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여덟 시가 조금 넘었을 때 도어락 소리가 났다.은유는 현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문이 열리고 강혁이 들어왔다.“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어.”강혁은 재킷을 벗어 소파 등에 걸쳤다.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은유는 기다렸다.강혁이 시선을 내렸다.“보고.”“네, 주인님.”은유는 준비해둔 순서대로 말했다.“아침은 일곱 시 사십 분에 먹었습니다. 점심은 열두 시 십오 분, 전부 먹었습니다. 저녁은 여섯 시 오십 분에 먹었습니다.”“운동은.”“오후 다섯 시부터 오십 분 했습니다.”“무릎은?”“통증 없습니다.”“영양제.”“전부 복용했습니다.”강혁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감정은.”은유는 잠깐 생각했다.“특별한 변화는 없었습니다.”강혁이 몇 초간 그녀를 봤다.은유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없어?”“네, 주인님.”“그래.”그걸로 끝이었다.강혁이 테이블 위에 있던 물을 한 모금 마셨다.“됐어.”“네, 주인님.”은유는 무릎을 풀고 일어나려 했다.그런데 손바닥을 바닥에 짚은 채 아주 잠깐 멈췄다.강혁이 노트북을 꺼내고 있었다.가방에서 충전기를 꺼내 콘센트에 연결했다.화면이 켜졌다.은유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차를 준비해드릴까요?”“됐어.”“네.”은유는 부엌으로 갔다.자기 몫의 물을 따라 거실 반대편에 앉았다.강혁은 이미 화면을 보고 있었다.키보드 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졌다.은유도 읽던 책을 집어 들었다.몇 페이지쯤 읽었을 때 강혁이 물었다.“내일 몇 시에 나가.”은유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아홉 시 반입니다.”“끝나는 건.”“오후 네 시쯤입니다.”“끝나면 바로 들어와.”“네, 주인님.”강혁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은유도 책으로 돌아갔다.평소와 같았다.보고했고,필요한 걸 확인했고,내일 일정도 정했다.틀린 것도 없었다.강혁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은유는 페이지를 한 장 넘겼다.잠시 뒤 강혁의 키보드 소리가 멈췄다.은유의 시선이 책에서 아주
Zuletzt aktualisiert : 2026-09-05 Mehr lesen