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토요일 오전 9시 40분.은소예는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떴다.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침실 밖에서는 잔잔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소예는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왔다.신시안은 테라스 테이블에 아침 식사를 차리고 있었다.“여보, 언제 일어났어?”“20분쯤 전에. 잘 잤어?”“응. 알람 없이 일어나니까 좋다.”시안은 그녀의 의자를 빼주었다.“앉아. 아침 먹자.”테이블에는 숙소에서 준비해준 빵과 과일, 달걀 요리가 놓여 있었다.소예는 바다를 바라보며 자리에 앉았다.“여보, 여기 하루 더 있고 싶어.”“아직 내일까지 있잖아.”“그러니까 벌써 아쉽다고.”시안이 웃으며 커피를 따랐다.“그럼 다음에 또 오자.”소예는 빵에 버터를 바르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다음에는 겨울 바다 보러.”“그때는 테라스에서 아침 먹기 추울 텐데?”“창문 안에서 보면 되지.”“그것도 좋겠네.”오전 11시 30분.두 사람은 전날 소예가 찾아둔 작은 서점에 도착했다.낮은 건물의 유리문에는 손글씨로 적힌 문장이 붙어 있었다.'읽다가 쉬어 가셔도 좋습니다.'소예는 문구를 읽고 웃었다.“여보, 여기 마음에 든다.”서점 안에는 여행 에세이와 독립출판물이 많았다.소예가 사진집을 살펴보는 동안 시안은 건축과 가구 관련 책이 놓인 서가로 향했다.잠시 후 소예는 얇은 책 한 권을 들고 그에게 다가왔다.“이거 봐.”“무슨 책인데?”“강릉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 동네 이야기를 쓴 책이래.”시안은 책장을 몇 장 넘겼다.“사진도 직접 찍었네.”“응. 같은 바다인데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하는 게 재미있어.”소예는 책을 계산대에 가져갔다.그때 서점 주인이 그녀가 들고 있던 가방의 책갈피를 보고 말을 걸었다.“혹시 《지나가던 풍경들》 쓰신 은소예 작가님이세요?”소예는 잠시 놀랐다.“네, 맞아요.”“저 그 책 읽었어요. 특히 오래된 골목 사진이 좋았어요.”“정말요? 감사합니다.”주인은 반갑게 웃었다.“여기에도 한 권 들여놓으려고 알아보고
금요일 오전 9시 30분.은소예는 여행 가방을 닫고 침실을 둘러봤다.“여보, 충전기 챙겼어?”거실에서 신시안의 목소리가 들렸다.“응. 당신 카메라 배터리도 확인했어.”“필름은?”“그것도.”소예는 연한 분홍색 블라우스에 아이보리색 슬랙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작은 진주 귀걸이를 착용한 뒤 가방을 들었다.현관에 나온 시안이 그녀를 바라봤다.“여행 가는데 이렇게 예쁘게 입고 가?”“여행 가니까 예쁘게 입는 거지.”“그럼 나는 옷을 잘못 골랐나?”소예는 그의 남색 셔츠를 살폈다.“아니. 잘 어울려.”“다행이네.”시안이 여행 가방을 들어 올렸다.“출발할까?”“응. 강릉으로 가자.”오전 11시 50분.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른 두 사람은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소예는 따뜻한 우동을, 시안은 돈가스를 주문했다.“여보, 내 거 한 입 먹어볼래?”소예가 물었다.“응.”시안이 우동을 맛보자 소예는 그의 접시에서 돈가스 한 조각을 가져갔다.“교환 완료.”“나는 우동 한 입인데 당신은 돈가스 한 조각이네?”“크기가 비슷하잖아.”“그런가?”시안이 웃으며 접시를 조금 밀어주었다.식사를 마친 뒤 소예는 휴게소 매장에서 작은 과자 봉지를 골랐다.“이건 차에서 먹자.”“당신 아까 배부르다며.”“과자는 별개야.”시안은 계산대로 향하며 웃었다.“알겠습니다.”오후 2시 20분.두 사람은 강릉 외곽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객실 문을 열자 커다란 창문 너머로 바다가 펼쳐졌다.소예는 가방을 내려놓고 창가로 다가갔다.“여보, 여기 정말 좋다.”시안도 옆에 섰다.“사진보다 전망이 좋네.”테라스에는 작은 의자 두 개와 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소예는 창문을 열어 바닷바람을 맞았다.“여기 앉아서 차 마시면 좋겠다.”“그러자. 그런데 오늘은 일단 좀 쉬자.”시안은 여행 가방을 침실로 옮겼다.소예는 소파에 앉아 신발을 벗었다.“여보, 우리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서두르지 말자.”“응. 약속했잖아.”시안이 그녀의
토요일 오전 9시 10분.은소예는 주방에서 찻잔 두 개를 꺼냈다.회청색 찻잔에는 따뜻한 홍차를, 짙은 남색 찻잔에는 신시안이 내린 커피를 담았다.시안은 식탁에 앉아 자신의 찻잔을 이리저리 살펴봤다.“여보, 이거 생각보다 손에 잘 맞아.”“내가 당신 손 크기 생각해서 만들었거든.”“정말?”“응. 당신은 손이 크잖아.”시안이 웃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그럼 앞으로 아침 커피는 이걸로 마셔야겠네.”소예는 맞은편에 앉았다.“깨뜨리지만 마.”“그럼 당신이 다시 만들어줘?”“그때는 수강료 받을 거야.”“얼마?”“비싸.”“남편 할인은 없어?”“없어.”시안이 웃음을 터뜨렸다.잠시 후 그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소예를 바라봤다.“여보, 다음 달에 시간 좀 낼 수 있어?”“왜?”“우리 둘이 며칠 쉬러 갈까 해서.”소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여행?”“응. 회사 일정도 조정할 수 있을 것 같고.”“어디로?”“이번에는 당신이 골라.”소예는 잠시 생각했다.“바다도 좋고, 산도 좋은데.”“둘 다 있는 곳으로 가면 되겠네.”“그런 곳 많잖아.”“그러니까 천천히 골라.”월요일 오전 11시.NEXT ONE 본부장실.소예는 김도윤과 광고 지원 프로그램의 첫 교육 일정을 확인했다.“참여 업체는 최종 12곳입니다.”김도윤이 말했다.“기초 촬영 교육은 2회로 나눴고요. 사업주분들이 직접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했습니다.”소예는 자료를 살폈다.“좋아요. 결과물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이 끝난 뒤 혼자서 다시 찍을 수 있어야 해요.”“그래서 편집 방법도 무료 프로그램 기준으로 준비했습니다.”“참여자분들께 미리 휴대폰 저장 공간을 확인해달라고 안내해 주세요.”김도윤이 메모했다.회의를 마친 소예는 달력을 열었다.시안이 이야기했던 여행을 위해 다음 달 일정을 살펴볼 생각이었다.다행히 주말을 포함해 3일 정도 시간을 낼 수 있었다.소예는 시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여보, 다음 달 둘째 주 금요일부
월요일 오전 9시 40분.은소예는 NEXT ONE 본부장실에서 새로운 제안서를 검토하고 있었다.이번에는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 지원 사업이었다. 기존처럼 회사가 광고를 제작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주가 직접 자신의 가게를 소개하는 짧은 영상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공차연이 맞은편에 앉았다.“본부장님, 신청자가 예상보다 많아요. 특히 혼자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관심을 보이셨어요.”“촬영 장비를 다루기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있겠네요.”“그래서 기초 교육을 넣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소예는 제안서를 넘겼다.“좋아요. 다만 전문적인 촬영 기술보다 휴대폰으로 쉽게 찍는 방법에 집중해 주세요.”“예시 영상도 준비할까요?”“네. 실제로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게요.”공차연이 메모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런데 본부장님, 지난번 찻잔은 잘 나왔어요?”소예가 웃었다.“네. 집에서 잘 쓰고 있어요.”“대표님 것도 만드실 거예요?”“다음 강좌 신청하려고요.”“대표님이 좋아하시겠어요.”“손잡이만 제대로 붙으면요.”두 사람은 웃으며 대화를 마쳤다.수요일 오후 7시 20분.집에 돌아온 소예는 주방에서 자신의 찻잔을 꺼냈다.시안은 식탁에서 노트북으로 목공 설계도를 살펴보고 있었다.“여보, 뭐 만들려고?”“작은 책꽂이.”“또?”“이번에는 내 서재에 둘 거야.”소예는 그의 옆에 앉았다.“나무는 어떤 걸로 할 건데?”“월넛으로 생각 중이야.”“당신은 진한 나무색을 좋아하네.”“응. 오래 써도 질리지 않거든.”소예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그럼 찻잔도 진한 색으로 만들까?”시안이 고개를 들었다.“내 거?”“응. 다음 수업에서 만들려고.”“당신 것처럼 회청색도 좋은데.”“그래도 당신 취향에 맞춰주고 싶어.”시안은 웃으며 노트북을 닫았다.“그럼 짙은 남색은 어때?”“좋아. 대신 모양은 내가 정할게.”“손잡이 기울이는 방향도?”“그 얘기는 그만해.”소예가 웃으며 그의 팔을 가볍게 쳤다.
금요일 오후 3시 20분.NEXT ONE 사내 복지 프로그램의 첫 도자기 강좌가 시작됐다.은소예는 회의실에서 공차연과 함께 강좌가 진행되는 공간으로 향했다.“본부장님, 대표님께 말씀드렸어요?”공차연이 물었다.“뭘요?”“오늘 직접 찻잔 만드시는 거요.”“알고 있어요. 아침에 잘 만들고 오라고 하던데요.”“대표님 것도 만드실 거예요?”소예가 웃었다.“제 것부터 성공해야죠.”강좌실에는 작은 작업대가 놓여 있었다. 참가자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자리에 앉았다.강사는 흙의 수분을 유지하는 방법과 손잡이를 붙일 때 주의할 점을 설명했다.소예는 흙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눌렀다.생각보다 촉감이 부드러웠다.“본부장님, 잘하시는데요?”옆자리의 공차연이 말했다.“아직 모양도 안 나왔어요.”“그래도 벌써 찻잔 같아요.”소예는 자신의 작품을 내려다봤다.한쪽 벽이 조금 두꺼웠지만 둥근 형태는 제법 그럴듯했다.“일단 물은 담을 수 있겠죠?”강사가 웃으며 다가왔다.“바닥과 벽의 두께를 조금만 더 맞추면 좋겠습니다.”소예는 설명대로 손끝을 움직였다.그런데 손잡이를 붙이는 순간 문제가 생겼다.손잡이가 아래로 축 처진 것이다.“어머.”공차연이 웃음을 참았다.“본부장님, 손잡이가 졸린가 봐요.”소예도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게요. 자꾸 내려가네요.”오후 5시 10분.수업이 끝날 무렵 소예는 손잡이를 다시 붙이는 데 성공했다.완벽한 모양은 아니었다. 손잡이가 살짝 기울어져 있었고 잔의 입구도 반듯하지 않았다.하지만 소예는 마음에 들었다.“이제 말리고 구워야 하는 거죠?”“네. 완성품은 약 2주 뒤에 받으실 수 있습니다.”소예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작은 표찰을 작품 옆에 놓았다.공차연이 휴대폰을 들었다.“본부장님, 사진 찍어드릴까요?”“좋아요.”소예는 앞치마를 입은 채 찻잔 옆에 앉았다.사진을 확인한 공차연이 말했다.“대표님께 보내드리세요.”소예는 사진을 시안에게 전송했다.잠시 후 답장이 도착했다.'우리 집에 도예가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은소예는 SOYE'S ROOM의 벽 앞에 서서 줄자를 들고 있었다.지난주 신시안에게 부탁했던 작은 선반을 설치할 자리였다.“여보, 여기부터 여기까지면 될 것 같아.”소예가 벽에 손을 대며 말했다.시안은 줄자의 숫자를 확인했다.“가로 80cm 정도?”“응. 너무 크면 답답할 것 같아.”“깊이는 20cm면 충분하겠네.”“사진 액자랑 작은 소품만 올려놓을 거니까.”시안은 메모장에 치수를 적었다.“색깔은?”“밝은 원목.”“지금 책상이랑 맞추려면 물푸레나무가 괜찮겠다.”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걸로 해줘.”시안이 웃었다.“주문이 꽤 구체적인데?”“우리 집 목공 전문가가 있잖아.”“전문가까지는 아니고.”“내가 보기엔 전문가야.”시안은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 안았다.“그럼 의뢰비는 뭘로 받을까?”“맛있는 저녁?”“그것도 좋고.”“또?”“완성하면 당신이 직접 사진 찍어주기.”소예가 웃었다.“그건 당연하지.”오후 1시 20분.두 사람은 집에서 멀지 않은 목재 판매점에 들렀다.시안이 선반에 사용할 나무를 살펴보는 동안 소예는 작은 손잡이와 받침대가 진열된 곳을 구경했다.“여보, 이것 좀 봐.”그녀가 작은 황동 손잡이를 들어 보였다.“예쁘지?”“서랍 만들려고?”“아니. 그냥 예뻐서.”“그럼 다음에 서랍 만들 때 쓰자.”소예는 손잡이를 제자리에 내려놓았다.“당신한테 뭐 하나 보여주면 다 만들겠다고 하네.”“만들 수 있는 건 만들어보고 싶으니까.”시안은 필요한 목재와 부자재를 골랐다.계산을 마친 뒤 소예가 물었다.“오늘 바로 만들 거야?”“재단까지만 해두려고. 마감은 천천히 해야지.”“그럼 나는 옆에서 구경해도 돼?”“보호안경 쓰고 안전한 곳에 있으면.”“알겠습니다, 선생님.”오후 3시 40분.시안은 작업 공간에서 목재의 치수를 다시 확인했다.소예는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봤다.재단을 마친 시안이 나무 조각을 들어 보였다.“이 정도면 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