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Capítulo 171 - Capítulo 180

327 Capítulos

171화. 원하지 않는 사람의 프로젝트

토요일 아침. 은소예는 알람 없이 눈을 떴다. 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낯선 천장. 낯선 침대. 그리고 옆에는 아직 눈을 감고 있는 신시안. 소예는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있었다. 회사도. NEXT ONE도. 두 번째 프로젝트도. 적어도 눈을 뜬 직후 몇 초 동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왜 쳐다봐.” 시안이 눈도 뜨지 않은 채 말했다. 소예가 놀랐다. “안 잤어?” “자고 있었어.” “근데 어떻게 알아?” “느껴져.” “뭐가.” “사람이 뚫어지게 보면.” 시안이 눈을 떴다. “특히 내 아내가.” 소예가 피식 웃으며 이불을 끌어당겼다. “잘생겼나 봤어.” “결론은?” “그냥 자.” “은소예.” “배고파.” 시안이 결국 웃었다. 둘이 온 곳은 서울에서 멀지 않은 작은 숙소였다. 산책로가 있고. 조금 걸어가면 호수가 보이는 곳. 특별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안이 일부러 아무것도 없는 곳을 골랐다. 소예가 전날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대답은 단순했다. 아무것도 안 하려고.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다. 쉬러 가면서도 어디 하나는 가야 할 것 같았고. 맛집 하나는 찾아둬야 할 것 같았고. 무언가 계획이 있어야 이틀을 제대로 쓴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나쁘지 않았다. 아침을 먹고. 둘은 천천히 산책했다. 소예의 휴대폰은 주머니 안에 있었다. NEXT ONE 단체방 알림도 꺼놨다. 시안도 회사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상하다.” 소예가 걸으며 말했다. “뭐가.” “당신 휴대폰 안 보는 거.” “당신도.” “나는 원래 이 정도는…” 시안이 옆에서 바라봤다. 소예가 말을 바꿨다. “요즘은 안 봐.” “방금 거짓말했지.” “조용히 해.” 둘은 호수 옆 벤치에 앉았다. 바람이 조금 차가웠다. 시안이 물었다. “두 번째 프로젝트 생각나?” 소예가 그를 봤다. “회사 얘기 금지라며.” “대답만.” “조금.” “역시.” “당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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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문제는 서비스 밖에 있었다

월요일 오전 아홉 시.NEXT ONE과 기존 사업부의 첫 공동 검토 회의가 시작됐다.은소예가 회의실에 들어갔을 때부터 분위기는 묘하게 팽팽했다.한쪽에는 NEXT ONE 직원들.다른 한쪽에는 기존 사업부 직원들.같은 회사 사람들인데도 마치 서로 다른 회사에서 온 사람들처럼 앉아 있었다.소예는 일부러 정면 중앙 자리에 앉지 않았다.기존 사업부 본부장과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쪽을 골랐다.“시작하겠습니다.”화면에는 아주 짧은 문장 하나만 띄웠다.오늘은 해결책을 정하지 않습니다.기존 사업부 직원 한 명이 물었다.“그럼 오늘 회의 목적이 뭡니까?”“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겁니다.”소예가 답했다.“서비스 기능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겁니다.”“전략기획에서는 서비스 재설계 프로젝트라고 했는데요.”“그건 기존 계획이고요.”소예가 말했다.“지금은 그 계획 자체가 맞는지도 다시 보는 중입니다.”기존 사업부 직원들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소예는 그들에게 준비해온 질문지를 나눠줬다.질문은 단순했다.지난 3년 동안 가장 바꾸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실제로 시도한 것은 무엇인가.실행하지 못했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지금 가장 먼저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저희한테 설명하려고 예쁘게 정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소예가 말했다.“이미 실패했던 안도 다 보여주세요.”기존 사업부 본부장이 말했다.“분량 꽤 많을 텐데요.”“괜찮습니다.”“회의 오늘 안 끝날 수도 있습니다.”소예가 웃었다.“한 달 잡았잖아요.”그 말에 처음으로 회의실에서 작은 웃음이 나왔다.첫 자료는 가격 정책이었다.기존 사업은 신규 고객 유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반면 기존 고객 유지율은 나쁘지 않았다.NEXT ONE 데이터 담당이 물었다.“신규 유입이 줄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입니까?”“2년 전부터입니다.”“원인 분석은요?”“가장 큰 건 가격으로 봤습니다.”“가격 조정 시도는?”“세 번 했습니다.”소예가 고개를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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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비용

“운영비가 얼마나 올랐다고요?”은소예가 데이터 담당 직원의 모니터 앞으로 다가갔다.“3년 전 대비 약 31퍼센트입니다.”소예의 눈썹이 올라갔다.매출은 거의 그대로였다.사용자 수도 큰 폭으로 변하지 않았다.서비스 규모 역시 비슷했다.그런데 운영비만 31퍼센트가 올랐다.“물가나 인건비 상승분은 뺐어요?”“아직 전부 보정한 수치는 아닙니다.”“그럼 먼저 나눠요.”소예는 곧바로 화이트보드 앞으로 갔다.**인건비.****시스템 유지비.****외부 업체 비용.****고객 대응 비용.****결제·정산 비용.****장애 대응 비용.**“운영비가 올랐다는 결과만 보면 안 돼요.”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왜 올랐는지부터.”기존 사업부의 재무 담당자도 곧 회의실로 합류했다.두 조직이 비용 자료를 맞춰보기 시작했다.처음 한 시간 동안은 특별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인건비는 올랐지만 전체 상승분을 설명할 정도는 아니었다.외부 제휴 비용도 계약에 따라 조금씩 증가했지만 예상 범위였다.그러다 NEXT ONE 재무 담당 직원이 말했다.“이거 이상합니다.”“뭐가요?”“시스템 유지보수 비용.”소예가 화면을 봤다.3년 전.2년 전.지난해.올해 예상치.계단처럼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왜?”기존 사업부 직원이 대답했다.“오래된 시스템이라서요.”“그건 알겠는데 구체적으로.”자료가 더 세분화됐다.작은 오류 수정.외부 시스템 변경에 따른 연동 작업.보안 기준 변경 대응.결제 규격 변경.제휴사 정산 방식 변경.새로운 규정에 맞추기 위한 임시 개발.하나하나는 크지 않았다.문제는 그 작은 비용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었다.NEXT ONE 기획 담당이 말했다.“이거 거의 매달 뭔가 하나씩 고치는데요?”기존 사업부 직원이 씁쓸하게 웃었다.“원래 그렇습니다.”“원래요?”“네.”소예가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언제부터 원래였어요?”직원이 잠시 생각했다.“글쎄요. 몇 년 됐습니다.”“그럼 아무도 이상하다고 안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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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화. 돈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

외부 유지보수 계약서를 받아본 건 점심이 조금 지난 뒤였다.은소예는 곧바로 회의실을 잡았다.NEXT ONE 재무 담당.기존 사업부 실무자.IT 담당자.그리고 계약 검토를 위해 법무팀 직원까지 들어왔다.소예는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지금부터 확인하는 건 부정이나 과다 청구를 찾는 회의 아닙니다.”몇몇 직원이 고개를 들었다.“문서하고 실제 업무가 일치하는지만 보겠습니다.”재무 담당이 말했다.“계약서상으로는 중복으로 보이는 항목이 있습니다.”“그건 문서상이고.”소예가 답했다.“실제 업체가 뭘 했는지 아직 모르잖아요.”화면에는 6년 전 최초 계약서가 떠 있었다.시스템 모니터링.장애 초기 대응.제휴사 연동 파일 가공.정산 데이터 사전 점검.월간 운영 리포트.그리고 몇 가지 유지보수 항목.문제는 그중 일부를 현재 내부 직원들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기존 사업부 직원이 말했다.“정산 데이터 사전 점검은 저희가 합니다.”IT 직원도 말했다.“제휴사 파일 가공도 일부 내부에서 처리하고 있습니다.”법무 직원이 물었다.“언제부터 내부로 넘어왔습니까?”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소예가 기존 자료를 넘겼다.“기록 찾죠.”“어디까지요?”“업무가 내부로 넘어온 시점.”그렇게 시작한 일이 예상보다 컸다.계약서는 매년 자동 연장됐다.단가는 정해진 비율로 조금씩 올랐다.하지만 실제 업무 범위를 다시 정의한 별도 계약서는 거의 없었다.대신 회의록과 이메일에 업무 변경 흔적이 남아 있었다.3년 전.내부 직원이 제휴사 파일을 직접 수정하기 시작했다.이유는 외부 업체를 거치면 처리 시간이 늦어졌기 때문이었다.2년 전.정산 검증도 내부 담당자가 먼저 확인하고 업체에는 최종 오류만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그런데 계약서의 업무 항목은 그대로였다.소예가 화면을 바라봤다.“업체가 일을 안 했다는 뜻은 아니네요.”재무 담당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업무 방식이 달라진 겁니다.”“그럼 돈을 이중으로 줬다고 말하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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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화. 되찾은 120시간

“한 달에 120시간.”은소예는 숫자를 다시 읽었다.제휴사 파일 변환 작업을 자동화했을 때 줄일 수 있는 반복 업무 시간이었다.NEXT ONE 직원 하나가 계산기를 두드렸다.“연간이면 1,440시간입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1,440시간.숫자로만 보면 막연했다.소예가 물었다.“사람으로 계산하면?”재무 담당이 대답했다.“근무시간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합니다. 다만 인건비 절감액으로 그대로 잡으면 안 됩니다.”“왜요?”“직원을 줄이는 게 아니니까요.”소예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그 부분은 분명히 하고 싶었다.이번 자동화의 목적은 사람을 없애는 게 아니었다.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없애는 것이었다.“그럼 비용 절감이라고 쓰지 맙시다.”소예가 말했다.“뭐라고 할까요?”잠시 생각한 그녀가 화면에 적었다.**반복 업무시간 회수: 월 120시간 예상**“이게 더 정확해요.”기존 사업부 직원 하나가 물었다.“그 시간을 어디에 쓰는지도 정해야 하지 않습니까?”소예가 그를 바라봤다.좋은 질문이었다.반복 업무가 사라진다고 해서 그 시간이 자동으로 가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다른 반복 업무가 그 자리를 채울 수도 있었다.회의가 늘 수도 있었다.그저 ‘시간이 남았으니 일을 더 주자’는 결론이 날 수도 있었다.“그것도 같이 정하죠.”소예가 말했다.“근데 먼저.”그녀가 기존 사업부 직원들을 봤다.“그 작업 실제로 하는 분들한테 물어볼게요.”오후에 작은 인터뷰가 잡혔다.파일 변환 업무를 가장 많이 맡고 있는 직원은 네 명이었다.소예는 그들에게 물었다.“이 작업 없어지면 뭘 하고 싶어요?”첫 번째 직원이 웃었다.“퇴근이요.”회의실에서 웃음이 터졌다.소예도 웃었다.“진짜로요.”“진짜 퇴근인데요.”직원이 설명했다.제휴사 자료가 늦게 도착하는 날이면 파일을 변환하고 검증하느라 퇴근이 늦어졌다.특히 월말에는 업무가 몰렸다.“그럼 그 시간 없어지면 야근부터 줄겠네요.”“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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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화. 사라진 사람들은 같은 날 들어왔다

18개월 전.특정 4개월 동안 가입한 고객들의 이탈률만 유난히 높았다.은소예는 그 숫자가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렇다고 곧바로 원인을 정하고 싶지도 않았다.“프로모션부터 보죠.”다음 날 오전, NEXT ONE과 기존 사업부의 공동 분석 회의가 다시 열렸다.기존 사업부 마케팅 담당이 당시 자료를 띄웠다.“18개월 전이면 이 캠페인이 있었습니다.”화면에 오래된 광고 이미지가 나왔다.신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한시적 할인 프로모션.기간은 정확히 문제의 4개월과 거의 겹쳤다.NEXT ONE 직원이 말했다.“그럼 가격 때문 아닌가요?”“아직.”소예가 바로 끊었다.“가입이 늘었는지는 봤어요?”“네. 당시 신규 가입자는 평소보다 약 38퍼센트 증가했습니다.”“할인 종료 후 이탈은?”자료가 넘어갔다.프로모션 고객의 상당수는 할인 기간 종료 직후 떠나지 않았다.오히려 몇 달 더 남아 있었다.“이상하네요.”기존 사업부 직원이 말했다.“가격만 보고 온 사람들이면 할인 끝났을 때 많이 빠져야 하는데.”소예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가격 하나로 설명 안 돼요.”고객센터 기록을 붙였다.그 기간 가입자들의 문의 내용.처음에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다.가입 방법.이용권 적용.결제일.서비스 사용법.하지만 시기를 나누자 흐름이 달라졌다.가입 후 1개월.문의량은 평범했다.3개월.조금 증가했다.6개월이 지나면서 특정 문의가 반복됐다.**“처음 가입했을 때 안내받은 혜택이 지금도 적용되는 건가요?”****“제가 가입한 상품이 지금 보이는 상품하고 다른데요.”****“기존 고객은 새 혜택을 못 받나요?”**소예가 화면 가까이 다가갔다.“상품 바뀐 적 있어요?”기존 사업부 기획 담당이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프로모션 끝난 직후에 개편 한 번 했습니다.”“어느 정도?”“큰 개편은 아니었습니다.”자료를 찾았다.프로모션 종료 한 달 뒤.회사는 신규 고객용 상품 구성을 단순화했다.기존 세 가지 요금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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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화. 떠나는 선택도 사용자의 것이다

서비스 해지.화면에 떠 있는 두 글자를 보는 순간 회의실 분위기가 바뀌었다.은소예는 숫자부터 다시 확인했다.“테스트 대상 몇 명이죠?”기존 사업부 데이터 담당이 답했다.“현재까지 안내 화면 노출 대상은 812명입니다.”“그중 상품 비교까지 들어간 사람은?”“476명.”“실제 상품 변경은?”“68명.”“기존 상품 유지?”“347명.”소예의 시선이 마지막 줄로 내려갔다.“해지는?”“61명입니다.”회의실에서 누군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숫자만 보면 아주 크지는 않았다.하지만 비교군과 차이가 있었다.같은 기간, 안내 화면을 보지 않은 고객들의 해지율보다 테스트군의 해지가 눈에 띄게 높았다.마케팅 담당이 먼저 말했다.“안내를 멈춰야 하는 거 아닙니까?”소예는 대답하지 않았다.“이대로 계속하면 해지 더 늘 수 있습니다.”재무 담당도 말했다.“장기 고객군입니다. 유지 매출이 바로 빠지는 겁니다.”기존 사업부 본부장은 화면만 보고 있었다.얼굴이 굳어 있었다.그가 낮게 말했다.“우리가 괜히 건드린 건가.”소예가 그를 바라봤다.“아직 몰라요.”“숫자가 나왔잖습니까.”“해지가 늘었다는 숫자만요.”소예는 다시 화면을 가리켰다.“왜 해지했는지는 아직 없어요.”NEXT ONE 데이터 담당이 말했다.“해지 경로 로그는 볼 수 있습니다.”“경로 말고 이유.”“해지 사유 선택 항목이 있긴 합니다.”자료가 열렸다.가격 부담.이용 빈도 감소.원하는 기능 부족.타 서비스 이용.기타.문제의 61명은 ‘이용 빈도 감소’와 ‘기타’가 많았다.소예가 물었다.“기타 세부 내용은?”“선택 입력이라 대부분 비어 있습니다.”“그럼 모르는 거네요.”“네.”마케팅 담당이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다고 계속 노출할 수는 없잖아요.”소예는 잠시 생각했다.안내를 보여주지 않았으면 이 사람들은 당장 떠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회사 입장에서는 그 편이 좋았다.하지만 그들이 왜 남아 있었는지는 다른 문제였다.서비스가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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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화. 남겨두는 것에도 값이 있다

“17퍼센트.”은소예는 IT팀이 제출한 자료를 다시 확인했다.최근 2년 동안 기존 서비스에 새 기능을 붙일 때마다 발생한 구상품 호환 대응 비용.평균 17퍼센트.기존 상품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로 나가는 운영비보다 오히려 이쪽이 더 컸다.문제는 돈만이 아니었다.개발 기간도 늘어났다.테스트해야 할 경우의 수가 많아졌고.장애가 발생했을 때 확인해야 할 상품 구조도 복잡해졌다.NEXT ONE 회의실 화이트보드에는 전날 적어둔 질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남겨두는 것이 누군가에게 가치가 있다면, 우리는 그 비용을 어디까지 감당할 것인가?**소예가 물었다.“17퍼센트가 정확히 어떤 기준이에요?”IT 담당자가 자료를 넘겼다.“구상품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의 개발 공수와 실제 투입 공수를 비교한 겁니다.”“기능마다 차이는?”“큽니다. 거의 영향 없는 것도 있고, 30퍼센트 이상 추가된 것도 있습니다.”“30퍼센트?”“결제 구조를 건드리는 기능은 특히 그렇습니다.”기존 사업부 본부장이 팔짱을 꼈다.“그럼 IT 쪽 의견은 구상품 종료입니까?”IT 담당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개발 효율만 보면 그렇습니다.”“개발 효율만?”소예가 되물었다.“네. 다만 고객 영향은 저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니까요.”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대답이 오히려 좋았다.각자 자기 영역에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것.NEXT ONE이 첫 서비스에서 수도 없이 배운 일이었다.“구상품 고객 수는요?”데이터 담당이 화면을 띄웠다.전체 유료 고객 가운데 적지 않은 비율이었다.그리고 그 안에서도 사용 패턴이 갈렸다.최근에도 꾸준히 사용하는 고객.가끔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고객.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결제를 유지하는 고객.상품 비교 안내 후 다시 이용하기 시작한 고객.“전부 한꺼번에 종료 대상으로 보면 안 되겠네요.”소예가 말했다.기존 사업부 본부장이 물었다.“그럼 어떻게 나눕니까?”“종료할 사람, 유지할 사람으로 나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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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화. 오래 남은 고객의 값

“고객 한 명당 수익이 더 높다고요?”은소예는 자료를 다시 확인했다.구상품 고객 수는 줄고 있었다.신규 가입도 받지 않는다.기능 추가 때마다 별도 호환 비용이 든다.운영 구조도 복잡하다.그런데 고객 1인당 평균 수익은 신상품 고객보다 높았다.NEXT ONE 재무 담당이 고개를 끄덕였다.“현재 기준으로는 그렇습니다.”“얼마나 차이 나요?”“약 22퍼센트입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22퍼센트.무시하기 어려운 차이였다.기존 사업부 본부장이 말했다.“그래서 저희가 예전부터 구상품을 쉽게 없애지 못했습니다.”소예가 그를 바라봤다.“그 얘기 왜 처음부터 안 했어요?”“수익성이 좋다고만 설명하면.”그가 잠시 머뭇거렸다.“우리가 낡은 상품을 매출 때문에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실제로는?”“그것도 이유 중 하나죠.”정직한 대답이었다.소예는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수익이 난다는 이유가 부끄러운 것은 아니었다.회사는 사업을 한다.고객에게 가치를 주고 돈을 번다.문제는 그 돈을 벌기 위해 어떤 비용을 치르는지였다.“22퍼센트 높은 이유부터 봐요.”데이터 담당이 고객군을 세분화했다.가격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었다.오히려 일부 구상품은 신상품보다 월 결제 금액이 낮았다.그런데 구상품 고객은 평균 유지 기간이 길었다.추가 유료 옵션 이용률도 높았다.제휴 혜택 이용도 꾸준했다.그리고 무엇보다.신상품 고객보다 이탈이 느렸다.NEXT ONE 직원이 말했다.“그럼 단순히 월 매출이 높은 게 아니라 장기 가치가 높은 거네요.”소예가 바로 물었다.“고객 생애가치 계산돼 있어요?”“기존에 있습니다.”“상품별로?”“상품 전체 평균만…”소예가 한숨을 쉬었다.“또 묶여 있네.”회의실에서 작게 웃음이 났다.“다시 나눠요.”구상품 고객.신상품 고객.가입 시기.실제 이용 빈도.추가 구매 여부.고객센터 문의 비용.장애 대응 비용.혜택 원가.가능하면 최대한 같은 기준으로 비교한다.“수익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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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화. 1년이라는 말의 무게

“최소 12개월 유지.”은소예는 전날 결정된 문장을 다시 읽었다.구상품을 당장 종료하지 않는다.그렇다고 아무 변화 없이 방치하지도 않는다.1년 동안 핵심 기능만 유지하고, 공통 구조 개발의 타당성을 검토한 뒤 다시 판단한다.회의실 안에서는 꽤 합리적으로 보였던 결정이었다.그런데 월요일 아침.기존 사업부에서 올라온 첫 질문은 전혀 달랐다.**“그러면 1년 뒤에는 없어지는 겁니까?”**소예가 메시지를 한참 바라봤다.조금 뒤 두 번째 질문이 왔다.**“구상품 담당 인력도 1년만 유지되는 건가요?”**세 번째.**“앞으로 구상품 실적은 평가에서 제외됩니까?”**네 번째.**“고객한테도 종료 예정이라고 안내해야 하나요?”**소예는 미간을 눌렀다.결정은 하나였는데.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이미 네다섯 개로 갈라져 있었다.NEXT ONE 아침 회의가 시작되자 소예가 첫 화면에 문장 하나를 띄웠다.**1년 유지 = 1년 뒤 종료?**직원들이 서로를 바라봤다.비서실 출신 직원이 먼저 말했다.“그렇게 받아들일 가능성 높습니다.”“우리 결정은 그게 아니잖아요.”“근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날짜가 먼저 보이니까요.”기존 사업부 실무자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솔직히 저도 어제 그렇게 느꼈습니다.”소예가 그를 봤다.“어떻게요?”“종료 유예.”회의실이 조용해졌다.“구상품을 1년만 더 살려주는 것처럼요.”소예는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어제 자신이 적은 문장을 떠올렸다.**구상품 유지 기간: 최소 12개월.**자신은 ‘적어도 1년 동안 성급하게 없애지 않는다’는 뜻으로 썼다.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남은 수명 1년’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문장 바꿔야겠네요.”NEXT ONE 직원이 물었다.“뭐라고요?”소예는 잠시 생각하다 화이트보드에 새로 적었다.**향후 12개월간 현행 상품의 핵심 가치 유지 및 구조 개선 검토.**그리고 그 아래.**12개월 후 유지·전환·종료 여부 재평가.**“이게 더 정확해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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