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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지 마, 내 허락 없이: Chapter 151 - Chapter 160

164 Chapters

151화.

151화.두개골이 깨질 것 같은 엄청난 쾌감에 은별은 교성을 질러대며 시트를 꽉 틀어쥐었다. 자비 없이 박아대는 힘에 은별을 숨이 막혔으나, 재훈은 그녀의 상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욕심을 채우기에 바빴다.“후, 오랜만에 하니까 더 쫙쫙 먹어대네. 환장하겠다, 진짜.”“하아앙! 흐응, 흐읏!”재훈이 허공에 살짝 들린 은별의 엉덩이를 꽉 그러쥐며 몸을 낮춰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은별의 몸이 재훈의 거센 허리 짓에 마구잡이로 움직였다. 은별의 가는 다리가 재훈의 어깨 위에서 고장 난 인형처럼 흔들렸다.재훈이 은별의 다리를 침대 위에 내리고 그녀 위로 거대한 몸을 숙이더니 다시금 입술을 삼켜갔다. 섞어진 타액을 목구멍으로 넘기기가 바쁘게, 그의 불덩이 같은 페니스가 그녀의 내벽을 이쪽저쪽 찌르며 정점을 공략했다.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했던 은별은 끊임없이 제 아래를 침범하는 거대한 양물을 놀랄만한 힘으로 바짝 조이고 있었다. 그녀도 제 본능에 놀랐으나 이것저것 생각하기엔 제 구멍을 뚫고 있는 페니스의 위용이 대단했다. 그녀는 허리가 저릿할 정도로 힘을 주며 페니스를 꾸역꾸역 받아냈다. 아찔한 쾌락이 그녀를 휘감았다.재훈이 키스를 멈추고, 몸을 세우더니 흔들거리는 유방을 한 손에 움켜쥐며 주물럭거렸다. 거대한 몽둥이 같은 페니스가 한계까지 벌어진 질벽을 퍽, 퍽! 다시 짓치며 들어왔다.“흐읏, 너, 너무 깊어…!”“이래야지 애가 생기지. 은별아, 우리 같이 싸자. 응? 같이 싸.”재훈이 다시 몸을 낮춰 은별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땀으로 젖은 두 사람의 몸이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재훈이 허리에 힘을 바짝 주며 굵직한 성기를 빠르게 들락거렸다. 흥건하게 흐르던 애액이 질구에서 착, 착, 착! 마찰을 일으켰다.“아아아! 흐으윽! 읏!”“크윽! 윽!”고작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남자의 파정은 길었고, 그 양은 꽉 막힌 질구를 비집고 나와 은별의 허벅지를 끈적하게 적셨다.은별을 꽉 끌어안은 채 거친 숨을 내쉬던 재훈은 다시금 허리를 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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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화.

152화.그는 아까와는 다르게 편안한 옷차림이었다.세련된 옷이 아님에도 재훈의 외모는 빛났으며 싱그러운 젊음이 물씬 느껴졌다.“나가자.”재훈이 은별에게 말했다.“어딜?”은별은 궁금한 눈으로 물었다.“뭐 좀 먹게 나가자고. 한 것도 없는데 매번 정신을 잃지. 여러 번 해야 아이도 빨리 생길 거 아냐. 화장 같은 거 하지 말고, 옷만 간단하게 입어.”“…어.”은별은 재훈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숨을 들이쉬고는 다시 드레스룸으로 향했다.화장하지 말라는 재훈은 말에 은별은 젖은 머리만 서둘러 말렸다.이번에도 가슴이 보이지 않은 단정한 옷을 찾아 입었다.외출 준비를 끝낸 은별은 거울 앞에 섰다.네크라인이 라운드로 된 아이보리 롱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푸석하면서도 창백한 얼굴과 핏기 하나 없는 입술을 가진 여자였다.화장하지 않아도 예쁜 생기발랄한 20대도 아니고, 아무거나 걸쳐도 멋있어 보이는 정재훈과는 차원이 다르게 초라해 보였다.은별은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녀는 거울 앞을 벗어나 화장대 앞에 섰다.다른 건 몰라도 립스틱이라도 발라야 서글픈 제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았다.은별은 가지고 있는 립스틱 중 가장 연한 색으로 골라 입술에 발랐다.그나마 입술에 색을 입히니 봐줄 만은 했다. 그렇다고 예뻐 보이지는 않았다.은별은 립스틱을 내려놓고 드레스룸을 나섰다.그때까지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재훈은 은별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그는 미간을 잘게 구겼다.어느새 재훈은 성큼성큼 걸어와 은별 앞에 섰다.“내가 화장하지 말랬잖아.”화가 난 음성은 아니었으나, 불만이 가득한 음성이었다.은별은 다시 서글픈 마음이 올라왔다.그래서 그녀 또한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마치 투정을 부리듯.“너무 흉해서 립스틱만 살짝 발랐어.”“누가 흉해? 당신이?”“어. 아픈 사람 같아.”은별은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재훈은 그런 은별을 보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가만 보면 고은별은 섹스가 끝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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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화.

153화.그동안 보지 못했던 기대에 찬 눈동자가 은별을 직시했다.“안 했지? 욕실 서랍장에 생리대 그대로 있던데.”“…!”“뭘, 놀라. 그렇게 해댔는데 임신이 안 됐던 게 오히려 이상했지.”“아….”은별은 너무도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다.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고, 결론이었다.생각해 보니, 재훈의 말처럼 그녀는 생리 주기에 생리를 하지 않았다.그것이 뜻하는 것은, 단 하나.정재훈이 그토록 바라던 ‘임신’을 말하고 있었다.재훈은 내려놨던 젓가락을 다시 들고 태연하게 밥을 먹으며 말했다.“집에 가는 길에 약국에 들르자.”“….”은별이 대답이 없자 재훈은 다시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녀를 뚫어지라 바라봤다.“딴생각하지 마. 당신이 무얼 생각하든, 결론은 하나야. 우리는 아이를 갖고 부모가 될 거라는 거지.”“…!”은별은 ‘부모’라는 말에 못 들을 말을 들은 사람처럼 두 눈을 크게 떴다.아이를 갖으면 부모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하나 은별에게 부모는 ‘상처’ 그 자체였다.부모에게 따스한 사랑을 받지 못한 자신이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아이를 온전히 사랑하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은별은 마음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자신의 삶조차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굴 돌보고 누굴 사랑한다는 말인가.다시금 임신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그렇다고 기대감 가득한 재훈에게 이런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은별은 애써 입가를 올리며 말했다. 임신이 아니길 바라는 진심을 감춘 채.“딴생각 같은 거 안 해.”재훈은 은별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시 젓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에 밥공기가 비워졌다.그는 마지막으로 물을 마시고는 물잔을 내려놓았다.그러고는 온화한 표정으로 은별을 바라보더니, 뜬금없이 고백을 한다.“은별아, 사랑해.”“어…?”“사랑한다고.”“…나도.”“알아듣게, 정확하게, 말해야지 알지.”“나도, 사랑해.”‘사랑해’라는 말이 마치 달콤한 후식인 것처럼 재훈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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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

154화.집에 도착하자마자 재훈은 은별을 데리고 침실로 향했다.그는 손수 욕실 문을 열어주었다.“몇 분 안 걸린다고 했지?”“응.”“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재훈은 은별이 욕실로 들어가기 전에 그녀의 입술 위로 쪽, 하고 짧은 입맞춤을 했다.그의 입술엔 따스한 온기와 함께 떨림이 있었다.몇 분 뒤.똑. 똑.욕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은별은 화들짝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임신 테스트기를 떨어트렸다.바닥에 떨어진 임신 테스트기에는 정확히 선명한 붉은색의 두 줄이 그어져 있었다.고은별의 ‘임신’을 알려주는 명확한 증거였다.아….진짜 임신이라니….은별은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임신 테스트기를 주웠다.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 봐도 선명하게 보일 두 줄이었다.마지막 남은 임신 테스트기를 사용해 볼 필요가 없을 만큼 선명했다.똑. 똑.다시금 재훈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은별아.”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가 은별을 불렀다.“….”“은별아?”대답 없는 그녀를 재훈이 재촉하듯 다시 불렀다.은별은 여기서 더 지체하면 재훈이 욕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답했다.“어.”“결과, 나왔어?”“아직. 잠시만 기다려 줘.”“생각보다 늦네. 알았어.”잠시 시간을 번 은별은 나머지 임신 테스트기를 뜯어 세면대로 향했다.이내 물을 틀고 흐르는 물에 테스트의 흡수 막대 부분을 갖다 대었다.잠시 뒤, 선명한 한 줄이 떠올랐다.은별은 한 줄의 임신 테스트기를 손에 꼭 말아쥐었다.재훈아, 미안해.아이가 싫어서가 아니야.아직, 내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그래.그렇다고 아이를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야.그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야.난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그래.그래서 이러는 거야.미안해, 재훈아.은별은 욕실 한편에 있는 원목의 서랍장으로 향했다.서랍장을 열자 여러 종류의 생리대가 차곡차곡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녀는 손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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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화.

155화.다음 날, 아침.은별이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재훈은 옆에 없었다.시간을 보니 그의 출근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재훈이 출근했다는 것을 확인한 은별은 얼른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욕실에 들어간 그녀는 생리대가 보관된 서랍장을 열었다.손을 깊숙이 집어넣어 어제 숨겨 두었던 임신 테스트기를 확인했다.다행히 임신 테스트기는 제자리에 있었다.“하아….”은별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테스트기를 손에 쥔 그녀는 그것을 휴지로 돌돌 말아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재훈과 함께 쓰는 욕실이었다.그가 불과 어제 생리대를 확인했다고는 하나, 언젠가는 다시 열어볼 것이었다.들킬 것이 뻔한 물건을 욕실 서랍장에 계속 보관할 수는 없었다.그녀는 핸드백 안에 임신 테스트기를 넣었다.그때.똑. 똑.누군가 노크를 했다.“…!”은별은 화들짝 놀라며 손에서 핸드백을 놓쳤다.핸드백에 있던 모든 물건이 바닥으로 와르르 쏟아졌다.은별은 서둘러 바닥에 주저앉아 쏟아진 물건들을 주워 담았다.임신 테스트기를 가장 먼저 챙겨 넣었다.방문을 노크했다는 것은 밖에 있는 사람이 재훈이 아니라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지나가는 새한테도 들켜서는 안 됐다.그때, 다시금 노크 소리가 들렸다.똑. 똑.이어진 익숙한 목소리.“사모님, 아침 드세요.”집안일을 해주었던 아주머니, 김 여사였다.은별은 오랜만에 듣는 김 여사의 목소리가 반가우면서도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 깊게 심호흡하고는 이내 대답했다.“네, 금방 내려갈게요.”은별의 말에 김 여사의 발걸음이 문에서 멀어져 갔다.은별은 다시금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핸드백 안에 임신 테스트기를 확인했다.그러곤 핸드백 버클을 꼭 닫았다.***다이닝룸에 내려가니 오랜만에 입맛을 돋우는 음식 냄새가 은별의 침샘을 자극했다.은별은 일주일 만에 보는 김 여사와 짧게 인사를 나누고는 식탁 앞에 앉았다.그녀는 맛깔스럽게 차려진 음식을 보고 눈동자를 빛내며 설핏 미소까지 지었다.그 모습을 김 여사가 놓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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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화.

156화.‘걱정하지 마세요, 두 분 다 젊으니까 금세 생길 거예요.’‘네….’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풀이 죽은 듯한 재훈의 표정에 김 여사는 내심 놀랐었다.이 집에서 일 하면서 재훈의 그런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제 고용주는 아직 이십 대인 데다가, 언제나 당당하고 쇠도 씹어 먹을 것처럼 건강한 남자였다.그런데 임신을 걱정하다니.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걱정이라 생각했다.물론 아내인 은별이 재훈보다 나이가 많기는 했지만, 자연임신을 걱정할 나이는 아니었다.‘사장님, 제가 사모님 더 잘 보살필게요. 곧 좋은 소식 있으실 거예요.’‘감사합니다. 혹시 아내한테 평소와 다른 점이 있으면 저한테 곧장 말씀해 주세요.’‘네, 그럴게요, 사장님.’그렇게 대답하며 재훈을 안심시켰던 김 여사였다.그래서 김 여사는 ‘사모님, 혹시 임신하셨어요?’라고 은별에게 묻고 싶었으나, 은별의 변화를 재훈에게 먼저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몇 시간 뒤.똑. 똑.언제 잠이 든 것일까.노크 소리에, 침대에 누워 있던 은별이 눈꺼풀을 나른하게 들어 올렸다.“사모님, 점심 드세요.”점심? 어느새 점심시간이 된 거지?아침을 먹고 서재에서 잠시 책을 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오랜만에 느끼는 포만감에 졸음이 쏟아졌다.잠시 침대에 누워 있는다는 것이 점심시간까지 잠을 잔 것이다.“사모님?”은별이 대답이 없자 김 여사가 다시금 그녀를 불렀다.“아, 네! 곧 갈게요.”은별은 서둘러 대답하고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이렇게 꿀잠을 잔 적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그것도 낮잠을.며칠 전까지 불안함에 밤을 지새우던 고은별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거기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래알 같았던 밥과 고기가 침샘이 돋을 정도로 맛있기 시작했다.은별은 너무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잠시 멍한 얼굴을 했다. 이내 그녀는 제 아랫배로 손을 가져갔다.그러곤 천천히 쓸어보았다.‘아이.’이 모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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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157화.툭!“어? 안녕하세요.”중년의 남자인 편의점 사장님이 은별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그의 손에는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들려있었다.그는 편의점 앞을 청소하러 나오는 길이었다.“아, 네. 아, 안녕하세요.”은별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대답하고는 바닥에 떨어진 임신 테스트기를 찾았다.다행히 휴지에 말려 있는 테스트기는 얌전히 그녀의 발밑에 떨어져 있었다.은별은 얼른 몸을 수그려 그것을 주우려 했다.그런데 편의점 사장이 그녀보다 빨랐다.“에헤, 누가 또 여기다가 쓰레기를 막 버렸나. 바로 코앞이 쓰레기통인데 손이 짧은 건지 원.”편의점 사장은 빗자루로 휴지 뭉텅이를 쓸어 쓰레받기에 담더니, 쓰레기통에 탁 털어 버려버렸다.“…!”은별은 제 눈앞에서 버려진 임신 테스트기를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라보았다.그녀는 임신 테스트기를 버리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한데 막상 그것이 타인에 의해 버려지는 것을 보니, 심한 죄책감과 함께 속상함이 울컥하며 올라왔다.마치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그런 취급을 받은 것만 같았다.은별의 마음을 알 리 없는 편의점 사장은 한술 더 떠, 쓰레받기를 높이 들더니 쓰레기통 위로 꾹꾹 누르며, 볼록 솟아있던 쓰레기들을 완전히 납작하게 만들어 버렸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은별은 갑자기 속이 메스껍기 시작했다.“욱!”그녀는 서둘러 입을 틀어막고 편의점 건물에 있는 화장실로 쏜살같이 달려갔다.***잠시 뒤.터벅, 터벅.은별은 기진맥진한 얼굴을 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완만한 언덕길임에도 조금 전 내려왔던 기분과 다르게 올라가는 길은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편의점 화장실에서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다 게워 내니,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무엇보다도 그녀는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너무 아팠다.뱃속의 아이를 어떻게 할 것도 아니었다.그러면서도 단지 임신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훈에게 임신을 숨긴 결과가…, 더러운 쓰레기통에 아이의 흔적이 버려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멀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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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화.

158화.그 순간 은별의 뇌리에 조금 전 쓰레기통에 처박힌 임신 테스트기가 다시 떠올랐다.또다시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구역질이 올라왔다.은별은 재훈이 앞에 있는 상황에서 구역질하고 싶지 않았지만, 누가 그것을 막을 수가 있겠는가.이빨을 아득 깨물고, 얼굴을 일그러트린다고 한들, 속에서부터 사정없이 밀고 올라오는 생리적인 감각을 그 누구도 막을 수는 없었다.몸의 주인인 고은별 본인조차도.“우욱!”은별은 재빨리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은별아!”재훈은 갑작스러운 은별의 구역질에 놀란 얼굴을 하더니, 얼른 주머니에 은별의 핸드폰 넣고 그녀의 양쪽 어깨를 붙잡았다.은별은 그 상태에서 몇 번 더 헛구역질을 뱉어냈다.다행이라면 조금 전 화장실에서 속에 있는 것을 다 쏟아내어 나올 이물질이 없다는 것이었다.“괜찮아?”재훈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괘, 괜찮아….”“당신은 이런 상황에서도 거짓말이지.”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괜찮다고 말하는 은별을 보며 재훈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렇다고 예전처럼 윽박지르는 말투는 아니었다. 그저 은별의 상태를 지나치게 걱정해서 나온 말이었다.재훈은 몇 시간 전, 해외 영화 수입 관련으로 투자사와 한창 미팅 중에 김 여사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은별의 몸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아침밥을 아주 맛있게 먹고, 낮잠까지 깊이 잔다는 말이었다.그러면서 김 여사는 조심스레 ‘임신’을 말했다.임신한 여자들에게 종종 보이는 증상이라고 했다.투자사와 미팅 중이라 그 연락을 받고도 곧장 올 수가 없었다.굉장히 중요한 미팅이었고, 점심 접대까지 이어지는 스케줄이었다.프로덕션의 대표인 재훈이 중간에 빠져나올 수 없는 일정이었다.점심을 무슨 정신으로 먹었는지 모르겠다.투자사와 헤어지자마자 은별에게 연락했다.한데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위치를 확인하니 집이었다.CCTV를 보니, 은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욕실에 있나? 아니면, 드레스룸?그래서 집으로 연락을 했더니, 김 여사가 받았다.‘아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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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화.

159화.재훈은 은별을 찾기 위해, 일부러 편의점에 차를 주차해 놓고 집으로 가는 인도를 빠르게 올라갔다.고급 빌라의 주택 단지라도 중간중간 골목들이 있었다. 그 골목 곳곳을 매의 눈으로 살피며 올라갈 때였다.그의 눈에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인도에 쭈그리고 앉아 얼굴을 묻고 우는 여자는 자세히 보지 않아도 자신의 아내, 고은별이었다.왜 저렇게 세상이 다 무너진 것처럼 울고 있는 것일까.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녀가 임신한 상태일 수도 있다는 것을.그래서 저렇게 울고 있는 것일까.원하지 않은 아이가 생겨서….엄마도 저를 가졌을 때 저렇게 울었을까.원하지 않은 아이, 정재훈을 가져서.우느라 자신이 가까이 다가가도 모르는 아내, 고은별을 보며 재훈은 자신의 엄마를 덧씌웠다.아버지랑 살면서 평생 행복하지 못했던 엄마.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엄마가 원하는 사랑의 모양이 아니라서였다.결국에 엄마는 자신이 원하는 사랑의 모양을 찾아 떠났고, 사랑을 잃은 아버지는 화병으로 죽었다.그리고 자신은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다.미운 오리 새끼는 나 하나로 충분해.내 아이에겐 절대 그런 전철을 밟지 않게 할 거야.그렇다면 지금 그가 해야 할 것은, 아버지와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다.아내의 의사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휘둘렀던 남편이 아닌, 아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억압하지 않는 남편.내가 그런 남편이 된다면, 은별은 엄마와 다르게 내 옆에서 행복한 삶을 살지 않을까.우리의 아이를 낳아 사랑으로 키우면서, 평생 헤어지지 않고 사랑하며 살지 않을까.지금처럼 전혀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다고 거짓말하는 행동은 이제 안 하지 않을까.“당신은 이런 상황에서도 거짓말이지.”재훈은 쭈그려 앉아 있는 은별을 일으켜 세웠다.은별은 재훈에게 어깨가 붙들린 채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꽤 오랫동안 앉아 있었기에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며 휘청거렸다.“윽.”“하아, 안 되겠다. 이러다가 기절하지.”순식간에 재훈은 은별을 들어 옆으로 안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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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화.

160화.“당신이 무슨 말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 당신도 아이도 절대 포기 안 해.”“재훈아, 그런 거 아니야.”“아니야? 진짜야?”은별의 말에 재훈은 놀란 얼굴을 하면서도 화색이 돌았다.그는 은별이 아이를 포기한다고 말할까 봐, 더는 말을 하지 못하게 끊어냈었다.그 말을 듣게 되면,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도 무슨 짓을 할지 몰랐으니까.재훈은 스스로가 두려웠다.“정말 그런 거 아니야. 나, 아이 포기하지 않아. 그런 걱정, 하지 마.”은별의 확답을 듣자, 재훈은 솟구치는 안도감에 와락, 은별을 껴안았다.“하아, 다행이다. 다행이야, 하아….”은별은 재훈의 어깨 위로 턱이 들린 채 그가 연신 쏟아내는 안도의 숨을 느꼈다.사실 그녀는 재훈에게 어제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고백하려 했었다.어제부터 임신을 알고 있었다고.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서 너에게 잠시 숨긴 것뿐이라고.아이를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재훈아.”“어….”그가 여전히 그녀를 안은 채로 대답했다.“파리에서 일, 숨기고 사라져 버렸던 거 미안해.”“….”“너랑 결혼한 사실,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네가 아이 빨리 갖길 원했었는데, 같은 마음이 아니었어서 미안해.”“….”“여보, 아무래도 나, 아이 가진 것 같아.”“…!”은별을 품에 안고 있던 재훈은 그녀의 마지막 고백에 놀란 눈으로 그녀와 마주 보았다.안경 너머 수려하게 뻗은 아름다운 재훈의 눈이 은별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가, 이내 흐릿해졌다.멈출 줄 모르는 눈물이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을 순식간에 적셨다.이 고백이 이리도 어려웠을까.은별은 더는 제 남편, 정재훈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아이를 위해서라도.좋은 엄마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제 뱃속의 아이에게 문제 앞에 회피하고 거짓을 말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아이의 아빠인,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 정재훈을 위해서라도.재훈아,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사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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