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저녁, 강혁이 왔다.들어서자마자 재킷을 벗어 소파에 걸치고, 평소처럼 물었다.“정했어?”은유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었다.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미리 몇 번이나 속으로 되뇌어본 문장이었다.“본디지를 해보고 싶습니다.”강혁의 손이 멈췄다.재킷 소매를 정리하던 손이었다.몇 초간 아무 말도 없었다.은유는 그 침묵이 허락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었다.강혁이 소파에 앉았다.팔짱을 끼고 그녀를 내려다봤다.“왜 본디지지.”준비해온 답이 있었다.“통제를 더 경험해보고 싶어서요.”“움직임을 맡겨보고 싶습니다.”강혁이 바로 되물었다.“그건 이유가 안 돼.”“넌 이미 통제받고 있어.”은유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맞는 말이었다.생활도, 보고도, 허락도, 몸도 이미 강혁의 통제 안에 있었다.통제를 원해서, 라는 말로는 지금 이 선택을 설명할 수 없었다.“그건… 설명이 안 될 수도 있는데.”강혁이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그 침묵이 더 힘들었다.“그냥, 하고 싶었습니다.”“이유가 없다는 소리야?”“아니요.”은유는 손끝을 무릎 위에서 꽉 쥐었다.“있는데, 지금은 잘…….”말이 끊겼다.머릿속에서 몇 개의 문장이 동시에 떠올랐다가 서로 부딪혀서 아무것도 완성되지 않았다.강혁은 재촉하지 않았다.그냥 보고 있었다.그 시선이 오히려 은유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한참 만에, 훨씬 단순한 말이 튀어나왔다.“주인님이 해주시는 본디지를…… 해보고 싶습니다.”말을 뱉고 나서야 은유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본디지라는 행위 자체보다, 그걸 누가 하느냐가 먼저였다는 뜻이었다.강혁의 표정이 살짝 달라졌다.읽어낸 게 분명했다.하지만 그걸 감정으로 받지 않았다.“좋아.”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규칙부터.”은유는 참았던 숨을 조용히 내쉬었다.강혁이 서랍에서 로프를 꺼내 손으로 상태를 확인하며 등을 돌린 채 말했다.“신호는 손 두 번. 말 못 하면 그걸로 대신해.”“네, 주인님.”“네가 신호를 보내면 그 즉
Zuletzt aktualisiert : 2026-09-03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