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자 은소예는 알람이 울리기 전 먼저 눈을 떴다. 어젯밤 오래된 상자를 정리하고 늦게 잠들었는데도 이상하게 정신은 맑았다. 옆에서는 신시안이 아직 잠들어 있었다. 소예는 조용히 침대에서 빠져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120화 마지막에 분명 시안에게 아침 커피를 맡겼지만, 잠든 얼굴을 보니 굳이 깨우고 싶지 않았다. 원두를 꺼내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하기로 했는데.” 소예가 돌아봤다. 헝클어진 머리에 잠이 덜 깬 얼굴. 회사 직원들이 보면 절대 신시안 대표라고 믿지 않을 모습이었다. “더 자.” “약속했잖아.” “커피 하나가 무슨 약속이라고.” “당신이 어젯밤 시켰어.” 시안은 소예 손에서 원두통을 가져갔다. “앉아.” “대표님이 아침부터 커피도 내려주시네요.” “집에서는 남편이라며.” “맞네.” 소예가 식탁에 앉았다. 잠시 뒤 시안이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그런데 첫 모금을 마신 소예가 얼굴을 찌푸렸다. “진해.” “어제랑 똑같이 했는데.” “오늘은 더 진해.” “입맛이 변한 거 아닐까.” “아침부터 아내 탓?” 시안이 웃었다. 이런 대화를 나누다가도 회사 건물에 들어가는 순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굳이 숨기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회사 사람들은 둘이 한 번 이혼했고, 다시 만나 결혼식까지 올린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업무시간까지 남편과 아내로 행동할 필요는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직원 몇 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시안이 먼저 내리기 직전 소예에게 말했다. “은 본부장님, 오전 자료 확인 부탁드립니다.” “네, 대표님.” 그 모습을 보던 한 직원이 작게 웃었다. “두 분 진짜 회사에서는 완전 다르시네요.” 소예가 돌아봤다. “뭐가요?” “아니, 행사 때는 두 분 부부인 게 확 느껴지는데 회사에서는 진짜 대표님하고 본부장님 같아서요.” 소예가 웃었다. “회사니까요.”
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