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Chapter 121 - Chapter 130

327 Chapters

121화. 회사에서는 남편이 아니니까

아침이 되자 은소예는 알람이 울리기 전 먼저 눈을 떴다. 어젯밤 오래된 상자를 정리하고 늦게 잠들었는데도 이상하게 정신은 맑았다. 옆에서는 신시안이 아직 잠들어 있었다. 소예는 조용히 침대에서 빠져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120화 마지막에 분명 시안에게 아침 커피를 맡겼지만, 잠든 얼굴을 보니 굳이 깨우고 싶지 않았다. 원두를 꺼내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하기로 했는데.” 소예가 돌아봤다. 헝클어진 머리에 잠이 덜 깬 얼굴. 회사 직원들이 보면 절대 신시안 대표라고 믿지 않을 모습이었다. “더 자.” “약속했잖아.” “커피 하나가 무슨 약속이라고.” “당신이 어젯밤 시켰어.” 시안은 소예 손에서 원두통을 가져갔다. “앉아.” “대표님이 아침부터 커피도 내려주시네요.” “집에서는 남편이라며.” “맞네.” 소예가 식탁에 앉았다. 잠시 뒤 시안이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그런데 첫 모금을 마신 소예가 얼굴을 찌푸렸다. “진해.” “어제랑 똑같이 했는데.” “오늘은 더 진해.” “입맛이 변한 거 아닐까.” “아침부터 아내 탓?” 시안이 웃었다. 이런 대화를 나누다가도 회사 건물에 들어가는 순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굳이 숨기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회사 사람들은 둘이 한 번 이혼했고, 다시 만나 결혼식까지 올린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업무시간까지 남편과 아내로 행동할 필요는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직원 몇 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시안이 먼저 내리기 직전 소예에게 말했다. “은 본부장님, 오전 자료 확인 부탁드립니다.” “네, 대표님.” 그 모습을 보던 한 직원이 작게 웃었다. “두 분 진짜 회사에서는 완전 다르시네요.” 소예가 돌아봤다. “뭐가요?” “아니, 행사 때는 두 분 부부인 게 확 느껴지는데 회사에서는 진짜 대표님하고 본부장님 같아서요.” 소예가 웃었다. “회사니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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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 대표님의 생일

신시안의 생일은 평일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예년과 달랐다. 회사 사람들도 소예와 시안이 부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소예가 굳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본부장님.” 아침부터 비서실 직원이 소예를 찾아왔다. “대표님 생일 케이크 오후 네 시에 준비할 예정인데요.” “아, 네.” “본부장님도 오시죠?” 소예가 잠시 고민했다. “회사 행사는 참석해야죠.” 직원이 웃었다. “대표님이 싫어하셔도 올해는 못 피하십니다.” 신시안은 자신의 생일을 회사에서 크게 챙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년 비서실에서 작게 케이크 정도만 준비했다. 소예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별도로 준비한 것이 있었다. 아침 식탁에서는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안이 먼저 물었다. “오늘 저녁 뭐 해?” “회사 끝나고 봐야지.” “약속 있어?” “왜.” “그냥.” 소예는 태연하게 커피를 마셨다. “없을 수도 있고.” 시안이 묘한 얼굴로 바라봤다. 분명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결국 먼저 출근한 사람이 시안이었다. “다녀올게.” “응.” “진짜 할 말 없어?” 소예가 웃음을 참았다. “회의 늦겠다.” 시안은 결국 현관문을 나갔다. 오후 네 시. 대표실 앞 작은 회의실에는 임원과 비서실 사람들이 모였다. 케이크가 들어왔다. “대표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시안은 예상했다는 듯 웃었다. “매년 안 하셔도 되는데.” “매년 말씀하십니다.” 누군가 웃었다. 소예 역시 다른 임원들과 함께 서 있었다. 시안과 눈이 마주쳤지만 일부러 평범하게 박수를 쳤다. 한 임원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대표님, 올해는 집에서도 큰 축하 받으시겠네요.” 사람들의 시선이 소예에게 향했다. 소예가 웃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시안이 물었다. “뭔가 있습니까?” “회사에서 왜 물어보세요.” 웃음이 터졌다. 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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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화. 예상하지 못한 질문

신시안의 생일이 지나고 며칠 뒤였다. 점심시간에 은소예는 팀원들과 회사 근처 식당에 앉아 있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로 흘러갔다. 한 직원이 말했다. “본부장님은 두 번째 결혼식 때 더 안 떨리셨어요?” 소예가 숟가락을 멈췄다. “갑자기 왜 내 결혼식 얘기야?” “저 이번에 결혼 준비하잖아요.” “아.” 직원이 한숨을 쉬었다. “벌써 싸우고 있어요.” 다른 팀원이 웃었다. “결혼 준비하다 많이 싸운대.” “본부장님도 그랬어요?” 소예는 잠시 생각했다. “소파 때문에 싸웠지.” “소파요?” “응.” 직원들이 웃었다. “대표님도 그런 걸로 싸우세요?” “사람인데 왜 안 싸워.” 소예의 대답에 또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막내 직원이 갑자기 물었다. “본부장님.” “응?” “두 번째 결혼하면 첫 번째보다 덜 무서워요?” 소예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모두가 조용해졌다. 막내가 당황했다. “죄송해요. 너무 개인적인 질문이었죠.” “아니.” 소예는 물컵을 내려놓았다. “괜찮아.”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오히려 더 무서웠어.” 직원들이 놀랐다. “왜요?” “한 번 끝나본 적 있으니까.” 소예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처음 결혼할 때는 좋아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했거든.” “두 번째는요?” “좋아하는 것만으로 안 되는 걸 아니까.” 누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다시 결혼하셨어요?” 소예는 잠시 창밖을 봤다. “이번에는 서로 달라진 게 보여서.” “대표님도요?” “응.” “본부장님도?” “나도.” 소예는 웃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싸우면 어떻게 할지부터 정했어.” “그런 것도 정해요?” “우리한테는 필요했으니까.” 점심이 끝난 뒤 직원들은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오후에 대표실에 들어갔을 때 시안이 물었다. “점심에 내 이야기 했어?” 소예가 놀랐다. “누가 말했어?” “복도에서 직원들이 소파 얘기하던데.” 소예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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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화. 오래된 반지

주말 오후. 은소예는 드레스룸 깊숙한 서랍을 정리하고 있었다. 몇 년 동안 열지 않은 작은 칸이었다. 목걸이. 예전 명함. 여행지에서 산 기념품. 그 사이에서 낯익은 작은 상자가 나왔다. 소예는 손을 멈췄다. 열어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았다. 첫 번째 결혼반지였다. 두 번째 결혼을 준비할 때 새 반지를 맞췄고, 첫 번째 것은 오래전에 서랍 안으로 들어갔다. 버렸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대로 남아 있었다. 상자를 열었다. 작은 반지가 빛을 받았다. 예전에는 이 반지를 보면 마음이 복잡했다. 결혼했을 때의 기억.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던 날. 반지를 빼서 서랍 안에 던지듯 넣었던 순간. 지금은 이상하게 담담했다. “뭐 찾았어?” 문 앞에서 시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예는 숨기지 않았다. “이거.” 시안도 바로 알아봤다. 그가 소예 옆에 앉았다. “아직 있었네.” “나도 몰랐어.” 잠시 둘 다 반지를 바라봤다. 시안이 먼저 물었다. “버릴 거야?” 소예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원하면 버려도 돼.” “당신은?” “내 것도 있어.” 소예가 놀랐다. “진짜?” “응.” “왜 가지고 있어?” 시안은 잠시 망설였다. “못 버렸어.” 소예가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이혼하고 바로 버리려고 했는데.” 시안은 작게 웃었다. “안 되더라.” “어디 있는데.” “서재.” “나 처음 알았어.” 시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뒤 정말 비슷한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그 안에는 그의 첫 번째 결혼반지가 있었다. 두 개를 나란히 놓았다. 소예가 피식 웃었다. “우리 둘 다 왜 이래.” “그러게.” “두 번째 반지도 있는데.” 소예는 자신의 왼손을 바라봤다. 지금 손가락에는 다시 결혼한 뒤 맞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시안의 손에도 같은 디자인의 반지가 있었다. 첫 번째 반지는 당시 두 사람이 고른 것이었다. 두 번째 반지는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한 뒤 함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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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작은 질투

신제품 협력사 미팅 날이었다.은소예는 외부 담당자와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상대는 몇 달 전부터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담당자였고 소예와도 호흡이 잘 맞았다.“본부장님, 지난번 수정안 정말 좋았습니다.”“담당자님 쪽 피드백이 빨라서 가능했죠.”“다음 프로젝트도 본부장님이 맡으시면 좋겠는데요.”“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상대가 웃었다.“대표님한테 제가 부탁드릴까요?”소예도 웃었다.“그러시면 제가 더 곤란합니다.”그 순간 뒤에서 신시안이 지나갔다.협력사 담당자가 바로 고개를 숙였다.“대표님, 안녕하세요.”“네. 수고 많으십니다.”시안은 소예에게도 평범하게 말했다.“은 본부장, 오후 회의 자료 부탁합니다.”“네.”그리고 그대로 지나갔다.겉으로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오히려 너무 평범했다.그런데 저녁.집에서 소예는 이상함을 느꼈다.평소라면 먼저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던 시안이 유난히 조용했다.“왜 그래.”“뭐가.”“기분 안 좋아?”“아니.”“회사 일?”“아니.”소예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알아차렸다.“설마.”“뭐.”“오늘 로비.”시안이 대답하지 않았다.소예가 웃음을 참았다.“질투했어?”“안 했어.”“했네.”“아니라니까.”“신시안.”시안은 결국 한숨을 쉬었다.“조금.”소예가 웃었다.“결혼한 지 얼마나 됐는데.”“결혼하면 질투 없어져?”“그건 아닌데.”“그 사람이 계속 웃잖아.”“나랑 이야기하면서 웃지 울어?”시안이 얼굴을 찌푸렸다.“그 말도 싫어.”소예는 결국 크게 웃었다.“왜 이렇게 귀여워.”“안 귀여워.”“회사에서는 티 하나도 안 내더니.”“내가 대표인데 거기서 뭘 해.”“‘우리 아내랑 왜 웃습니까?’ 이럴 수도 있잖아.”시안이 어이없는 얼굴로 봤다.“회사 그만두라는 소리야?”소예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시안은 잠시 후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질투하는 건 괜찮지?”소예의 표정도 조금 차분해졌다.“응.”“말하는 것도?”“응.”“그럼 됐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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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화. 비 오는 퇴근길

오후부터 비가 시작됐다.처음에는 가늘던 빗줄기가 퇴근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거세졌다.은소예는 창밖을 바라보다 한숨을 쉬었다.“우산 안 가져왔는데.”옆에 있던 직원이 말했다.“본부장님, 대표님이랑 같이 가시면 되잖아요.”소예가 돌아봤다.예전 같았으면 순간 당황했을 말이었다.지금은 아무렇지 않았다.“대표님 아직 회의 중이잖아.”“끝날 때까지 기다리시면.”“내가 왜.”직원이 웃었다.“부부시니까요.”“부부가 매일 같이 퇴근하는 건 아니야.”소예도 웃었다.결국 편의점에서 우산을 하나 사려고 로비로 내려갔다.그런데 입구 쪽에 익숙한 사람이 서 있었다.신시안이었다.회의가 예상보다 일찍 끝난 모양이었다.한 손에는 검은 우산이 들려 있었다.시안이 소예를 보자 말했다.“같이 가?”주변에 직원들이 있었지만 둘 다 굳이 숨기지 않았다.한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본부장님, 우산 안 사셔도 되겠네요.”소예도 웃었다.“그러게.”둘은 회사 건물 밖으로 나왔다.우산 하나 아래 자연스럽게 나란히 섰다.비가 워낙 많이 내려 바람이 불 때마다 어깨가 젖었다.소예가 말했다.“우산 하나 더 살 걸.”“이게 좋은데.”“뭐가.”“가까이 있잖아.”소예가 그를 흘겨봤다.“이 나이에.”“이 나이면 가까이 있으면 안 돼?”“그건 아닌데.”인도에 물이 고여 있었다.시안이 자연스럽게 소예 쪽으로 손을 뻗어 잡아당겼다.그 순간 지나가던 회사 직원 두 명과 마주쳤다.“대표님!”“본부장님!”소예와 시안은 동시에 멈췄다.직원들이 웃으며 인사했다.“같이 퇴근하시네요.”시안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비가 많이 와서요.”한 직원이 장난스럽게 말했다.“비 안 와도 같이 들어가시는 거 아니에요?”소예가 웃음을 터뜨렸다.시안도 웃었다.예전에는 누군가에게 목격되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손을 잡은 사진 한 장 때문에 회사 전체가 뒤집히기도 했다.지금은 같은 장면을 보고도 사람들은 평범하게 웃고 지나갔다.두 직원과 헤어진 뒤 소예가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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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감기와 간호

비를 맞으며 걸었던 다음 날 아침.신시안이 재채기를 했다.은소예는 커피잔을 들고 그를 바라봤다.“설마.”“뭐.”“감기?”“아니야.”“방금 재채기했잖아.”“한 번.”시안은 아무렇지 않게 출근 준비를 했다.소예가 이마에 손을 대려고 하자 피했다.“괜찮다니까.”“가만있어.”“회사 늦어.”“대표가 늦으면 누가 뭐라고 해.”“내가 나한테.”소예는 억지로 그의 이마에 손을 댔다.조금 뜨거운 것 같았지만 확실하지 않았다.“오늘 상태 안 좋아지면 바로 집에 와.”“네, 은 본부장님.”“집에서 본부장 하지 말랬지.”“네, 아내.”그렇게 출근했다.오전까지는 괜찮았다.하지만 오후 세 시쯤 비서실에서 소예에게 연락이 왔다.대표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병원은 안 가신다고 합니다.소예는 메시지를 읽고 한숨을 쉬었다.직접 대표실로 찾아가고 싶었지만 업무시간이었다.대신 메시지를 보냈다.[병원.]잠시 뒤 답이 왔다.[괜찮아.][병원.][회의 하나 남았어.]소예는 답하지 않았다.십 분 뒤 다시 메시지가 왔다.[알았어. 갈게.]저녁.집에 돌아온 시안은 평소보다 힘없이 소파에 앉았다.소예가 체온계를 가져왔다.“38도.”“생각보다 높네.”“그러니까 내가 뭐랬어.”“약 받아왔어.”“밥은?”“별로.”“죽 먹어.”소예는 주방으로 갔다.시안이 뒤에서 말했다.“배달해.”“금방 해.”“당신도 피곤하잖아.”소예가 돌아봤다.“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그 말에 시안은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죽을 먹고 약을 먹은 뒤 시안은 침대에 누웠다.소예는 물과 체온계를 머리맡에 뒀다.시안이 물었다.“당신 내일 일 있지?”“당연하지.”“그럼 자.”“나도 잘 거야.”“옮으면.”“이미 같이 살면서 무슨.”시안이 웃다가 기침했다.소예가 바로 인상을 썼다.“웃지 마.”“웃는 것도 금지야?”“오늘은.”새벽 두 시.소예는 옆에서 움직이는 기척에 눈을 떴다.시안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열은?”“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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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병가 하루

다음 날 아침.신시안은 평소처럼 일어나 셔츠를 꺼냈다.은소예가 침대에서 그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어디 가.”“회사.”소예는 상체를 일으켰다.“어제 내가 뭐라고 했어.”“열 내렸어.”“그래서?”“괜찮아.”소예는 체온계를 내밀었다.“재.”“진짜 괜찮은데.”“재.”결과는 37.7도.소예가 팔짱을 꼈다.“출근 금지.”“이 정도면.”“금지.”“대표가.”“대표도 사람입니다.”결국 시안은 처음으로 특별한 일정도 없이 병가에 가까운 휴가를 냈다.정확히는 오전 회의 하나만 화상으로 진행하고 나머지는 모두 미뤘다.소예는 출근 준비를 하다가 그를 바라봤다.“진짜 집에 있을 거지?”“응.”“몰래 회사 가지 말고.”“내가 애야?”“아픈 사람은 애랑 비슷해.”시안이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소예는 현관문을 열며 말했다.“점심 먹고 약.”“응.”“냉장고에 죽 있어.”“응.”“열 오르면 연락.”“응.”“대답만 하지 말고.”“다녀와.”소예가 웃었다.회사에 도착하자 이상하게 대표실이 비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이미 사내에는 대표가 감기로 하루 쉰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태였다.한 임원이 소예에게 웃으며 말했다.“본부장님이 강제로 쉬게 하셨다면서요?”소예가 놀랐다.“누가 그래요?”“대표님 본인이요.”“뭐라고 했는데요?”“아내가 출근하지 말랬다고.”소예는 이마를 짚었다.“진짜.”이미 둘이 부부인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굳이 그런 이야기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점심 무렵 소예는 메시지를 보냈다.[밥.]시안에게 사진이 왔다.죽 한 그릇.[먹는 중.]소예가 답했다.[약.]이번에는 약봉지 사진.소예가 피식 웃었다.[잘했어.]몇 초 뒤 답이 왔다.[칭찬이 그게 끝?][환자가 욕심 많네.]오후 회의를 끝내고 돌아오니 시안은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다.노트북은 닫혀 있었다.소예는 조용히 가방을 내려놓고 이마에 손을 댔다.열은 거의 없었다.시안이 눈을 떴다.“왔어?”“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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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화. 회사의 소문 아닌 소문

신시안이 하루 쉬고 출근한 다음 날.회사 분위기는 평소와 같았다.문제라면 직원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조금 많다는 정도였다.“대표님 괜찮으세요?”“네.”“본부장님이 간호 잘해주셨나 봐요.”시안은 잠시 멈췄다가 웃었다.“네.”그 한마디가 점심 전에 몇 층을 돌았다.은소예가 카페에서 커피를 받아오는 동안 팀원이 말했다.“본부장님.”“응.”“대표님 되게 솔직하시네요.”“뭐가?”“간호 잘 받았다고.”소예가 눈을 감았다.“그 사람이 직접 말했어?”“네.”“정말.”직원들이 웃었다.한때라면 두 사람이 함께 밤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회사가 뒤집혔을 것이다.이제는 법적으로도, 공개적으로도 부부였다.그래서 직원들 관심도 오래가지 않았다.“근데 대표님 아플 때도 일하려고 하시죠?”“응.”“본부장님이 막으셨어요?”“응.”“역시.”“뭐가 역시야.”“대표님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본부장님밖에 없는 것 같아서.”소예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회사에서는 나도 못 막아.”“집에서는요?”“많이 막지.”웃음이 터졌다.그날 오후에는 더 황당한 일이 있었다.사내 익명 게시판에 가벼운 글 하나가 올라왔다.[대표님도 감기에 걸리는구나.]댓글에는 장난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당연히 사람이지.][본부장님이 출근 금지했다는 소문 사실?][대표님 오늘 멀쩡해 보임.]소예는 게시물을 보고 어이없이 웃었다.회사 사람들에게 이제 둘의 관계는 스캔들이 아니라 하나의 일상적인 회사 이야기였다.저녁.시안에게 화면을 보여줬다.“이거 봐.”시안이 댓글을 읽었다.“출근 금지 사실인데.”“왜 회사에서 그 말을 했어.”“물어보길래.”“그걸 왜 대답해.”“이미 당신이 내 아내인 거 아는데 뭐.”소예는 할 말을 잃었다.“그래도 사생활이잖아.”“그럼 다음부터 안 말할게.”너무 쉽게 대답하니 더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시안이 다시 화면을 읽다가 웃었다.“이 댓글 봐.”[본부장님이 실질적 최종결재권자라는 설.]소예가 폭소했다.“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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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주말의 시장

토요일 아침.은소예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침대 옆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신시안에게 말했다.“시장 갈래?”시안이 눈을 들었다.“마트?”“아니.”“그럼?”“재래시장.”시안의 표정이 미묘했다.“갑자기?”“냉장고에 먹을 것도 없고.”“배달하면 되잖아.”“싫어.”소예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오늘은 직접 장 볼 거야.”결국 시안도 따라나섰다.시장 입구부터 사람이 많았다.채소.과일.생선.반찬.여기저기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평소 정돈된 대형마트만 자주 가던 시안은 조금 어색해 보였다.소예가 물었다.“왜 그렇게 굳었어.”“사람 많아서.”“대표님 시장 처음 오셨어요?”“아니거든.”“표정은 처음인데.”시안이 대답 대신 장바구니를 들었다.소예는 익숙하게 채소를 골랐다.“이거 얼마예요?”상인이 가격을 말하자 소예가 자연스럽게 말했다.“조금 더 주세요.”시안이 옆에서 눈을 크게 떴다.결국 상인은 웃으며 몇 개를 더 담아줬다.가게를 벗어난 뒤 시안이 물었다.“그게 돼?”“뭐가.”“더 달라고 하는 거.”“시장에서는 가능하지.”“나는 못 하겠는데.”“그러니까 내가 하는 거야.”다음 가게에서 시안이 직접 도전했다.“이거 조금 더 주실 수 있습니까?”말투가 너무 정중해서 소예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상인도 웃었다.“신혼부부예요?”소예와 시안이 동시에 서로를 봤다.결혼한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두 번째 결혼이라는 의미에서는 아직도 가끔 신혼처럼 느껴졌다.소예가 대답했다.“네. 비슷해요.”상인이 채소를 한 줌 더 넣어줬다.“남편분이 잘생겼네.”소예가 웃었다.시안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얼굴이었다.시장 끝까지 돌아다니자 양손에 봉투가 가득했다.“너무 많이 산 거 아니야?”시안이 물었다.“당신 많이 먹잖아.”“내가?”“응.”“당신이 더 많이 먹어.”“거짓말.”둘은 그렇게 사소한 걸로 실랑이를 하며 국밥집에 들어갔다.시장 안 작은 식당이었다.시안은 의외로 맛있게 먹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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