훈을 곧 한 대 칠 것처럼 노려봤다.이윽고 마도준이 정재훈을 한마디로 불렀다.“야.”“야?”재훈은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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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150화.은별은 저도 모르게 재훈의 위협적인 모습에 뒷걸음질 쳤다.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재훈의 아이를 갖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가 있었다.아이를 가지면 재훈이 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었다.그런데 정신이 탈탈 털릴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 지나갔고, 이제 재훈은 그녀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그런 생각에 다다르니, 은별은 아이를 갖고자 했던 자신의 행동을 멈추고자 했다.앞으로 고은별은 정재훈과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재훈 또한 같은 생각일 테다.그렇다면, 굳이 재훈과 사이에 아이가 필요할까.한바탕 거센 소낙비가 내리고 난 뒤, 금세 새파란 하늘을 드러내는 여름 날씨처럼, ‘아이’에 대한 은별의 생각은 변덕스러웠다.그 사이 재훈은 바지 버클을 완전히 풀어버리고 은별 앞에 섰다.“골랐어?”“그게… 이따 저녁에, 저녁에 하면 안 될까?”이 순간 은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는 시간을 늦추는 것밖에는 없었다.무엇보다, 아직 시간은 점심을 지나지 않았다.이런 시간에 재훈과 관계를 갖는 것 또한 오랜만이라 불편한 마음이었다.어떤 이유이든 간에 지금 그녀는, 재훈과 사랑을 나누고 싶지는 않았다.“은별아.”“어?”“왜 이러지? 급한 불 껐다고, 설마 내 마음이 예전과 똑같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거절도 분위기 봐서 하는 거야. 내가 딴 데 가서 풀면 어쩌려고 이래.”“…!”그 말과 동시에 재훈이 은별의 허리를 한쪽 팔로 휘감아 제 몸에 바짝 밀착시켰다.회색의 원피스 위로 은별의 마른 몸이 느껴졌다.본래 쭉쭉 빵빵한 몸매는 아니었으나, 이렇게 삐쩍 마른 것은 강릉에서 보고 오랜만이었다.그렇다고 한들, 고은별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정재훈을 충분히 흥분케 했다.고은별이 온몸을 붕대로 돌돌 말고 있는 미라였어도, 그는 사랑했을 것이다.재훈은 손을 들어 은별의 머리카락을 쓸더니 귀에 살포시 꽂아주었다.너무 부드러운 손길이었으나, 은별은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비틀었다.그 바람에 그녀의 새하얀 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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