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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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화. 동의하지 않은 친절

기록 관련 안내 화면을 수정한 다음 날.NEXT ONE의 수치는 예상대로 조금 흔들렸다.기록 생성률은 8퍼센트 떨어졌다.기존이라면 회의실 분위기가 무거워졌을 숫자였다.그런데 은소예는 오히려 차분했다.“삭제율은?”“올랐습니다.”“얼마나?”데이터 담당 직원이 수치를 보여줬다.사용자가 기록을 직접 지우는 비율도 늘었다.마케팅 담당이 한숨을 쉬었다.“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요.”소예는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에요.”“왜요?”“원래 못 하던 걸 할 수 있게 된 거니까.”그날 회의의 핵심은 수치가 아니었다.새로운 문제 하나가 들어왔다.사용자가 기록을 남길 때 기본 설정으로 일부 분석 활용에 동의된 상태였던 것이다.법적으로는 가입 약관에 포함되어 있었다.하지만 소예는 화면을 직접 확인한 뒤 표정이 굳었다.“이건.”기획 담당이 긴장했다.“네.”“가입할 때 전체 약관 동의하면 같이 들어가는 거죠?”“네.”“기록을 남길 때는 다시 안 묻고.”“맞습니다.”“왜?”“필수적인 서비스 개선 분석 범위라서…”법무 담당이 설명을 시작하려 했지만 소예가 손을 들었다.“법 얘기 말고 사용자 입장에서요.”회의실이 조용해졌다.사용자는 기록을 남긴다.그리고 회사는 그 행동을 서비스 개선 분석에 활용한다.개인의 기록 내용 자체를 직원이 보는 것은 아니었다.통계로만 처리됐다.그러나 사용자가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느냐는 다른 문제였다.소예가 물었다.“선택으로 바꿀 수 있어요?”법무 담당이 답했다.“분석 범위에 따라 다릅니다. 서비스 운영에 필수적인 로그는 제외할 수 없고, 추가적인 행동 분석은 선택 동의로 분리할 수 있습니다.”“그럼 분리하죠.”마케팅 담당이 바로 말했다.“그러면 데이터 양이 줄어듭니다.”“응.”“분석 정확도도 떨어질 수 있고요.”“알아.”소예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사용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받는 것보단 낫잖아요.”비서실 출신 직원이 조용히 말했다.“동의를 받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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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사용자가 회의실에 들어온 날

“사용자를 직접 부르자고요?”마케팅 담당자의 눈이 커졌다.은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인터뷰 조사요?”“비슷한데.”“외부 조사 업체 통해서 하면 되지 않습니까?”“이번엔 우리가 직접 듣고 싶어요.”NEXT ONE은 그동안 설문과 행동 데이터를 많이 봤다.댓글도 읽었고.고객센터 문의도 분석했다.하지만 소예는 어느 순간 답답함을 느꼈다.화면 속 문장만으로는 사람의 망설임이 보이지 않았다.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어디에서 고민했는지.무엇을 좋다고 말하면서도 왜 다시 사용하지 않았는지.“다섯 명이면 돼요.”“어떻게 모집하실 건데요?”“사용자 모집 공고.”“보상은?”“소정의 인터뷰 비용 지급.”비서실 출신 직원이 물었다.“본부장님도 참석하십니까?”“응.”“직접 질문도요?”“응.”“그러면 사용자가 긴장할 수도 있습니다.”소예가 멈췄다.그 생각은 하지 못했다.“내 직함 알려주지 말까?”“그건 더 이상합니다.”“그렇네.”결국 인터뷰는 외부 조사 공간에서 진행하기로 했다.참석자에게는 소예가 서비스 책임자라는 사실을 미리 알렸다.대신 회사가 듣고 싶은 답이 따로 없으며, 부정적인 의견도 동일하게 보상된다는 점을 명확히 안내했다.첫 번째 사용자는 20대 직장인이었다.“좋았던 점이 뭐였어요?”소예가 물었다.사용자는 한참 생각했다.“솔직히 엄청 좋은지는 모르겠어요.”회의실 뒤에서 직원 하나가 살짝 움직였다.소예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괜찮아요. 그렇게 말해도 돼요.”“그냥… 계속 쓰게 되긴 해요.”“왜요?”“전에 했던 게 있어서?”“기록 때문에요?”“그것도 있는데.”사용자가 머뭇거렸다.“앱을 켜면 해야 할 게 많지 않아서 좋아요.”소예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두 번째 사용자는 반대였다.“저는 조금 심심했어요.”“왜요?”“며칠 지나면 비슷해져서.”“그럼 어떤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잘 모르겠어요.”소예가 질문하려다가 멈췄다.예전 같으면 선택지를 던졌을 것이다.새 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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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가장 조용한 사람의 반대

NEXT ONE의 월요일 회의는 평소보다 빨리 끝날 예정이었다.적어도 은소예는 그렇게 생각했다.핵심 UI 2주 고정.기록 관련 동의 구조 안정화.사용자군 재분류.각 담당자가 진행 상황만 보고하면 됐다.“다른 의견 없으면 여기까지 하죠.”소예가 노트북을 닫으려던 순간이었다.회의실 제일 끝에 앉아 있던 직원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평소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직원이었다.내부 공모로 NEXT ONE에 들어온 주니어급 실무자.소예가 고개를 들었다.“말해요.”직원은 잠시 망설였다.“저… 이번 사용자군 분류요.”“네.”“저는 반대합니다.”회의실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소예는 노트북에서 손을 뗐다.“왜요?”직원이 침을 삼켰다.“지금 분류가 너무 행동 중심입니다.”데이터 담당이 물었다.“행동 데이터로 나누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그런데.”직원이 화면을 띄웠다.“같은 행동을 해도 이유가 다를 수 있습니다.”그는 지난 사용자 인터뷰 결과를 직접 다시 정리해왔다.기록을 남기지 않는 사람.팀은 그들을 ‘기록 비선호군’으로 분류하려 했다.그런데 인터뷰 응답을 보면 이유가 달랐다.개인 기록 자체가 싫은 사람.아직 기록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필요성을 못 느낀 사람.처음부터 가볍게만 쓰려는 사람.“이 사람들을 한 그룹으로 묶으면.”직원이 계속 말했다.“다음 개선 방향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소예는 자료를 자세히 봤다.틀린 말이 아니었다.“그래서 어떻게 나누고 싶어요?”직원은 준비해온 표를 띄웠다.행동이 아니라 ‘동기’를 함께 기록하는 방식.행동 데이터로 1차 분류.설문이나 인터뷰로 확인 가능한 사용자는 이유를 덧붙인다.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억지로 이유를 추정하지 않는다.“근데 이렇게 하면 분류가 복잡해져요.”데이터 담당이 말했다.“알고 있습니다.”“운영하기도 어렵고.”“네.”직원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그래도 모르는 걸 아는 것처럼 분류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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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누구의 성과인가

NEXT ONE 첫 서비스의 지표가 안정되기 시작한 건 출범 후 석 달째였다.폭발적인 성장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하지만 처음 목표했던 유지율을 넘겼고.불편 문의는 줄었으며.재방문율도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그리고 어느 월요일 아침.사내 게시판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신규 서비스 성과, 전사 협업의 성공 사례.처음에는 좋은 내용이었다.고객센터.데이터팀.마케팅.법무.개발.여러 부서가 함께 문제를 해결했다는 이야기.NEXT ONE도 당연히 언급됐다.문제는 그 아래였다.경영기획실에서 작성한 내부 성과 보고 자료에 서비스 성공의 핵심 결정으로 몇 가지가 정리돼 있었다.그중 일부가 실제 과정과 달랐다.사용자 기록 기능 강화.데이터 기반 마케팅 확대.서비스 초기부터 개인정보 신뢰 구조 구축.모두 결과적으로는 맞는 말이었다.그러나 과정은 전혀 그렇게 매끄럽지 않았다.기록 기능은 처음부터 핵심이 아니었다.개인정보 안내도 문제 제기를 받은 뒤 바꿨다.마케팅 확대는 중단했다가 다시 판단했다.소예는 보고서를 한참 읽었다.직원 하나가 말했다.“좋게 써준 건데요.”“응.”“본부장님 표정이 왜 그래요?”“너무 잘했어.”“네?”“우리가.”직원이 웃었다.“잘한 거 맞잖아요.”“아니.”소예가 화면을 가리켰다.“처음부터 다 알고 한 것처럼 써놨잖아.”회의실에 모인 직원들이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마케팅 담당이 말했다.“내부 홍보 자료니까 어느 정도 정리하는 건…”“근데 이걸 다음 프로젝트에서 배운다고 생각해봐요.”소예가 말했다.“우리가 처음부터 기록 기능이 답인 줄 알았다고 배우면?”회의실이 조용해졌다.“다음 팀은 똑같이 하려고 하겠죠.”데이터 담당이 고개를 끄덕였다.“실제론 여러 번 틀렸는데.”“그렇지.”소예는 경영기획실에 연락했다.잠시 뒤 담당자가 내려왔다.“혹시 표현에 문제 있습니까?”“문제라기보다 수정하고 싶어요.”“어느 부분을요?”소예는 빨간 표시가 가득한 자료를 건넸다.담당자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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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화. 대표의 아내가 아닌 인터뷰

NEXT ONE 첫 서비스가 업계 기사에 짧게 소개된 건 우연이었다.대형 신제품도 아니었고.매출 규모가 압도적인 것도 아니었다.다만 사용자 개인정보 선택권을 강화하면서도 재방문율을 끌어올린 사례가 관심을 받은 것이다.그리고 며칠 뒤 홍보팀에서 은소예에게 연락이 왔다.“외부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소예가 화면을 보며 물었다.“누구한테요?”“은 본부장님께요.”“왜 나?”“NEXT ONE 총괄이시니까요.”그건 당연한 이유였다.그런데 홍보팀 직원은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소예가 눈을 좁혔다.“뭐 더 있어요?”“인터뷰 요청서에…”직원이 자료를 넘겼다.질문 예상 목록이 있었다.NEXT ONE의 성공 요인.조직 운영 방식.사용자 중심 서비스 설계.여기까지는 괜찮았다.그리고 마지막 두 항목.CEO와 부부인 조직 책임자로서 업무상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는지.한 차례 이혼 후 재결합한 경험이 리더십에 영향을 주었는지.소예는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이거 회사 인터뷰 맞아요?”홍보팀 직원이 난감하게 웃었다.“경제·라이프스타일 섹션이 같이 있어서요.”“안 할래요.”대답은 빨랐다.“아예 거절할까요?”“응.”그러다 소예가 다시 자료를 봤다.“잠깐.”직원이 기다렸다.“회사 이야기는 하고 싶어요.”“그럼 조건을 제안할까요?”“응.”소예가 직접 항목을 정리했다.NEXT ONE과 조직 운영에 관한 인터뷰는 가능.신시안과의 개인적인 결혼 생활에 관한 질문은 제외.업무상 이해관계 관리 구조는 회사 제도로서 설명 가능.개인적인 이혼·재결합 경험을 서비스 성공 원인으로 연결하지 않을 것.홍보팀 직원이 물었다.“상대 매체에서 안 받으면요?”“그러면 안 하는 거죠.”“인터뷰 자체가 홍보 기회이긴 합니다.”“알아요.”“아쉽지 않으세요?”소예는 잠시 생각했다.“조금.”그러나 바로 덧붙였다.“그래도 내가 대표 아내라서 인터뷰하는 거면 그건 NEXT ONE 홍보가 아니잖아요.”며칠 뒤 매체에서 조건을 받아들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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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화. 한 줄이 잘못 나갔다

기사 공개 이틀 뒤.홍보팀에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본부장님, 잠깐 기사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은소예는 바로 링크를 열었다.처음 인터뷰했던 매체가 아니었다.다른 온라인 매체가 원 기사를 재가공한 기사였다.제목부터 달랐다.CEO 아내가 만든 신사업, ‘부부 경영’의 성공 사례소예의 표정이 굳었다.“뭐야 이거.”내용은 더 심했다.원 기사에서 소예가 말한 이해관계 분리 구조는 짧게 줄어 있었고.대신 신시안과 은소예가 회사 안에서도 긴밀히 협의하며 서비스를 성공시켰다는 식으로 재구성되어 있었다.실제로 둘은 사적인 자리에서 사업 결정을 협의한 적이 없었다.오히려 반대였다.소예는 대표에게 묻지 않기 위해 일부러 기다렸고.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기사 한 줄이 그 모든 걸 뒤집어놨다.CEO의 적극적인 조언과 지원 속에서 은 본부장이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소예가 화면을 가리켰다.“이거 어디서 나온 문장이에요?”홍보팀 직원도 난감한 표정이었다.“원 기사에는 없습니다.”“우리 회사에서 자료 준 것도 아니고?”“없습니다.”“정정 요청해요.”“바로 하겠습니다.”잠시 뒤 시안에게도 보고가 올라갔다.대표실에서 연락이 왔지만 소예는 직접 올라가지 않았다.홍보팀을 통해 공식 절차로 진행했다.오후가 되자 사내에서도 기사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NEXT ONE 직원 하나가 말했다.“본부장님, 댓글은 보지 마세요.”“왜?”“그냥 안 보시는 게…”“이미 봤어.”댓글 중 일부는 예상 가능했다.남편이 CEO면 누가 못 하냐.지원 다 받고 성공했다고 인터뷰까지 하네.결국 가족회사네.소예는 화면을 끄었다.화가 났다.억울하기도 했다.그러나 더 불편한 건 자신의 팀이었다.NEXT ONE 직원들이 몇 달 동안 한 일이 한 줄로 지워졌다.“본부장님.”비서실 출신 직원이 조심스럽게 불렀다.“네.”“팀원들이 좀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나 때문에?”“기사 때문에요.”소예는 바로 전체 회의를 잡지 않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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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화. 불이 꺼진 집

금요일 저녁.은소예가 현관문을 열자 집 안이 이상하게 조용했다.“신시안?”대답이 없었다.그보다 먼저 이상한 게 하나 더 느껴졌다.불이 켜지지 않았다.소예가 스위치를 두 번 눌렀다.“뭐야.”복도 불은 켜져 있었다.휴대폰을 꺼내 시안에게 전화하려는 순간 메시지가 먼저 왔다.아파트 일부 세대 정전이래. 지금 올라가는 중.소예는 신발을 벗고 어두운 거실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이 열렸다.“왔어?”“응.”시안은 손에 편의점 봉투를 들고 있었다.“뭐 사왔어?”“물, 초, 과자.”“초?”“혹시 오래 갈까 봐.”소예가 웃었다.“언제 시대 사람이야. 휴대폰 라이트 있잖아.”“분위기 없잖아.”“정전에 분위기가 왜 필요해.”둘은 결국 식탁 위에 작은 초를 하나 켰다.관리실 안내로는 복구까지 두 시간 정도 걸릴 예정이었다.냉장고도 열 수 없었다.전기레인지도 쓸 수 없었다.와이파이도 끊겼다.노트북 배터리는 있었지만 소예는 회사 일을 꺼내지 않았다.시안도 휴대폰을 식탁 위에 뒤집어 놓았다.“뭐 하지?”소예가 물었다.“두 시간 동안?”“응.”“이야기?”“우리 맨날 하잖아.”“생각보다 안 해.”소예가 그를 바라봤다.“무슨 말이야.”“집에서도 각자 휴대폰 보거나 일할 때 많잖아.”그건 맞았다.같은 공간에 있다고 늘 대화하는 것은 아니었다.둘은 불 꺼진 거실 바닥에 앉았다.시안이 편의점 과자를 뜯었다.“이거 결혼하고 처음인가?”“뭐가.”“집에 아무 전자기기도 안 켜져 있는 거.”소예가 주변을 둘러봤다.냉장고 소리도.공기청정기 소리도.TV 화면도 없었다.정말 조용했다.“조금 이상하네.”“좋아?”“조금.”둘은 한참 별것 아닌 이야기를 했다.소예가 어릴 때 정전을 무서워했던 이야기.시안이 대학 시절 기숙사에서 한밤중 정전이 났던 이야기.서로 몰랐던 사소한 과거들.그러다 시안이 물었다.“요즘 집에서 바꾸고 싶은 거 있어?”“갑자기?”“정전되니까 집이 다르게 보이잖아.”소예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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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화. 우리가 돈을 쓰는 방식

새 소파가 도착한 날.은소예는 카드 결제 내역을 보다가 문득 멈췄다.“이거 내가 냈네.”신시안이 물었다.“뭐.”“소파.”“응.”“당신 책장은?”“내가.”“러그는?”“당신.”소예가 휴대폰을 들고 한동안 계산했다.시안이 웃었다.“왜.”“우리 돈 관리 되게 대충 한다.”“지금 알았어?”두 번째 결혼 뒤 두 사람은 생활비용 공동 계좌를 만들었다.매달 정해진 돈을 넣었다.공과금.식비.생활용품.여행비 일부.하지만 각자 수입 차이가 컸고.큰 지출은 그냥 그때그때 누군가 결제했다.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었다.둘 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소예는 어느 순간 그게 이상하게 느껴졌다.“우리 생활비 비율 다시 볼까?”시안이 바로 대답했다.“왜?”“내 월급도 예전하고 달라졌고.”소예는 본부장이 됐다.책임도 커졌고.보수도 변했다.“그냥 똑같이 넣지 말고.”“지금도 내가 더 많이 넣는데.”“알아.”“그럼?”“그 기준 누가 정했어?”시안이 멈췄다.“내가.”“그렇지?”“문제 있어?”“문제라기보다.”소예는 식탁에 앉았다.“우리 같이 정한 적이 없네.”그 한마디로 그날 저녁은 갑자기 가계 회의가 됐다.공동 계좌.개인 계좌.저축.보험.여행비.가족 행사비.집 수리비.서재처럼 함께 쓰는 공간에 들어가는 돈.소예가 웃었다.“우리 회사 예산 짜는 것보다 복잡하다.”시안도 웃었다.“금액이 작아서 그렇지 항목은 비슷하네.”“대표님, 가정 예산 보고드리겠습니다.”“본부장님, 시작하세요.”둘은 장난스럽게 시작했지만 금방 진지해졌다.소예가 말했다.“난 생활비를 무조건 반반 하고 싶진 않아.”“왜?”“수입이 다르니까.”“그럼 지금처럼 내가 더.”“근데 당신이 훨씬 많이 내는 것도 싫어.”“왜.”“내 집이 아닌 것 같을 때가 있어.”시안의 표정이 달라졌다.“그렇게 느꼈어?”“가끔.”“왜 말 안 했어?”“오늘 생각났으니까 오늘 말하는 거지.”소예는 계산기를 켰다.둘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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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 비워두는 자리

월요일 오전.은소예는 인사 담당자에게서 예상하지 못한 연락을 받았다.NEXT ONE 직원 한 명이 장기 휴직을 신청했다는 내용이었다.개인적인 가정 사정으로 최소 석 달.상황에 따라 조금 더 길어질 수도 있었다.소예는 신청서를 읽고 바로 직원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먼저 HR에 물었다.“업무 인수인계 기간은?”“2주 정도 예상합니다.”“대체 인력은?”“계약직이나 내부 단기 이동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본인이 원한 방식은요?”“아직 팀 내 업무 조정만 이야기했습니다.”그날 오후 직원이 직접 소예를 찾아왔다.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본부장님.”“앉아요.”직원은 한참 망설이다 말했다.“죄송합니다.”소예가 바로 물었다.“뭐가요?”“지금 팀 바쁜데…”“휴직하는 거?”“네.”“왜 미안해요?”직원이 당황했다.“제가 맡은 업무가 있어서.”“그건 회사가 조정할 문제지.”“그래도 제가 빠지면…”소예는 잠깐 그를 바라봤다.“돌아올 거죠?”“네?”“휴직 끝나면.”직원의 눈이 조금 흔들렸다.“가능하면요.”“그럼 자리 비워둘게요.”“본부장님.”“왜.”“제가 없는 동안 다른 사람 뽑으셔야 할 수도 있잖아요.”“대체 인력은 뽑을 수 있죠.”“그럼 제가 돌아왔을 때…”말끝이 흐려졌다.소예는 그제야 직원이 뭘 걱정하는지 알았다.자신이 없는 동안 팀이 잘 돌아가면.자신이 필요 없는 사람이 되는 것.새 사람이 더 잘하면.돌아올 자리가 없어지는 것.“대체 인력은 당신 대체품이 아니에요.”소예가 말했다.직원이 눈을 들었다.“업무를 임시로 맡는 사람이죠.”“그래도…”“복귀할 때 조직 상황이 완전히 똑같을 거라고 약속은 못 해요.”소예는 거짓말하지 않았다.“업무가 바뀔 수도 있고.”“네.”“서비스도 달라질 수 있어요.”“네.”“근데 당신이 휴직했다는 이유로 평가를 낮추거나 자리를 없애는 식으로 하진 않을 겁니다.”직원이 한동안 말이 없었다.“정말 괜찮습니까?”“안 괜찮은 부분은 있어요.”“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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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화. 다음 일을 받는 법

NEXT ONE 첫 분기 결산일.은소예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지만 회의 자료를 다시 고치지는 않았다.이미 전날 팀 전체가 최종 자료를 검토했다.수치도.실패 기록도.사용자 반응도.전부 들어 있었다.회의실 앞에서 데이터 담당이 물었다.“긴장되세요?”“조금.”“수치 좋은데요.”“좋아도 긴장돼.”“대표님도 계셔서?”소예가 그를 바라봤다.“그건 이제 별로.”직원이 웃었다.“많이 익숙해지셨네요.”“결혼한 지가 언젠데.”경영회의가 시작됐다.NEXT ONE의 첫 분기 성과.초기 목표 대비 사용자 유입은 예상보다 높았다.재방문율은 수정 이후 목표 범위에 들어왔다.개인정보 선택 구조 변경 후 일부 데이터는 줄었지만 사용자 불만 비율도 함께 낮아졌다.서비스 출시 일정은 처음 계획보다 늦어졌다.광고 확대도 몇 차례 수정됐다.개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기능도 있었다.소예는 좋은 것만 따로 떼지 않았다.한 임원이 말했다.“결과만 보면 성공으로 봐도 되겠네요.”소예는 잠시 생각했다.“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현재까지?”“다음 분기에도 같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회의실에 작은 웃음이 흘렀다.신시안이 물었다.“가장 잘한 결정은 뭐라고 봅니까?”소예는 준비된 답을 읽지 않았다.잠시 팀원들을 떠올렸다.“모르겠다고 인정한 것.”회의실이 조용해졌다.“사용자가 왜 떠나는지 몰랐을 때.”소예가 말했다.“왜 돌아오는지도 몰랐고.”“그런데?”“아는 척하지 않고 다시 물어봤습니다.”그녀는 첫 사용자 인터뷰.기록 관련 개인정보 문제.팀원의 반대 의견.휴직 직원으로 인해 바꾼 업무 구조까지 설명했다.“서비스 결과만 보면 기능 이야기만 할 수 있는데.”소예는 마지막 장을 띄웠다.NEXT ONE 1분기: 서비스보다 조직이 더 많이 바뀌었다.“저는 이게 가장 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회의가 끝날 무렵 전략기획 임원이 새로운 안건을 꺼냈다.“NEXT ONE에 두 번째 프로젝트를 배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소예의 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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